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화를 위한 제언
초록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은 지난 2020년 지질유산적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북한 지역까지 확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북한의 평강군, 세포군, 철원군, 김화군 지역 약 1,530 km2가 철원-평강 용암대지에 포함되어 있어,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리적 범위이다.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공동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한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은 분쟁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시 가장 적당한 선행 모델로 고려해야 한다. 지질학, 고고학, 생태학 명소들이 다수 분포하는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공동 등재를 위해서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4단계의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1단계는 위원회 수립 및 남북 공동연구, 2단계는 북한 지질명소 선정 및 방문객 프로그램 개발, 3단계는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관리기구 건립 및 관리계획 수립, 4단계는 유네스코 신청서 제출 및 현장 심사 단계이다. 이 논문에서 제언한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남북한의 평화 체계 구축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In 2020, UNESCO Global Geopark Secretariat recommended that Hantangang UNESCO Global Geopark of ROK (Republic of Korea) should be expanded into a border area of the DPRK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for an enlargement of outstanding geological heritage values. Around Cheorwon-Pyeonggang lava plateau area (ca. 1,530 km2) of Pyeonggang-gun, Sepho-gun, Cheorwon-gun, and Gimhwa-gun in DPRK is a reasonable area to make the Hantangang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The Marble Arch Caves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located on boundary between British Northern Ireland and Ireland, should be considered as the most suitable preceding model, because both are located in the troubled regions. There are many geological, archaeological, and ecological attractive sites in the Hantangang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There are four phases of 10 years for the nomination of the Hantangang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first phase, the establishment of preparatory committees and joint researches; second phase, the geosite designation and the visitor program development in the DPRK; third phase the establishment of management plans of two Koreas and geopark center in the DMZ (demilitarized zone); and fourth phase, submission of geopark application and on-the-spot evaluation. If the roadmap, suggested in this paper, is successfully carried out, the Hantangang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will have the greatest impact on establishing a peace system between two Koreas.
Keywords: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Hantangang, DPRK키워드: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한탄강, 북한1. 서 론
북한에서 발원해 철원-포천-연천을 관류하는 한탄강은 우리나라 유일의 현무암 침식하천으로 한탄강 유역 일대에는 지질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명소들이 다수 분포한다(Kil et al., 2019).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위치한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 그리고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는 선캄브리아시대와 고생대 변성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쥐라기 퇴적암과 화강암 등이 주로 분포하며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과 신생대 퇴적암이 소규모로 분포한다(Kee et al., 2008, 2019). 이러한 암석들 위를 북한지역에 위치한 오리산과 680 m 고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용암이 고한탄강을 따라 흘러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신생대 제4기에 형성했다(그림 1) (Won, 1983; Lee and Lee, 2016).
다양한 지질과 지형적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은 지질유산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UNESCO, 2020). 제4기 현무암의 기원지로 추정되는 북한의 오리산 분화구와 680 m 고지 분화구(성산 분화구)의 위치를 고려하면, 북한의 한탄강 유역 지역도 지질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명소들이 다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남북한 지역을 아우르는 한탄강 유역은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Won, 1983).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 등재될 당시 심사를 담당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북한지역 확장을 통해 지질공원의 지질학적 완성도를 높이라고 권고하였다(McKeever, P.J., personal communication).
본 연구의 목적은 과거 남북교류협력 사례와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인증 선례로써 Marble Arch Caves 세계지질공원을 분석하여, 남북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Hantangang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공동등재 방법을 연구하고, 북측 지역의 지질학, 고고학, 생태학 명소들을 제안하는데 있다.
2. 북한 지역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리적 범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내 단일경계를 가지는 구역을 필수적으로 지정해야 한다(UNESCO, 2015a). 그러나 하천과 산맥 등 지질의 연속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지역은 인간에 의해 구분된 국경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역에서 하나의 산이나 강을 경계로 하여 서로 다른 지질공원이 운영된다면 지질유산의 보존, 관리 및 학술적 가치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지질의 연속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한 지역에 여러 나라가 위치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지질의 연속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한 지역을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으로 공동 등재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UNESCO, 2015b).
