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음파를 이용한 국내외 화산연구 현황과 전망
초록
공중음파(atmospheric acoustic waves)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대기층 교란 현상에서 발생하는 대기 압력 파동으로 화산활동을 감지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지구물리학적 방법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국외에서는 1883년 인도네시아 Krakatau 화산분화 관측을 계기로 공중음파 관측기술이 근–원거리 활화산 감시에 활용되고 있다. 이 논평에서 정리한 5가지 연구주제(분화 위치 추정, 음원 정량화, 전파 모델링, 지진-음파 결합파, 화산재 높이와의 관계) 외에도 이미 다양한 공중음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화산분화를 일으키는 활화산의 부재로 인해 공중음파 관측을 비롯한 지구물리학적 화산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일본열도, 쿠릴열도, 캄차카반도 등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화산분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화산활동 감시와 이해를 통해 광역 화산재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지진-공중음파 관측망을 운영하여 지표 발파, 핵실험, 중대형 지진, 낙하유성, 광산붕괴와 같은 다양한 음원에서 발생하는 공중음파 신호를 관측하고 그 현상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KIGAM의 경험, 지식 및 기술은 분화와 폭발을 동반하는 활화산 관측과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향후 KIGAM이 보유한 장기간의 지진-공중음파 연속 관측 자료와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내 화산연구의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Abstract
Atmospheric acoustic waves are defined as pressure waves in the atmosphere resulting from natural or artificial perturbations in air. Acoustic waves are being used as one of geophysical tools to detect and characterize volcanic activity. In other countries, the use of acoustic waves becomes conventional for local to global volcano monitoring after observation of the 1883 Krakatau eruption in Indonesia. Various studies on acoustic waves are already being actively conducted in addition to the five research topics (estimation of eruption location, source pressure evaluation, propagation modeling, seismoacoustic coupled waves, and relationship with ash plume height), which are summarized in this review. In contrast, due to the absence of active volcanoes that cause volcanic eruptions in Korea, there is a lack of interest and support for geophysical volcano research, including acoustic wave monitoring. However, it is necessary to prepare for widespread volcanic hazards through monitoring and understanding volcanic activity because the Korean Peninsula can be affected by large-scale volcanic eruptions in neighboring countries such as the Japanese Islands, the Kuril Islands, and the Kamchatka Peninsula. For the past 20 years, the 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KIGAM) has operated seismoacoustic arrays that record and study acoustic waves from various sources, including surface explosions, nuclear tests, large earthquakes, fireballs, and mine collapses. Such experience, knowledge, and technology of KIGAM can be directly used for observation and research of active volcanoes that accompany eruptions. Future research using KIGAM’s long-term seismoacoustic dataset and technology owned is expected to contribute to the vitalization and development of local volcano research in Korea.
Keywords:
atmospheric acoustic waves, volcanic eruption, volcanic hazards, seismoacoustic dataset키워드:
공중음파, 화산분화, 화산재해, 지진-음파 자료1. 서 론
일반적으로 활화산(active volcanoes)은 현재 화산활동이 진행 중인 화산이거나 최근 분화한 화산으로 생각하여, 한라산과 울릉도처럼 오래 전에 분화활동이 중단된 화산을 휴화산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질, 화산학계에서는 현재 화산활동 확인이 불가하더라도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 약 10,000년전부터 현재까지)에 분화활동에 대한 기록 또는 과학적인 분화 증거가 발견되면 학술적으로 활화산이라 정의한다. 따라서, 활화산이라는 용어 보다는 홀로세 화산으로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활화산의 정의를 내포한 직관적 표현 방법이다(Global Volcanism Program, 2013). 전 세계 홀로세 화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Smithsonian Institutio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국제 화산활동 프로그램(Global Volcanism Program; 이하 GVP)에서 확인할 수 있다(GVP, 2022). 이 외에도 VolcanoDiscovery (VolcanoDiscovery, 2022)에서는 전 세계 화산활동과 지진 발생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화산의 실시간 활동 상태는 관할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에서 제공되는데 일본의 JMA (Japan Meteorological Agency, 2022), 미국의 USGS (U.S. Geological Survey, 2022), 뉴질랜드의 GNS Science (GNS Science, 2022; GeoNet, 2022), 이탈리아 INGV(Istituto Nazionale Geofisica e Vulcanologia, 2022) 등이 대표적이다.
