
한국 고지자기학의 연구 동향과 쟁점
초록
이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수행된 고지자기학 연구의 전개 과정과 주요 쟁점을 정리하였다. 고지자기학은 암석과 퇴적물에 기록된 잔류자화를 바탕으로 과거 지구자기장의 변화와 지각 운동을 해석하는 분야로, 국내에서는 한반도의 고지리 복원과 지체구조 발달사 해석을 중심으로 연구가 발전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고지자기학의 기본 원리와 역사적 배경을 개관하고, 이후 국내 연구 성과를 지질시대별 지체구조 해석과 응용 분야로 나누어 검토하였다. 지체구조 해석에서는 고생대 이후 한반도의 위치 변화,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의 기원, 북중국지괴 및 남중국지괴와의 관련성, 중생대와 신생대 동안의 지괴 회전 및 동해 확장과 관련된 해석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다. 응용 분야에서는 환경자기학을 이용한 고환경 복원과 환경오염 추적, 고고지자기학을 이용한 고영년변화 곡선 구축과 고고학적 연대 추정, 자기이방성을 이용한 화산체 및 지질구조 해석, 섭입대 자기이상 연구 등을 정리하였다. 기존 연구들은 고지자기학이 한반도의 형성과 진화, 과거 환경 변화, 고고학적 연대 추정, 화산 및 구조 지질 해석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1차 잔류자화의 판별, 재자화 영향의 평가, 지역 및 시기별 자료 편중, 분석 방법의 표준화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는 신뢰도 높은 자료의 지속적인 축적과 더불어, 자성광물의 특성, 잔류자화의 획득 및 보존 과정, 지질학적 맥락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해석이 필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reviews the development, major trends, and key issues of paleomagnetic studies in Korea. Paleomagnetism uses remanent magnetization in rocks and sediments to reconstruct past geomagnetic field behavior and crustal movements. In Korea, paleomagnetic research has largely focused on reconstructing the paleogeography and tectonic history of the Korean Peninsula. This paper outlines the historical background of paleomagnetism and its development in Korea. It then examines major Korean studies in two broad categories: tectonic interpretations through geological time and expanded applications of magnetic methods. The tectonic topics include the paleogeographic evolution of the Korean Peninsula since the Paleozoic, the origins of the Gyeonggi and Yeongnam massifs, their possible relationships with the North China and South China blocks, crustal rotations during the Mesozoic and Cenozoic, and deformation related to the opening of the East Sea. The applied topics include paleoenvironmental reconstruction and pollution tracing using environmental magnetism, paleosecular variation curves and archaeological age estimation based on archeomagnetism, volcanic and structural interpretations using magnetic anisotropy, and studies of marine magnetic anomaly in subduction zones. Previous studies show that paleomagnetism has provided useful constraints on the formation and evolution of the Korean Peninsula, past environmental changes, archaeological chronology, and volcanic and structural processes. Remaining issues include the identification of primary remanent magnetization, assessment of remagnetization effects, uneven spatial and temporal distribution of data, and standardization of experimental and analytical procedures. Continued accumulation of reliable data and integrated interpretations that consider magnetic mineral characteristics, remanence acquisition and preservation, and geological context are essential for future progress.
Keywords:
paleomagnetism, Korean Peninsula, environmental magnetism, archeomagnetism, magnetic anisotropy키워드:
고지자기학, 한반도, 환경자기학, 고고지자기학, 자기이방성1. 고지자기학의 개요
고지자기학(paleomagnetism)은 암석과 퇴적물에 기록된 자연잔류자화(natural remanent magnetization, NRM)를 분석하여 과거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대륙 이동과 판구조 운동을 추적할 수 있으며, 지구 내부의 동역학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지구자기장의 역전(geomagnetic reversal)과 대륙의 이동 과정이 규명되면서 판구조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고지자기학은 암석이 형성될 때 지구자기장이 자성광물에 기록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NRM은 다양한 자화 메커니즘을 통해 암석과 퇴적물에 기록되며, 주요한 유형으로는 열잔류자화(thermoremanent magnetization), 퇴적잔류자화(detrital remanent magnetization), 화학잔류자화(chemical remanent magnetization) 등이 있다. 열잔류자화는 용암 또는 마그마가 냉각되는 동안 형성되며, 퇴적잔류자화는 퇴적물 입자가 수중에서 가라앉을 때 지구자기장의 방향을 따라 배열되면서 획득된다. 화학잔류자화는 지구화학적 과정에서 새로운 자성광물이 생성되거나 기존 자성광물이 변질되면서 기록된다. 이러한 다양한 잔류자화 신호를 정밀 분석하여, 지질 시대별 지구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지질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지구자기장은 주로 외핵 내 금속 유체의 운동으로 발생하는 전자기 유도(dynamo) 작용을 통해 생성되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 특성이 있다. 고지자기학에서는 지구 중심축 쌍극자(geocentric axial dipole, GAD) 모델을 기반으로 과거의 자기장을 복원한다. 이 모델은 수만 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평균한 지구자기장이 마치 지구 중심에 하나의 쌍극자가 놓인 것처럼 분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자기장은 수천 년 이내의 짧은 주기로 변동하는 영년변화(secular variation)를 포함하고 있지만, 수만 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평균한 지구자기장에서는 이러한 변동이 상쇄되고, 비쌍극자기장(non-dipole field) 성분도 제거되어 GAD 모델로 근사할 수 있는 자기장 형태를 보이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과거의 자기장을 해석하고, 대륙 이동 및 지각 변형의 증거를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한편, 지구자기장의 역전 현상은 다양한 시간 간격을 가지고 일어나며, 암석에 기록된 자기 역전 패턴은 지구의 역사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자기장의 이러한 변화는 판구조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도 다양한 지질학적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고지자기 연구를 통해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 각 지질시대 동안 지괴의 위치와 이동 경로가 밝혀져 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생대 말 한반도는 적도 부근에 위치했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북상하여 현재의 위도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의 형성과 이동 과정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가 처음부터 하나의 지괴로 형성되었는지, 혹은 북중국지괴와 남중국지괴가 봉합되는 과정에서 경기육괴와 영남육괴가 각각 다른 기원을 가지고 합쳐졌는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영남육괴가 북중국지괴와, 경기육괴가 남중국지괴와 함께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기육괴가 북중국지괴에 속하고 영남육괴가 남중국지괴와 연관되었다는 반대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 및 지층에서의 추가적인 시료 채취와 함께 정교하게 설계된 소자(자기 소거, demagnetization) 실험 및 정밀한 자화 측정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고지자기학적 처리 기법과 데이터의 통계적 해석을 통한 정량적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형성과 이동 과정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고지자기학은 다양한 지질학적 응용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환경 및 환경오염 연구, 고고학적 연대 추정, 외핵의 유동 연구, 섭입대에서의 자성 변화 연구, 그리고 자기 이방성을 이용한 고화산학(paleovolcanology) 및 지질 구조 분석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지구자기장의 변동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해양지각의 확장과 섭입 과정, 화산 활동, 지질 재해 등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의 시간적·공간적 변화를 해석하는 데 활용된다.
