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극 GV7 천부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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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는 주로 얼음의 산성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하코어의 산성도를 두드러지게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화산활동에 의해 대기로 방출된 H2SO4, HNO3, HCl, HF가 있다. 따라서 전기 전도도 측정법(electrical conductivity measurement, ECM)을 빙하코어에 적용하였을 때 관찰되는 뚜렷한 피크들은 과거 화산활동을 지시할 수 있다. 만일 분출 시기가 알려진 화산 활동이 확인된다면 이를 빙하코어의 연대측정에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13-2014년 남극 하계 시기에 한-이태리 공동시추 프로그램을 통하여 동남극 GV7(70°41'S, 158°51'E) 지점에서 획득한 78 m 천부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를 깊이에 따라 측정하였고 그 변동 원인에 대하여 논하였다. 총 203년의 기록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빙하코어로부터 Pinatubo (1991), Tarawera (1886), Krakatau (1883), Coseguina (1835), Galungung (1822), Tambora (1815) 화산 분출물이 초래한 전기 전도도 증가를 관찰하였다. 코어 하부 일부 구간에서 관찰되는 전기 전도도와 물안정동위원소비 사이의 상관성은 산성물질 침적이 계절성을 갖는 것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는 코어 상부로부터 임계밀도에 이르는 깊이까지 점차 증가하였다. 전기 전도도에서 관찰되는 화산활동 기록, 계절적 변동 특성, 전기전도도-밀도 사이의 상관관계는 전기 전도도 측정이 빙하코어의 깊이-연대 관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방법임을 보여준다.
Abstract
Electrical conductivity in ice core is known to be proportional to the acidity of ice. Fallout of volcanogenic acids, especially sulfuric acid, nitric acid, hydrochloric and hydrofluoric acids, noticeably increases acidity in ice cores. Peaks detected by the electrical conductivity measurement (ECM) can then indicate volcanic activity in the past. If an ECM peak can be related to a known volcanic eruption, this can be used to date ice cores. We applied the ECM to a 78 m long ice core drilled at GV7, East Antarctica to detect the conductivity peaks produced by volcanic activities and to use them as time markers. During the last 203 years covered by the GV7 shallow ice core, we detected the conductivity peaks resulted from the eruptions of Pinatubo (1991 AD), Tarawera (1886 AD), Krakatau (1883 AD), Coseguina (1835 AD), Galungung (1822 AD) and Tambora (1815 AD). From deeper sections of the ice core, conductivity varied seasonally in accord with the oxygen isotope ratio (δ18O). The conductivity gradually increased from the top down to a depth of the critical density. This study stresses that the ECM can be a useful tool for understanding the depth-age relationship and physical and chemical properties of ice cores.
Keywords:
electrical conductivity measurement, glacier, volcanic eruption, firn densification model, critical density키워드:
전기 전도도 측정, 빙하, 화산활동, 펀 압축 모델, 임계밀도1. 서 론
빙하코어는 과거의 기후·환경 변화 기록을 지니고 있어 ‘냉동 타임캡슐’로 불린다(Boutron, 1995). 빙하코어에서 물안정동위원소, 입자성 물질, 미량금속, 미량기체, 해염 등 다양한 성분들을 분석하여 과거 지구 기후·환경 변화의 프록시(proxy)로 활용한다. 고기후·환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빙하코어의 연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프록시 자료를 종합하여 연대측정의 신뢰도를 높인다(Thompson et al., 2003). 빙하코어의 연대측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2H/1H와 18O/16O)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강설의 물안정동위원소비가 계절에 따라 변동하는 특성을 이용한다(Dansgarrd, 1964).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수의 시료를 분석하여야 하고, 오랜 분석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빙하 내 존재하는 주이온과 미량 금속의 농도로부터 계절적인 변동 양상이나 화산활동 기록을 복원하여 연대측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시료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Hammer et al., 2004), 얼음 내 농도가 ppb (10-9g g-1) 또는 ppt (10-12g g-1)수준으로 낮아 분석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Hong et al., 2000). 반면, 쉽고 빠르게 빙하코어의 깊이-연대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펀 압축 모델(firn densification model)이 있다. 널리 활용되는 Herron-Langway 모델은 시추지의 깊이에 따른 밀도변화와 연평균기온을 변수로 갖는 경험적 모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차가 큰 편으로 Herron and Langway (1980)에 의하면 모델로 추정한 연간적설량은 관측 값과 비교할 때 ±20%의 오차를 가진다.
