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4기 육상 미고결 퇴적물 연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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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우리나라 육상에서의 제4기 미고결 퇴적물은 산악, 호수, 하천, 연안 지역 등 다양한 환경에서 각각 독특한 양상을 보이며 분포하고 있다. 야외에서 관찰할 수 있는 퇴적물은 붕적 퇴적층(colluvium), 사면 퇴적층(alluvium), 선상지 퇴적층(alluvial fan deposits), 하성 퇴적층(fluvial deposits), 호성 퇴적층(lacustrine deposits), 해성 퇴적층(marine deposits), 고토양층(paleosol), 해안 사구 퇴적층(coastal sand dune), 그리고 인위적인 퇴적층(artificial ground)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고결 퇴적물이 현재의 지형 조건에 따라 어떻게 분포하는지 또 과거의 퇴적환경은 어떠했는지, 즉 수평-수직적 또는 공간-시간적 분포 양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육상 미고결 퇴적물은 제4기 동안의 퇴적환경 뿐만 아니라 기후나 식생 등의 지표환경 변화, 해수면 변화 등의 기록을 보존하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천-수만년에 걸친 장시간의 기록이나 고해상도의 연속적인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고결 퇴적층을 연구할 때에는 퇴적-침식, 재이동-재퇴적, 매몰 속도의 빠름과 느림, 토양화작용과 생물교란작용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퇴적물 기록의 한계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퇴적물 시료를 획득하기 위한 시추조사에 있어서도 주의할 점을 충분히 숙지하여야 한다.
Abstract
The Quaternary terrestrial unconsolidated sediments in Korea are distributed in a variety of environments including mountainous, lake, river, and coastal regions. The sediments that can be observed in the open fields are colluvium, alluvium, alluvial fan deposits, fluvial deposits, lacustrine deposits, marine deposits, paleosols, coastal dunes, artificial grounds, and so on. However, it is true that there has been a lack of effort to understand how these sediments are distributed according to the current geomorphological conditions and how the past sedimentary environment was, i.e., the horizontal-vertical or space-time distribution patterns. To the scientific community the unconsolidated sediments on land provide evidence of not only the sedimentation environment during the Quaternary age but also the changes of the surface environments such as climate and vegetation, and sea level fluctuation. Despite these advantages, the limitations must be clearly recognized. It is necessary to study carefully the conditions such as sedimentation - erosion, remigration - resettlement, net sediment burial rate, and the presence of pedogenesis and bioturbation. It is also necessary to be fully aware of the precautions to be taken in the drilling survey to obtain sediment samples.
Keywords:
Quaternary, terrestrial, unconsolidated sediment, sedimentary environment, drilling survey키워드:
제4기, 육상, 미고결 퇴적물, 퇴적 환경, 시추조사1. 서 론
지표상에서 암석을 덮고 있는 흙, 암석 파편, 먼지 등 푸석푸석한 물질을 통칭하여 표토(regolith)라고 한다(Fairbridge, 1968). 표토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데, 첫 번째, 제4기 기간 동안 형성되어 아직 속성작용(diagenesis)과 암석화작용(lithification)을 충분히 받지 않아 미고결(unconsolidated) 상태로 있다는 것이며, 두 번째, 지표상의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의 산물로서 이러한 다양한 작용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표토는 크게 토양과 퇴적물로 구분할 수 있다. 토양은 암석이 물리, 화학적 풍화 작용을 받아 미세한 조각 물질로 나누어지고, 이것이 지표에서 기후, 생물, 식생, 지질, 지형, 수문 등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유기물과 수분이 더해지면서 토양화작용을 받으며 형성된다. 이러한 토양이 매몰되어 보존되었다가 다시 지표로 드러난 경우에 이를 고토양(paleosol)이라 한다. 퇴적물은 토양이나 유기물 등 지표면에 있는 다양한 물질이 물, 바람, 빙하 등 유체에 의해 물리적으로 운반되거나 화학적으로 침전되어 특정 지역에 쌓인 것을 지칭한다. 