2. 고지자기학의 역사
2.1. 세계 고지자기학의 역사
고지자기학의 역사는 William Gilbert의 연구에서 그 기초가 마련되었다. 그는 1600년에 발표한 저서 『자석에 관하여(De Magnete)』를 통해 자연적으로 자성을 띠는 물질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지구 자체가 거대한 자석과 같다는 개념을 제안하여, 이후 지구자기장과 암석의 자성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을 마련하였다. 18세기 후반까지 암석의 자화는 번개와 같은 자연적 사건에 의해 우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나, 19세기 초부터 암석이 형성될 당시의 지구자기장에 의해 자화될 수 있다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Carl Gauss는 1830년대에 지구자기장의 분포 모델을 수학적으로 정립하였으며, 지구 중심에 있는 쌍극자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장 외에도 비쌍극자기장 성분이 존재함을 설명하였다. 19세기 중반 이후 Macedonio Melloni와 Giuseppe Folgheraiter는 이탈리아 화산암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용암이 냉각되는 과정에서 지구자기장이 암석에 기록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고지자기학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20세기 초 Bernard Brunhes는 프랑스 중부의 화산암에서 과거 지구자기장이 현재와 반대 방향으로 자화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자기 역전 현상으로 해석하였다. 이어서 Motonori Matuyama는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채취한 화산암 시료들을 분석하여 유사한 역자화 방향을 확인하였고, 자기 역전이 전 지구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1950년대에는 Patrick Blackett이 무정위 자력계(astatic magnetometer)를 이용하여 암석의 잔류자화 측정을 시도하였으며, Edward Irving과 Keith Runcorn은 유럽과 북미의 고지자기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대륙이 시간에 따라 이동해 왔음을 입증하였다. 1960년대에 Frederick Vine과 Drummond Matthews는 해양지각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자기이상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해저 확장설(sea-floor spreading)을 제시하였으며, 자기 역전 기록은 판구조론을 지지하는 핵심 증거가 되었다. 이와 함께 Allan Cox, Richard Doell, Brent Dalrymple 등의 연구를 통해 지구 자기장이 지질 시대 동안 여러 차례 역전되었음이 밝혀졌으며, 이는 자기층서학(magnetostratigraphy)의 발전으로 이어져 지층의 연대를 결정하는 주요 도구로 자리 잡았다.
현대의 고지자기학은 행성 탐사, 환경 변화 연구, 고고지자기학(archeomagnetism)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고성능 회반 자력계(spinner magnetometer)와 초전도 자력계(SQUID rock magnetometer)를 활용한 정밀 측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지구자기장의 장기적 변화는 물론, 대륙 이동과 판구조 운동, 그리고 달과 화성과 같은 태양계 천체의 자기장 변천사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2.2. 국내 고지자기학의 역사
국내 고지자기학 연구는 1960년대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포항과 연천 지역의 현무암을 대상으로 한 연구(Kim, 1964)에서 일부 시료가 역자화 방향을 지닌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학문적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되었다. 1980년대 초반 무정위 자력계의 도입으로 실험 장비 및 연구 기반이 마련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회반 자력계가 도입되면서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졌다(Kim and Jeong, 1986). 이와 함께 해외에서 고지자기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의 귀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고지자기 연구는 본격적인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중생대 및 신생대에 생성된 퇴적암과 화산암을 대상으로 고지자기 방향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지체구조와 지구조 운동을 정량적으로 해석하려는 연구(Kim et al., 1986; Kim and Kang, 1989)가 활발히 수행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구 대상이 고생대 지층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변형이 비교적 덜한 옥천 비변성대(태백산 분지)에 분포하는 조선누층군과 평안누층군을 중심으로, 정향 시료 채취와 소자 실험을 통해 암석 생성 당시의 1차 NRM (primary NRM) 성분을 분리하고 고지자기 방향을 복원하려는 연구(Kim et al., 1992; Doh, 1993; Kim, I.S. and Lim, 1993; Doh and Piper, 1994)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육괴, 영남육괴 등 주요 지괴의 고지자기 특성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각 지괴의 고지리적 위치 변화와 회전 양상을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국내 고지자기학 연구자들은 이와 병행하여 한반도의 지질 시대별 겉보기극 이동 경로(apparent polar wander path, APWP)를 정립하려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백악기 경상누층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Park et al., 2005c)에서는 한반도 내부 소지괴 간의 회전 및 이동 양상의 차별성이 제시된 바 있고, 신생대 동안 동해의 개방과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지각 변형 및 회전운동의 흔적도 고지자기학적으로 해석되었다(Lee et al., 1999a).
2000년대 이후에는 고지자기학의 응용 분야로도 연구가 활발히 확장되었다. 환경자기학(environmental magnetism) 분야에서는 퇴적물과 토양 내 자성광물의 함량 및 입도, 종류 등의 변화 특성을 분석하여 고기후 변화, 환경오염, 인위적 활동의 영향을 추적하고 있으며(Kim et al., 2007, 2008; Shin et al., 2011; Park, J. et al., 2014; Baatar et al., 2017; Shin, J.Y. et al., 2018, 2021; Lee et al., 2020; Ahn et al., 2021, 2024), 고고지자기학 분야에서는 가열된 유물 및 유적(예: 가마터, 벽돌, 토기 등)의 NRM을 측정하여 유물의 연대를 추정하고, 지구자기장의 고영년변화(paleosecular variation)를 복원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Yu et al., 2010; Hong et al., 2013; Shin, S. et al., 2015, 2018a, 2018b; Park, 2018; Park, J.K. and Park, Y.H., 2022). 또한 한반도 내부 소지괴들 간의 회전과 국지적 변형작용(Park, Y.H. et al., 2005c; Park and Doh, 2017), 자기 이방성을 이용한 용암류의 유향(flow direction) 분석(Hong et al., 2016; Park et al., 2023) 등도 이루어졌다.