GVP에 따르면 한반도에 위치한 홀로세 화산은 백두산,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를 비롯하여 아직 홀로세 분화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추가령도 포함하고 있다(그림 1). 그 중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백두산에 대한 연구는 중국과 북한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영국 캠브리지, 런던 대학 등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Ri et al., 2016; Hammond et al., 2020). 백두산은 2002-2005년 화산불안(volcanic unrest) 기간 동안 분화 징후가 고조되었으나, 당시 백두산 주변에서 획득한 근거리 관측자료는 공개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다. GVP에 따르면 제주도 한라산과 울릉도는 각각 2990 BCE(±40)와 1007 CE에 발생한 분화가 마지막 화산활동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분화이력을 규명하는 지질학 기반의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e.g., Im et al., 2012; Ahn, 2016).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화산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산활동을 관측하여 특성을 분석하고 예측 가능성 등 화산재해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종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분화활동이 부재한 한반도 화산을 대상으로 종합연구를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활화산 중 일부에는 관련 전문기관이 구축한 지구물리학적 감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화산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활동을 실시간 감지하고 전조현상과 분화현상 등을 분석하며, 재해 위험성이 예측되는 경우에는 화산불안 또는 분화 경보를 발령하게 된다. 화산유체(volcanic fluids; 마그마, 화산가스 등)의 거동과 화산체 하부 지각 변형을 지시하는 지진의 관측은 가장 일반적인 화산 감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분화구 주변 감시 카메라는 지표로 드러나는 화산 분출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열화상 카메라는 온도 이상(thermal anomaly)을 파악하는데 이용된다. 그 외,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EDM (Eletronic Distance Measurement), 경사계, InSAR (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r) 등을 이용한 지표변위 관측은 분화 발생 전 마그마 상승으로 인한 화산체의 융기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복잡한 화산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압력 파동(공중음파, atmospheric acoustic waves)을 감지하여 화산활동을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화산분화는 그 종류와 양상에 따라 대기 중으로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의 공중음파를 발생시킨다(Matoza et al., 2019). 주파수 대역에 따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대역(20 Hz 이상), 불가청음인 인프라사운드(infrasound) 대역(20 Hz 이하), 음향 중력파(acoustic-gravity or infragravity; 3 mHz 이하) 및 중력파(Brunt-Väisälä 주파수 이하) 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프라사운드 대역의 음파를 ‘공중음파’, ‘인프라사운드’, ‘초저주파수 음파’라는 용어로 혼용하였지만, 이 논평에서는 대기로 전파하는 모든 주파수 대역의 음파를 종합적으로 공중음파로 정의하고자 한다. 화산활동 특성에 따라 공중음파 신호는 단일 펄스(single pulse)부터 연속적인 미소 공진(atmospheric tremor) 등 다양한 형태의 파형으로 발생하고, 이는 바람과 같은 무작위 배경잡음과 구분되어 구면파 또는 평면파 형태로 대기층을 전파하게 된다. 과거에는 화산활동으로 기록된 지진자료의 해석을 보완하기 위해서 단일 공중음파 장비를 지진계와 함께 설치하였지만, 최근에는 파면(wave front) 정보(예, 후방위각, 겉보기 속도)를 계산하기 위해 최소 세 개 이상의 공중음파 정밀기압계(micro-barometer)로 구성된 센서 배열(array)식 관측소가 운영되고 있다.
