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무엇이 문제인가?
초록
국내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논평한다. 그들은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의 전문가도 아닌 아마추어로서 과학교과서까지 수정하라는 청원을 정부에 제출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창조론자들의 활동은 잘못된 성서관에 근거하는 것으로 과학 활동은 아니고 주류 기독교의 교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지질학과 고생물학에 관해서 어떠한 주장을 하는가를 제시하고 이를 논한다.
Abstract
Based on Biblical records Korean creationists criticize modern sciences, especially geology and paleontology. Their criticism cannot be regarded as science, or as conforming to orthodox Christianity, but rather is erroneous Biblical interpretation. They are impudent enough to ask the Korean Government (Ministry of Education) to revise the science text-books. They are not considered as professional scientists but only pseudo-scientists. Their assertions are briefly reviewed here.
Keywords:
Creationism, science text-books, geology, paleontology키워드:
창조론, 과학교과서, 지질학, 고생물학1. 서 언
‘창조냐 진화냐’의 논쟁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결론 없는 끝없는 논쟁일 뿐이며, 그래서 부질없는 정력 낭비라고 일반인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이웃 일본에서도 오래 전에 이미 끝난 논쟁이다. 다만 언론의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창조론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1980년대부터 소위 “창조과학회”라는 단체가 생겨 여러 교회나 대학을 돌며 창조론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창조과학회는 일부 과학자들과 대부분 종교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주요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전국 각지에 지부를 설치하고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린 막강한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선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주로 과학적 배경이 약한 대학생이나 일반 교인들이다. 이들은 창조론의 내용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어 과학교과서 대신 중고등학생들에게 교육시키려고 한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검인정 과학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요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하여 물의를 빚은 일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들의 요구사항을 출판사에 배부해 반영토록 조치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사실이 외국에까지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이 구독하는 ‘Nature’에서는 “한국정부가 창조론자들에게 굴복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일이 있다(Park, 2012). 이는 국제적으로 국내 과학계가 망신을 당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한국고생물학회’에서는 몇몇 회원이 개별적으로 이에 반박 성명을 발표하였고(Yang, 2011, 2013), 학회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반박문이 발표되었으며 ‘진화론 특집’을 한국고생물학회지 특집호로 마련하였다(The Paleontological Society of Korea, 2012, 2014).
그러나 모학회라고 할 수 있는 대한지질학회는 물론 교육의 중심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지구과학회에서 이 문제에 관해 아직 아무런 공식 언급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여기서 창조론자들로 구성된 ‘교진추’(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의 약자)가 요청하는 과학교과서 개정 문제와 창조론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근거로 무엇을 주장하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2. 교과서 개정 요청 문제
교과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대회에서 수많은 토론과 비판을 거쳐 학자들 사회의 합의된 내용만을 요약해서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도록 만든 과학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과서 개정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사항이고 아마추어가 간여할 사항은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교진추’에서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적 내용에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물론 ‘교진추’에도 소위 학위를 갖고 있는 인사가 없지 않으나 학위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학위를 받은 뒤에도 해당 분야에 계속 우수한 논문을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고 국제 학술지에도 연구 실적을 상당히 쌓은 인사라야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창조과학회’(필자는 ‘교진추’ 회원 구성은 ‘창조과학회’와 대동소이하다고 판단함)에는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의 전문가로 인정받을만한 인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교과서를 개정하라는 내용은 주로 화석에 관한 것이다. 말의 진화 모습과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 화석의 그림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즉 말의 진화가 그림처럼 단선적인 것이 아니고 시조새가 반드시 조류의 조상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말의 진화를 나타낸 단순한 그림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고생물학자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진화의 복잡한 계열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교과서의 공간 문제에 걸리기 때문에 단순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같은 예를 인류의 진화 현상을 표현한 그림에서도 볼 수 있다. 인류의 진화도 매우 복잡하여 좁은 지면에 단순화해서 표현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류 진화의 그림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시조새 화석은 Darwin (1859)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직후인 1861년에 독일 Solnhofen 석회암에서 발견되어 당시 Darwin의 학설을 확실하게 지지해주는 증거로 이해되었다. 즉 수각류 공룡의 골격에 조류의 특징으로 생각된 깃털을 보여주어 시조새가 수각류 공룡에서 조류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화석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전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많은 화석을 발굴하여 연구하면 모든 생물종이 진화하는 모습을 활동사진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 화석이다. 그래서 시조새 화석은 화석 중에 가장 소중한 대우를 받은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화석표본은 대영박물관과 독일 Berlin에 있는 Humboldt대학 자연사박물관 등에 보관중이다. 대영발관에 소장된 표본을 흔히 London specimen, Humboldt대학 자연사박물관의 것을 Berlin specimen이라고 한다. 우리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대부분 Berlin specimen이다.