자기층서학 분야에서는 퇴적층의 자화 방향과 세기를 분석하여 지층 간의 시간적 상관성을 확보하고, 지질 연대 측정의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해양 퇴적층 시추 코어를 이용한 고지자기 분석은 동해 및 주변 해역의 퇴적환경 변화와 지각 운동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1차 NRM 성분을 분리해 내지 못한 지층에 대해서는 재자화(remagnetization) 작용의 시기와 메커니즘을 분석하여 의미 있는 지질학적 해석을 제시하는 연구(Park et al., 2003, 2007)도 본격화되었다. 이는 태백산 분지 내 열수 작용과 관련한 광화작용 및 화성 작용의 시간-공간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고지자기학 연구는 초기의 관측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 이후 장비 기반이 갖추어지면서 고생대 및 중생대 지층을 대상으로 한 정밀 연구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다양한 응용 분야까지 포함하는 다각적인 연구로 전개되고 있다.
3. 국내 고지자기학 연구 동향 및 쟁점
국내 고지자기학 연구는 지질시대별 한반도의 이동 및 회전 양상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으며, 최근에는 지구자기장의 변화, 고환경 복원, 환경오염 분석, 고고학적 연대 추정, 외핵의 유동 및 지구 내부 동역학 해석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한반도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지체구조학적 해석의 핵심 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 추적과 지질재해 예측 등에도 적용 가능한 과학적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 고지자기학 연구의 주요 분야와 각 분야를 관통하는 공통 쟁점은 그림 1에 요약하였다.
한반도는 북중국지괴와 남중국지괴의 경계 부근에 위치한 복잡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고생대 이후의 지체구조 발달과 지괴 간 상호작용은 국내 지질학의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고지자기학은 이러한 지괴들의 상대적 이동 및 회전 양상을 정량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고생대부터 신생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고지자기 방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고지리적 진화를 추적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APWP 구축과 이를 주변 지역의 APWP와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각 지질 시대 동안의 대륙의 이동 및 회전 경로를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Kim and Jeong, 1986; Kim et al., 1992; Doh and Piper, 1994; Lee et al., 1997).
이와 함께 고지자기학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환경자기학 분야에서는 퇴적물과 토양 내 자성 광물의 종류, 함량, 입자 크기 분포 및 자화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고기후 변화를 복원하고, 중금속 오염의 분포와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고고지자기학 분야에서는 가열된 유물이나 유적에 기록된 열잔류자화를 분석하여 유적의 사용 시기를 추정하고, 과거 지구자기장의 영년변화를 복원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외핵의 유동과 관련된 장기적인 자기장 변화 양상을 추적하거나, 영년변화를 분석하여 지구 내부 자기장 생성 메커니즘을 해석하려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자기이방성(magnetic anisotropy) 분석을 통해 용암류의 유향을 추정하거나 화산체 내부 구조 및 분출 유형(eruption type) 등을 해석하는 연구는 화산 분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지질재해 예방 및 화산 활동 예측과 같은 실용적 목적의 연구에도 중요한 학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3.1. 한반도의 위치 및 지체구조학적 해석
고생대 동안 한반도에 속한 지괴들의 이동 및 충돌 과정은 다양한 고지자기학적 연구를 통해 분석되었다. 한반도는 북쪽의 낭림육괴, 중부의 경기육괴, 남쪽의 영남육괴로 구성되며, 이들 사이에는 임진강습곡대와 옥천습곡대가 위치한다. 고생대 지층은 북한의 평남분지와 두 습곡대에 주요하게 분포하지만, 습곡대 지역은 중생대 동안 강한 변성, 변형, 재결정 및 화성 활동을 겪으며 원래의 지질 기록이 크게 변질되었다(Shibuya et al., 1985). 이러한 변형은 퇴적암의 층리면조차 식별이 어렵게 만들며, 고지자기 연구에서 1차 NRM 성분의 분리를 어렵게 하는 주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전 세계 습곡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변형이 덜한 지역을 중심으로 고지자기 연구가 수행되었다.
북한 지역에서는 낭림육괴를 기반암으로 하는 평남분지의 조선누층군 하부 사암에서 고지자기 연구가 수행되었으며, 재자화 영향을 받지 않은 고지자기 방향(편각/복각=165.0°/-58.0°, α95=4.0°)이 보고되었다(Gurarii et al., 1966). 이 방향이 동시대 북중국지괴의 고지자기 방향과 유사하다는 점은 낭림육괴가 북중국지괴와 밀접한 고지리적 연관성을 유지해 왔음을 시사한다.
남한 지역에서는 옥천대 북동부에 분포한 백악기 이전 암석의 대부분이 광역적인 재자화를 받았다는 점이 초기 연구에서 보고되었으며(Shibuya et al., 1985), 이후 보다 정밀한 분석 기법을 통해 1차 NRM 성분을 분리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일부 연구에서는 성공적으로 1차 NRM을 복원하였고(Kim, K.H. and Jeong, 1986; Doh, 1993; Kim, I.S. and Lim, 1993; Doh and Piper, 1994; Lee, Y.S. et al., 1996, 1997, 1999b; Lee, K.A. et al., 2007; Park and Doh, 2017), 이러한 결과는 한반도 고생대 지괴들의 이동 및 회전운동을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
캄브리아기 조선누층군에 대한 연구에서는 영월-정선 지역에서 평균 고지자기 복각이 -17.5°로 보고되었으며(Kim, 1989), 이는 당시 영남육괴가 남반구 저위도에 위치했음을 시사한다. 오르도비스기 지층에서는 태백 지역에서 평균 복각이 12.5°로 보고되었고(Kim, I.S. and Lim, 1993), 이는 캄브리아기보다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했음을 지시한다. 특히 태백 지역 동점층에서 측정된 오르도비스기 고지자기 방향을 이용하여 당시 영남육괴가 남반구 곤드와나 대륙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Lee et al., 1997).
