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
남·북극으로 대표되는 극지는 문명세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하기 힘들고 자연환경이 혹독하여 생활하기 힘든 곳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잘 연구되지 못한 곳이다. 이러한 환경제약에 의해 도리어 극지방은 국제공동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는 그동안 4차례의 국제 극지의 해(IPY, International Polar Year; 1차 1982~3, 2차 1932~3, 3차 1987~8, 4차 2007~8) 캠페인을 통해 극지의 미답지를 탐사하고 환경을 관측하여 극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Krupnil et al., 2011). 최근의 극지연구는 지구온난화라는 인류가 처음 겪는 기후이변 속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 중의 하나이며 또한 지구의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극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기후변화 연구와, 인류가 미치지 못한 새로운 지역 탐사와 미래의 활용가능한 자원의 보고로서의 관심에 따른 미답지 답사 연구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1978년 남극과 남빙양에서 크릴 조업을 위한 해양환경 조사로 시작되었으며, 1985년에는 한국해양소년단 주관으로 한국남극관측탐험대가 파견되었고, 1986년에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하면서 남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후 정부 주도로 남극 과학기지 건설 사업이 구체화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에 극지연구실을 설치하여 198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설립된다. 한동안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극지연구는 2002년에 북극다산과학기지(북극 스발바드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니알슨 과학기지촌) 개소, 2009년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2014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건설 등을 계기로 연구범위와 연구수준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2014). 그 과정에서 2003년 젊은 지질학자인 전재규 의사의 순직이 극지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본격적인 남극연구 전담 기관의 설치를 기준으로 볼 때 30년의 역사를 지닌 완연한 청년기에 접어들었고 남극장보고과학기지 건설 이후 남극내륙에서 다양한 지질학적인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 남극내륙 진출로가 확보된다면 더 많은 지질학적인 연구가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30년을 맞이한 극지연구를 정리하며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진 대표적인 10편의 연구성과들이 이번 극지특별호를 통해 소개된다. 이번 특별호를 계기로 국내의 지질학자들이 극지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한 연구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특별호에는 남극장보고과학기지가 속한 남극 빅토리아랜드의 지질연구가 4편, 남극 빙원에서의 빙하연구가 3편, 고해양 및 해양지질 연구가 2편, 세종기지주변의 지질현상 연구가 1편 실렸다.
장보고기지를 기반으로 펼쳐진 그간의 연구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변성암석학, 화산학, 층서학, 광물자원학 관련 연구결과가 실렸다. “남극 북빅토리아랜드 윌슨 암체 호상 편마암과 우백질 암맥의 저어콘 SHRIMP U-Pb 연령”은 북빅토리아랜드의 기반암을 이루는 변성암 중 호상편마암과 암맥의 암석학적 기재와 이들에서 분리한 저어콘 연대를 보고하였다. 이를 통해 변성작용 전 퇴적물공급의 상한시기와 이후 용융시기를 제한하여 로스 조산운동 이전의 퇴적분지 진화연구에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였다. “남극 탈로스 돔(Talos Dome) 얼음코어 테프라층에 기록된 홀로세 멜버른 화산 분출기록”은 기존에 보고된 탈로스 돔 얼음코어와 새로 획득한 멜버른화산 주변의 테프라의 주성분원소 조성을 비교하여, 얼음코어의 테프라가 멜버른화산에서 기원하였고 멜버른 화산의 마지막 분출시기가 약 AD 1280년임을 제안하였다. 논평인 “남극 장보고기지 주변 북빅토리아랜드의 비콘누층군 층서와 산출식물화석”에서는 데본기-삼첩기 쇄설성 퇴적암인 비콘누층군의 최신 연구결과를 제공하고, 장보고기지 설립 전후 우리 연구진에 의해 획득된 층서학적, 고생물학적 자료를 기재하며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였다. 단보, “남극 북빅토리아랜드의 광물자원 존재 및 탐사 가능성 평가”는 장보고기지가 포함된 북빅토리아랜드 주변의 넓은 지역에서 획득한 시료를 광물자원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를 기재하고, 미래 활용가능성에 대하여 논하였다. 위 네 논문은 고생대에서 신생대에 이르는 연구를 포괄하며 순수지질연구와 응용지질연구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장보고기지를 기반으로한 지질연구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빙하연구에서는 빙하코어에서 측정된 전기전도도 값을 연대측정에 활용한 논문과 남극 빙원에 노출된 블루아이스 연구 논문과 고기후 연구에의 활용 논평이 개재되었다. “동남극 GV7 천부 빙하코어의 전기 전도도 특성” 논문을 통해 빙하코어에서 획득된 전기전도도 값에 대하여 측정원리, 방법, 해석을 통해 연대측정에 활용되는 원리와 개선점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블루아이스 예비 연구”에서는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타른 플랫과 엘리펀트 모레인의 블루아이스 지역에서의 자세한 현장조사 내용을 기재하고 얼음 속 공기의 온실기체 농도와 물안정동위원소 분석결과 등의 예비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향후 연구방향에 대해 제안하였다. “남극 블루아이스를 활용한 고기후 연구” 논평에서는 남극에서 오래된 얼음 획득 가능성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블루아이스를 이용한 고기후 연구의 최신 연구방법과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였다.
고해양 및 해양지질 연구 논문 중 “동해-베링해 횡단구간 식물플랑크톤 기원의 유기분자생체지표 분포: PIP25 인덱스에 사용 시 대양 환경 지시자로서의 적합성 검토”는 과거 대양의 해빙 분포를 복원하는데 사용되는 고환경 지시자인 PIP25 인덱스의 정확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 연구로서, 인덱스에 사용되는 지표들 중 대양 환경을 지시할 것으로 여겨지는 유기분자생체지표들을 분석하여 비교하였다. “서남극 브랜스필드 중앙 해협의 열수 작용: 해양 특성으로 본 증거”는 브랜스필드 해협 중앙부의 해령 부근의 해수를 분석한 결과, 활발한 열수 분출 작용에 의해 해수의 염분, 수온, 용존산소량과 용존 금속 분포에 왜곡이 생겼음을 제시하였다.
“남극 세종기지 주변의 해식대지와 해빈자갈의 산출과 형성시기”는 세종기지가 위치한 바톤반도 주변의 해식대지 및 해빈자갈에 대한 기재와 최근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고찰을 통해 절대연령획득이 향후 연구에 있어 중요함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특별호를 위해 귀중한 논문을 투고해 주신 저자들과 세심하게 심사해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References
- 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2014), 10 Year History of Korea Polar Research, 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p336.
- Krupnik, I., Allison, I., Bell, R., Cutler, P., Hik, D., López-Martínez, J., Rachold, V., Sarukhanian, E., and Summerhayes, C., (2011), Understanding earth's polar challenges: International Polar Year 2007-2008,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 p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