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화석의 발견과 제주도 사람 발자국의 연대
초록
제주도 사계리에서 김정률 교수팀이 사람 발자국 화석과 함께 매머드(長鼻類), 우제류(偶蹄類), 그리고 조류 등의 발자국을 처음 발견하였다 그 이후 그 연대에 관해 아직 논란이 일고 있다(Cho et al., 2005; Kim et al., 2010; Ahn et al., 2015; Sohn et al., 2015), 연구자들은 각각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 하여 2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발자국 화석 가운데 매머드 화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머드 발자국은 현재 그 보존 상태가 불량하지만 이를 관찰한 생흔화석 전문가들은 다 같이 인정하고 있다(Aramayo, 2004; Takahashi and Okamura, 2004 and other ichnologists). 생물지리학적 상식으로는 매머드는 동부 아시아에서 플라이스토세 말에 사라졌다(Stuart, 1991; Takahashi and Okamura, 2004; Turvey et al., 2013). 이에 관해 필자는 방사성 연대측정 결과들을 검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잠정적으로 필자는 메머드(長鼻類)발자국과 함께 발견되는 사람 발자국의 연대가 적어도 그 연대는 12,000년 이상 플라이스토세(홍적세 또는 갱신세)에 해당된다고 해석한다.
Abstract
In 2004, hominid tracks were discovered along with those of mammoths, artiodatyls, and birds at Sagyeri, Jeju Island (Kim et al., 2004a, 2004c). Since then, there has been a controversy over the age of the tracks (Cho et al., 2005; Kim et al., 2010; Ahn et al., 2015; Sohn et al., 2015), but no one has yet reached any solid conclusion. Among the various tracks, the mammoth's draws my attention. Although poorly preserved, most of the ichnologists who have examined them agree they are of mammoths. According to many biogeographical studies, mammoths disappeared from Eastern Asia at the end of the Pleistocene (Stuart, 1991; Takahashi and Okamura, 2004; Turvey et al., 2013). About the radiometric dating, I will review and comment. Considering that they are discovered along with the hominid ones, a preliminary conclusion is that they were made at least during the Pleistocene.
Keywords:
mammoth, hominid tracks, age-dating, Jeju Island키워드:
매머드, 사람 발자국, 연대측정, 제주도1. 서 론
2004년 김정률 교수팀이 제주도 사계리에 분포하는 하모리층에서 국내 최초로 매머드와 함께 인류의 발자국 화석을 발견하였다. 이들 발자국 외에도 우제류와 조류 등 다양한 발자국들이 발견되었다(Kim et al., 2004a, 2004c). 사람 발자국은 고생물학과 고고학의 경계에 해당하는 화석으로 인류의 진화와 이동경로를 해석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곧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따라서 2004년과 2007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인류화석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이 제주도 현장 가까이에서 개최되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Kim et al., 2004a, 2007).
필자는 문화재위원 자격으로 2004년 김정률 교수팀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서 처음 사람 발자국과 매머드(長鼻類), 우제류(偶蹄類), 대형 조류(鳥類) 등의 발자국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산지 부근 송악산 일대의 화산암을 연구한 안동대 황상구(Hwang, 2002)의 논문을 인용해서 그 연대를 5만 년으로 판단, ‘제주도 남서쪽 사계리 해안에서 5만 년 전의 사람 발자국과 함께 다양한 발자국들이 발견되었다’라고 2004년 2월 6일 문화재청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2005년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으로 이 화석 산지는 천연기념물 464호로 지정되었다.
바로 며칠 뒤 경상대 손영관은 5만 년이란 연대는 틀린 것이고, 화석이 발견된 하모리층의 연대는 자신(Sohn et al., 2002)이 측정한 결과 4천 년 전이라고 언론(2004년 2월 10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제주발자국 화석 재조사’라는 제목의 기사; The Joongangilbo, 2004)을 통해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현, 서울대)도 언론보도를 통해 사람 발자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2004년 2월 1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신석기시대 화석 아닌가? 사람 발자국 맞나?’라는 제목의 기사; The Chosunilbo, 2004).
