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화산 연구사와 최신 성과
초록
이 논문은 우리나라의 영토 변방에 위치하는 제주도, 울릉도, 독도, 그리고 백두산에 대한 화산 연구사와 최신 연구성과를 요약한다. 최근 연구를 통해 백두산은 물론 제주도와 울릉도가 현세 기간 중 여러 차례 분화를 일으킨 활화산임이 밝혀짐에 따라 이 화산들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화산연구가 처음 시작된 지역이며, 일본 섭입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판내부(intraplate) 화산이지만 섭입대의 판운동에 간접적으로 영향받으며 화산활동이 일어난 독특한 화산이다. 또한 대륙붕 환경에서 제4기 해수면 변동을 받으며 오랫동안 수성화산활동이 일어나 외국의 해양성 화산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화산층서를 지니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판내부 화산활동과 수성화산활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백두산은 동아시아 최대의 화산 중 하나이며 대규모의 역사시대 분화를 일으킨 화산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인접 국가는 물론 서구권의 학자들까지도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화산이다. 하지만 백두산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우리나라 학자들의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백두산의 천년분화(Millennium Eruption) 부석에서 “기공 주머니(bubble pocket)”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것이 천년분화의 폭발 강도를 증가시킨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 주목할 만한 연구 사례다. 울릉도와 독도는 접근이 쉽지 않은 동해의 해양성 화산도로서 연구가 매우 늦게 시작되어 2012년도에야 지질도가 완성되었다. 두 섬 모두 현무암질 해저 화산활동으로 섬이 만들어진 이후 폭발적인 조면암질 화산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났다. 울릉도의 경우 지난 19,000년간 총 5회의 폭발성 분화가 있었으며, 이때 분출된 화산재 일부는 일본열도까지 도달하였다. 독도의 경우 플라이오세 기간의 해저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질 화산이 만들어진 이후, 제4기 초(약 250만 년 전후)에는 폭발적인 조면암질 분화로 부석을 포함하는 현무암질 각력암(동도응회암)과 조면암질 각력암 및 응회암(서도응회암)이 해저와 수면 위에서 연달아 퇴적되었다. 이후 제4기 중기(수십만 년 전)까지 육상과 해저에서 화산활동이 지속되었다. 독도 화산체는 오랜 침식과 침강에 의해 평정해산으로 변하였으며, 현재의 섬은 수만 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Abstract
This paper summarizes the history and the latest outcomes of volcano research in Jejudo, Ulleungdo, Dokdo, and Baekdusan, which are distributed along the territorial periphery of Korea. Recent studies revealed that Jejudo and Ulleungdo, as well as Baekdusan, are active volcanoes that have erupted multiple times during the Holocene, thereby heightening the need for further research on these volcanoes. Jejudo, the birthplace of volcano research in Korea, is a unique volcano whose activity was influenced by the plate movements in the Japanese subduction zone, while it is an intraplate volcano located far from the zone. Having experienced hydrovolcanic activity for a long time under the influence of fluctuating Quaternary sea-levels on a continental shelf, its volcano stratigraphy differs markedly from that of typical oceanic volcanic islands abroad. Due to these unique characteristics, research on Jejudo has reached a world-class level in the fields of intraplate volcanism and hydrovolcanism. Baekdusan is one of the largest volcanoes in East Asia, which made a devastating historical eruption, attracting significant research interest not only from China, Japan, and Russia, but also from the Western countries. However, due to Baekdusan's geopolitical location, research by Korean geologists has inevitably been very limited. A notable recent research case includes the world-first discovery of "bubble pocket" structures in pumice from the Baekdusan's Millennium Eruption, which contributed to increase the explosivity of the magma during the eruption. Ulleungdo and Dokdo are oceanic volcanic islands in the East Sea with poor accessibility. Research on these islands therefore began very late, with their geological maps first published in 2012. Both islands were formed through basaltic submarine volcanism, followed by explosive trachyte volcanic activity. In the case of Ulleungdo, there were a total of five explosive eruptions over the past 19,000 years, and some of the erupted volcanic ash was carried to the Japanese Arc. In the case of Dokdo, after a basaltic volcano was formed by submarine volcanic activity during the Pliocene, explosive trachytic eruptions occurred in the Early Quaternary (around 2.5 million years ago), leading to the sequential, underwater to subaerial deposition of the pumice-bearing basaltic breccia (Dongdo Tuff) and the trachytic breccia and tuff (Seodo Tuff). Afterwards, volcanic activity continued on land and under the sea until the Middle Quaternary (hundreds of thousands of years ago). The volcanic edifice of Dokdo has transformed into a flat-topped seamount due to long-term erosion and subsidence. The current island is expected to disappear within a few tens of thousands of years.