영국의 천문학자인 Fred Hoyle 등은 1985년에 대영박물관이 자랑하는 시조새 화석(London specimen)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발표하였다. 즉 그는 소형 수각류 공룡인 Comsognatus의 골격을 암석 가루반죽과 함께 조작해서 만든 가짜라고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영국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대영박물관의 위상을 위해서도 그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았다.
이를 위해 언론인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십 명의 검증단이 조직되었다. 상당 기간에 걸친 조직적이고 세밀한 검증 결과 시조새화석이 가짜일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얻었다.
그 후 독일에서 시조새 화석과 조류의 진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관련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렸다(Hecht et al., 1985). 이를 계기로 Wellnhofer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Scientific American'잡지에 특집 기사와 함께 그때까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다(Wellnhofer, 1990).
Wellnhofer에 의하면 지금까지 Solenhofen 석회암에서 모두 6개의 시조새 골격 화석과 한 개의 깃털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들 시조새 화석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화석표본들이 보여주는 형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진화학적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시조새 화석의 형질들로 실제 비행이 가능했을까, 비행 동물로의 진화에는 어떠한 형질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시조새가 보여주는 형질들을 비교 검토하였다. 그 결과 비행 능력은 그렇게 우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여러 곳의 중생대 지층에서 깃털을 갖는 골격 화석이 많이 발견되어 공룡으로부터 조류로 진화하는 사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거들이 발표되고 있다(Brusatte et al., 2014).
그러나 창조론자들은 Hoyle의 ‘시조새 화석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아직도 사실처럼 선전하고 있다. 실은 고생물학에 관한 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Hoyle이 실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견에 맞는다고 Hoyle의 의견이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허위 선전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시조새 화석만이 현생 조류의 조상이 아니고 공룡과 조류 사이에 연계종이 훨씬 많이 알려져 이전보다 조류의 진화계열이 더욱 확실해졌다는 사실이다.
말의 진화나 조류의 진화는 이들 분류군의 전문가 이외에 일반 아마추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극히 전문적인 사항이다. 한마디로 창조론자들이 화석에 관한 내용의 교과서를 개정하라는 요구는 스스로 과학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분수를 모르는 매우 터무니없는 것으로서 국제적으로 국위를 추락시키는 불행한 일이다.
3. 창조론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
창조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지질학과 충돌되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3.1 지구의 나이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약 46억 년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창조론자들은 6천 년 혹은 길어야 1만년 이내라고 주장한다. 이는 성서에 기록된 창세기의 사건부터 연대기를 합산하여 BC 4004년 9월 몇 일에 지구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46억 년이라는 지구 나이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지구가 그들의 주장처럼 그렇게 젊지 않다고 하는 사실은 지질학을 현대과학으로 출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국의 James Hutton이나 Charles Lyell 등의 동일과정설이나 점이설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창조론자들의 주장처럼 지구가 1만 년 혹은 6천 년 정도로 젊다면, 지구상의 지질학적 변화를 어느것 하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지형 변화, 지층의 형성, 화석화 작용, 지질구조 등 어느 것도 합리적 해석이 불가능하다.
현재 지상의 지형은 오랜 시간에 걸쳐 풍화 침식작용의 결과라고 하는 것은 상식이다. 수 km가 넘는 지형의 기복은 거의 모두 유수의 삭박작용의 결과인데 이들이 수천 년 혹은 1만 년 사이에 이루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층은 모두 육상에서 일어나는 풍화 침식 운반작용으로 저지대에 퇴적되어 굳어진 것들인데 이들이 어떻게 1만 년 이내의 시간 안에 형성된 것이라고 믿는지…. 화석화작용이나 지질구조 등도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19 세기에 지구 나이를 추정하기 위해 지층의 두께, 바다의 염분 등을 고려했던 지질학의 선각자들도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수천만 년 이상으로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20세기 초부터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석연대 측정 가능성이 알려짐에 따라 이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여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으로 측정되기까지 거의 반세기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하여 얻은 결과를 어떻게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성서의 기록을 근거로 부정할 수 있는지….
물론 거대한 운석충돌 사건이 알려져 지구상의 변화가 선각자들의 생각처럼 점이적이고 동일한 과정만을 겪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들이 최근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점이설이나 동일과정설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약 1만 년 정도뿐인 인류의 역사에서 수백만 년 규모의 간격으로 일어난다고 알려진 거대 운석충돌사건은 인류의 경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인류의 경험 범위를 벗어나는 사건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지질학의 근본 원리를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3.2 화석생물 즉 고생물의 이해
창조론자들은 현생생물이나 고생물이 다르지 않고 모두 같다고 주장한다. 이는 “하나님은 완전한 분이라 그분이 창조하신 것도 모두 완전하여 더하고 뺄 것이 없다”는 성서 내용에 근거한다. 화석은 노아 홍수 시 익사한 생물로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알프스에서 조각에 필요한 석재를 위해 채석장에서 화석이 암석 속에 보존된 것을 관찰하고 이들은 노아홍수와 관계없고 암석이 생성되던 당시 지구상에 살던 생물들이라고 현대적인 생각을 기록한 일이 있다.