5만 년의 연대가 틀렸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황상구 논문의 편집책임자인 원종관(2004년 개인 통화)에게 확인하니 K-Ar법으로 측정한 연대는 엊그제 분출한 화산암도 수만 년 이상의 연대가 측정되므로 5만 년의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문화재청을 통해 언론보도를 주도했던 필자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2. 매머드(장비류) 발자국의 확인
동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고기의 장비류 화석은 에오세 지층에서 발견 보고 되었으며 그 후 올리고세 지층에서 그리고 플라이오-플라이스토세 지층에서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보고되었다(Takahashi and Namatsu, 2000; Turvey et al., 2013).
한반도에서는 주로 함경북도와 평남지역에서 그리고 남한에서는 충북 청원군의 두루봉 새굴에서 출토된 플라이스토세 유물을 이융조 외(Lee et al., 1994)가 보고한 바 있다. 한반도에 발견·보고된 장비류 화석은 거의가 중기-후기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플라이스토세의 것들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홀로세 즉, 신석기 시대의 장비류는 보고된 바 없다(Kim et al., 2008; Turvey et al., 2013).
2004년 처음으로 김정률 교수팀의 안내로 필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산지에서 직경 40 cm 가까운 둥근 발자국 3개를 매머드 발자국이라고 했을 때 관찰한 결과 즉시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발견자 김정률과 김경수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어서 매머드 발자국임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어 2004년 10월에 개최된 인류학 국제심포지엄을 위해 출간된 Proceeding (Kim et al., 2004a)에는 (?)부호를 첨부하여 발표하였다. 그리고 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인 생흔화석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는 Takahashi and Okamoto (2004)는 Thailand에서 현생 코끼리 발자국과 일본에서 코끼리 발자국 화석을 비교 연구한 경험이 있으며 2004년 심포지엄에 참가해서 현장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으로 의견을 물었다. 그때 이들은 매머드 발자국임이 분명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 외에 도쿄 부근의 플라이오-플라이스토세 지층에서 장비류 화석을 발견, 관찰하여 보고(Matsukawa et al., 2004)한 Matsukawa도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관찰하였으나 이의를 달지 않았으며, 그 밖에 많은 생흔화석 전문가들이 매머드 발자국이라는 데에 동의하였다.
김정률 외는 일본, 캐나다에서 보고된 장비류 발자국과 비교하여 검토했으나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였다(Kim et al., 2008). 지금까지 필자가 소유한 정보에 의하면 매머드는 생물지리학적으로는 동부 아시아 지역에서 플라이스토세 말에 사라진 동물임이 널리 알려진 동물이다(Takahashi and Okamura, 2004; Turvey et al., 2013). 즉 플라이오-플라이스토세에는 중국, 일본 한반도 등지의 수많은 곳에서 장비류의 보고가 있지만 홀로세에서의 보고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는 사람 발자국을 비롯하여 다른 동물의 연대를 시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매머드 발자국에 관해서 심사위원 B는 2021년 필자가 본 학회지에 투고한 논문 심사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인정을 거부한다. 수많은 생흔화석 전문가들 그것도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들이 야외 현장에서 공동으로 확인하는 방법 외에 도대체 과학적 검증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화석의 보존 상태가 불량하다고 해서 화석 생물의 존부를 판단하는 데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생물학은 항상 화석의 불량한 보존 상태를 다루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화석의 보존 상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e.g., Kim et al., 2004b, p. 12의 그림 9; Kim et al., 2004c, p. 76-79의 그림).
3. 사람 발자국 여부 확인
이융남이 제기한 사람 발자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서둘러 국내 척추동물 전문가들로 확인 팀을 구성하여 현장에 파견하였다(Kim et al., 2004c). 김정률과 필자는 확인 팀을 안내해서 제주도 현장에서 사람 발자국 여부를 확인했다.
표면에 드러난 길쭉한 모양의 다섯 개 발자국이 보행렬을 구성하는 것이라면 그 연장부의 지층을 들어내면 또 다른 발자국들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확인 팀의 의견에 따라 연장부 암층을 들어냈다. 그러자 새로운 발자국들이 연장부에 선명하게 들어나지 않는가. 그러자 확인 팀 모두 사람 발자국이라는 사실에 더 이상 이의를 들지 않았다(Kim et al., 2004a).
그리고 바로 그 해 10월에 제주도에서 개최된 인류학 국제심포지엄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의 수많은 인류학자와 생흔화석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류학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다(Kim et al., 2004a; 그림 1).