이렇게 토양과 퇴적물은 용어의 정의로 봤을 때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토양형성 보다 지형형성 과정이 우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토양 층위의 발달이 매우 미약하며 두께도 얇다(Oh, 1996). 따라서 야외에서 토양과 퇴적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토양과 퇴적물을 다루는 학문에는 토양학, 지형학, 제4기 퇴적학, 토질공학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이들 학문은 각각의 목적에 맞는 관점에서 토양과 퇴적물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제4기 퇴적학에서는 토양 보다는 퇴적물을 중심으로 퇴적물의 침식-이동-퇴적과 관련한 각종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영향 요소와 시기 등의 제반 현상을 다룬다. 퇴적물은 다양한 주변 환경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고 있기에 퇴적물과 퇴적과정에 대한 연구는 지표환경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복원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제4기 동안에는 빙하기-간빙기, 해수면 상승-하강, 해수 온도와 해류의 흐름, ENSO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엘니뇨-남방진동), IOD (Indian Ocean Dipole, 인도양 다이폴 현상), 태풍의 빈도, 몬순 세기, 강우량, 식생 등 전지구적 규모에서 지역적 규모까지 기후와 지표환경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매체(archive)로서 빙상 시추시료, 나무 나이테, 동굴 생성물, 산호, 그리고 퇴적물 시추시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시료는 퇴적물 시추시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수심이 깊은 자연호수가 드물기 때문에 수천-수만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친 연속적인 지표환경 변화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Cheong and Kim, 2008). 또한, 조간대나 범람원 등 대기에 노출된 환경에서는 퇴적물 자체의 속성상 퇴적과 침식이 빈번하게 일어나 연속적인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퇴적물 시추시료를 이용하여 제4기 기후나 식생 등의 지표환경, 그리고 해수면 변화를 연구할 때에는 그 한계성을 충분히 파악하여야 한다.
본 논평에서는 한반도의 미고결 퇴적물 분포 특성과 미고결 퇴적물 시료 채취를 위한 시추조사에 있어서의 주의할 점을 알아보고, 미고결 퇴적물 연구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제4기 미고결 퇴적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다 건설적인 연구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 우리나라 육상 미고결 퇴적물의 분포
우리나라는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에 빙하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이른바 원거리(far-field) 위치에 있기 때문에 빙하에 의한 퇴적물 교란이나 재이동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Nahm et al., 2013). 일부 동결교란작용(cryoturbation)이 보고된 바는 있지만 그 규모가 퇴적물 분포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는 않다(Oh et al., 1995; Kim et al., 2006). 그러나 기반암 지질과 구조선이 복잡하고, 이에 따른 지형 발달 또한 복잡하며, 특히 연안 지역에서는 현세 해수면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퇴적환경 변화가 급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지표면 아래의 수-수십 m 정도의 퇴적물 분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본 논평에서는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금강, 한강 등 서해안의 하천을 중심으로 상류부(산지 지역)에서 하류부(하구 지역) 까지 미고결 퇴적물이 분포하는 일반적인 양상을 개괄하고자 한다(KIGAM, 2014)(그림 1).
붕적 퇴적층(colluvium) : 주로 낮은 산지나 구릉 상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Maybeck et al. (2001)의 지형 분류에 따르면 산지와 구릉은 고도 500 m 기준으로 구분한다. 고도 500 m 이상의 두드러지게 솟은 지형을 산지라고 하는데, 보다 상세하게는 경사도, 지형의 거칠기 등에 따라 세분할 수 있다. 붕적 퇴적층은 가파른 암반 사면이나 절벽의 암반이 붕괴되어 중력 작용으로 사면의 아랫부분에 쌓인 퇴적층을 지칭한다. 보통 매우 짧은 거리를 이동하여 쌓이므로 퇴적물은 분급이 불량하며 원마도가 매우 낮다. 각력질의 표력, 왕자갈, 잔자갈 등을 많이 포함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바로 윗부분의 기반암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구성 암종은 다양하지 않다. 붕적 퇴적층은 퇴적층으로서 존재하며, 야외에서 퇴적층의 분포를 인식할 수 있지만 특별한 층리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상지성 퇴적층에 비해 퇴적층 두께가 보통 1 m 이내로 얇은 편이다.