화석생물과 현생생물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은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지질학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지질시대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창조론자들의 생각이 옳다면 지금까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는 물론 캄브리아기, 쥐라기, 백악기 등 지질시대는 모두 허구가 된다. 그러면서 창조론자들은 지질시대 명칭을 버젓이 사용한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다.
생물의 종 판단은 해당 분류군에 대한 분류학자의 고유 권한이며, 분류학의 기초도 없는 이들이 여기에 간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삼엽충을 현생생물 중에서도 찾을 수 있는가? 그리고 공룡들이 아직도 생존하고 있다는 말인가.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그림은 만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가인리 해안가에는 천연기념물 499호로 지정된 공룡 화석산지가 있다(Huh et al., 2009). 여기에는 거대한 용각류와 중형의 조각류, 그리고 길쭉한 모양의 익룡의 뒷 발자국들이 동일한 층리면에 잘 보존되어 있다.
창조론자들은 이곳에 나타난 익룡의 발자국이 인류의 발자국으로 판단하고 인류와 공룡이 공존한 증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중생대 어느 시대에도 인류의 골격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길쭉한 모양의 발자국은 당시에 살았던 익룡의 뒷 발자국으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다(Kim et al., 2012). 수많은 익룡의 종 가운데 어느 종이 발자국의 주인인가 하는 문제는 발자국 화석의 한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것을 확실하게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다.
3.3 연계종의 부재
Darwin이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 종은 기존의 종에서 세대 간에 변이가 점이적으로 누적되어 탄생된 것이라면 종과 종 사이에 연계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Darwin이 기대한 것만큼 연계종이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즉 A라는 종에서 B라는 종으로 진화가 일어났다고 하면 A와 B의 중간 종이 화석으로 발견되어야 한다. 즉 A와 B 양쪽 형질을 공유하는 종이 발견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80여 년간 고생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그처럼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드물 뿐이다. 이는 우리 눈에 익숙한 육상 동물만을 고려할 때 드물거나 없다는 것이고 연체동물과 같이 물속에 사는 동물에서는 상당히 알려지고 있다. 그 원인은 생물의 서식환경과 관련된 화석화작용 때문이다. 즉 육상 동물은 화석으로 보존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반면 수저에 사는 동물은 보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계종이 드문 원인은 미국자연사박물관의 Eldredge와 하버드대학의 Gould가 197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속적 진화 모델을 제시하면서 밝힌 바 있다(Eldredge and Gould, 1972). 즉 모든 생물 종은 모집단(母集團)에서 평상시에 점차적으로 꾸준히 진화하는 것이 아니고 소수의 개체들이 모집단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환경에 도전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종이 탄생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계종이 화석으로 많이 발견되지 않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현생 생물학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하나의 중요한 진화학설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Eldredge와 Gould의 논문이 발표되자 창조론자들은 연계종이 발견되지 않음을 고생물학자들이 고백하지 않느냐. 따라서 Darwinism은 이제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이를 계기로 미국 과학교과서에 진화 대신 창조론을 싣고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법원에 제소한 일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관련 고생물학자를 증인으로 불러 “진화는 이제 허구로 밝혀졌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Darwin의 학설(theory)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지, 진화의 사실(fact)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하여 창조론자들이 다시금 법정 다툼에서 패한 것이다.
이 무렵 미국에서 유학중 창조론자들에게 영향을 받고 귀국한 일부 인사들이 KAIST를 비롯하여 국내 유수한 대학에 소속되면서 소위 ‘창조과학회’를 만든 것이다. 이들이 과학에 입문하려는 학부생들을 설득시켜 창조론의 일선 전도사로 활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3.4 캄브리아기 생물의 폭발적 등장
은생이언(선캄브리아기 또는 시생대와 원생대)에는 화석이 매우 드물지만 캄브리아기에 들어서 거의 모든 생물의 문들(門, Phylums)이 화석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창조론자들은 하나님이 캄브리아기에 모든 생물들을 종류대로 창조하신 후에 그들이 그대로 면면이 이어져 현재까지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지질학적으로 은생이언이 끝나고 현생이언(고생대 이후)이 시작되는 캄브리아기 초에 폭발적으로 화석이 발견되는 현상을 창조론자들은 Darwin의 진화이론이 잘못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Darwin의 점이적인 진화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러한 갑작스럽고(사실 백만년 정도는 지질학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으로 본다) 폭발적인 생물의 등장은 지구 전체의 진화 현상과 관련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은생이언인 선캄브리아기에는 지구 대기성분이 현재와 많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태양계의 목성형 행성처럼 초기의 지구 대기에는 질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수소, 메탄, 탄산가스 등으로 구성되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은생이언에는 바다에 규조류와 같은 미생물 상태의 식물들이 등장하여 수십억 년 살아오면서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차츰 산소 성분을 대기에 축적시켰다. 이에 따라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되었고 그 상층에 오존층이 형성되었으며, 오존층이 형성됨에 따라 심해에서만 살던 생물들이 차츰 천해저는 물론 육지 부근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고 해석한다.