화산으로부터 발생한 공중음파가 전파할 수 있는 거리는 온도와 풍속(수평성분)의 벡터합으로 정의되는 유효음파속도(effective sound speed)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공중음파는 주파수에 따라 대기층 내부 또는 매질경계부에서 반사, 굴절, 산란, 회절 현상을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특히, 저주파 대역의 공중음파 에너지는 불균질한 대기 구조 전파에 의한 감쇠가 작기 때문에 관측 거리에 따른 제한이 비교적 낮다. 또한, 유효음파속도 값이 높은 굴절고도(turning height)와 지표면 사이에 형성된 전파 통로(wave-guide duct)를 따라 장거리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백-수천 km 이상의 거리에서도 감지가 가능하다. 최근 공중음파의 장거리 전파 사례로는 2022년 1월 남태평양 통가(Tonga)에 위치한 Hunga Tonga-Hung Ha’apai 화산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 이하 VEI) 5 이상의 대규모 분화(이하 Hunga 분화)가 있다. 이 분화는 가청주파수부터 중력파까지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의 음파를 발생시켜 전 세계에 분포하는 공중음파 관측소에 기록되었다(Matoza et al., 2022; Vergoz et al., 2022).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999년 미국 남감리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철원 지진-공중음파 관측소를 설치하였다. 원거리 공중음파 발생 음원의 위치 계산과 탐지 능력 향상을 위하여 관측소를 추가로 구축하여 현재 총 8개 상시 인프라사운드 관측소로 구성된 네트워크(Korea Infrasound Network; 이하 KIN)를 운영하고 있다(그림 1). KIN 관측자료는 공중음파를 발생시키는 음원(자연적, 인위적 음원)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진파와 공중음파 신호의 융합을 통한 지진파-음파(seismoacoustic) 분석으로 지진원 식별, 지각-대기 상호작용 연구 등 음원에 대한 해석과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KIN 관측소의 센서 배열 형태, 관측 장비 종류, 위치 등에 관한 정보는 이미 선행 연구(Che et al., 2019)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현재 화산분화가 없는 국내에서 KIN 자료는 주로 인공지진(예, 대규모 발파, 핵실험 등) 탐지 연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화산연구에는 아직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이 논평에서는 국외 활화산에서 발생한 음파를 분석하여 화산현상을 규명한 연구사례를 정리하고자 한다. 또한, KIN 관측자료를 이용하여 수행된 화산연구를 정리하고, 향후 공중음파를 이용한 국내 화산연구의 가능성과 전망을 제언하고자 한다.
2. 국외 화산연구 동향
1883년 인도네시아 Krakatau 화산의 대규모 분화는 강력한 램파(Lamb wave)를 발생시켰으며, 음향 관측 자료를 통한 화산음향학 연구가 시작된 계기가 되었다(Matoza and Roman, 2022 and references therein). 화산활동과 관련된 지진파 및 공중음파의 선구적 연구 사례를 포함한 역사와 관련 용어는 최근 발표된 리뷰 논문(Matoza and Roman, 2022)에서 확인 가능하다. 저주파 화산지진의 관측과 분석은 화산활동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타 지구물리 관측자료(특히, 공중음파)와 융합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공중음파를 이용한 화산음향 연구의 대부분은 저주파 화산지진 대역과 같은 인프라사운드를 이용한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인프라사운드 대역이 장거리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도 연구 성장의 배경이 되었다. 국외 활화산에서 공중음파(인프라사운드 대역)를 이용한 전반적인 연구 개요는 두 리뷰 논문(Johnson and Ripepe, 2011; Fee and Matoza, 2013)에 잘 정리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연구와 논문에서 참고하고 있는 인프라사운드 관련 논문(e.g., Ripepe and Marchetti, 2002; Johnson, 2003; Johnson et al., 2003, 2004; Matoza et al., 2007; Fee et al., 2010)은 화산연구를 파악하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UN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Organization)는 전 세계 비밀 핵실험을 탐지하고 검증하기 위하여 지진파, 공중음파, 수중음파, 핵종 관측기술을 주요 탐지 기술로 채택하였으며, 이를 관측하기 위한 국제관측망(International Monitoring System; 이하 IMS)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1 kt (kiloton of TNT; TriNitroToluene) 이상의 대기권 핵실험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더라도 탐지가 가능하도록 전 세계에 총 60개의 인프라사운드(공중음파) 관측소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 현재 53개의 인프라사운드 관측소 구축이 완료되어 운영 중에 있다. 