사면 퇴적층(alluvium) : 주로 낮은 산지나 구릉의 경사면에 분포한다. 경사면에서 중력과 유수에 의한 물질이동으로 형성되는데, 경사의 정도(급경사 또는 완경사)에 따라 중력과 유수가 기여하는 정도에 차이가 난다. 표력, 자갈, 모래, 미사, 점토, 그리고 토양이 혼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이 퇴적층은 구성물질의 종류가 비교적 다양하고, 분급이 불량하고 원마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며 퇴적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상지 퇴적층(alluvial fan deposits) : 소규모 급경사 계곡의 하부에서 소하천을 따라 이동하던 퇴적물이 편평한 평지와 만나면서 일시에 밀려 내려와 부채꼴 모양(선상)으로 쌓인 퇴적층을 말한다. 계곡의 규모와 퇴적물의 이동 정도에 따라 퇴적층의 발달과 구성 물질이 다르게 나타난다. 사실 모든 하성 작용(fluvial)이 충적 작용(alluvial)에 포함되지만, 여기서는 우세(rainwash)나 릴워쉬(rill wash)와 같은 포상류(sheet flow, overland flow)에 의한 것으로 한정한다. 이들 충적 퇴적물은 풍성 퇴적물, 호소 퇴적물, 붕적 퇴적물, 해성 퇴적물 등과 교호 또는 병합되어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대체로 퇴적물의 분급은 불량하며 원마도가 낮다. 상부 지대에서 하부 지대로 갈수록 선상지 퇴적층의 두께가 증가하며 입자 크기는 감소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상부는 사면 퇴적층과, 하부는 하천 퇴적층과 유사한 형태의 퇴적상을 보이기도 한다. 선상지 퇴적층 위로는 작은 하천이 흐르기도 하며, 부분적으로 습지가 발달하기도 한다.
하성 퇴적층(fluvial deposits) : 하천의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퇴적층을 말한다. 하도 퇴적층, 사주 퇴적층, 자연제방 퇴적층, 범람원 퇴적층, 범람원에 발달하는 습지 퇴적층 등을 포함한다. 퇴적 환경에 따라 퇴적물의 입도, 분급, 원마도 등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퇴적구조 또한 다양하다. 하성 환경은 침식과 퇴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 흐름의 세기에 따라 침식, 운반, 퇴적 양상이 달라지며, 퇴적물의 입도 또한 부분이나 지역에 따라 변화 폭이 크다. 따라서 하천 일대에는 다양한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선상지 퇴적층과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경계는 다소 모호한 편이다. 지형적으로 봤을 때에 상부의 선상지 퇴적층은 철부(볼록, convex), 그리고 하부의 하성 퇴적층은 요부(오목, concave)의 형태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하성 퇴적층은 택지 조성, 경작지 활용, 골재자원 채취 등으로 인하여 대부분 심하게 교란을 받았다. 층후는 수 m 정도로 그다지 두껍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성 퇴적층(lacustrine deposits) : 나무와 초본류 파편을 많이 포함한 암회색 이질 퇴적층으로 나타난다. 두께는 최대 1-2 m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렌즈상 형태이다. 청회색의 조간대 퇴적층과 인접한 경우에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조간대 퇴적층과 비교하여 패각을 포함하는 경우가 드물고 약간 더 단단하며 대자율값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해성 퇴적층(marine deposits) : 보통 하천 하류부에 분포하는 조간대 퇴적층을 말한다. 현세 해수면 상승에 의해 형성된 퇴적층이며, 주로 괴상의 청회색 점토질로 나타난다. 굴 패각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미루어 괴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생물교란작용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때때로 석영질 모래, 패각질 모래, 유공충질 모래 등과 섞이거나 교호층을 만들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기 중에 노출되어 산화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조간대 퇴적층의 두께는 보통 수 m에서 수십 m 정도이며, 바다 쪽으로 가면서 급격하게 두꺼워진다. 조간대 퇴적층 하부에는 사면 퇴적층이나 하성 퇴적층이 주로 나타나며, 상부에는 하성 퇴적층이 피복하는 경우가 많다.