석탄기에 퇴적된 평안누층군 홍점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지역 간 상이한 고지자기 방향이 보고되었다. 장성, 영월-정선, 태백 지역에서 수행된 연구들이 제시한 고지자기 방향들이 일관되지 않았으며(Shibuya et al., 1988; Kim, I.S., 1989; Kim et al., 1992; Kim, I.S. and Lim, 1993; Lee et al., 1996), Lee et al. (1996)은 그 원인을 2차 NRM (secondary NRM) 성분의 불완전한 제거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방향 불일치는 석탄기 한반도의 고지리적 위치 해석의 신뢰도를 낮추며, 보다 정밀한 연구가 요구된다. 페름기 고지자기 방향은 옥천대 북동부 평안누층군 상부 지층에서 획득되었으며, 키아만 역자극성 슈퍼크론(Kiaman Reversed Superchron)에 해당하는 이 시기의 지자기 극성은 대부분 역전 상태로 집중되어 있다(Otofuji et al., 1989). 태백산 지역 후기 페름기 평안누층군의 고지자기 방향은 해당 지역이 당시 현재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했음을 의미한다(Doh and Piper, 1994; Lee et al., 1996). 또한 단양 및 태백 지역에 각각 분포하는 동고층(하부 트라이아스기)의 평균 고지자기 방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 태백 지역은 후기 페름기 이후 단양 지역에 대하여 약 47°만큼 시계방향으로 수직축 회전을 경험한 것으로 해석된다(Park, Y.H. and Doh, 2017). 이는 한반도 내부에서 지괴 간 차별적인 이동과 회전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이다. 한편, Doh and Piper (1994)는 평안누층군의 고지자기극이 북중국지괴의 동시기 고지자기극과 가까웠다는 점을 근거로, 영남육괴가 후기 고생대에 북중국지괴에 속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고생대 동안 한반도의 고지자기를 바탕으로 한 지체구조학적 해석을 종합하면 현재보다 저위도에 위치했고 태백산 분지와 그 기반암인 영남육괴가 북중국지괴와 연결되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기 고생대의 신뢰도 높은 고지자기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선누층군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고지자기 자료 축적과 정밀 분석이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퇴적암석학적 분석을 통하여 재결정작용 또는 화학적 변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암석만을 선별하는 노력을 포함하여, 재자화 문제 해결 및 신뢰도 높은 1차 NRM 성분 추출을 위한 실험적‧분석적 기법의 발전이 요구된다.
트라이아스기 말에서 쥐라기 초에 걸쳐 퇴적된 대동누층군은 경기육괴를 기반으로 한 김포분지와 충남분지, 옥천대를 기반으로 한 문경 및 단양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이 가운데 단양분지를 제외한 세 지역에서 고지자기 연구가 수행되었다. 문경 지역에 대한 초기 연구(Min et al., 1990)에서는 특성잔류자화 성분을 추출하여 계산된 고지자기극의 위치(1.2°N, 269.4°E)가 북중국지괴 및 남중국지괴의 동시기 고지자기극과 크게 다르며, 이를 대보조산운동에 따른 지구조적 변위의 결과로 해석하였다. 이에 반해 후속 연구(Kim et al., 1995a, 1995b)는 문경 지역이 당시 북중국지괴에 속하거나 그에 인접한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다른 해석을 보였다.
김포층군에 대한 연구에서는 Kim, I.S. et al. (1993)과 Uno et al. (2004)에 의해 1차 NRM으로 해석되는 안정된 자화 성분이 보고되었고, 이를 근거로 쥐라기 초기에 김포 지역이 남중국지괴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제안되었다. 특히 Uno et al. (2004)은 김포 지역이 남중국지괴의 일부인 임진강대에 속하며, 이 지역의 기반암은 북중국지괴 기원의 선캄브리아 시대 암석이 남중국지괴와의 충돌 과정에서 공존하게 된 결과로 해석하였다.
충남탄전 지역에 대해서는 Min et al. (1992), Kim, S.W. and Kim, I.S. (1998), Uno and Chang (2000), Suk et al. (2004) 등의 연구가 수행되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백운사단층을 경계로 한 자화 방향의 차이를 근거로 북서측과 남동측 지괴 간 약 45°의 상대적인 회전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재자화 및 조산운동의 영향도 함께 논의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충남 지역에서 보고된 고지자기극이 남중국지괴의 동시기 고지자기극 위치와 통계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지역이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쥐라기 초까지 남중국지괴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대동누층군은 조립질 사암과 역암이 포함된 암상을 특징으로 하며, 이러한 암석학적 특성은 안정된 1차 NRM을 장기간 보존하기 어렵게 하고, 열수에 의한 화학잔류자화가 기록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이에 따라 고지자기 연구에 적합한 시료를 확보하기 어렵고, 일부 연구에서는 1차 NRM 성분의 여부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고지자기 방향이 제시된 사례도 있다. 또한, 분지별 암상의 이질성과 복잡한 지질 구조로 인해 층서 간 비교 및 통합적 해석에 제약이 따른다. 향후에는 보다 정밀한 소자 실험과 광물자기학적 분석을 병행하여 1차 NRM 성분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분지 간 고지자기 자료의 통합을 통해 고위도 및 회전 양상에 대한 일관된 지체구조 해석을 구축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쥐라기 고지자기학 연구는 경기육괴, 옥천대, 영남육괴에 분포하는 대보화강암을 중심으로 수행된 두 편의 연구에 한정된다(Kim, K.H. et al., 1990; Kim, K.H. and Van der Voo, 1990). 이 중 Kim, K.H. and Van der Voo (1990)는 쥐라기 화강암뿐 아니라 같은 시기의 퇴적암 및 트라이아스기 암석을 포함하여, 시기 및 지괴별로 고지자기 방향을 분석하고 각 지괴의 고지리적 위치와 상대적 운동을 해석하였다. 그 결과 후기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옥천대와 경기-영남육괴 사이에 약 60°의 자화 방향 차이가 관찰되었으며, 이는 대보조산운동에 수반된 좌수향 전단 운동의 결과로 해석되었다. 경기육괴와 영남육괴는 유사한 자화 방향을 나타내어 후기 쥐라기 이후 이들 지괴 간에는 뚜렷한 상대적 이동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었고, 쥐라기 시기의 한반도 고지자기극은 북중국지괴와 남중국지괴의 동시기 고지자기극과 유사한 위치를 보여주어, 후기 쥐라기 이후 주요 지괴들 간의 회전이나 이동이 거의 없었음을 시사하였다. 다만, 쥐라기 시기는 대규모 화강암 관입과 대보조산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시기로 고지자기 연구에 적합한 퇴적암 및 화산암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암상 및 지질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고지자기 자료의 확보가 어렵고, 현재까지도 관련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화강암은 관입 이후의 구조적 기울어짐이나 변형에 대한 보정이 어렵기 때문에 해당 연구들에서 도출된 고지자기 방향의 해석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대보화강암체를 대상으로 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고지자기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국지적 변형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백악기 지층에 대한 고지자기학적 연구는 한반도 남부 경상분지를 중심으로 활발히 수행되었으며, 이후 옥천대 경계부의 소분지들과 중부 및 북부 지역으로 연구 대상이 확장되었다. 경상분지의 주요 퇴적층은 자기극성의 분포에 따라 시기별 구분이 가능하다. 하부의 신동층군에서는 정자극성과 역자극성 잔류자화가 모두 보고된 반면, 그 상부의 하양층군은 백악기 정자극성 슈퍼크론(Cretaceous Normal Superchron, CNS)에 해당하는 시기에 퇴적되어 대부분 정자화를 보인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하양층군에서 역자화 방향이 보고되기도 했는데, 이는 대원법(great circle method)의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1차 NRM 방향이 부정확하게 추정된 결과로 해석된다. 최상부의 유천층군에서는 다시 역자화 성분이 확인되어, 지층 생성 시기가 캄파니아절(Campanian)~마스트리히트절(Maastrichtian)에 이르는 후기 백악기임을 보여준다.