전기 전도도 측정법(Electrical Conductivity Measurement, ECM)은 Hammer (1980)에 의해 제안되었다. 이 방법은 매우 신속하게 빙하코어의 화학적 특성을 판별하고, 고해상도 자료를 시료의 소모 없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얼음의 전기 전도도는 수소이온농도([H+])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통해 깊이에 따라 상대적인 산성도 변동을 측정할 수 있다. 빙하 내 수소이온농도는 주로 대기중의 H2SO4, HNO3, HCl, HF등이 침적되어 증가하는데(Hammer, 1983), 대기중의 산성물질 농도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자연현상으로는 화산활동이 있다(Coffey, 1996).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 기록 내 화산활동의 영향은 일반적으로 피크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과거 화산활동 기록 복원에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알려진 화산활동 기록을 이용하여 빙하코어의 연대측정에 활용할 수 있다(Taylor et al., 1992). 이 방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다른 분석에 앞서 Herron-Langway 펀 압축 모델을 보완하여 깊이-연대 관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극지연구소가 2013-2014년 남극 하계 기간에 한국-이태리 국제 공동 빙하시추프로그램을 통하여 동남극 GV7에서 획득한 천부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빙하코어 전기 전도도의 다양한 변동 원인들과 연대측정 활용 가능성을 논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연구지역
본 연구에서 이용한 빙하코어는 2013-2014년 하계 기간에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Northern Victoria Land) GV7 (70˚41'S, 158˚51'E, 해발고도 1950 m)에서 획득한 총 78 m 길이의 천부 빙하코어이다(그림 1a). 본 시추는 ‘IPICS (International Partnerships in Ice Core Sciences) 2k array’의 연구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진행되었다. ‘IPICS 2k array’의 목표는 과거 2000년 동안의 기후, 환경 변화를 고해상도로 복원하기 위함이다. GV7에서는 2001-2002년 ITASE (International Trans-Antarctic Scientific Expedition) 프로그램을 통해서 펀(firn) 상부층의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와 연간적설량을 구했으며, Frezzoti et al. (2007)은 해당 연구지역의 연간적설량을 0.24 Mg m-2y-1로 고해상도 자료를 복원하기 적합하다고 보고하였다.
2.2 시료준비
빙하코어는 시료의 양이 제한적이라 연구목적에 따라 필요한 시료의 양을 산정하여 적절한 절삭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모든 빙하코어를 소모하기 보다는 후속연구를 위하여 일부를 남겨두어 보관한다(Hur, 2013). 빙하코어 절삭은 극지연구소 냉동실험실(-14℃)에 설치된 수직 띠톱(BS10KA vertical band saw, Rexon, US)을 사용하였다. 약 82 mm의 원통형 코어를 46 mm의 단면 지점을 수직으로 절삭하여 반 원통형의 보관용 코어(S-3)를 확보하였다. 나머지 36 mm의 반 원통형 코어는 다시 28 mm의 단면 지점을 수직으로 절삭하여 물 안정동위원소 분석용 시료(S-2)와 이온성분 분석용 시료(S-1)를 확보하였다(그림 1b). 전기 전도도 측정은 고체 얼음 표면의 전기적 성질이 다른 이물질이나 빙하코어의 공기방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청정한 표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Hammer, 1980). 본 연구에서는 반 원통형 코어(S-3)의 절단면을 Trimming blade (F-130P, Feather Safety Razor Co., Ltd, Japan)를 이용하여 깨끗이 연마 한 후에 측정을 진행하였으며, 완료된 시료는 다시 표면을 연마한 후에 LDPE (low density polyethylene)비닐에 넣어 보관하였다.