고토양층(paleosol) : 지표에서 토양화 작용을 받은 토양층이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매몰된 과거의 갈색의 미사-점토질 토양층을 말한다. 대체로 고화되어 있으며, 황갈색 또는 진한 황색 반점과 식물 뿌리 흔적을 수반하며, 수직적으로 색상이나 입도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러한 수직적인 변화 양상은 점이적인 형태를 보인다. 급격한 변화 양상을 보이는 곳이라면 침식면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수평 엽리가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퇴적 구조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퇴적물의 기원, 퇴적 시기, 그리고 토양화 작용을 받은 시기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해안 사구 퇴적층(coastal sand dune) : 사구 퇴적물은 주로 모래로 구성된다. 이들 모래는 보통 지속적인 파도나 바람에 의해 운반되어 해안 모래 바로 앞 내륙 쪽으로 여러 매의 좁은 띠 형태를 보이면서 사구 열을 형성한다. 수십년 정도의 시간 규모에서 이들 사구열은 수-수백 m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인위적 퇴적층(artificial ground) : 최근에는 인간 활동도 하나의 퇴적 요인으로 인지하고 있다. 도로, 철도, 제방, 폐기물 더미, 매립지 등 인위적 퇴적(made ground), 노천 광산, 준설지 등 인위적 굴착(worked ground), 인위적 굴착과 퇴적이 이루어진 인위적 정지(infilled ground), 전답, 골프장, 공원 등 인위적 조성(landscaped ground), 인위적 교란(disturbed ground) 지역 등을 제4기 현세 또는 인류세의 퇴적물 분포 양상으로 보기도 한다(Kim, J., 2017). 이러한 인위적인 미고결 퇴적물은 제4기 퇴적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퇴적 중심지 (depocenter)의 지형적 위치, 퇴적 요인, 퇴적 과정과 기작 등을 바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육상 미고결 퇴적물 시추조사
제4기 미고결 퇴적층에서 퇴적물 시료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야외에서 퇴적층 단면을 관찰하기 쉽지 않은 곳에서는 주로 시추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보통 토목공사에서 토질조사를 위한 시추조사 방법을 원용하여 시료 회수를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는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육상 시추조사 방법을 소개하고, 시추조사를 할 때에 주의할 점을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한다.
교란 시추 : 시추조사에도 많은 방법이 있으나, 최근의 방법은 무수 회전식 시추 방법이다. NX 샘플러(직경 76 mm)에 1 m 길이의 PVC관(직경 50 mm)을 장착하여 심도 1 m 마다 시료를 회수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시료 자체는 교란 시료이지만,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샘플러 굴진 때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비트의 마모가 심할 수 있다. 또한 시료가 PVC관에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샘플러 굴진부(shoe)의 선단부에 시료 고정 장치(core catcher)를 장착하여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물을 포함하는 모래 시료도 어느 정도 시료 채취가 가능하다.
이 시추 방법에서는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샘플러에 장착한 1 m PVC관에 1 m 길이의 시료가 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약 10 cm 정도 길이의 시료는 PVC관 앞의 샘플러 굴진부 부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림 2에서 보면, ① 단계에서 샘플러가 심도 0 m 에서 -1 m 까지 굴진할 때에 PVC관에는 90 cm, 그리고 굴진부 부분에 10 cm 시료가 채워지게 된다. 그리고 ② 단계에서는 공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케이싱관(casing, standard drive pipe)을 내리는데, 이때는 물을 사용하여 케이싱관 내부의 흙을 제거하여야 한다. 여기서 물의 압력이 너무 세면 심도 -1 m 부근의 흙이 패이게 되고, 물의 압력이 너무 낮으면 케이싱관 내부의 흙을 모두 제거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연약한 점토로 구성된 퇴적층을 다룰 때에는 물의 압력 조절에 대단히 주의하여야 한다. 흙이 패인 부분이 오니(汚泥, sludge)로 채워지게 되면 이 부분이 오니인지 층리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 시료가 건조되면 그 구분은 더욱 어려워진다. 시추 감독자와 시추 기사 모두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보 교환과 의견 교환이 제때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③ 단계에서는 심도 -2 m 까지 굴진하게 된다. 이상적으로 시추가 된 경우, PVC관에 90 cm, shoe에 10 cm 시료를 조합한 것이 정확한 1 m 길이의 시료가 되는 것이다.
