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과 응용과학으로서 지질학의 역할과 관심 제고
지질학(Geology) 혹은 지질과학(Geological Sciences)은 고전적으로는 고체지구에 관한 학문으로 그 구성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탐구해왔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 탐구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층서학, 퇴적학, 암석학, 광물학, 고생물학, 지구화학, 광상학, 구조지질학, 지구물리학(지진과 지구동력학), 행성과학 뿐만 아니라 응용분야인 지질공학, 수리지질학, 환경지질학, 의료지질학, 생지질학, 문화재지질학(지질공원 포함) 등을 모두 망라한다.
지질학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대한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다. 어떻게 지구가 생겼으며, 무엇으로 구성되었고 또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탁월하고 헌신적인 지질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알게 되었고 지구의 지각과 내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밝혀졌다. 또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지층, 습곡, 화산, 단층, 산사태, 싱크홀, 지진(쓰나미) 등의 다양한 지질현상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도 답해왔다.
또한 이러한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지식을 근거로 지질학은 사회적 필요에 답하는 응용학문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해왔다.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와 석탄을 발굴하였으며 최근에는 셰일가스로 대변되는 에너지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Gunningham, 2014). 또 산업과 물질문명의 발전에 필요한 각종 광물의 발견과 그 이용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때문에 전 세계는 자국의 경제발전의 근간으로서 에너지 및 금속·비금속 광물자원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중과 중·일간의 희토류 전쟁이나 최근 한·일간에 벌어진 불화수소 문제는 이러한 자원확보 전쟁의 한 단면이다(Park, 2017).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지질학이 답하지 못한 문제들이 여전히 많다.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Hayakawa, 2018). 또 언제 화산이 폭발할지 알 수 없다. 백두산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측할 뿐 그 시기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지질학자는 없다. 또한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에 대한 연구도 크게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대규모 자연재해는 적은 상황이지만 일본같이 화산과 지진이 빈발하여 엄청난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는 국가조차도 이들 지질재해에 대한 예측기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어 매우 도전적인 분야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빈국이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 산업화와 더불어 석유, 석탄 및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와 개발이 증대되었다(Sang and Chung, 1990). 그러나 1990년대를 지나며 국내 지하자원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는 현저하게 줄었으며 지질학의 학문적 관심도 크게 저하되었다. 이후 2010년대에 와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증진함에 따라 일시적 관심이 쏟아졌으나 이후 정치사회적 여건에 따라 또다시 침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가발전의 근본이 되는 에너지 및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과 투자 및 확보가 정치적 논리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대한지질학회는 1947년 창립 이후 국내 지질학 학술연구의 성과를 알리고 공유하기 위하여 1964년부터 지질학회지를 발간하였고 2020년 현재 총 56권 1호에 이르렀다. 지질학회지는 지질학 모든 분야에 걸친 독창적인 연구논문을 발간하여 2001년 12월에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등재학술지로 인정받았으며, 2019년에 SCOPUS와 ESCI에 모두 등재되었다. 그러나 국내 과학계의 연구 및 평가의 관심이 영문으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다수의 국내학술지들은 양질의 논문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국문의 국내학술지는 나름의 그 의의가 있다. 지질학회지에 실리는 다수의 논문은 국내의 다양한 지질과 관련 현상에 대한 탐구결과를 담고 있다. 우리 글로 그 현상들을 상세하게 기술함은 물론 외국학자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지역지질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일본 과학계의 경우 일본어로 발간된 논문에 세계적인 과학적 발견들이 많이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영문으로 된 국제학술지 논문만 우대하는 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기초과학으로서 그리고 응용과학으로서 지질학에 대한 일반국민 그리고 정부의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질학을 연구하는 우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 탐구도 중요하지만 일반국민에 대한 지질학 홍보 활동뿐만 아니라 여러 지질현상과 과학적 발견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 표명 그리고 지질 및 자원관련 정부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등이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이 성과는 2019년도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입니다(No. NRF-2015R1A4A1041105). 본 사설의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것으로 편집위원회 전체 혹은 대한지질학회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심사에 수고하신 임충완 부편집위원장님과 심사위원님들의 건설적인 조언과 지적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References
- Gunningham, N., 2014, A shale gas revolution for China?. Climate Policy, 14, 302-320. [https://doi.org/10.1080/14693062.2014.842857]
- Hayakawa, M., 2018, Earthquake predication with challenging spirit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of Strategic Management, 10, 99-102.
- Park, S.R., 2017, Weaponization and vulnerability in China’s rare earths hegemony. Journal of World Politics, 27, 243-295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 Sang, K.N. and Chung, W.W., 1990, Research trend of geology and mineral resources in Korea.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26, 500-512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