은생이언에는 생물들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먹이사슬도 미처 형성되지 않았고 따라서 단단한 각이나 껍데기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생이언말이 가까워지면서 차츰 다양한 생물들이 등장함에 따라 먹이사슬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함께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각이나 단단한 껍데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바로 이 시기가 은생이언이 끝나고 현생이언(캄브리아기 초)으로의 전환하는 시기라고 본다. 연체부로만 이루어진 은생이언의 생물들은 거의 다 화석화작용에서 지워져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은생이언에는 생물계에 치명적인 자외선을 비롯한 우주선에 대해 방패 구실을 하는 오존층이 아직 두텁게 형성되지 않아 생물들은 대부분 심해저에 서식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육상에 노출된 지층에서는 은생이언의 화석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Yang, 1992).
3.5 계통진화 계열의 몰이해
지구상에 각 생물군들이 처음 지구상에 등장한 순서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원핵생물 → 진핵 생물 → 단세포생물 → 다세포생물 → 삼엽충과 완족류 → 연체동물 → 어류 → 양서류 → 파충류 → 조류와 포유류 → 인류
이처럼 계통 진화를 시대 순으로 나열한 것을 계통진화라고 한다. 계통진화는 흔히 고기의 것일수록 하위에 신기의 것일수록 상위에 나타낸다. 즉 원핵생물, 진핵생물, 단세포 생물의 등장은 은생이언 지층에서, 삼엽충이나 연체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등장은 고생대 지층에서, 조류와 포유류의 등장은 중생대 지층에서, 인류의 등장은 신생대 지층에서 처음 출현한다.
고생물학에서 거론하는 계통진화를 창조론자들이 오해하고 있다. 즉 원시 동물은 노아홍수에서 대피하는 데 발달된 동물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하위지층에서 발견되고 발달된 동물은 신속히 대피하여 상위 지층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설명은 지질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지형적 상하와 층서적 상하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일어난 오해이다. 즉 고생대 삼엽충이 발견되는 강원도 태백시의 고생대층은 층서학적으로는 하위지만 지형으로는 산정에 분포한다. 포항의 신생대 고래화석은 지형으로는 해수면 가까이 하위에 있지만 층서적으로는 상위에 해당된다.
적어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에 대해서 논쟁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중등교과서 수준의 상식에 속하는 사항 정도는 사전에 학습해야 하지 않을까. 상식적인 사항까지 오류를 지적당한다면 더 이상의 고급 논쟁이나 토론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화석을 이용한 생층서학(biostratigraphy)은 Darwin이 진화이론을 발표하기 40여 년 전인 1816년에 William Smith가 '동물군 천이의 법칙'을 발표하여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Darwin도 진화론을 발표하는 데 동물군 천이의 법칙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3.6 노아홍수 설화
창세기에 하나님의 경고에 따라 노아가 아들 몇을 데리고 방주를 만들고 거기에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을 암수 한 쌍씩 방주에 넣어 40일간 홍수를 피하게 했다는 설화가 있다. 이를 창조론자들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생물들 그 중에서 식물은 제외하고 동물만도 약 180만 종 가까이 알려져 있고 아직 미기재종까지 합치면 500만 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Raup and Stanley, 1977). 성서에 기록한 대로 지상 동물은 우리 주변의 가축들 외에도 야생동물들이 엄청나게 많고 많다. 이들을 어떻게 방주로 유인하여 40일간이나 지나게 했는지? 이들을 모두 제대로 수용하려면 방주의 규모는 아마도 현재 핵 항공모함의 10배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배를 아들 몇 명을 데리고 어떻게 건조했다는 말인지?
그리고 노아 홍수로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도 물속에 잠겼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Newell에 의하면 지상의 가장 높은 산이 물에 잠길 정도라면 현재 수권의 3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Newell, 1982). 그리고 그 엄청난 양의 물이 홍수가 지난 후 어디로 흘러갔을까?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서 해수면이 상승할까? 강수 현상은 수권의 대류 현상으로 바닷물이 증발하여 지상에 내리는 것이므로 결코 해수면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 이상으로 사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에서 배울 수 있는 상식이다. 이러한 주장을 부끄러움도 없이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이들을 과학자로 대우해야 하는가.
3.7 Grand Canyon이 노아홍수의 증거?
창조론자들은 노아 홍수 현상이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고 전지구적 현상이었다고 한다. 그 증거로 Grand Canyon을 들며 이것이 노아홍수 시에 침식된 흔적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아무리 홍수의 규모가 컸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권의 대류 현상이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여 세계 전체를 덮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Grand Canyon의 깊이는 거의 2 km가 넘는 거대한 계곡인데 이것이 일회성 홍수가 빠져나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침식이 한 번의 홍수 사건으로 그렇게 큰 계곡을 만들 수 있을까. Grand Canyon을 구성하는 기반암은 모두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암석이 어떻게 한 번의 침식으로 만들어질 수가 있다는 것인지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3.8 지질계통 수립이 의심스럽다?