현재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남한의 한탄강과 임진강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제4기 한탄강현무암이 남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남북한이 이 지역을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리적 범위는 제4기 한탄강현무암 분포 지역을 중심으로 제1안과 2안 지역으로 나누어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그림 1). 제1안 지역은 철원-평강 용암대지의 일부만 포함하며 면적은 약 930 km2이다. 제2안은 제1안보다 확장된 지리적 범위를 가지면서 철원-평강 용암대지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제2안 지역의 총 면적은 1,530 km2이다. 제1안 지역과 제2안 지역을 나눈 이유는 제1안 지역에서 명소들이 충분히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제2안 지역에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북한의 평강군, 세포군, 철원군, 김화군이 포함되어 있다(그림 1)
3. 북한 지역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명소
북한 지역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는 지질학 명소와 비지질학 명소(고고학, 생태학 명소)로 나누어 연구되었다. 현재 북한은 과학적 의미보다는 폭포, 호수, 섬, 바닷가와 같은 경관 중심으로 명소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북한 지역 참고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추후 남북한 학자들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 측면의 명소들을 많이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
3.1 지질학 명소
연구지역 내에서 가장 뛰어난 지질명소는 철원-평강 용암대지의 현무암 기원지인 오리산 분화구와 680 m 고지 분화구(성산 분화구)이다(Won et al., 2015; Lee and Lee, 2016)(그림 2a). 오리산 분화구는 강원도 평강군 평강역에서 서남쪽으로 2.5 km 떨어진 자원리에 위치한 분화구이다. 오리산 분화구는 높이 454 m, 지름 약 150 m, 깊이 약 20 m의 둥근 형태를 가지고 있다(그림 2b). 오리산 분화구에서 북북동 방향으로 22.5 km에 떨어진 680 m 고지 분화구는 강원도 세포군 성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산 분화구라고도 한다(Lee and Lee, 2016)(그림 2c). 680 m 고지 분화구도 오리산 분화구와 함께 철원-평강 용암대지에 분포하는 현무암의 기원지로 알려져 왔다(Won et al., 2015). Won et al. (2015)은 오리산 분화구에서 분출한 용암이 철원-평강 평야를 만들었고, 이 용암이 남서쪽으로 흘러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까지 약 100 km을 흘렀다고 추정하였다. 또한 680 m 고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용암은 동쪽으로 흘러 그 일부가 남한의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까지 흘렀다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철원-평강 용암대지에 분포하는 현무암의 기원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후 남북한 지질학자들이 야외에서 화산층서학적 연구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 오리산 분화구와 680 m 고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은 SiO2 함량과 가스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용암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용암의 점성도가 작다. 이러한 물리적 성질 때문에 이들 분화구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는 큰 유동성을 가져 멀리까지 잘 흘러갈 수 있었고, 분출한 화산 분출물 대부분이 용암이고, 화산쇄설물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기원지 이외에도 연구지역 내에는 우화정과 같은 현무암 수직 절벽이 잘 관찰되는 지질명소들이 다수 분포한다(그림 3a). 특히 역곡천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대사리에 위치한 우화정은 겸재 정선의 우화등선과 지우재 정수영의 우화정도라는 옛 그림에서 수직 절벽과 주상절리가 잘 관찰된다(그림 3b)(Cho, 2011). 우화정 인근에서 임진강을 따라 남쪽 비무장지대로 내려가면 월화두비냥, 한드루비냥, 장경대(장경석벽)와 같은 현무암 수직 절벽이 잘 관찰되는 지역이 분포한다(그림 3a)(Kim, 2016). 이들 지역은 경기도 포천시의 비둘기낭, 구라이골, 멍우리협곡 일대와 같이 현무암 수직 절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이다. 행정구역상 해당 명소들은 연천군에 위치하지만, 현재는 비무장지대 인근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 Kim (2016)은 임진강 일대의 현무암은 철원-평강 용암대지에서 출발하여 북한의 역곡천을 따라 흘러온 용암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였다. 추후 우화정 일대를 비롯하여 북한 한탄강 유역 지질 명소의 추가 발굴을 목적으로 남북한 지질학자들이 야외지질조사를 공동으로 수행할 필요성 있다.