2.3 Herron-Langway 펀 압축 모델
극지의 얼음은 강설이 축적되어 형성되며, 강설은 축적되는 과정에서 물리적, 화학적 변형과정을 거치게 된다. 강설이 완전히 얼음이 되기 이전의 깊이 구간을 펀 층(firn layer)이라 한다. 펀 층의 밀도는 0.55 Mg m-3에 해당하는 임계밀도(critical density)까지는 빠르게 증가하고(Benson, 1962; Anderson and Benson, 1963), 0.8 Mg m-3에 해당하는 공기방울 폐쇄(bubble close-off)깊이까지는 서서히 증가한다. 폐쇄깊이 하부에서는 공기의 이동이 멈추고 얼음 내에 갇히게 된다(Langway, 1958). Robin (1958)은 눈의 압축률이 깊이와 선형관계를 나타낼 것이라 예상하였고, Schytt (1958)는 ln(ρ/ρi-ρ)와 깊이(z)의 선형관계를 증명하였다. 여기서 ρ는 시료의 밀도, ρi는 얼음의 밀도(0.917 Mg m-3)이다. Herron and Langway 펀 압축 모델은 깊이에 따른 밀도 변화를 임계밀도(0.55 Mg m-3)전후로 서로 다른 기울기(C)를 갖는 두 개의 직선으로 설명할 수 있고, ρ<0.55 Mg m-3 구간에서는 연평균기온(T, 절대온도), 0.55 Mg m-3<ρ<0.8 Mg m-3 구간에서는 연평균기온과 연간적설량(A, Mg m-2y-1)이 기울기를 결정한다고 제안하였다(Herron and Langway, 1980). 아래 수식에서 R은 기체상수(8.314 J K-1 mol-1)이고, 연평균기온과 연간적설량은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dz/dt= A/ρ의 관계식을 대입하면 깊이에 따른 연대(t)를 추정할 수 있다.
2.4 전기전도도 측정
본 연구에서는 휴대용 전기 전도도 측정기기(Portable ECM unit, Icefield Instruments Inc, CANADA)를 이용하였다.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는 -14℃에서 0.23 eV의 활성화 에너지를 갖는다(Hammer, 1983). 전기 전도도는 온도에 영향을 받으므로 냉동실험실 온도는 -14℃±2로 유지하였다. 이 측정기기는 빙하코어의 표면에 일정한 1000 VDC의 직류 전압을 가해 2개의 황동 전극 사이에 흐르는 전류(μA)를 측정한다. 이동시에는 빙하코어와 평행하게 놓인 레일을 따라 수 십 mm s-1의 속도로 이동하고 이 이동거리는 엔코더를 통해 기록된다. 전기 전도도 측정은 각 시료 당 3회 이상 측정되었고, 5 mm 간격으로 조정하여 평균하였다.
2.5 전기 전도 원리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 이론은 두 분류로 나뉘는데, DEP (dielectric profiling)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 내 전도(intracrystalline conduction)와 ECM을 설명할 수 있는 입자경계 전도(grain boundary conduction)가 있다(Moore et al., 1992).
순수한 물의 수소원자는 일반적으로 Bernal-Fowler 규칙에 의해 배치되나, 얼음에서는 Bernal-Fowler 규칙을 위반한다(de Koning and Antonelli, 2007). 규칙 위반을 통해 이온결함(ionic defect)과 Bjerrum결함(Bjerrum defect)이 생성되며(Bjerrum, 1952), 이 두 종류의 결함으로 결정 내 전도를 설명할 수 있다(Schulson, 1999). Jaccard 이론에 따르면, 불순물이 섞인 얼음의 전기 전도도는 양성자 점 결함(Protonic point defect)형태 전하의 이동으로부터 설명되며, 오직 산성 양이온(H+)만이 얼음 격자에서 이온결함(H3O+)을 발생시키므로 얼음 결정 내에서 전도도를 증가시킨다(Wolff et al., 1997). 또한, DEP에서는 Cl-의 농도와 NH4+의 농도가 같은 거동을 보이며, 이는 Cl-, N의 공유결합 반지름이 O원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얼음 격자 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Wolff et al., 1997).