창조론자들은 지질계통에 의심을 나타낸다. 즉 지구상 어디에도 가장 고기의 지층부터 최근의 지층까지 하나의 지질 단면에 모두 쌓여있는 곳은 없다. 여기저기 산재된 지층들을 모아서 지질계통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지질계통은 일종의 상상의 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층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뿐이다.
지층이 어디에나 쌓이는 것이 아니고 주위보다 낮은 곳에 쌓인다. 어느 지역에 퇴적암이 계속 형성되려면 퇴적물이 퇴적되는 것만큼 그 지역이 침강해야 한다. 어느 정도 두껍게 퇴적암이 쌓인 지역은 지각 평형 때문에 반대로 융기한다. 융기하는 지역에서는 더 이상 퇴적암이 형성될 수가 없고 반대로 침식이 일어난다. 따라서 퇴적분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이 형성된다.
어느 한 곳에 모든 시대의 지층이 쌓일 수 없다는 사실은 지구물리의 기초에 해당하는 것이고 지질계통을 의심하는 것은 과학을 모르기 때문이다.
4. 창조냐 진화냐 논쟁에서 창조론자들의 주장과 그 비판
필자는 1991년 ‘과학동아’의 요청으로 창조론자들과 논쟁을 버린 일이 있다. 창조론자들의 주장이 전문과학자로 논쟁을 하기에는 너무 저급한 아마추어 수준이라 자존심에 관련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한두 번 참여하고는 계속 참여해 달라는 요청에 이러한 저급 논쟁에 참여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사양했다. 그러니까 지질학에서 더 이상 논박할 수 없어 논쟁을 포기한 것으로 오해하는 모양이다.
여기서는 내가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주장한 내용은 지질학자라면 매우 상식적인 것이어서 생략하고 창조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하나하나 논박하려고 한다.
4.1 지리학자 유근배와 환경학자 김정욱(Yu and Kim, 1991)의 주장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 ① 귄즈(Guenz)와 민델(Midel) 간빙기에 북미대륙의 해수면이 현재보다 약 100 m 상승했다고 한다.
필자의 비판: 간빙기에 해수면이 상승하였다고 하는 것은 대륙 빙하가 녹아 해수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수면 상승이 글로벌한 현상이라면 어느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동시적이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해수면의 상승 하강은 수량의 증감 외에도 실제로 대륙의 융기와 침강 현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들은 육지가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 ② 현재 우리가 보는 높은 산지들이 노아홍수 기간에는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의 비판: 노아홍수 시에는 아직 높은 산들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하면 현재 에베레스트 산을 비롯하여 세계의 높은 산들은 노아홍수 이후 그들이 주장하는 6천 년 혹은 1만 년 정도의 기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그 사이 언제 어떤 원인으로 현재와 같은 지형이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홍수 이전에는 지형의 기복이 없이 평탄했을까? 이러한 설명이 정통 지리학계의 정설인가? 땅 위의 가장 높은 산이 물에 잠겼다는 이야기에 맞추려고 지구상에 기복이 없고 평탄했다는 것 같다. 참으로 편리한 발상이다.
- ③ 노아홍수 시에 화산폭발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지하수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비판: 높은 산을 덮을 정도의 물을 화산활동 중 지하수에서 찾는데 화산활동 중에 지하수가 그토록 많은 양의 물이 솟아난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지리학을 전공하는 유근배의 생각대로 홍수 이전에는 지구상에 기복이 없이 평탄했었다면 많은 양의 물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다. 그러나 왜 홍수 이전에 평탄했던 지형들이 홍수 이후에 생겨났을까. 그리고 홍수전에 지하수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홍수가 지난 후에는 그 많은 물이 어디로 스며들었다고 생각하는지….
- ④ 대홍수 사건이 백악기 말 화산활동이 심했던 시기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의 비판: 백악기 말 화산활동과 대홍수 사건이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한 앞의 ③ 외에 왜 홍수가 화산활동과 관련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창조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약 6천 년 전에 화산활동이 일어나 40일 동안 용암 분출과 함께 지하수가 흘러나와 지구를 덮었다고 하면 현재도 지구상 여러 곳에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지역에서는 왜 홍수가 일어나지 않는가.