비록, 핵실험 탐지를 목적으로 IMS 관측망이 구축되었지만, 전 지구적 규모로 발생하는 지진, 화산분화, 낙하유성, 대규모 폭발사고 등 자연적, 인위적 공중음파 발생 음원을 탐지하는데 IMS 관측 자료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화산연구자들은 원거리에서 분화하는 화산의 위치 파악과 분화특성을 연구하는데 IMS 인프라사운드 관측망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Science) 지에 게재된 Matoza et al. (2022)는 IMS 인프라사운드 및 수중음파 관측망에 기록된 2022년 Hunga 분화의 관측 정보를 제공하였다. 또한, Vergoz et al. (2022)는 IMS 인프라사운드 관측망에 기록된 분화신호를 분석하여 Hunga 분화의 폭발량이 100-200 Mt (millions of TNT)에 상응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외, IMS 관측망 자료는 인도네시아(Rose and Matoza, 2021), 쿠릴열도(McKee et al., 2021a), 파푸아뉴기니(McKee et al., 2021b), 필리핀(Perttu et al., 2020) 등의 지역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전 세계 VEI 3 이상의 화산분화를 감지하는 연구에 활용되었다.
IMS 국제관측망 외에도, 각 나라 연구기관에서는 KIN과 같이 다양한 목적의 공중음파 관측망을 자체 운영하여 근-원거리에서 화산분화를 감시하고 있다. 근거리 공중음파 관측은 화산분화의 조기경보, 분화구(음원 위치) 파악, 마그마 또는 화산이류(lahar)의 표면 거동을 해석하기 위해 활용된다. 이는 공중음파 관측기술로 산사태나 눈사태의 발생을 감지하고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연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Heck et al., 2019). 분화구 주변부에서 획득한 근거리 공중음파 관측자료에는 음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분화 주기, 빈도, 크기 등의 정량화뿐만 아니라 군집 화구 내 소규모 분화의 발생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Yamakawa et al., 2018). 그러나 공중음파의 근거리 전파는 하부 대기 속도 구조와 지형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화산 주변의 복잡한 지형을 고려한 해석이 병행되어야 한다(Matoza et al., 2019). 근거리 및 원거리 공중음파를 이용한 국외 화산연구를 정리해보면 크게 5가지 연구주제로 나눌 수 있다.
2.1 분화 위치 정밀 결정
공중음파 관측소에 도달한 파면의 후방위각과 겉보기 속도는 배열 내 센서 간의 상대적인 위치 차이와 센서 간의 공중음파 신호의 도달 시간 차이로부터 구할 수 있다(Rost and Thomas, 2002). 공간적으로 여러 지역에 분포하는 공중음파 관측소(센서 배열)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화산활동 신호를 동시에 관측하고, 개별 관측소에서 분석된 신호 정보(후방위각, 도달시간)를 연계(association)하여 발생 음원(화산)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화구 주변에 설치된 근거리 관측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고주파 대역의 음파 신호가 덜 감쇠되어 분화구의 정밀한 위치를 제공하며, 원거리 네트워크는 저주파 신호를 이용하여 화산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중음파 센서 배열 자료의 처리(array processing)는 상당부분 지진파 분석에 사용되는 기술을 응용하고 있는데, f-k (frequency-wavenumber; Smart and Flinn, 1971), PMCC (Progressive Multi-Channel Correlation; Cansi, 1995; Matoza et al., 2007), 시간/주파수 영역 신호 상관(Ichihara et al., 2012; Matoza and Fee, 2014) 분석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 2a는 관측소 남동방향(150˚)으로 약 13 km 떨어진 세인트 헬렌스(St. Helens) 화산의 분화 신호를 PMCC 방법으로 감지한 사례이다(Matoza et al., 2007).