3.2 비지질학 명소
한반도 중부의 철원-평강 용암대지는 역사시대에 접어든 삼국시대 이래 군사적 전략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구려와 백제의 국가 형성 초기 단계부터 주요 격전지였으며, 파주와 연천을 중심으로 군사유적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또한, 후삼국 시대 궁예는 개성에서 철원도성(궁예도성)으로 도읍을 옮기고 철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려고 하였다(그림 4a). 현재 철원도성 지역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통해 남북공동조사가 합의된 곳이다. 철원도성은 현재 행정구역상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홍원리 풍천원 일대로 확인되며 비무장지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철원도성 이외에도 연구지역 내에는 성재산성, 저격능선 전적지, 매두분, 금강산 전기철도, 승양산성, 충장사 등을 비롯한 고고학 명소들이 다수 존재한다(그림 4b)(Hankyoreh, 2000; Kil et al., 2021).
연구지역 내의 대표적 생태학 명소로는 북한 세포조선소, 삼방왕제비꽃, 두문동은행나무, 김화당느릅나무, 성북느티나무 서식지, 신계황목련군락, 평산클락새살이터 등이 있다(Lee and Lee, 1994; North Korean Human Geography, 2008; Kil et al., 2021). 생태학 명소 중 세포조선소는 강원도 세포군 대곡리에 군집하는 대형 우제류로서, 수소의 평균 몸무게는 400 kg에 이르며, 큰 수소는 890 kg인 것들도 보고된다. 세포조선소는 1980년 1월 국가자연보호연맹에 의해 북한 천연기념물 제237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Lee and Lee, 1994). 두문동은행나무는 강원도 철원군 저탄리 두문동마을 가운데에 있다(그림 4c). 1,410년경에 심은 두문동은행나무의 높이는 21 m, 직경은 20 m이다. 마을의 풍치를 돋기 위해 약 600년 전에 심은 이 나무는 학술적 가치가 커서 1980년 1월 국가자연보호연맹에 의해 북한 천연기념물 제240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Lee and Lee, 1994). 생태학 및 고고학 분야 또한 북한과의 공동조사를 통해 추가 명소 발굴이 시급하다.
4. 연구 결과 및 토의
4.1 남북 교류 협력
과학기술기본법 제19조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 법을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남북 학술 교류 협력 사업의 규모와 분야가 꾸준히 확대되었다(Lee, 2018). 김정일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은 과학기술을 더욱 중요시하여, 남한과 대외 협력 사업 재개를 시도하기도 하였다(Byun and Kwon, 2017). 또한 북한은 기존 과학기술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행정기관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연구기관인 과학원에서 분리 독립하였고, 과학기술 분야별로 대외협력 권한을 재조정하여 다양한 국제 과학기술 협력을 진행하였다(Choi and Kang, 2017). 그러나 2010년 대북 제재인 5·24조치가 시행되면서 남북 학술 교류 협력 사업은 대부분 단절되었다. 북한과 직접적인 학술 교류가 있었던 마지막 사례는 2006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평양에서 개최한 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이다. 2017년 이후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북한과의 교류 협력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북한과 학술교류를 진행하는 대표적 국제단체인 한스자이델재단은 교류 협력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환경 분야 등에서 북한과 학술 교류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Hanns-Seidel Foundation, 2019).
지질학 분야에서 남북 학술 교류 사업은 주로 북한 광물자원 개발, 자연환경 보존, 자연재난 방지, 관광자원 활용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Kim et al., 2014).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북방지질자원전략센터와 DMR융합연구단은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통한 공동연구과 교류협력을 추진하였다. 남북 교류 협력은 고고학 분야에서 잘 이루어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고고학 분야 남북 교류 협력은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이다.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2007년부터 14년간 지속한 고고학 분야의 대표적인 사회문화 교류협력 사업이다. 이 사업은 비정치적인 성격의 민간협의체가 사업을 주도하였기 때문에 북한 제재 국면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Park, 2013; Minstry of Unification, 2015; Jeong et al., 2018). 그러므로 남북한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관한 남북 교류 협력은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과 같이 전문가로 구성된 비정치적 성격의 민간단체가 사업을 주도할 필요성이 있다.