PVC관 상부의 시료에 대해서는 얼마나 그 시료를 신뢰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색깔, 입도, 함수율, 퇴적구조 등이 윗부분과 아랫부분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여 결정하는데, 이러한 관찰은 시료의 색깔이나 함수율이 변하기 전에 현장에서 바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샘플러 굴진부의 길이는 장비에 따라 수 cm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비교란 시추 : 비교란 시료 채취를 위해서는 일명 황동관 UD (undisturbed) 시추를 하게 된다. 황동관(brass tube, 직경 76 mm)을 고정 피스톤식 샘플러(Stationary Piston Sampler)에 장착하고, 회전 수세식 시추기의 유압을 이용하여 황동관을 퇴적층 속에 밀어넣는 방법으로 시추하는 것이다. 이 때에 시추공 측벽의 퇴적물이 붕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추공 내부에 설치하는 케이싱관은 4 inch 크기이다. 일부 시료의 유실이 많은 모래층이나 자갈층에서는 데니슨(Denison, 직경 56 mm) 또는 트리플(Triple, Double Tube Core Barrel) 샘플러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굵은 모래나 잔자갈이 많은 부분에서는 스플릿 스푼 샘플러(Split Spoon Sampler)를 이용한 표준관입시험(standard penetration test, SPT)으로 지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추 방법에서는 직경이 큰 황동관을 쓰기 때문에 시료가 비교적 교란을 덜 받을 것으로 보아 비교란 시추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정확한 심도에서 퇴적물을 퇴적구조 그대로 끌어내어야 하는 연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란을 감수하여야 한다. 황동관을 끌어올릴 때에 특히 점착성이 있는 점토 시료를 끊기 위해서 샘플러를 회전시키는데, 이 때에 황동관 끝 부분의 시료가 전체적으로 비틀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고지자기 대자율의 이방성 측정값을 보정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시추조사의 문제점 : 시추조사는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땅속 깊은 곳의 퇴적층 시료를 모두 끄집어내는 전량 회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시추조사에는 여러 기술적인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각 샘플러(샘플 분절, segment) 사이 부분에서 특히 심하게 교란을 받거나 시료 손실이 많으므로 이를 어떻게 부드럽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래서 시추시료를 바탕으로 주상도를 작성할 때에 샘플러 사이의 경계 부위를 표시하여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기도 하며, 시료의 손실이 많은 경우에는 결층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시추조사에 시간과 비용의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시추공을 나란히 2개 이상 천공하면서 샘플러 사이의 경계 부위가 서로 엇갈리게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서로 인접한 두 시추공에서 하나는 심도 0 m에서 시작하고, 또 하나는 심도 -0.5 m에서 시작하여 분절 사이의 경계 부분을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2개의 시추공 사이는 1 m 전후 정도 거리를 둔다. 2개 시추공 시료를 서로 비교하면서 정확하게 심도를 맞추고, 한쪽에서 교란되거나 손실된 부분을 다른 한쪽에서 확보하면서 전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료를 확보하면 된다.
시료와 샘플러 사이의 마찰에 의하여 교란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시료가 샘플러 내벽을 따라 살짝 끌려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최대한 천천히 굴진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샘플러 내벽 쪽의 시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추조사의 향후 과제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 특히 토목, 토질 및 기초 분야에서는 지진에 의한 지반의 액상화 평가를 위하여 모래 퇴적물을 교란시키지 않고 채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구조물의 안정성 평가를 위해서는 첫째, 고품질의 비교란 상태의 시료채취 기술이 필요하고, 둘째, 채취시료를 이용한 효율적인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료채취와 실험은 미고결 퇴적물을 연구할 때에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다. 일본의 경우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지반 액상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느슨한 모래층이 폭넓게 분포되어 있어 모래 퇴적물을 비교란 상태로 채취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모래 퇴적물을 동결시켜서 시추를 하는 ‘인공동결법’을 개발하여 실제 토목공사 현장에 적용한 바 있다(Park et al., 2012). 우리나라에서는 산악지형을 중심으로 화강암 풍화토가 주로 많이 분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지반 여건에 맞는 굴착 비트 개발 등 시추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제4기 환경변화 관점에서 미고결 퇴적물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시추 기술과 시추 시료를 다루는 기술에서도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4. 미고결 퇴적물 연구의 미해결 과제
전국 또는 광역 규모의 제4기 지질도 작성 : 우리나라에는 국가기본도(1:5,000 수치지형도)와 더불어 특정 내용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종류의 주제도가 있다. 그 중에는 국립농업과학원이 농업토양정보시스템 ‘흙토람’을 통하여 제공하는 토양도(www.naas.go.kr), 한국임업진흥원이 산림공간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제공하는 임상도(fgis.forest.go.kr),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국가광물자원지리정보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광산지질도(www.kmrgis.net),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질정보시스템을 통하여 제공하는 지질도 등이 있다(mgeo.kigam.re.kr).