2.2 음원 정량화
공중음파 신호로부터 화산분화의 규모를 정량화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근거리 관측에서는 거리에 따른 진폭의 감쇠를 이용하여 분화구로부터 기준 거리(예, 1 km 등)에서의 압력(reduced pressure)으로 환산하여 다른 화산의 분화 규모와 비교하거나(Johnson et al., 2004), 마그마 버블의 크기와 정량적 관계를 추정하는데 이용한다. 또한, 음원의 강도(intensity)와 구형 음원에서 발생한 인프라사운드 총 파워를 추정할 수 있으며(Johnson et al., 2018), 음원의 종류(monopole, dipole, quadrupole)에 따른 파워를 가스 분출 속도(gas exit velocity)의 함수로 추정할 수 있다(Curle, 1955; Lighthill, 1962, 1963; Matoza et al., 2013). Johnson and Aster (2005)는 수 km 이내에서 기록된 지진파 및 공중음파의 에너지를 정량화하는 수식을 제시하여 두 에너지의 비율(VASR; volcano acoustic-seismic ratio)로 분화 규모를 추정하였다(그림 2b). LANL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개발한 음파 신호 진폭(성층권 바람 보정)과 폭발량(TNT) 간의 경험식은 원거리 화산분화의 폭발 규모를 추정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2.3 공중음파 전파 모델링
공중음파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대기 속도 구조를 따라 전파하며 거리에 따라 에너지(진폭)는 줄어들게 된다. 공중음파의 대기층 전파는 다양한 모델링 방법(ray-tracing, parabolic equation, normal modes, finite-difference, spectral element, fast field program, finite volume)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미 개발된 모델링 프로그램(Table 1 in Appendix B in Fee et al., 2020)을 이용하여 전파 특성(전파경로, 전파시간, 굴절고도, 파선편향 등) 분석, 투과손실(Transmission Loss, 이하 TL) 계산, 주파수별 신호 감지 가능 위치 등을 연구한다. 그림 2c는 ray-tracing과 parabolic equation 방법을 적용하여 모델링한 결과이며, 각각 검은색 실선과 배경색으로 표시된 전파경로와 투과손실(TL)이 계산되어 전파시간이나 굴절고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Fee and Matoza, 2013). 모델링에 필요한 대기 음파 속도 구조는 국내외 기상관측기관(기상청, ECMWF 등)에서 발표하는 수치예보모델(Numerical Weather Prediction Model)이 활용되고 있다. 대기 수치예보모델은 실제 대기층에 존재하는 미세한 불연속적 속도 변화를 완벽히 제시하지는 못하나, 그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실제 관측한 공중음파 신호의 전파 경로를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2.4 지진-음파 결합관계
지구내부를 전파하는 지진파와 대기로 전파하는 공중음파는 매질 경계부에서 서로 다른 매질로 에너지를 전달하여 결합파(coupled waves)를 발생시킬 수 있다. 대규모 지진 등에 의한 지반운동은 대기층으로 공중음파(ground-to-air coupled waves)를 발생시키고, 반대로 대기층에서 형성된 공중음파는 지진계에 지진파로 기록될 수 있다(air-to-ground coupled waves). 그림 2d는 바누아투 엠바이(Ambae) 화산에서 발생한 공중음파 신호를 근거리 지진 관측망에서 감지한 0.1 Hz 이하 주파수의 파형이며, 일반적으로 수 km/s의 속도로 전파하는 지진파와 달리 약 340 m/s의 속도로 전파하는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Park et al., 2021). 이처럼 지진계에 기록된 공중음파는 음향 관측장비가 부재한 지역 또는 부재한 시기에 발생한 분화를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e.g., Johnson and Malone, 2007; Mendo-Pérez et al., 2021).