- ⑤ 고도가 8 km에 이르는 에베레스트 산정에도 화석이 발견되는 이 현상은 에베레스트 산도 대홍수에 덮였다가 대홍수 말기에 일어난 수직적인 조산운동 덕분에 높은 산이 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필자의 비판: 노아홍수 시에 물에 잠겼던 에베레스트 지역이 홍수 이후에 수직적인 조산운동으로 높은 산이 되었다고? 그것도 6천 년 사이에 8 km 고산 지대를 형성했다면 적어도 1년에 1 m 이상 융기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고 발상이다. 도대체 어느 조산운동이 계속 같은 지역에서 매년 1 m씩 융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일까? 이러한 지리학자의 놀라운 발상은 그야말로 창조적인 것이어서 창조론에 걸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⑥ 성서에 노아홍수 이전에는 매우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기록된 것은 중생대 기후가 현재보다 온난했다는 지질학적 증거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필자의 비판: 백악기에 지구상의 기온이 현재보다 6℃ 정도 높았다는 고기후학적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 같다. 기온이 현재보다 높으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까? 현재 지구의 기온 상승이 전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지…. 노아홍수 이전이 곧 중생대에 해당한다고? 그러니까 백악기가 노아홍수 사건 바로 전이라면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 살던 때를 가리키는 것일까? 그래서 날씨가 따뜻해서 아담과 이브가 벌거벗고 살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참으로 창조론답다.
- ⑦ 석탄과 석유의 생성 기원을 대홍수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없이는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필자의 비판: 석탄과 석유의 생성 원인에 어떻게 대홍수와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인지 매우 놀라운 발상이다. 이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하여 국위를 선양할 필요가 있겠다. 이에 대해 석탄이나 석유가 형성되는 과정을 구태여 여기서 설명해야 할까? 물론 지구의 나이가 6천 년 혹은 1만 년 정도로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 ⑧ 동일과정설의 맹점으로 화산활동, 구조운동(조산운동을 포함), 대륙빙하의 발달, 해수면 변동, 기후의 변동 등은 설명이 안 된다. 따라서 동일과 정설 대신 격변설(격변설, catastrophism)이 옳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비평: 동일과정설은 그들이 지적한대로 지질학이 현대과학으로 출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동일과정설에는 조용한 풍화 침식 운반작용 외에도 화산, 지진까지도 포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화산활동, 지진 등 현재 관찰할 수 있는 변화가 현재만이 아니고 과거에도 일어났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므로 현재를 관찰하면 과거를 해석할 수 있고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단히 “현재는 과거의 열쇠다”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의 나이를 1만 년 이내로 생각하면 전혀 설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지리학이 다른 분야보다는 지질학과 관련이 깊은 분야이긴 하지만 지리학자 유근배의 지질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실망스러워 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른 구성원은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사람이 창조과학회를 대표해서 지질학을 비판하고 있다.
4.2 신경생물학자 김경태(Kim, 1991)의 글
- ① 흔히 진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원시적인 단순한 생명체가 오랜 시간을 거쳐 복잡한 생명체로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는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할 수도 없다. 과학이라면 반복적 실험을 통해 증명되어야 사실로 받아드릴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비판: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화의 정의는 맞다. 그러나 그는 진화론이 Darwin에 의해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을 모르는 것 같다. Darwinism 보다도 약 40여 년 전 William Smith가 동물군 천이의 법칙을 발표하였다. 즉 동물 화석들이 지층이 쌓인 순서에 따라 천이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이것으로 멀리 격리된 지층들의 동시성 여부와 선후관계를 밝히고 지질학의 계통수립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Smith가 우연히 알게 된 동물군 천이의 법칙은 곧 동물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은 곧 진화의 사실을 말해준다. 김경태 자신도 캄브리아기라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캄브리아기는 그 전 시대와 그 후 시대의 화석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구별되는 것이다. 즉 진화의 사실에 근거하여 정의된 것인데, 아마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다.
- ② 초파리는 잠자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 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진화는 실험으로 재현이 불가능하여 과학적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필자의 비판: 생물 진화는 적어도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현미경을 통해 아무리 관찰해도 이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초파리로부터 잠자리로 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진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그가 진화학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진화학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초파리는 초파리대로 진화하고 잠자리는 잠자리대로 진화한다. 이는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창조론자들은 유인원이 왜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했는가 또는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가축들은 왜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는가 하며 진화론을 논박하기도 한다. 이는 진화학의 A B C에 해당한다. 여기서 구태여 이들을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이외에 유전학, 생태학, 열역학의 법칙 등을 들어 진화론을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필자의 전공범위를 벗어나는 사항이라 논평을 사양한다.
4.3 핵공학자 노희천(Noh, 1991)의 창조론
- ① 1백 개의 아미노산이 특정한 순서로 나열될 수 있는 확률은 1/10130에 불과하다.
필자의 비판: 맞다. 0에 가깝다. 그러나 확률은 확률일 뿐 현재 존재하는 사실을 확률이 0에 가깝다고 하여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의 인구 가운데 A라는 남자와 B라는 여자가 만나 결혼 할 수 있는 확률도 0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 ② 생화학자 레닝거(Lehninger)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생화학'에서 “1백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은 생체내에서 단 5초만에 합성되지만, 생체 밖에서 저절로 합성되는 데는 1050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생명체 합성에는 지름길(shortcut)이 있어야 한다”고 기록했다.