그러나, 미고결 퇴적물의 전국적 또는 광역적 분포를 나타내는 주제도(제4기 지질도)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성된 바 없다. 과거와 현재의 지형, 기후, 식생, 인간간섭 등 다양한 변수가 퇴적물 이동과 집적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밝혀 지도에 표현하는 것인데(그림 3), 미고결 퇴적물의 수평-수직적 또는 공간-시간적 분포 양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모델까지 포함한다.
외국에서는 토양, 퇴적물, 지하수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국토개발 관리, 도심 재생, 오염, 지진과 액상화 등 재해 관리,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에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임계영역 관측소(Critical Zone Observatories) 네트워크 구축 프로그램(Rosenbaum & Turner, 2003), 영국의 미래도시(Future Cities Catapult, London 2036) 연구 프로그램(Banks et al., 2015), 프랑스의 지질 정보 기반(Geological Reference Platform) 연구 프로그램(Bourgine et al., 2017)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중장기 연구 과제를 통하여 미고결 퇴적물 주제도를 작성하여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고결 퇴적물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서울시의 지반정보 통합관리시스템(surveycp.seoul.go.kr),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국토지반정보 포털시스템(www.geoinfo.or.kr) 등이 있다. 그러나 주로 지반공학적 정보에 치중하여 지질이나 지하수 정보가 부족하고, 시추위치도 공공시설 공사 위치에 편중되어 있는 문제점이 있다. Seok et al. (2012)은 국내 지하공간정보 통합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지층별 표준화, 단위체계 표준화, 지하공간정보 연계 표준화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현세 해수면 변동과 미고결 퇴적물 연구 :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난 약 1만년 동안 해수면이 상승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해수면 상승은 현재 연안지형을 형성하고 연안 퇴적물을 운반하였으며 신석기 유적과 주거지 분포를 규정한 중요한 요인이지만, 언제 어떻게 해수면이 상승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약 6000년 전의 현세 중기 해수면 변동에 대해서는 현재 해수면 보다 2-3 m 정도 낮았다는 의견(Park and Bloom, 1984)과 현재 해수면 보다 1 m 정도 높았다는 의견(Jo, 1980)이 지금까지도 상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약 2000년 전 부터의 역사시대에는 해상 항로, 물류 유통, 농업과 어업, 국토 방위 등 다방면에서 해수면 변동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여러 연구자들이 서해 연안 조간대에서 해성 미고결 퇴적물을 이용하여 해수면 변동과 과거 지표환경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다소 지역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는 퇴적물의 분포를 보다 광역적으로 파악하여 현세 동안 해수면이 어떠한 양상으로 상승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해수면 변동에 따른 지각균형작용(isostasy), 서해 퇴적분지의 침강과 융기, 제4기 단층 활동, 조수간만, 퇴적물의 유입과 압축 등 해수면 상대적 높이의 기록을 왜곡시키는 요인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역사시대에는 조간대 상부와 염습지 일대에 방조제를 축조하거나 간척지를 조성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인공 구조물이 연안 퇴적환경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그림 4).