경상분지 내 밀양소분지와 의성소분지에서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사한 자화 방향이 보고되어 두 지역 사이에 뚜렷한 상대 회전운동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석된다. 반면, 영양소분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제시되었다. Doh et al. (1999)은 영양소분지가 다른 두 소분지에 대해 약 25°의 반시계방향 수직축 회전을 경험한 것으로 해석하였으나, Kang and Kim (2000)는 고지자기 방향이 통계적으로 다른 소분지들과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독립적인 회전운동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자료의 선택 기준 및 분석에 사용된 해석 방법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옥천대 경계부에 분포하는 능주분지, 해남분지, 함평분지 등 일부 소분지에서는 퇴적 당시의 1차 NRM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며, 경상분지와 유사한 자화 방향을 나타낸다. 반면, 공주분지, 음성분지, 풍암분지, 영동분지 등에서는 신생대 초 열수 활동이나 구조 운동의 영향으로 심한 재자화 작용이 일어나 1차 NRM의 추출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되었다. 중부 및 북부 지역의 일부 화산암에서는 지자기 천이기에 해당하는 자화 방향이 관찰되어, 지층 형성 시기 추정 및 주향이동단층 운동에 따른 국지적 지괴 회전(약 10∼40°) 가능성도 제시되었다(Kim, K.H. and Song, 1995; Song and Kim, K.H., 1995; Kim et al., 1997).
이와 같은 백악기 고지자기 자료들은 Park et al. (2005c)과 Lee et al. (2011)에서 종합적으로 분석되었다. Park, Y.H. et al. (2005c)은 한반도 전역의 백악기 고지자기 자료를 지역 및 시대별로 정리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한반도가 백악기 동안 유라시아 대륙(또는 북중국지괴)에 대해 약 30°의 시계방향 회전을 경험하였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Doh et al. (1999)과 Kang and Kim, I.S. (2000)의 자료를 모두 반영하여 영양소분지가 약 16°의 반시계방향 회전과 함께 북서쪽으로의 이동을 경험한 것으로 해석하였으며, 이는 고태평양판(예: 이자나기판)의 섭입 방향 변화로 인한 응력장 전이에 따른 국지적 변형으로 해석되었다. 아울러, 기존에 제시되었던 한반도와 일본이 백악기 동안 하나의 지괴로 함께 이동했다는 해석에 대해, 양 지역이 각각 독립된 지체구조 단위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Lee, Y.S. et al. (2011)은 경상분지 내 칠곡층의 고지자기 자료를 제시하며 기존 자료를 연대별로 재구성하고, 자화 편각의 시간적 변화를 곡선으로 모델링하여 백악기 동안의 지체구조 운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Park, Y.H. et al. (2005c)의 해석을 기반으로 하되, 영양소분지를 제외한 밀양 및 의성소분지 자료만을 사용하여 한반도가 백악기 동안 두 차례 시계방향 회전을 겪었다고 제안하였다. 첫 번째 회전(130-100 Ma)은 고구려 변동(Goguryeo disturbance)이라 명명하였고, 두 번째 회전(80-50 Ma)은 불국사 조산운동 시기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고위도 복원을 통해 백악기 동안 한반도가 남쪽으로 약 300 km 이동하였을 가능성도 제시하였으며, 이는 당시 유라시아 대륙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반도에 N-S 방향의 압축 응력이 작용하여, 옥천대 경계에 발달한 주요 주향이동단층들이 재활성화되었을 가능성도 함께 제안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백악기 한반도의 고지리적 위치 변화, 소지괴 간 차등 회전, 대륙 주변 응력 전달 및 이에 따른 구조적 반응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반도 동남부, 특히 포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신생대 화산암 및 퇴적암은 에오세부터 마이오세에 이르는 시기의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고지자기학 연구는 동해의 생성 및 확장과 관련된 지체구조 운동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해 왔다. 다만, 주요 고지자기 연구들이 수행되던 당시에는 신생대 지층의 층서 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에 기반한 고지자기 자료를 통해 지체구조 운동의 시기를 해석하는 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마이오세 전기까지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서는 동해의 확장과 연관된 광역적인 시계방향 수평 회전이 일어났으며, 그 회전량은 대체로 40°에서 55° 범위로 보고된다(Kim, K.H. et al., 1986, 1993; Kim and Kang, 1989; Kim and Doh, 1994; Min et al., 1994; Lee et al., 1999a). 이들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동해의 확장과 그에 수반된 응력장이 한반도 동남부 지괴의 회전을 유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회전운동이 연일층군의 퇴적 이전에 종료되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회전 종료 시점은 연일층군의 퇴적 시기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연구자에 따라 다르게 제시되었다. 또한, 회전운동의 지속 기간과 양상에 대해서도 연구자 간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부 연구는 회전이 에오세-올리고세-전기 마이오세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았으며(Kim et al., 1986, 1994; Kim, K.H. and Doh, 1994), 다른 연구에서는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Kim and Kang (1989)은 회전이 16 Ma 또는 그 이후까지 지속되었다고 해석하였으며, Min et al. (1994)은 회전이 15-16 Ma 사이의 기간에 집중되었다고 제시하였고, Lee et al. (1999a)은 회전 시점을 약 17.3 Ma로 추정하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시계방향 회전 또는 회전운동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되었다. Son and Kim (1996)는 포항 중부의 현무암에서 약 20°의 반시계방향 회전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좌수향 주향이동단층계의 전단력에 의한 국지적 회전으로 해석하였다. Son et al. (1996)은 정자-울산분지 일원에서 최대 80°의 시계방향 회전과 최대 20°의 반시계방향 회전이 동시에 관찰되었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를 동해 확장(약 16 Ma) 및 대한해협 수축(약 15 Ma) 시기에 작용한 복합적인 전단 응력의 결과로 해석하였다.