4. 발자국 산지의 연대
4.1 14C 측정 결과는 제각각
언론(The Joongangilbo, 2004)에서 제기한 사람 발자국의 연대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 두 측정 팀이 구성되었다. 즉, 한국지질자원연구원팀(KIGAM; Cho et al., 2005)과 김정빈 외(Kim et al., 2010) 등이 이에 참여하였다. 이들의 측정한 결과는 각각 7,000~13,000년, 19,000~25,000년의 측정 결과를 얻었다.
이 밖에도 한국상고사학회의 이현종 외(Lee et al., 2007)는 14C 방법으로 다른 지역에 분포하는 소위 하모리층의 연대를 2,330~10,130년 전으로, 신석기 유물층의 연대는 5,150~6,450년 전으로 측정하였다. 한국지역지리학회의 서종철과 손명원(Seo and Son, 2007)도 이 지역의 지형 변화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한국상고사학회 팀과 손영관 팀은 사람 발자국이 발견된 지층에서 시료를 채취한 것이 아니고 다른 지역의 하모리층에서 시료를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손영관 외(Sohn et al., 2015)와 안웅산 외(Ahn et al., 2015)는 송악산 서쪽 근거리 화산쇄설층 최하부에서 채취한 연체동물 파편을 14C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약 4,000년 전의 연대를 제시하며, 이를 발자국의 연대라고 주장한다. 여러 측정 팀들이 실시한 하모리층의 방사성 연대측정 결과는 표 1에서 요약해서 보여준다.
4.2 연대 측정 결과가 왜 다양할까?
여기에 동원된 각 측정 팀은 저마다 다른 시료를 채취하고 측정 장소나 부위도 서로 달랐다고 할 수 있다. 1만 년 이내의 짧은 연대는 같은 노두에서도 측정 시료를 어느 층위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하나의 노두에서도 층리의 상하에 따라서도 1만 년 이내의 짧은 연대는 다른 값이 측정될 수 있다.
손영관 외(Sohn et al., 2015)는 하모리층 하부에서 채취한 연체동물 껍데기를 14C 측정법으로 측정하여 4000년 전의 연대를, 한국지질자원연구원팀(Cho et al., 2005; Park et al., 2005)과 김정빈 외(Kim et al., 2010)는 사람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지층에서 토양 유기물을 채취하여 각각 7,000~13,000년 전과 17,000~25,00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측정치에 대해 손영관 외(Sohn et al., 2015)는 토양 유기물은 지층 형성 당시 육지에서 오래 전에 풍화 침식으로 형성된 것이 유입되었을 것이므로 그 연대가 실제보다 오랜 연대가 측정된 것이어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손영관 외의 주장을 수긍하면서도 한편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퇴적물이 쌓여 어느 정도 굳은 상태에서 발자국 형태가 만들어져 고화되고 그 위에 퇴적물이 쌓여 굳은 뒤 다시 침식을 받아 현재 지표상에 노출되기까지의 지질학적 현상을 4천 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짧기 때문이다. 일부 퇴적학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응회질 암층은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고화된다고 한다(2021년 조성권과 우경식과의 개인 통화). 이 때문에 화석층을 기반암으로 오해하여 오랜 시대로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응회질 암층이 다른 암질의 지층보다 고결되는 시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침식되는 속도는 다른 암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아닌가(Raup and Stanley, 1977).