Keywords:
volcanology, Jejudo, Ulleungdo, Dokdo, Baekdusan키워드:
화산학, 제주도, 울릉도, 독도, 백두산1. 서 언
화산활동은 지구가 살아있는 행성임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지질현상이자 주요 지질재해 작용의 하나로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연구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지질작용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화산에 관한 연구(화산학: volcanology)는 지질학의 주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국 영토 내의 화산은 물론 세계의 주요 화산을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관측과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또한 대규모 화산재해 발생 시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화산연구와 관측을 수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 화산지대 바깥에 위치해 있어 화산재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데다가 우리나라엔 활화산도 없고 화산재해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화산연구는 지질학계 내에서도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화산관측소나 화산연구소가 없음은 물론 대학이나 연구소에 화산학 전공자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화산연구에 투입할 수 있는 신진인력의 양성도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화산’이 최초로 사회적 관심사가 된 것은 2010년 봄, 아이슬란드의 폭발적인 화산재 분화로 서유럽 지역에 사상 초유의 항공대란이 일어났을 때였다. 이때 국내 대기업들은 유럽 지역으로의 반도체와 휴대폰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큰 혼란을 겪었고, 정부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화산분화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영향받을 수 있음을 깨닫고 이때부터 화산연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때를 즈음하여 약 1,000년 전 초대형 화산분화를 일으켰던 백두산에서 마그마 활동의 징조들이 관측되었고, 이에 따라 백두산 화산폭발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었다. 현재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직접 관측해 온 중국 및 서방 전문가들은 백두산을 대형 마그마가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백두산에서 중형 또는 대형 화산분화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환경파괴, 인명피해, 재산손실, 기간산업 시설의 마비, 그리고 대량의 난민 발생으로 인해 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백두산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화산의 연구와 화산재해 대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 화산지대 바깥에 위치해 있어 활동 중인 화산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과거 지질시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육상과 해저에서는 다양한 화산활동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화산활동의 산물들이 도처에 지질학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중생대 백악기의 대륙호(continental arc) 화산활동과 동해의 배호분지 확장과 관련하여 발생한 화산활동이 경상분지(Chough and Sohn, 2010; Jeong et al., 2022)와 여러 신생대 퇴적분지(Jeong et al., 2008; Son et al., 2012)에 퇴적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신생대 후기에 들어서며 제주도가 판내부(intraplate) 대륙붕 환경에서, 백두산이 판내부 육성환경에서, 그리고 울릉도와 독도가 배호분지의 심해환경에서 만들어졌다. 이 화산들 중 일부는 활화산임이 밝혀져 화산재해 예측 및 방재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나머지 화산들도 다양한 화산작용 해석은 물론 우리 영토에 대한 주권행사와 지질유산의 공익적 활용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의 여러 화산들 중 지질학적 근래에 만들어진 몇몇 화산들의 과거 연구사와 대표적인 연구성과를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화산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도들의 향후 연구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2. 국내외 화산연구 동향
2.1. 미국
미국에는 약 200개의 활화산이 분포한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는 5개의 화산관측소[Alaska Volcano Observatory (AVO), California Volcano Observatory (CalVO), Cascades Volcano Observatory (CVO), Hawaiian Volcano Observatory (HVO), Yellowstone Volcano Observatory (YVO)]를 두고 지역의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이들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활화산마다 화산관측소와 감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은 가까운 미래에 분화의 징후가 높은 활화산들에 집중하여 관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화산분화 예측을 위해 화산지진, 지표고도/경사 변형 (GPS, Tiltmeter, EDM, InSAR, FLIR, Strainmeter 등 이용), 가스, 수리지질 등을 관측하고 있는데, 실시간 혹은 준실시간 관측을 통해 화산분화를 감시하고, 그에 따른 예보를 하고 있다. 또한 화산분화의 형태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화산마다 화산재 및 화산암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화산재해도를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는 화산활동과 수반하여 나타나는 화산지진을 관측하고 있으며, 화산가스 측정과 수리학적 관측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화산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스미소니안(Smithsonian) 연구소를 지정하여 글로벌 화산활동 프로그램(Global Volcanism Program, https://volcano.si.edu/)을 수행하며 전 세계의 화산분화 사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2.2. 일본
전 세계 활화산의 10%가량이 분포하는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화산관측과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뛰어난 화산연구와 화산재해 방재역량을 지니고 있다. 일본열도를 따라서는 약 110개의 활화산이 분포하는데, 이들은 태평양판과 필리핀해판이 각각 북미판(동북 일본)과 유라시아판(서남 일본) 아래로 들어가면서 만드는 두 개의 화산호 열(volcanic-arc-chain)로 구성된다.