한편, Kim, I.S. et al. (1998)은 65-40 Ma에 형성된 화강암체를 대상으로 고지자기 및 대자율 분석을 수행하여, 기존 울산단층과 거의 평행하지만 약 6 km 동쪽에 위치한 새로운 구조선을 ‘연일구조선’으로 제안하였다. 이 구조선은 동해 확장기 동안 발생한 전단 응력을 해소하는 주요 구조 경계였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마이오세 시기의 동해 연안 지체구조 운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3.2. 고환경 복원 및 환경오염 연구
지질학적 물질의 자기적 특성 연구는 과거 환경 변화의 복원뿐만 아니라 도시 환경의 오염 추적에도 효과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자성광물의 함량, 종류, 입자 크기 분포 등을 반영하는 다양한 자기적 특성, 예를 들어 대자율(magnetic susceptibility), 잔류항자기력(coercivity of remanence), 등온잔류자화(isothermal remanent magnetization), 비자기이력잔류자화(anhysteretic remanent magnetization), 자기이력변수(magnetic hysteresis parameters) 등은 과거 퇴적 환경 및 고기후를 재구성하거나, 퇴적물 또는 토양에 포함된 중금속 물질의 분포 및 기원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자기학적 분석은 비파괴적이며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연속적인 공간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 지질 연구에 적합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고환경 복원 분야에서는 한반도와 그 주변 및 기타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기와 환경 조건을 반영한 연구들이 수행되어 왔다. Park, J. et al. (2014)은 제주 하논 습지의 토탄층을 대상으로 화분(pollen), 지화학 분석, 비자기이력잔류자화 등 다양한 프록시(proxy)를 통합하여 후기 홀로세의 기후 변화 양상을 해석하였다. Ahn et al. (2021)은 한반도 남서부 충적 평야의 퇴적물에서 자기 이력 곡선을 이용하여 해수면 상승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물리화학적(physicochemical) 특성이 자기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 Shin, S. et al. (2022)은 한국 중부 구석기 유적에서 화분 및 지화학적 지시자와 함께 대자율과 주파수의존대자율(frequency-dependent magnetic susceptibility)을 활용하여 기후 변화와 고인류 거주 양상 간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Ahn et al. (2024)은 한반도 중부의 홍적세 후기 고토양에서 홀로세와 해양동위원소 단계(Marine Isotope Stage, MIS) 3 말기의 대자율 증가 구간을 확인하고, 이를 동아시아 계절풍의 강도 및 식생 변화와 연결 지어 해석하였다. 또한 자성광물의 생성 기작으로 토양 내 철질 점토광물의 풍화 작용을 제시하였으며, 자기적 특성이 지역적 수문기후 변화 및 식생 조건의 민감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Shin et al. (2011)는 몽골 홉스골 호수 퇴적층의 자화강도 및 자기적 특성 변화를 분석하여 마지막 최대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이후 고기후 변화를 해석하고, 고산지대에 적합한 환경자기 지시자를 제시하였다. 북태평양 심해 퇴적물에 대한 연구로는 Shin, J.Y. et al. (2018)이 황사 공급원의 시기별 변화를 광물자기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구분하였으며, Shin et al. (2021)은 포화잔류자화, 자기이력변수, 등온잔류자화 등을 통해 주요 자성광물이 낮은 항자기력의 자철석 계열임을 밝혔고, 황사 기원물질과 심해 퇴적환경의 변화를 연결지어 황사 공급원의 시간적 변화를 규명하였으며, 이는 자기적 특성이 장거리 환경의 지시자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환경오염 연구에서는 대기 중 입자, 황사, 도시 표토를 대상으로 자기학적 접근이 수행되어 왔다. Kim et al. (2007)은 서울시 도로 주변에 퇴적된 도로 분진(street dust)에 대한 자기 특성 분석을 통해 자성 미세입자들이 주로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분포함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대자율, 잔류자화, 포화자화 등의 측정을 통해 자성 입자의 양을 정량화하였고, 특히 브레이크 및 타이어 마모에 의해 생성된 자철석(magnetite) 계열 입자를 주요 기원 물질로 제시하였다. 또한 자성 물질의 공간 분포는 중금속 오염 패턴과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자기적 지표가 도시 내 교통 오염원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Kim et al. (2008)은 황사 시료의 자기적 특성과 미세입자 분석을 통해, 장거리 수송 중 산업 오염물질이 황사에 부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Baatar et al. (2017)은 대전 지역에서 강수에 포함되어 침강한 입자성 물질을 분리하여 그 자기 특성을 분석하였으며, 황사 동반 강수 시 오히려 더 높은 농도의 자성 물질이 관측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단순한 세척 효과(wash-out effect)가 아닌, 황사 자체가 오염물질을 운반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알칼리성 강수에서 산업기원 자철석 입자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황사 발생 시의 대기 환경과 강수 화학 조성이 자기 특성에 반영됨을 시사하였다. 최근 Lee et al. (2020)은 대전 도심의 표층 퇴적물에서 자성 미세먼지를 정량화하고, 공간적 분포 특성과 오염 기원 간의 상관성을 분석하였다. 이들은 교통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자성 물질이 높은 농도로 분포하며, 자기 특성과 중금속 농도 간에도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자성 입자가 교통 기원 오염물질의 유효한 추적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도시 환경 내 오염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자기학적 접근은 고환경 복원과 환경오염 연구 모두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표준화된 분석 프로토콜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연구 간 비교 및 자료 축적에 제약이 있고, 둘째, 자성광물의 기원 및 변형 이력에 대한 지질학적 해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환경자기 파라미터들의 지시 능력에 대한 실험적 검증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향후에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의 실험적 자료 축적, 고해상도 다중 인자 분석, 지화학 및 광물학적 정보와의 통합 해석을 통해 자기학 기반 환경 연구의 정확도와 해석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3.3. 고영년변화 연구 및 고고학적 연대 추정