입자경계 전도는 입자경계의 삼중점에 고농도 산이 모여 맥을 형성하고 이러한 맥들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어 전도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Wolff and Paren, 1984). 이는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입자경계의 삼중점에 H2SO4가 액체상의 맥을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하여 빙하코어의 전도 이론으로 보고되었다(Mulvaney et al., 1988). H2SO4가 삼중점에 액체상의 맥을 형성하는 이유는 산의 공융점(H2SO4=-73℃, HNO3=-43℃, HCl=-75℃)이 얼음이 형성된 지역의 평균기온보다 낮아서 대기 중에서 눈의 형성과정에서 눈송이 외부에 막을 형성하여 침적되기 때문이다(Wolff et al., 1988). 그러나 입자경계 전도 이론에서 저농도의 산은 맥을 형성하지 못하여 직류방식의 전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Moore et al., 1992). 또한 공기방울이나 가스형태로 채워진 상부 층의 빙하코어에서는 맥이 끊겨 전도가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Wolff et al., 1988).
2.6 물 안정동위원소 조성비 분석
전기 전도도의 계절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일부 구간에 대하여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δ18O)를 분석하였다. 빙하코어의 δ18O는 여름철 강설에서 높은 값과 겨울철 강설에서 낮은 값을 보인다. 특정 시료의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는 표준물질(VSMOW, Vienna Standard Mean Ocean Water)의 물 안정동위원소 조성비에 대한 상대조성비(δ)로 나타낸다. 각각 측정된 시료와 VSMOW의 18O/16O값은 H216O의 농도에 대한 H218O의 농도의 상대 조성비이다. δ값은 아래 식으로 정의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기기는 적외선분광분석법(Isotope Ratio Infrared Spectroscopy, IRIS) 중 레이저흡광법(Cavity Ring-Down Spectrometry, CRDS)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특정파장에서 기체의 흡수강도에 따른 빛의 소멸 시간을 이용하여 동위원소 비를 측정하는 분석방법이다(Berden et al., 2000). 기기의 검량선 작성을 위한 표준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에서 제공하는 VSMOW2 (Vienna Standard Mean Ocean Water), GISP (Greenland Ice Sheet Precipitation)와 SLAP2 (Standard Light Antarctic Precipitation)를 사용하였다. 표준물질을 포함한 모든 시료는 각각 12회 분석 후 평균하였으며, 지속적으로 표준물질을 측정하여 분석값을 검증하였다.
3. 결과 및 토의
3.1 Herron-Langway 모델을 이용한 깊이-연대 모델 연대측정
Herron-Langway 모델을 사용하여 측정된 밀도로부터 ρ<0.55 Mg m-3 와 0.55 Mg m-3<ρ<0.8 Mg m-3 구간에서의 계산된 기울기는 각각 0.0778, 0.0245이다(그림 2a). ρ<0.55 Mg m-3 구간에서 기울기(C)를 이용하여 연평균기온을 -21.9℃로 추정할 수 있으나, 보다 정확한 깊이-연대 모델을 얻기 위하여 실측 온도가 입력 변수로 사용된다. 시추공 내부의 온도 변화로부터 측정된 해당 지역의 연평균기온(-31.8℃) 을 이용하여 0.55 Mg m-3 <ρ<0.8 Mg m-3 구간에서 연간적설량을 계산하였다. 계산된 연간적설량은 0.25 Mg m-2y-1로 Frezzotti et al. (2007)의 기존 연구 결과(0.24 Mg m-2y-1)와 유사하였다. 계산된 연간적설량을 바탕으로 깊이에 따른 모델 밀도를 계산하고, dz/dt=A/ρ의 관계식에 대입하여 얻은 빙하코어의 최하부 연령은 약 203(±8)년 이전으로 나타났다(그림 2b). 연령의 오차는 0.55 Mg m-3 <ρ<0.8 Mg m-3 구간에서의 기울기 C의 표준편차로부터 계산되었다.
3.2 전기전도도 측정결과
본 연구에서 약 78 m 코어에 대해 전기 전도를 측정하였다(그림 3). 전기 전도도는 최소값 0.4 μA, 최대값 7 μA, 평균값 1.3 μA을 나타냈으며, 눈에 띄게 높은 5개의 피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난 203년간의 역사적으로 기록된 대표적인 화산활동으로는 Pinatubo (1991년), Agung (1963년), Tarawera (1886년), Krakatau (1883년), Coseguina (1835년), Galungung (1822년), Tambora (1815년) 등이 있다. 전기 전도도로 나타나는 피크는 염기성 성분들의 유입량이 증가할 경우 낮아질 수 있으므로(Moore et al., 1994), 남극에서 나타나는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 VEI) 5이상의 화산들로 선정하였다.