미고결 퇴적물을 다룰 때에는 유념하여야 할 개념이 몇 가지 있는데, 여기서는 특히 조간대 환경에서의 다음 두 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퇴적물의 ‘보존 잠재력(preservation potential)’이다 (Belknap and Kraft, 1981). 밀물과 썰물이 흐르는 조간대나 하천이 범람하는 범람원 같이 에너지가 강한 퇴적환경에서는 위치에 따라 퇴적이나 침식이 동시에 발생하며, 생물교란작용이 심하고, 매몰 속도가 빠르지 않아 퇴적물이 보존될 수 있는 가능성, 즉 ‘보존 잠재력’이 매우 낮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Chang and Choi (1998)는 서해안 곰소만 조간대에서 계절과 조간대 위치에 따라 퇴적-침식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태풍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두 번째는 ‘덧쓰기(palimpsest)’이다(Swift et al., 1971). 원래 양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parchment)에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쓴 고대 문서를 이르는 말인데, 조간대 환경에서는 이전에 퇴적된 퇴적물이 빈번히 부분적으로 침식되어 다시 쌓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유기물이나 패각의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결과가 층서적으로 역전되어 나오는, 즉 오래된 탄소가 젊은 퇴적물 사이에 협재하는 것도 다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Oliver et al., 2015).
구석기 고고유적지와 단구 지형의 미고결 퇴적물 연구 : 우리나라는 여러 지역에서 구석기 고고유적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소로리 유적(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 석장리 유적(충남 공주시 장기면 석장리), 수양개 유적(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신북 유적(전남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전곡리 유적(경기 연천군 전곡면 전곡리), 홍천 백이 유적(강원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등을 들 수 있다.
구석기 고고유적지는 주로 하천 주변의 산사면 단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일대에 분포하는 미고결 퇴적물은 구석기 선사인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매체이다. 어떤 지형 조건에서 퇴적물이 쌓였는지, 또 퇴적물 속에 들어있는 화분(꽃가루) 등의 미화석을 분석하여 그 당시의 주변 식생은 어떠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전곡리 유적에서는 1979년에 유럽식 아슐리안(Acheulean) 주먹도끼와 동아시아식 찍개 문화가 동시에 발굴되었다. 그런데, 유물이 산출된 곳, 즉 전곡 현무암 위에 놓이는 7 m 두께의 미고결 퇴적물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쌓였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그림 5). 미고결 퇴적물의 하부 연대에 대해서 50만년 전, 35만년 전, 20만년 전 등의 다양한 분석 결과가 제시되었으며, 퇴적 환경에 대해서도 풍성 퇴적물, 하천 퇴적물, 사면붕적 퇴적물, 습지 퇴적물 등의 의견이 있었다. 지금은 약 30만년 전부터 퇴적되었으며, 하부에는 하천 퇴적층, 상부에는 풍성층-고토양층이 교호하면서 분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Kim et al., 2010; Kim, K., 2017).
이와 같은 상황은 단구와 같은 평탄한 지형면에 놓이는 미고결 퇴적물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구 퇴적물도 보통 풍성층-고토양층의 교호층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제4기 동안 빙기-간빙기 또는 아빙기- 아간빙기 기후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황하 중류 일대의 산시고원, 산간황토고원, 룽시고원 등 황토고원에 나타나는 풍성층-고토양층의 경우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풍성 기작 외에도 여러 퇴적 기작이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습윤한 한반도에서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단구 퇴적물을 대상으로 입도, 색상, 토양 구조, 광물 조성, 주원소 및 미량원소 조성, 자기감응도, 탄소동위원소 분석 등의 방법으로 퇴적환경과 토양화 과정을 밝히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또한 퇴적 시기에 대해서도 방사성탄소 연대, 광여기루미네선스 연대, 아미노산 연대, 테프라 연대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고토양층의 원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Kim et al., 2004; Jeong et al., 2013). 퇴적물의 퇴적 연대측정과 퇴적환경 규명을 위한 기술개발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습지 퇴적물 연구 : 습지는 육상 생태계와 수상 생태계 사이의 점이지대에 위치하면서 얕은 물에 의해 잠겨 토양 또는 퇴적물이 물로 포화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습지에는 유기물과 퇴적물이 두껍게 쌓여 과거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Yu et al., 2003).