자기학적 방법은 과거 인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유적과 유물의 절대연대를 추정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고고지자기 연대측정(archeomagnetic dating)은 가열되었던 고고학적 구조물에서 복원된 지구자기장의 방향 및 강도 자료를 그 지역의 고영년변화(paleosecular variation, PSV) 곡선과 비교하여 구조물의 마지막 사용 시기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한반도에는 아궁이, 가마 등 반복적으로 고온에 노출된 구조물이 포함된 고고학적 유적이 다수 분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고지자기 자료의 축적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구 초기에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인 연구가 수행되었으며(예: Kim and Bea, 1983; Baag, 1996), 특성 잔류자화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단계적 소자법(stepwise demagnetization)과 주성분분석법(principal component analysis; Kirschvink, 1980)이 적용되지 않았고, 일본 남서부의 PSV 곡선(JPSV; Hirooka, 1971, 1977)을 표준곡선으로 하여 고고학적 유적에 대한 연대를 추정하였기 때문에 한반도 자기장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에도 일부 연구에서는 동일한 접근 방식을 적용하여 고고지자기 연대 추정을 시도하였다(Sung, 2008, 2011, 2015, 2016, 2017, 2024).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Lee et al. (2001)은 JPSV 곡선으로부터 가상 고지자기극(Virtual Geomagnetic Pole; VGP)을 산출하고, 이를 충북 충주(37°N, 128°E)를 기준점으로 변환하는 방식(VGP relocation method; Noel and Batt, 1990)을 적용하여 한반도 시험적 영년변화(tentative-Korean PSV; t-KPSV) 곡선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방법도 지구자기장을 이상적인 쌍극자기장으로 가정하고 있어,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비쌍극자기장의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Yu et al. (2010)은 한반도에서 고고지자기 급변(Archeomagnetic Jerks)이 발생했음을 제시하며 독자적인 PSV 곡선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Park, J.H. and Park, Y.H. (2014)는 동아시아 지역의 지난 3,000년 동안의 지구자기장 방향 변화 양상을 분석하여 한반도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전지구적 지구자기장 예측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Park (2018)은 지난 2,000년간의 국내 고고지자기 방향 자료를 종합하여 한반도 PSV 표준 모델 KPSV_v1.0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충주를 기준점으로 반경 1,000 km 이내의 고고지자기 자료(국내 및 중국·일본 일부 포함)를 수집하고, 이동창문기법(moving window method)을 적용하여 모델을 구축하였다. KPSV_v1.0은 한반도의 고영년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 전지구적 예측 모델 ARCH3K.1과 높은 일치도를 보였으며, 현재 국내 고고학 유적의 연대 추정에 표준곡선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Park, J.K. and Park, Y.H. (2022)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기원후 600년간의 PSV 곡선을 보다 정밀하게 확장하였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모델을 실제 고고학적 유적에 적용한 사례도 발표되었다. Shin, S. et al. (2018a)은 강원도 춘천시 중도 유적지의 원삼국시대 주거지 유적을 대상으로 고고지자기 분석을 수행하고 ARCH3K.1 모델을 활용한 연대 추정을 통해 방사성탄소 연대와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고고지자기 연대의 신뢰성과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존 모델들이 한국 지역에서 자기장 방향의 PSV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Shin, S. et al. (2018b)은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유적의 가열 구조물에 대해 유사한 분석을 수행하여, 고고지자기 연대측정이 고고학적 연대 추정의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 가능함을 제시하였다.
한편, 고고지자기 방향 변화 외에도 지구자기장의 강도 변화에 주목한 연구도 수행되었다. Shin et al. (2015)은 낙동강 하구의 후기 홀로세 퇴적층을 대상으로 약 5.4 ka 이후의 고자기장 상대강도(relative paleointensity) 및 방향 자료를 확보하였고, 일본 비와호수(Biwa Lake)의 자료 및 전지구적 예측 모델(CALS10k.1b 등)과의 비교를 통해 자료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또한, 고자기장 절대강도에 대한 국내 고고지자기 연구는 Hong et al. (2013)이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유일한 사례이며, 약 3 ka 경 세계적으로 지구자기장의 강도가 강했었던 시기를 확인함으로써,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고지자기 강도 변화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
KPSV_v1.0 모델(Park, 2018)은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자료가 업데이트되고 있으나, 특정 시기(예: 고려 중기)에는 입력 자료 수가 부족하여 연대 추정의 정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자기장 방향이 유사하게 반복되는 시기에는 복수의 연대 추정 결과가 도출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신뢰도 높은 방향 자료의 축적과 더불어, 자기편, 토기편, 소성토 등에서 고자기장 절대강도 자료를 병행 확보함으로써 방향과 강도를 통합한 고해상도 PSV 모델의 확립이 요구된다. 고고지자기 연구는 고고학적 연대 추정에 그치지 않고, 지구자기장의 중장기적 변화와 비쌍극자기장 분포 특성, 나아가 맨틀-외핵계 유동 구조 및 지자기 다이너모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고고지자기 급변 및 자기장 벡터의 시공간적 변화 분석은 외핵 유동의 비정상성과 장주기 자기장 변화 예측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3.4. 자기 이방성 연구
자기이방성은 암석 내 자성광물의 배열 상태를 반영하는 성질로, 구조지질학, 화산학, 퇴적학 등 다양한 지질학 분야에서 암석의 변형 이력, 응력장, 유체 흐름 방향 등을 해석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대자율 이방성(anisotropy of magnetic susceptibility, AMS)은 측정이 간편하고 민감도가 높아 암석 내 미세한 자기조직(magnetic fabric)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Kim, I.S. (1990), Doh (1991)를 통해 개념이 소개되었고, 이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Suk and Doh (1994)는 경상분지 의성소분지에 분포하는 백악기 화산암을 대상으로 AMS 분석을 수행하였다. 자기이방성의 최대축 방향을 바탕으로 화산암의 분출 중심지를 추정하였으며, 금성산과 화산 일대 칼데라를 주요 분출지로 제시하였다. Hong et al. (2016)은 경상분지 동부 치술령 화산암류를 대상으로 AMS 분석을 수행하여, 용암의 흐름 방향과 분화구 위치를 추정하였다. 또한, Park et al. (2023)은 한탄강 유역의 제4기 현무암을 대상으로 한 AMS 및 무자기이력잔류자화 이방성(anisotropy of ARM) 분석을 통해 세 가지 자기조직 유형(normal, intermediate, inverse)을 구분하고, 각 용암 단위의 분출 시기와 흐름 방향 차이를 규명하였다. 이 연구는 하천 주변의 국지적인 흐름 패턴과 더불어, 알려지지 않은 분출원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Park et al. (2005a)은 옥천 변성대 남서부 지역의 저·중변성 퇴적암을 대상으로 자기이방성 및 광물자기학적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변성도가 증가할수록 자기엽리조직(magnetic foliation fabric)에서 자기선조직(magnetic lineation fabric)으로 전이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또한 석탄기 말에서 페름기 초에 발생한 조산운동과 관련된 NW-SE 방향의 압축 변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Park et al. (2005b)은 옥천 변성대 중앙부에서 AMS 분석을 통해 석탄기 후반 조산 운동과 관련하여 동남향 충상운동과 이후의 역기울기(back-steepening) 작용에 따른 복합적인 변형 조직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성광물의 분포를 통해 변성대 내 열구배를 추정하였다. Cho et al. (2014)은 한반도 남동부의 제4기 단층들을 대상으로 단층 가우지의 자기미세조직을 분석하여 대부분의 단층에서 역단층 운동에 따른 판상형(oblate type) 자기조직이 우세하였으며, 최후기의 변형 응력장은 동북동-서남서 방향의 압축 응력장으로 해석하였다. Shin et al. (2024)은 남극 마리아나 해령 부근의 해양 퇴적물을 분석하여, 자기선조직의 방향성을 통해 저층 해류의 흐름 변화와 퇴적물 공급 경로의 변화를 재구성하였다.