그리고 모두 같은 곳에서 같은 시료로 측정한 것이 그토록 차이가 있다면 측정 방법을 고려해야겠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시료로 측정한 것이라면 이들 모두를 동일한 화석층의 연대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모리층에서 연대를 측정한 것이 이토록 차이가 있다면 동일 하모리층이 아니거나 같은 하모리층이라고 하더라도 층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1만 년 이내의 지질시대는 매우 짧은 시대이므로 같은 노두에서도 측정부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몇 천 년 정도의 차이는 일어날 수 있으며,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동일 노두에서 층리면 상하에 따라서도 그 정도의 연대 차이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발자국 발견 이후 여러 차례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산지를 찾아가 관찰했으나 발자국 산지의 지층은 세립질 지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코 조개무덤(貝塚)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영관 팀은 어디서 조개껍질을 채취했는지? 아마도 발자국 산지에서 서남쪽 약 3 km 떨어진 해안으로 판단된다. 손영관 팀 외에는 모두 토양 유기물에서 연대를 측정하였다. 즉 그가 측정한 시료는 발자국 산지의 지층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채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사위원 B는 2021년 필자가 본 학회지에 투고한 논문 심사에서 전국적으로 볼 때 매우 협소한 이 지역에 여러 팀이 참가하여 연대를 측정했음에도 결론을 얻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문제는 측정 시료를 어디서 무엇을 채취하여 측정했느냐 이다. 문제의 핵심은 발자국의 연대이지 하모리층의 연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4.3 하모리층의 화석들
필자는 사람 발자국과 함께 발견되는 매머드(長鼻類) 발자국의 존재를 주목한다. 고생물학 전공자로 방사성 연대측정보다는 사계리 해안에서 발견된 사람과 매머드, 그리고 우제류(偶蹄類)와 조류 발자국의 존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머드와 함께 다양한 우제류의 발자국과 거대한 조류의 발자국 주인공들은 언제부터 제주도에 이주해서 언제 사라진 것일까. 발자국을 남긴 매머드를 비롯한 사람 등 여러 동물들은 당연히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주했을 것이다. 그 시기는 제주도가 육지와 연결된 시기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해수면 하강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 발자국을 남긴 동물들이 현생 동물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발자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주목되는 발자국은 매머드(長鼻類)의 발자국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매머드는 동부 아시아 지역에서 플라이스토세 말기, 적어도 12,000년 전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즉 Turvey et al. (2013)에 의하면 Stegodon과 같은 거대 포유류 동물군이 중국 남부에서 홀로세까지 잔존했었다는 증거들, 즉 방사성 연대, 층서학적 관련성 등이 모두 부정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거대 포유류 동물군의 시공간적 정보는 중국에서도 서유럽이나 미국 대륙과 대동소이 하게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 때문에 중국에서 대형 포유류 동물군이 홀로세에 잔존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제주도 사계리의 매머드와 사람 발자국도 홀로세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Takahashi and Okamura (2004)에 의하면 일본의 플라이스토세 지층인 Kobiwako Group에서도 수많은 매머드의 발자국을 보고하고 있다.
즉, 플라이스토세가 끝나기 전 아프리카대륙과 인도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는 사라진 동물이다(Stuart, 1991; Turvey et al., 2013). 따라서 매머드 발자국과 함께 나오는 다른 발자국 역시 4,000년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만일 이 시기를 손영관의 주장대로 4,000년 전이라고 한다면 생물지리학적 상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널리 알려진 생물지리학적 상식을 뒤엎는 의견보다는 이제까지의 정보에 근거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방사성 연대 측정치는 지질학적 현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때 인용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폐기 처분하는 것이 옳다.
5. 제주도는 언제 육지와 연결되었을까?
발자국을 만든 동물들이 언제 제주도로 이주했을까?
분명 제주도와 육지가 연결된 시기였을 것이며, 이 시기를 알려면 해수면 변동과 아시아지판의 상하운동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수면 변동은 글로벌한 것과 지역적인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가 속한 동부 아시아지판의 상하운동에도 광역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수면 변동과 지판의 운동을 종합적으로 밝히기 전에는 아무도 제주도와 육지의 연결 시기를 단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필자의 상식으로는 제4기 빙하시대에서 최후 빙기는 110,000-12,000년 전이라고 알고 있다. 그 이전 어느 시기에 육지로부터 이주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시기는 홀로세(충적세)가 아닌 플라이스토세(홍적세)로 판단된다. 따라서 플라이스토세에 이주한 사람과 동물들이거나 그 후손들이 만든 발자국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6. 결 론
현재 잠정적으로 연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사람 발자국과 함께 발견된 매머드(長鼻類)의 발자국이다. 매머드가 동부 아시아에서 사라진 시기는 적어도 12,000년 이전 즉 플라이스토세(洪積世 또는 更新世)의 어느 시기이다. 그러므로 사람 발자국의 시대도 이에 근거하여 적어도 12,000년 이전으로 생각된다.