2.5 화산재 높이
공중음파는 화산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산재의 높이를 추정하는 연구에도 이용된다. Caplan-Auerbach et al. (2010)는 근거리에 기록된 인프라사운드 신호의 파워를 화산재 높이와 비교하였으며, Perttu et al. (2020)은 분화구에서의 분출속도로부터 화산재 높이를 계산하는데 인프라사운드 신호 파워를 활용하였다. Dabrowa et al. (2011)은 원거리에서 관측된 인프라사운드 신호의 에너지와 진폭을 이용하여 화산재 높이와의 관계를 제시한 바 있다(그림 2e). 화산재의 높이 외에도 분화 이력(hysteresis)과 인프라사운드 신호 포락선과의 관계를 연구한 사례도 있다(Fee et al., 2017). 이처럼 공중음파와 화산재 높이의 관계를 정량화한 연구 결과는 향후 화산재 조기경보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제시된 연구주제 외에도 바람 등에 의한 잡음을 줄일 수 있는 배경잡음제거 장치 개발과 최적의 센서 배열을 설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분화구가 대기 중으로 개방되어 지속적인 화산가스 방출 등의 활동이 발생하는 화산(open-vent volcanoes)에서 분화의 전조현상으로 인프라사운드가 기록된 연구 사례도 있다(Garcés et al., 1999; Johnson et al., 2018).
3. KIN 연구 동향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인프라사운드 관측소 네트워크 KIN은 대규모 지표 발파에서 유발된 인공 지진을 자연 지진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반도는 화산분화 연구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KIN 자료는 주로 인공 지진 연구에 이용되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획득한 방대한 공중음파 연속자료에는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발생한 화산활동이 기록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술지에 게재된 KIN의 화산연구는 쿠릴열도의 사리체프(Sarychev Peak; Matoza et al., 2011) 분화와 통가의 Hunga 분화(Matoza et al., 2022)가 대표적이다. 이들 화산에서 발생한 분화는 IMS 인프라사운드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KIN을 비롯한 한국의 지진-음파 관측소 네트워크에 기록되었다. 2010년 쿠릴열도 사리체프 화산에서 발생한 VEI 2 분화는 2000 km 이상 떨어진 KIN 관측소에 감지되었다. Matoza et al. (2011)은 공중음파 연속자료에서 분화신호를 추출하여 위성영상 자료보다 높은 시간분해능을 가지며, 인프라사운드 관측의 원거리 감지 능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17개국 76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Matoza et al. (2022) 연구는 IMS 및 각 연구기관에서 운영 중인 지진, 공중음파, 수중음파, 기압계에 기록된 2022년 Hunga 분화(VEI 5 이상)를 분석하여 지진파-공중음파의 발생과 전파에 대해 다루었다. 특히, 음향 중력파에 하나인 램파는 지구를 적어도 네 바퀴 돌며 전 세계 관측소에서 감지되었다(Matoza et al., 2022). 이 연구에는 KIN에 기록된 Hunga 분화 신호와 기상청의 기상 및 지진관측소에 기록된 자료도 활용되었다(Fig. S21 in Matoza et al., 2022). KIN 관측자료를 중점적으로 이용한 화산연구는 여러 학술대회와 워크숍에서도 발표되었다. Lee and Che (2011)과 Kim et al. (2012)는 2011년 일본 신모에(Shinmoe-dake) 화산에서 발생한 분화를 감지하여 배열 신호처리, 전파모델링 등을 수행하였다(그림 3). 그림 3a는 KIN 및 IMS 관측망의 위치와 이를 이용하여 결정한 분화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신모에 화산분화 공중음파 신호는 서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분화 이후 굴절과 반사 등 다양한 현상으로 대기를 전파하여 국내 관측소(예: 백령도 BRDAR)에 도달하였으며, 신호의 전파 경로는 대기 조건을 고려한 수치 모델링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다(그림 3b). 각 관측소 배열(예: KSGAR, YAGAR, CHNAR) 내 센서에서 기록되는 화산분화 신호는 바람에 의한 무작위 잡음 등과 비교되는 상대적으로 큰 진폭의 센서 간 상관성이 높은 파형이며, 이 특성을 이용하여 화산분화 신호를 배경잡음으로부터 구분할 수 있다(그림 3c). Lee et al. (2015)은 2015년 미국 지구물리학회(American Geophysical Union) 학술대회에서 일본 아사마(Asama) 화산과 신모에 화산에서 발생한 분화를 감지하고 그 신호가 화산별로 고유의 특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Lee et al. (2016)은 2016년 미국 음향학회(Acoustical Society of America)와 일본 음향학회(Acoustical Society of Japan)의 연합학술대회에서 일본 사쿠라지마(Sakurajima) 화산에서 방출된 7년간의 인프라사운드 신호를 감지하고 화산재 경보(Volcanic Ash Advisory) 정보와 비교하여 분화와의 관계성을 파악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4. 국내 화산연구 가능성과 전망