이처럼 자기이방성 분석은 변성암의 변형 이력 해석, 단층 운동 감각 및 응력장 복원, 용암 및 수류 방향 복원 등 다양한 지질학적 문제 해결에 적용 가능하며, 특히 미세한 자성광물 배열에 기반한 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야외 지질조사나 구조지질학적 해석을 보완하는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기이방성 해석의 한계점으로는 이방성 조직이 다단계 변형 이력의 최후기 정보만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동일한 자기이방성 패턴이 복수의 해석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며, 이는 현장 구조지질 정보와의 통합 분석을 통해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3.5. 섭입대 부근의 자기이상 연구
섭입대 인근에서 관측되는 해양 자기이상(marine magnetic anomaly)의 감쇠 현상은 해양지각 생성 시 자성광물이 기록한 고지자기 신호가 섭입 과정에서 열, 압력, 유체 등의 다양한 지질환경 변화에 의해 변형된 결과로 이해된다. 자기이상은 해양지각이 형성될 당시 지구자기장을 기록한 흔적으로, 이후 섭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적 구조 변화, 유체의 이동, 압력 증가 등 지구동역학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자기이상 약화 현상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보다는 복합적인 지구내부 작용의 결과로, 최근에는 컴퓨터 수치모델링을 활용한 통합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Choe and Dyment (2020a)는 일본해구(Japan Trench) 주변의 outer rise (outer trench high)로부터 해구에 이르는 구간에서 해양 자기이상 진폭이 약 20% 감소함을 관측하고, 이를 섭입 직전 해양판의 휘어짐과 이로 인한 단열 발달, 열수순환(hydrothermal circulation)에 따른 티탄자철석(titanomagnetite)의 변질로 해석하였다. 이어서 Choe and Dyment (2020b)는 해구 이후 섭입된 지각에서도 자기이상 약화가 지속됨을 보이며, 이는 지각 내 자성광물이 섭입 과정에서 큐리온도에 도달해 자화를 상실하는 열소자(thermal demagnetization)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이 해석은 Choe and Dyment (2021)에 의해 일본, 알류샨 서부 및 중부, 알래스카, 카스카디아 등 다섯 개 섭입대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되었고, 해양지각의 연령에 따라 자기이상 감소 양상이 구분됨을 제시하였다. 즉, 오래된 지각에서는 섭입 전후 단계 모두에서 점진적인 감소가 관측되며, 젊은 지각에서는 섭입 이후에 급격한 자기이상 감쇠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적 해석도 제시되고 있다. Han et al. (2023)은 동일본 해구를 대상으로 한 고해상도 수치모델링을 통해, 섭입된 해양지각의 온도가 주요 자성광물의 큐리온도에 도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이 결과는 기존의 열소자 메커니즘 대신 압력 증가에 따른 자성광물의 상전이(phase transition)와 이로 인한 압력 유래 소자(pressure-driven demagnetization)를 자기이상 감쇠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섭입 전과 후에서의 열수 순환 차이를 모델에 반영하고, 지각-맨틀 경계에서의 마찰계수와 지열 구조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섭입대에서의 자기 감쇠 현상뿐 아니라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지구동역학적 해석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섭입대 자기이상 감쇠 현상에 대해 기존의 열에 의한 소자 모델과 압력 유래 소자 모델 간에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 주제는 해양지각의 고지자기 보존성, 자성광물의 물리·화학적 변화, 그리고 섭입 환경의 지구동역학적 조건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다양한 섭입대 조건에서의 자기이상 변화를 실측 및 실험 자료와 수치모델링을 결합하여 해석하고, 온도 및 압력 조건 변화에 따른 자성광물 반응과 고지자기 신호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4. 결 언
고지자기학은 암석에 기록된 잔류자화를 분석하여 과거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복원함으로써 대륙의 이동, 판구조운동, 지구 내부 동역학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자료를 제공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고지자기학의 이론적 배경과 연구 역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수행된 주요 연구 성과와 그에 따른 학술적 쟁점을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고지자기학이 한반도의 지질 구조와 고지리적 진화를 해석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반도는 북중국지괴와 남중국지괴의 경계에 위치하며, 다양한 시기의 고지자기 자료를 통해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의 기원 및 이동 경로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지질학적 복잡성과 더불어 재자화의 영향, 시료의 보존 상태, 실험적 처리의 정밀도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아울러 고지자기학은 지구자기장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고환경 복원, 환경오염 추적, 고고학적 연대 추정, 자기이방성을 활용한 화산 및 구조 지질 분석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학적 지표를 활용한 고기후 변화 해석이나 도시 환경에서의 중금속 오염 분포 분석, 가열 유물을 통한 고고지자기 연대 추정 등의 연구는 지구과학의 응용 가능성을 넓히는 중요한 사례들이다.
앞으로의 고지자기학 연구는 신뢰도 높은 1차 NRM 성분의 분리, 광역적 자료의 축적, 지질학적 맥락과의 정합성 확보를 중심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 대해 보다 정밀하고 일관된 해석이 가능할 것이며, 고지자기학의 활용 범위 또한 학제적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도, 2026년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사업임(2022R1F1A10730121, RS-2019-NR0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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