필자의 비판: 현대 과학이 생명 현상을 완전하게 설명하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지름길이 필요하고 하나님이 말씀으로 지으셨다는 성서를 과학교과서에 실을 수는 없다. 이러한 주장은 종교적 믿음일 수는 있으나 과학은 아니지 않은가. 현대과학이 거기까지 아직 발전하지 못해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지, 지름길을 찾아 성서의 기록을 더듬는 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 ③ 지층기둥(geological column)을 가정하고, … 실제로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의 12개 지층을 수직으로 모두 보여주는 지층기둥은 지금까지 지구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층의 단면을 가장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Grand Canyon에도 5개의 지층만이 존재하며….
필자의 비판: 지층기둥(geological column)이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 12개 지층을 수직으로 모두 보여주는 지층기둥은 어디에도 없고 Grand Canyon에서도 5개의 지층만이 존재한다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지층이나 층을 영역하면 bed, stratum, formation, layer 등이 되겠는데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개념상 맞지 않다.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 12개의 지층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기(紀, period)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렇다면 40억 년 이상의 시대를 지시하는 시생대와 원생대는 왜 빠트렸을까. 지질단면에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 모든 시대의 지층이 하나의 지층기둥(이것도 지층기둥이 아니라 지질단면 geological section)에 쌓이려면 그곳은 융기 없이 침강만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지구물리학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러한 현상은 지구물리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타 분야에 대해 논쟁을 하려면 적어도 기초적인 단어의 개념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구사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것을 가리켜 만용이라고 하지 않을까.
- ④ 1백 50여만 종의 생물들이 출현하려면 종(species)과 종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형태의 화석이 1백 50여만 이상이어야 하므로 지층 속에 중간 형태의 생물화석이 무수히 많아야 하지만, 현재까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로 발견되는 화석의 형상은 대진화의 가설을 부정하고 있다.
필자의 비판: 150만 종의 생물은 화석 생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현생 생물 가운데 생물 분류학자의 눈에 띄어 보고된 종 수를 가리킨다. 화석생물은 현재까지 22, 3만 종이 보고되었을 뿐이다. 이는 화석 생물이 현생생물보다 종의 수가 적어서가 아니고 실제로는 현생 생물보다 훨씬 많다고 추정되지만 화석으로 보존되어 고생물학자의 눈에 띄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화석에서 A라는 종이 층서적으로 B라는 종을 거쳐 C라는 종이 발견되었다면 B가 곧 A와 C의 연계종이라고 할 수 있다.
- ⑤ 창조론자가 주장하는 대로 생물이 종류대로 만들어졌다면 중간형태의 전이화석은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비판: 하나님이 생물을 종류대로 만들었다면 중간형태의 전이화석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각 지질시대마다 새로운 종들이 각 분류군 마다 수 없이 등장하는 데 이들 종들도 하나님이 수없이 많은 시기에 그때그때 만드신 것이라면 왜 유사한 생물종들을 층서적으로 점이적인 형태를 보이도록 만들어 헷갈리게 하셨을까. 흔히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캄브리아기에 모든 종들을 종류대로 만드셨다면 그 후의 지층들은 모두 같은 시대로 정의되어야 한다. 참으로 지질학자들이 핵공학자인 노희천보다 관찰력이 못해서인가, 사고력이 낮아서인가. 그의 지적이 옳다면 Smith의 동물군 천이의 법칙은 역시 무효가 되어 버린다.
- ⑥ 시조새는 독일 소른호텐(Solnhofen) 지방의 석회암에서 발견된 것인데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생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조새가 파충류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날개 끝에 발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날개 끝의 발톱이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형태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필자의 비판: 이에 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같은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필자도 연체동물을 전공하는 자로서 척추동물의 구체적인 진화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왜냐하면 전문 학술 용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 척추동물의 연구사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없기 때문이고, 필자가 만일 이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언설을 공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면 자신이 곧 아마추어로 전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5. 성서관과 과학관
5.1 성서관
창조론자들에게는 자신들 고유의 이론적 체계가 없다. 현대과학을 비판하는 근거는 오직 성서이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고 지구를 비롯한 모든 자연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임으로 성서의 내용이 틀릴 수가 없다고 믿는 것 같다.
60여 년간 개신교의 평교인으로 지나온 필자는 성서가 어느 서적보다도 필자 자신은 물론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인류 문화에 매우 중요한 유산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성서는 하나님이 직접 집필하신 것도 하느님의 말씀을 녹음했다가 이를 기록한 것도 아니다. 수천 년 전 유대인 가운데 선지자들이 명상(기도)하는 가운데 계시를 받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계시는 선지자들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그들은 현대과학이 싹트기 수천 년 전에 기록한 것이다(Oh, 2001).
그러므로 성서에는 ‘하늘’과 ‘땅’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뿐 ‘지구’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당시에 계시를 받아 기록한 성서의 내용으로 창조론자들은 현대과학을 비판하는 것이다(Yang, 2012).