현재 한반도에는 화산분화가 진행 중인 활화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중음파를 이용한 국내 활화산 연구는 수행된 바 없다. 백두산은 공중음파 관측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는 있으나,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위치하는 관계로 근거리 관측자료를 통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영국, 싱가포르는 자국 내 활화산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주변 국가의 화산활동 분석과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화산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 수행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국내 화산연구는 이에 비해서 화산연구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부족했다. 화산활동이 부족한 만큼 과거 제주도와 울릉도 화산분화 과정 및 이력을 지질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고, 지진파와 자기지전류(magnetotelluric)등을 이용한 화산 하부구조를 파악하는 학술적 연구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화산유체의 활동을 추적하고 분화예측을 위한 전조현상 분석과 같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연관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활화산 연구는 화산활동을 이해하고 중대형 지질재해를 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한반도 주변의 일본열도, 쿠릴열도, 캄차카반도에는 분화 위험성이 높은 화산이 분포하고 있는 만큼 지진파-공중음파를 융합한 중-원거리 화산활동 모니터링 기술개발과 화산분화 예측연구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한반도 활화산 및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 세계 화산활동을 연구하기 위해서 화산연구단을 2020년에 신설하였다. 지질, 지구물리 전문가로 구성된 화산연구단은 국내외 활화산의 특성을 평가하고, 화산 감시에 필요한 지구물리학 및 지구화학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여년 동안 한반도 및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지진 및 공중음파 관측 및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동 연구원의 지진연구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주변국 화산활동 관측자료 확보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파-공중음파를 융합한 화산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Matoza et al. (2022)의 연구결과 발표 이후, 국내 지진파-공중음파 네트워크에 기록된 2022년 Hunga 분화를 정밀 분석한 후속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국내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 활화산 분화 현상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으로 지진-공중음파 관측망 자료의 화산연구 활용 및 개선방안 등을 제안하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국외 활화산에서 장기간 기록된 대용량의 화산지진과 공중음파 자료를 수집하여 분화예측 기술을 적용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학제 간 접근을 통해서 국내 화산연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화산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국외의 전문가와 공동연구 등 학술적인 국제교류를 통해서 화산활동 해석 기술을 발전시키고, KIN의 관측자료를 이용하여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활화산을 대상으로 중-원거리 감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파-공중음파를 융합하여 화산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핵심 기반은 이미 갖춰져 있다. 향후, 화산연구단과 지진연구센터는 지진파-공중음파 분석 및 해석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고품질의 지구물리관측 자료 확보를 통해 중대형 화산재해 대응을 위한 연구, 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평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본사업 ‘한반도 활화산 특성평가 및 화산 감시 기반기술 개발(GP2021-006)’ 및 ‘지진활동 추적 및 관측자료 통합관리기술 개발(GP2020-017)’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논평 개선을 위해서 건설적인 의견을 주신 편집위원님과 두 분의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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