우리나라의 습지는 연안습지(갯벌습지, 염습지 등), 내륙습지(하천형, 호수형, 산지형 등), 그리고 인공습지(인공호, 농경지 등)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Hong and Kim, 2017). 육상에서 과거 기후변화를 고해상도로 추적하기 위한 최적의 매체는 호수 바닥의 퇴적물인데(Yi, 2008), 우리나라의 호수형 습지 대부분은 약 100년 이내에 조성된 인공호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는 화진포호, 송지호, 매호, 향호 등 동해안의 석호를 들 수 있다. 석호 퇴적물은 현세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쌓이기 시작하여 대략 7000-8000년 정도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천형이나 산지형 습지는 대부분 인위적으로 상당히 훼손된 경우가 많다. 인제 대암산 용늪, 인제 점봉산 습지, 울산 정족산 무제치늪, 평창 오대산 소황병산늪과 질뫼늪, 산청 지리산 왕등재늪, 평택 이탄습지, 신안 장도 습지, 창녕 우포늪, 태안 두웅 사구습지, 고창 운곡 습지, 제주 물영아리, 물장오리 습지, 제주 하논 습지 등을 우리나라의 주요 습지로 꼽을 수 있다.
보통 산지형 습지에는 물이끼류 이탄(sphagnum peat)이 1 m 정도 두께로 발달하며, 평택 지역과 같은 저지대의 이탄습지에는 사초류 이탄(carex peat)이 3-4 m 정도로 나온다(Nahm et al., 2013; Yoon et al., 2014)(그림 6). 이탄층에는 점토나 실트질의 미고결 퇴적물이 수-수십 cm 정도 두께의 층으로 협재하거나 이탄과 섞여 있기도 한다.
이들 습지의 형성 시기와 기작, 그리고 지형 조건 등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 습지 형성과 진화에 관련된 과거의 기후 조건까지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연구는 아주 미비한 형편이다. 한편, 습지 퇴적물에 기록된 고기후와 고환경 정보는 수백-수천년 정도이고 불연속적이며 인위적 훼손도 심하여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Cheong and Kim, 2008; Yi, 2008).
5. 결 론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 하천을 중심으로 산지에서 평야, 연안 지역까지 육상 미고결 퇴적물이 분포하고 있다. 지질과 지형이 다양한 만큼 토양 생성, 퇴적물의 이동과 집적 또한 매우 다양하다. 특히 현세 동안에는 지형, 기후, 하천, 해수면, 식생 등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현재의 퇴적물 분포 양상을 만들었다. 퇴적물 특성과 분포를 파악하면 과거 환경변화 과정을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고결 퇴적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아직 많지 않으며, 연구 주제나 방법론에 있어서도 다양하지 못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다.
특히 육상 미고결 퇴적물을 대상으로 몬순이나 ENSO, 태풍 등 고기후, 고환경을 연구할 때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고결 퇴적물이 고해상도의 연속적인 과거 기록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수천- 수만년에 걸쳐 퇴적중단이나 침식, 토양화작용, 생물교란작용을 받지 않고 매년, 매십년 또는 매백년 퇴적물이 차곡차곡 연속적으로 쌓여야 하고, 두 번째, 퇴적물이 기후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유의미한 기록을 보존하고 있어야 하며, 세 번째, 이러한 퇴적물을 시추 작업을 통하여 100% 비교란 시료로 회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본 논평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육상 환경에서 이들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고결 퇴적물에서 나무 나이테나 동굴 생성물 수준의 과거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다양한 지형조건에서 고유의 퇴적환경을 나타내는 등 미고결 퇴적물 만의 유리한 점이 있다.
육상 미고결 퇴적물 연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대체로 인위적인 훼손을 심하게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저지대의 조간대, 범람원, 습지 등은 약 2000년 전부터, 고산지대의 습지나 산림 등은 약 50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교란받은 것으로 본다(Yoon et al., 2014).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인간간섭의 양상으로부터 인류세 설정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Kim et al., 2016).
앞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제4기 연구를 위해서는 퇴적물의 분포 양상을 파악하고 퇴적 환경과 특성, 그리고 퇴적 시기를 보다 명확하게 밝히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미고결 퇴적물 시추조사에 있어서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충분히 숙지하고 주의하여야 한다. 이들 기본적인 작업이 선행되어야 제4기 퇴적환경이나 기후변화 추적 연구, 해수면 변화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지질 기록체를 활용한 한반도 아열대화 규명 연구: 중기 홀로세 기후-지표환경 특성 평가”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를 세세하게 검토하고 좋은 의견을 주신 편집위원님과 심사위원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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