창조론자들은 성서의 내용 특히 창세기의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믿고 이러한 내용들이 현대과학과 충돌하는 것은 현대과학이 틀린 것이거나 아니면 아직 성서의 내용을 받아드릴 만큼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이 어디까지 성숙해야 성서 기록을 과학으로 믿게 되는지….
필자(Yang, 1989)는 Newell이 저술한 “Creation and Evolution”를 번역 출간하면서 진화론자로 알려져 자의반 타의반 창조론자들과 여러 차례 논쟁한 일이 있다(Yang, 1990, 1991, 1995, 2008, 2011, 2013, 2014).
과거 기독교 역사에서 현대과학이 싹틀 무렵 Galileo를 비롯한 과학자들과의 충돌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종교와 과학의 충돌은 종교 자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고 현대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지질학이나 고생물학 등 현대과학이 형편없는 학문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염려가 있다.
한마디로 성서는 과학 교과서가 아니다. 믿음을 위한 서적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성서에는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 외에도 은유나 비유 또는 신화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수없이 많다고 한다. 성서에서 과학적 지식이나 정보를 얻으려는 일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성서의 기록으로 현대과학을 비판하는 일은 더욱 잘못된 것이고 삼가야 할 일이다.
미국의 주요 기독교 단체인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 교단에서는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닌 종교운동이며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고 있다”는 총회 결의문을 채택하였다고 한다(Shin, 2013).
창조론자들이 성서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듯 보여 친기독적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창세기에 활동하신 후 역사를 외면한 채 줄곳 잠자고 있는 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이 역사 속에서 꾸준히 섭리하시는 분이며, 생물의 역사에서도 진화를 통해 간섭하고 계신 분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성서의 기록을 글자 그대로 절대적인 진리라고 주장하고 현대과학을 터무니없이 비판하는 것은 성서 자체를 또 다른 우상으로 만드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Oh, 2012)
성서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창조론자들이 성서의 문장이나 글자에 억매여 현대과학을 왜곡시키는 것은 누가 말했듯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Oh, 2001).
5.2 과학관
한편 자연과학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완성품이 아니다. 연구해서 더욱 밝혀야 할 사항이 많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이 과학자의 존재이유다. 사물을 다루는 자연과학 분야에는 언제나 오류가 생길 수 있고, 계측을 수반하는 분야에는 다소의 오차 범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는 곧 다른 과학자가 검토와 비판을 통해 수정하게 만든다.
과학에서 아직 생명의 기원을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일부 유기물을 실험실에서 합성한 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명쾌하게 과학으로 생명체를 재현시킬 수는 없다. 생명의 기원은 우리가 모태에서 태어날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 진화는 화석의 지질시대 분포를 고려하면 분명한 사실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실험실에서는 재현이 불가능하다. 좁은 시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학을 성서의 기록으로 대치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하나님이 종류대로 만물을 지으셨다는 성서의 기록을 과학으로 인정할 수는 없고 종교적인 믿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창조론자들은 과학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것을 확대 해석하여 현대과학이 크게 잘못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타 분야의 전문가와 토론이나 논쟁을 하려면 타 분야에 관한 기초적 지식을 사전에 갖추거나 아니면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기본 상식도 없으면서 자신만이 독실한 기독교인인 것처럼 혹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함부로 타분야를 비판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는 과학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끝내야 한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은 지리학, 핵공학, 신경생물학, 환경학 또는 금속공학 전공의 아마추어들이 넘볼 수 있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오랜 역사속에 다져진 탄탄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일부 잘못 기술된 서적을 읽고 정통 과학을 비판하는 일은 자신의 무지를 들어낼 뿐이다.
일부 인사는 지질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화석과 지질시대의 관계를 논리학적 순환논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즉 '삼엽충이 발견된 지층은 고생대 지층이다. 그리고 고생대에는 삼엽충들이 생존했다'고 하는 이야기만을 생각하면 분명 순환논리의 모순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는 지질학에서 고생물학 외에도 층서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지층의 생성순서 즉 선후관계를 밝힌다는 사실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6. 결 론
- 1) 창조론자들이 과학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들의 활동은 과학의 범주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잘못된 종교 활동일 뿐이다.
- 2) 그들이 주장하는 지구의 나이, 노아홍수 설화, 화석생물, 지형의 변화 등에 관한 내용은 현대과학에 비추어 봤을 때 어불성설이다.
- 3) 창조론자들이 정부에 대해 과학교과서를 수정하라는 요청은 매우 잘못된 일이며, 국내 과학계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이다.
- 4) 성서의 기록은 종교적 믿음을 위한 것이지 과학교과서는 아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의 초고를 읽고 중요한 사항을 지적해 주신 한국교원대학교 김정률 교수와 윤철수 박사 그리고 영문 Abstract의 교정을 도와주신 Colorado 대학의 Lockley, M. 교수에게 감사한다. 투고 논문을 꼼꼼하게 읽고 유익한 지적을 해 주신 심사위원 최덕근 교수와 허민 교수 그리고 고생물학 분야 편집위원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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