4.2 북한의 세계지질공원
최근 북한은 백두산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하는 등 자국 내 지질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UNESCO, 2021a). 이는 북한이 지질유산을 활용하여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개방을 추진하고, 외화수입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백두산부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 금강산까지 다섯 개의 명산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으로, 서해안의 문덕과 동해안의 라선 습지를 람사르 습지(Ramsar Wetlands)로 지정하여, 북한의 자연환경을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효율적으로 보존하려고 한다(EAAFP, 2018; UNESCO, 2019).
이처럼 최근 북한의 지질유산에 대한 기본 인식은 세계지질공원의 기본 목표인 자연환경 보존과 지역사회 동반 성장과도 일치한다. 현재 북한에서 백두산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는 외무성 산하의 ‘조선유네스코민족위원회’이며,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가 지질공원 담당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및 운영 역량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아시아지질자원위원회와 같은 지질학 관련 국제단체에 북한을 참여시켜 조선유네스코민족위원회의 세계지질공원 인증 및 운영 역량을 확인한 후에 남북한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관련된 남북 교류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4.3 남북한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모델
2021년 기준 유네스코가 인증한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4개소에는 아일랜드-북아일랜드의 Marble Arch Caves, 헝가리-슬로바키아의 Novohrad-Nógrád, 독일-폴란드의 Muskau Arch, 그리고 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의 Karavanke/Karawanken이 있다(UNESCO, 2021b).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소의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은 초기 계획단계부터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설계되어 유네스코 인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은 1980년대 북아일랜드 일부 지역에서만 세계지질공원이 단독으로 운영되다가, 2007년에 아일랜드가 영국과 함께 공동 준비위원회를 발족하여 지질공원의 기본적인 요건인 지질명소, 시설, 관리기구 등을 준비하였고, 2008년에 새로운 단일경계를 가지는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 인증되었다(그림 5).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일대는 과거 정치적 문제로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유혈사태가 일어난 분쟁지역이다(McKittrick and McVea, 2012).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는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통해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등재 이후, 유네스코는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을 평화와 재건의 상징으로 인식하여, 분쟁지역에서의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추진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McKeever and Zouros, 2005; UNESCO, 2015b).
유네스코 지질공원 운영지침에 따르면 인증된 세계지질공원을 확장하는 경우 초기 인증 당시 면적의 10% 이상 면적을 단일 신청 절차를 통해 확장할 수 없다(UNESCO, 2015a). 그러나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서 북한지역을 추가하여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초기 인증 당시 면적의 10% 보다 더 많은 면적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한탄강 지역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을 공동 등재를 위해서는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의 사례를 참조하여 세부적인 인증 과정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4.4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공동 등재
남북한의 정세와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인증과정을 모델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서는 4단계에 걸쳐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그림 6).
1단계 2년은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위원회(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Implementation Committee)’, ‘지질유산 발굴위원회(Geoheritage Designation Committee)’, ‘남북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사무국(Korean Transnational UNESCO Global Geopark secretariat)’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기간이다(그림 6).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위원회’는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공동인증에 필요한 정책, 법제, 그리고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위원회로서, 외교부, 통일부, 환경부 차관급 인사와 강원도, 경기도의 부지사로 구성할 수 있다. 지질공원 전문가와 지질학자도 자문을 위해 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지질유산 발굴위원회’는 지질학, 고고학, 그리고 생태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고, 북한의 연구진과 남북한 한탄강 지역 현장 조사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남북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은 위에서 언급한 두 준비위원회의 의견들을 조율하고 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예산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기관이다. ‘남북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은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을 담당했던 민간협의체와 유사하게 민간단체 형태로 운영된다.