1815년 인도네시아 Lesser Sunda Island에 위치한 Tambora 화산폭발은 화산폭발지수 7에 해당하며 역사적으로 기록된 화산 중 2번째로 큰 화산폭발로써 “그 해 여름이 없었다”라는 역사적인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 화산폭발이다. 지금까지 시추 된 대부분의 빙하코어에서 그 기록이 나타나고 있어 빙하코어의 연대측정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 Tambora와 같은 대폭발은 많은 양의 H2SO4를 방출하며 대기에서 구름 응결핵(cloud condensation nuclei, CCN)으로 작용하여 태양에너지를 반사하여 전지구적인 온도하강을 가져오는 등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Zielinski et al., 1994). Tambora 화산폭발은 적어도 4년 동안 강설의 산성도를 증가시켰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Simkin and Siebert, 1994), 남극에서는 1816년부터 침적되어 나타나는데(Dai et al., 1991), 알려지지 않은 1809년의 큰 화산활동(VEI=6)에 뒤이어 관찰된다고 보고 되었다(Yalcin et al., 2006). 본 연구에서는 펀 압축 모델로 1823년(74 m)에 해당하는 지점에 약 5.4 μA의 전기 전도도 피크가 나타난다. 그러나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 화산활동처럼 피크 이 후의 산성도 증가가 나타나지 않으며, 전기 전도도 값이 최대값을 갖지 않아 Tambora 화산에 해당하는 피크라고 보기 어렵다(그림 4e). 반면, 펀 압축 모델로 1839년(69 m)으로 추정된 구간의 피크는 가장 높은 7 μA의 전기 전도도 값과 피크 이후에 약 1.5년 동안의 뚜렷한 산성도 증가를 나타내므로 Tambora 화산 피크로 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며(그림 4d), 펀 압축 모델로 계산된 연도와 약 23년의 오차를 보인다. 1823년(74 m)에 해당하는 지점에 나타난 피크는 Tambora 화산 피크에서 약 5 m정도 떨어져 있으며, 연간적설량 기준으로 약 20년 전인 1796년에 해당하여, 이는 Tambora 화산이 동반하는 1809년에 알려지지 않은 화산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1822년에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Galunggung화산은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였다. 이는 동남극에 위치한 East Dronning Maud Land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에서도 나타난다(Moore et al., 1991). 이 외에 13년뒤인 1835년에 니카라과에 위치한 Coseguina 화산이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여 전기 전도도로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Galungggung 화산 피크와 Coseguina 화산 피크는 펀 압축 모델로 각각 1845년(67 m), 1855년(64 m)으로 서로 약 10년 정도의 차이를 두고 피크가 나타나며, 두 화산활동 모두 전기 전도도 값은 4.58 μA이다(그림 4d).
본 연구에서 57 m 구간에 4번째로 높은 전기 전도도 값(5.4 μA)이 나타난다(그림 4c). 펀 압축 모델로 계산된 연대는 1874년에 해당한다. Tambora와 Krakatau 사이에 큰 화산폭발로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위치한 Shiveluch 화산이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였다. 그러나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한 Shiveluch화산은 연구지역에서부터 약 14,000 km 떨어져 있어 남극에서 높은 산성도를 초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1883년 8월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Krakatau화산의 화산폭발은 VEI 6에 해당하는 큰 폭발이다. 이는 몇몇의 다른 남극의 빙하코어에서도 나타난다(Langway et al., 1988). Krakatau 화산 폭발 이 후 약 3년 뒤인 1886년 6월에 뉴질랜드의 Tarawera 화산이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였다. 위에서 확인된 Tambora 화산의 폭발 연대와 펀 압축 모델의 차이를 바탕으로 3년 간격으로 나타난 전기 전도도 피크를 확인하였다. Krakatau와 Tawawera는 각각 49 m와 48 m지점에서 5.4 μA와 4.7 μA의 전기 전도도 값을 나타냈다(그림 4b). 펀 압축 모델 연대로 각각 1899년과 1902년으로 펀 압축 모델에서 계산된 연대와 약 15년의 차이가 난다.