발자국을 포함하는 지층의 연대를 플라이스토세의 언제인지 분명히 매듭 짖기 위해서는 다시 합동조사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가 이제까지 제각각으로 나온 것은 연대측정 시료의 채취 단계에서부터 필연적으로 그 요인을 안고 있었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아닌 엉뚱한 지역에 분포하는 하모리층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측정한 연대를 화석층의 연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우리의 관심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의 발자국 연대이지 하모리층의 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합동조사팀을 구성하여 다시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만 현재까지 보도된 매머드가 거의 플라이스토세 말기에 유럽과 북미 대륙을 비롯한 동부 아시아에서 사라졌다는 수많은 정보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Turvey et al. (2013)이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정보가 쌓여 대형포유류 동물군의 시공간적 분포에 관한 지식이 변한다면 당연히 사람 발자국의 연대도 거기에 따라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 사람 발자국 화석은 인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동부 아시아의 고지리 해석에서도 매우 긴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즉각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두 차례나 현지에서 국제 심포지엄까지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이다(Kim et al., 2004b; Kim and Kim, 2007). 이는 제4기학회를 비롯한 지질학회의 주요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사람 발자국이 발견됨으로써 지질학회의 여러분과, 학회는 물론 고고학회와 지리학회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학제적 연구를 통해 지질학회의 수준이 한 단계 성숙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학술 내용에 관한 논쟁이나 토의는 학회활동의 활성화에 중요하며 이를 통해 학회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어 권장할 사항이다. 그러나 학술 토의에 참여하려면 진지한 사전 검토와 겸허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질학은 과거사를 주로 다루며 관찰과 측정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기에는 부득이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겸허한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논쟁이나 토의에 권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선후배 사이 또는 사제 간에 지켜야 할 예의는 중요하지만 이것이 권위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문가의 판단을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가 부정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특히 전문가들의 모임인 학회 내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소중하다. 그리고 관련 학자들끼리 충분한 학술적 논의를 거치기도 전에 서둘러 언론에 발표하는 일은 우리 학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한다.
Acknowledgments
본 졸문의 전체 원고를 통독하고 중요한 지적을 해주신 한국교원대학 김정률 명예교수, 역시 전체 원고를 통독하고 주요 정보와 사진을 건네주신 진주교육대 김경수 박사, 그리고 사계리 사람 발자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신 상지대 이광춘 명예교수와 전남대 허민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응회질 암석의 고화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해주신 서울대 조성권 명예교수와 강원대 우경식 명예교수에게 감사한다. Abstract 문장을 다듬어주신 안병호 경북대 명예교수께도 사의를 표한다. 본 졸문의 심사에 참여해 주신 익명의 두 분 심사위원과 이진용 편집위원장께도 사의를 표한다.
References
- Ahn, U.S., Sohn, Y.K., Yoon, W.S., Ryu, C.K., Jeong, J.W. and Kang, C.H., 2015, Geochemical fingerprinting of basaltic glass in tepra deposits underlying the human footprints bearing strata in Jeju Island, Korea: Provenance of tepra and age of the human footprints.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51, 105-126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https://doi.org/10.14770/jgsk.2015.51.2.105]
- Aramayo, S.A., 2004, Late Quaternary palaeoichnological sites at Southern Atlantic coast of Buenos Aires Province, Argentina.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Quaternary footprints of Hominids and other Vertebrates, Cheju, 94-105.
- Cho, D.L., Park, K.H., Jin, J.H. and Hong, W., 2005, Age constraints on human footmark in Hamori Formation, Jeju Island, Korea. Journal of the Petrological Society of Korea, 14, 149-156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 Hwang, S.K., 2002, Songaksan and tuff ring volcanos of Namjeju. In Won, J.K. (ed.), Report on the survey of geological and mineralogical cultural properties, Cultural Properties Administration, Republic of Korea, 111-137 (in Korean).
- Kim, C.B., Kim, J.Y., Kim, K.S. and Lim, H.S., 2010, New age constraints for hominid footprints found on Jeju Island, South Korea.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37, 3338-3343. [https://doi.org/10.1016/j.jas.2010.08.002]
- Kim, J.Y. and Kim, K.S. (Ed.), 2007, Proceedings of 2007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Conservation and Application of Homini Footprints. Seogwipo City, 102 p.