2단계는 1단계에서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3년 동안 북한 지역의 지질명소를 선정하고,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아 스스로 지질명소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간이다(그림 6). 1단계와 동일하게 2단계에서도 남북 학자들이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수행하여 지질명소를 선정한다. 그러나 북한의 세계지질공원 담당 부서인 조선유네스코민족위원회가 주도하여 북한 지역 지질명소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남북 학자들의 공동 조사는 1단계와 동일하게 ‘지질유산 발굴위원회’가 주관하여 수행한다. 이 기간 북한은 선정된 지질명소를 활용하여 스스로 방문객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지질명소 인근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철원-평강 용암지대의 지질에 대한 기본 교육을 진행하여야 한다. 또한 북한 내 해설사 양성도 이 기간 동안 수행되어야 한다. 2단계 기간 동안 ‘지질유산 발굴위원회’뿐만 아니라, 지자체(경기도, 강원도, 포천시, 연천군, 철원군), 국가지질공원사무국,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담당자들이 지질공원 프로그램 개발 방법, 지역주민과 해설사 교육, 편의 및 관광 시설 확충 등에 대한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한다.
3단계 기간은 총 2년이며, 이 기간에 남북한이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을 대표할 수 있는 국제적 규모의 ‘공동관리기구’ 건물을 비무장지대에 건립하고, 남북한이 스스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기간이다(그림 6). 비무장 지대 내 공동관리기구은 남북한의 동일 인원이 상주하며 운영하며, 건물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1, 2 단계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교육, 관광 허브 역할을 하는 ‘공동관리기구’는 지질공원, 지질학, 고고학, 생태학 분야 연구와 지질공원의 교육, 훈련,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공동관리기구’가 남북한의 통합된 예산을 관리하고 집행한다. 1, 2 단계에 운영된 ‘남북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은 3단계에서는 남북한의 ‘공동관리기구’로 흡수 통합시킨다.
마지막 4단계는 3년이며, 남북 공동으로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규 신청서를 작성하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에 제출하는 기간이다(그림 6). 신청서 작성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서류심사 및 현장실사에는 일반적으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4단계 이후에도 남북한 ‘공동관리기구’의 업무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5. 결론 및 제언
지질학, 고고학, 생태학 분야의 다양한 명소들이 분포하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중심으로 북한까지 확대하여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할 필요성이 있다.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북한 지역 면적은 약 1,530 km2 정도가 적당하며, 이 지역에는 북한쪽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모두 포함하는 평강군, 세포군, 철원군, 김화군이 위치하고 있다. 북한 지역의 대표적인 지질학 명소로는 현무암 기원지로 추정되는 오리산 분화구, 680 m 고지 분화구, 우화정이 있으며, 고고학 명소로는 성재산성, 저격능선 전적지, 매두분, 금강산 전기철도, 승양산성, 충장사 등이 있으며, 생태학 명소로는 세포조선소, 삼방왕제비꽃, 두문동은행나무, 김화당느릅나무, 성북느티나무 서식지, 신계황목련군락, 평산클락새살이터 등이 있다.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공동으로 등재한 Marble Arch Caves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은 분쟁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국이 먼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한 후 영국과 아일랜드가 공동으로 초국경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였기 때문에 남북한이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등재한다면 가장 적당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등재하기 위해서는 비정치적인 민간단체가 주도하여야 하며, 4단계에 걸쳐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1단계(2년)는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위원회, 지질유산 발굴위원회, 남북 초국경 세계지질공원 사무국을 두고 남북의 공동 조사를 바탕으로 명소를 발굴하는 단계이다. 2단계(3년)는 북한 스스로 방문객 프로그램을 만들고,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기본 교육을 수행하여 해설사를 양성하는 단계이다. 이 기간 남한의 지자체와 유관기관은 북한에 지질공원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필요성이 있다. 3단계(2년)는 비무장 지대인 DMZ 내에 공동관리기구 건물을 건립하고, 남북한이 동일한 담당 인원들을 활용하여 교육, 훈련,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4단계(3년)는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류 및 현장실사를 수행하는 단계이다. 한탄강 초국경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는 한반도 평화 체계 구축과 남북한 지역 주민의 경제적 수입 향상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경기도 포천시 “한탄강 남북 공동조사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20200312607-00)”과 한국연구재단 “정밀지질조사를 통한 제4기 한탄강 화산지대 진화사 연구(2018R1D1A3B0704822814)”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세심한 심사를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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