10-12 m 구간에 약 4 μA 피크 3개가 나타난다(그림 4a). Pinatubo화산은 1991년에 폭발한 대표적인 화산으로서, VEI 6에 해당한다. 여러 개의 피크가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같은 기간에 칠레에 위치한 Cerro Hudson화산이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여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같은 기간에 폭발한 화산이 서로 다른 피크로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연구지역과 화산폭발 지역 간의 거리와 화산폭발 지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른 원인으로는 1991- 1993년의 엘리뇨의 확장으로 MSA의 유입량 증가에 따른 원인이 있으나, 이는 이온 성분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Karlöf et al., 2000). 펀 압축 모델로 계산된 연대는 1992-1995년으로 큰 오차를 보이지 않았다.
화산활동에 의한 영향이 폭발 1년뒤에 남극에 나타난다고 가정하고 깊이-연대 모델과 비교해보았다(그림 5).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Agung 화산의 경우 1963년에 VEI 5에 해당하는 폭발을 하였다. 약 27.5 m지점에서 약 4.1 μA의 피크가 나타난다. 그러나 펀 압축 모델에서 계산된 연대에서 약 -7년의 차이를 보이며, 그림 5와 같이 Agung은 깊이-연대 모델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Agung 화산 피크로 보기 어렵다. 추후 Agung 화산 피크와 알려지지 않은 피크들에 대해서는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 분석과 이온성분 분석을 통해 보다 정밀하게 연대측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펀 압축 모델로 계산된 깊이-연대와 화산활동 피크가 나타난 깊이-연대는 상부 구간에서 일치하나 하부 구간으로 갈수록 그 오차가 커졌다. 이러한 오차를 초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에 따른 적설량 변화이다. Herron-Langway 펀 밀도 모델에서는 전기간 동안 일정한 연간적설량을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적설량은 변화를 보인다.
본 연구에서 측정한 전기 전도도는 대부분 일정한 주기성을 나타내었다. 빙하코어의 배경 전기 전도도 특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화산활동의 영향이 없는 깊이 구간(20~25 m)을 선택하여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와 비교하여 계절별 특성을 알아보았다. 전기 전도도 값의 변화는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의 변화와 비슷한 거동을 보인다(그림 6). 봄-여름철에 2~4 μA 수준까지 증가 하며, 겨울철은 0.5~1 μA 수준으로 감소하여, 겨울철 값들에 비해 봄-여름철이 약 2~8배 높은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구간에서 물안정동위원소 조성비와 일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피크들은 봄-여름 또는 여름-가을 시기에 전기 전도도가 증가하였으며 24~25 m 구간에서는 여름철 피크가 나타나지 않기도 하였다.
빙하코어 내의 산성도는 강설로 유입된 산성 성분과 염기성 성분의 양에 의해 결정되므로 전기 전도도의 계절 변화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빙하 시료에 유입된 산성 및 염기성 성분들의 발생 기작과 수송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H2SO4은 남극대륙 주변의 해빙이 소멸하는 봄철과 여름철 시기에 남극해에 번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DMS의 대기산화반응을 거쳐 생산된다(Kettle and Andreae, 2000). HCl은 H2SO4와 해염기원 미세입자에 존재하는 NaCl 성분과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되므로 H2SO4의 농도가 증가하는 봄철과 여름철에 농도가 증가한다. HNO3의 생성원과 수송과정에 대한 이해는 H2SO4와 HCl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Legrand and Delmas (1986)은 남극 대기환경의 HNO3은 성층권 응결핵의 강하, 성층권과 대류권간의 대기 교환, 저위도와 중위도 지역에서 발생한 NOX의 장거리 수송 과정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 또한, NO3의 계절별 유입량의 변화에 따라 HNO3의 농도도 변화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Taylor et al., 1992).
H+의 농도는 산성가스 성분들의 유입에 의해 증가하지만 대기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염기성 성분들의 농도가 증가할 경우 산성도는 감소한다. 남극 강설의 NH4+의 농도는 대기 화학 반응을 통해 H+ 농도를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염기 성분인 NH3 성분으로부터 유래되기 때문에 강설의 NH4+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 산성도는 감소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Wolff et al., 1997). 또한, 겨울철 해염기원 성분들(Na+, Cl-)의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산성도에 기인한 고체 얼음 표면의 전기 전도도는 감소하게 된다(Wolff et al., 1997).