- Kim, J.Y., Kim, K.S., Lee, C.Z. and Lim, J.D., 2004a, Occurrence of Hominid and Other Vertebrate Footprints of Jeju Island, Korea. Proceedings of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Quaternary footprints of Hominids and other Vertebrates, 1-26.
- Kim, J.Y., Kim, K.S., Park, S.I. and Shim, M.K. (ed.), 2004b,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Quaternary footprints of Hominids and other Vertebrates: proceedings of international symposium, Namjeju, p.175.
- Kim, J.Y., Lee, C.J., Kim, C.B., Lim, J.D. and Kim, K.S., 2008, (Natural Monument No.464) Academic Report about the Various Animal Tracks from the Hominid Tracksite Southern Seaside of Jeju Island. Seogwipo City, 189 p (in Korean).
- Kim, J.Y., Lee, C.J. and Lim, J.D., 2004c, Academic Basic Report about the Footprint fossil site Southern Seaside, Jeju Island.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97 p (in Korean).
- Lee, H.J., Cheong, C.H., Kim, C.B. and Kim, J.C., 2007, Chronology of tuffaceous deposits from the Hamori Archaeological site in Jeju Island and its Archaeological significance. Journal of Korean Ancient Historical Society, 56, 5-15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 Lee, Y.J. et al., 1994, Archaeological study about the excavated remains from the Cheonyeogul, Duri-bong Saegul, Cheongwongun, Chungbuk, Korea. 161 p (in Korean).
- Matsukuma, M., Nakanishi, R., Shibata, K., Baba, K. and Alba, H., 2004, Mammalian footprints from Plio-Pleistocene terrestrial deposits around Tokyo and their implication for paleoecosystem reconstruction using food-web and energy-flow model.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Quaternary footprints of Hominids and other Vertebrates, 131-2.
- Park, K.H., Jin, J.H., Cho, D.L., Hong, W., Kim, J.Y. and Nam, W.H., 2005, Geological age dating of hominid footprint fossils of coast of Namjeju. Namjejugun, 136 p (in Korean).
- Raup, D.M. and Stanley, S.M., 1977, Preservation and Fossil Record. In Yang, S.U., 1980, ‘Principles of Paleontology’ translated into Korean, 3-26.
- Seo, J.C. and Son, M.W., 2007, The coastal geomorphic system of Sagye, Jeju.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Regional Geographers, 13, 32-42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 Sohn, Y.K., Park, J.B., Khim, B.K., Park, K.H. and Koh, G.W., 2002, Stratigraphy, Petrochemistry and Quaternary depositional record of the Songaksan tuff ring, Jeju Island, Korea. Journal of Volcanology and Geothermal Research, 119, 1-20. [https://doi.org/10.1016/S0377-0273(02)00302-5]
- Sohn, Y.K., Yoon, W.S., Ahn, U.S., Kim, G.B., Lee, J.H., Ryu, C.K., Jeon, Y.M. and Kang, C.H., 2015, Stratigraphy and age of the human footprints-bearing strata in Jeju Island, Korea: Controversies and new findings.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4, 264-275. [https://doi.org/10.1016/j.jasrep.2015.09.014]
- Stuart, A.J., 1991, Mammalian extinctions in the late Pleistocene of northarn Eursia and North America. Biological Reviews, 66, 453-562. [https://doi.org/10.1111/j.1469-185X.1991.tb01149.x]
- Takahashi, K. and Namatsu, K., 2000, Origin of the Japanese Proboscidea in the Plio-Pleistocene (<Special issue> Recent Progress in Studies on Japanese Proboscidean Fossils). Earth Science, 54, 257-267.
- Takahashi, K. and Okamura, Y., 2004, Neogene and Pleistocene Vertebrate footprints of Japan with special reference to Foorprints from Plio-Pleistocene Kobiwako Group, Central Japa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Quaternary footprints of Hominids and other Vertebrates, 84-93.
- The Chosunilbo, 2004,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4/02/11/2004021170246.html, (March 15, 2023).
- The Jungangilbo, 200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94598, (March 15, 2023).
- Turvey, S.T., Tong, H., Stuart, A.J. and Lister, A.M., 2013, Holocene survival of Late Pleistocene megafauna in China: a critical review of the evidence. Quaternary Science Reviews, 76, 156-166. [https://doi.org/10.1016/j.quascirev.2013.06.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