빙하코어는 무수히 많은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다결정 물질이며, 고체상태(밀도 0.917 Mg m-3)인 빙하코어는 하나의 얼음결정 주변에 14개에서 16개의 다른 얼음결정으로 꽉 들어차있다(Shabtaie and Bentley, 1994). 반면, 밀도가 감소할수록 주변의 얼음 결정들의 수는 줄어들고 얼음 결정 사이에 공기방울로 채워지게 된다.
본 연구에서 전기 전도도 값은 약 11 m까지는 현저하게 낮은 값을 나타내었다. 전기 전도도와 밀도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펀 압축 모델로 계산된 밀도와 전기 전도도 평균값을 계산하여 상관성을 확인해 보았다(그림 7). 계산된 밀도와 측정된 밀도의 오차는 ±0.002이었다. 밀도가 0.55 Mg m-3에 이르기 까지 밀도와 전기 전도도의 상관계수는 r=0.78으로 나타났다. 밀도와 전기 전도도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원인은 입자경계에 맥 형태로 연결되어 있던 이온성분들이 얼음 결정 사이의 공기방울 또는 가스에 의해 끊기게 되므로 전도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Wolff et al., 1988). 그러나 밀도가 0.60 Mg m-3에 이르기까지의 밀도와 전기 전도도의 상관계수는 r=0.87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0.55 Mg m-3보다 0.60 Mg m-3에서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는 임계밀도에서 눈의 결정들이 입자들의 재분배, 입자경계 미끄럼, 재결정화, 이동, 공기방울의 축소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시추지역마다 임계밀도 구간이 변화하기 때문이다(Hörhold et al., 2011). 밀도가 0.60 Mg m-3이상 구간에서는 밀도와 전기 전도도의 상관관계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Herron-Langway 펀 밀도 모델의 임계밀도를 수정하여 0.55 Mg m-3로 설정한 모델의 결과와 0.60 Mg m-3로 설정한 모델의 결과를 비교하였다(그림 5). 0.60 Mg m-3로 설정한 모델의 연간적설량은 0.23 Mg m-2y-1으로 0.55 Mg m-3로 설정한 모델의 연간적설량(0.23 Mg m-2y-1)보다 적게 나타났다. 그림 5와 같이 0.55 Mg m-3로 설정한 Herron-Langway 모델에서 Pinatubo, Tawawera, Krakatau, Coseguina, Galungung, Tambora 화산활동은 각각 1992(0)년, 1887(+15)년, 1884(+15)년, 1836(+19), 1822(+22) 1816(+23)년의 차이를 보인다. 반면, 0.60 Mg m-3로 설정한 Herron-Langway 모델에서는 각각 1992(-3)년, 1887(-3)년, 1884(-2)년, 1836(-5)년, 1823(-3)년, 1816(-2)년으로 하부로 갈수록 심해지는 오차가 줄어 들었으며, 화산활동의 폭발 시기가 0.60 Mg m-3로 설정한 Herron-Langway 모델의 연대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2013-2014년 하계 기간에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 GV7지점에서 시추한 78 m 길이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다. Herron-Langway 펀 압축 모델을 이용하여 얻은 빙하코어의 연령은 약 203년으로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전기 전도도로 Tambora (1815년), Galungung (1822년), Coseguina (1835년), Krakatau (1886년), Tarawera (1883년), Pinatubo (1991년)의 화산활동이 확인되었다. 전기 전도도로 확인된 과거 화산활동 기록으로 유추한 빙하코어 연령과 비교하여, 일정한 연평균기온과 연간적설량을 가정한 펀 압축 모델이 하부로 갈수록 큰 오차를 가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전기 전도도 특성을 활용하여 임계밀도 구간을 재설정하면 깊이-연대 모델의 오차를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전기 전도도의 계절변동 특성은 빙하코어에 유입되는 성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아 추후 물 안정동위원소 조성비와 주이온성분과의 비교를 통하여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주요사업 “빙하코어를 활용한 남극 빅토리아랜드 고해상도 기후 환경 복원연구(PE1704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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