일본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30여 개의 활화산을 대상으로 조밀한 지진관측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구물리학적 및 지화학적 요소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화산연구는 주로 대학과 일본 지질조사소(GSJ, AIST)에서 협력하여 담당하고 있으며, 화산 예보와 감시는 일본 기상청(JMA)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대학 또는 연구기관들이 담당한다. 화산분화 예측 연구는 주로 화산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일본 지질조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일본 지질조사소의 경우, 화산활동(화산지질/층서 및 분화특성 조사)과 마그마 활동(분화 발생 및 활동 추이 예측), 심부유체(지각유체/지하수 기원 및 순환계 규명) 분야를 구분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3. 유럽연합
유럽에서 활화산은 대서양 중앙해령과 알프스 조산대를 따라 분포하며, 그 외 소규모지만 열점 기원의 중앙유럽 화산열(Central European Volcanic Chain; 라인지구대도 여기에도 속함)도 분포한다. 아이슬란드는 2010년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Eyjafjallajokull) 화산분화로, 그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서유럽 전역에 퍼져 항공대란을 초래한 바 있으며, 순 피해액만 약 25억 유로에 달했다. 이 사건은 화산재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최근 대서양 중앙해령의 활화산에 대하여 아이슬란드의 산학연 연구그룹과 국제전문가 연구그룹이 협력하여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국제공동연구로 지열발전과 연계한 마그마 과학시추프로그램(KMDP, Krafla Magma Drilling Project)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탈리아는 화산학이 태어난 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는 에트나(Etna), 베수비오(Vesuvio), 캄피플레그레이(Campi Flegrei), 스트롬볼리(Stromboli), 이스키아(Ischia), 판텔레리아(Pantelleria), 리파리(Lipari), 이솔라페르디난디아(Isola Ferdinandea), 콜리알바니(Coli Albani) 등의 역사시대 활화산이 분포하며, 스트롬볼리형(Strombolian), 불칸형(Vulcanian), 플리니형(Plinian) 등의 전문용어도 이탈리아의 화산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이탈리아는 활화산 연구의 강국이다. 이탈리아는 국립지구물리학 및 화산학 연구소 (Istituto Nazionale di Geofisica e Vulcanologia, INGV)가 중심이 되어, 전술한 6개 활화산에 대해 모니터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특히 화산 분화의 3D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강점이 있으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캄피플레그레이 과학시추프로그램은 국제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4.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활화산(지난 1만 년 이내에 분출 이력이 있는 화산) 또는 활동 가능성이 높은 화산이 없다는 과거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화산연구가 매우 늦게 시작되었다. 국내 대학 중 “화산학”이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된 대학조차 몇 안 되고, 화산학 전공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기관도 거의 없으며, 화산연구 인력의 양성도 매우 더딘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화산연구가 시작된 제주도에서는 기초연구가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지만 “화산재해 평가, 예측 및 방재”에 적용될 수 있는 응용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0년의 아이슬란드 화산분화로 유럽 지역에서 항공대란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일시적으로 막히자, 우리나라 정부도 화산재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백두산의 재분화 가능성이 사회적으로 큰 논쟁거리가 됨에 따라 2012년에 소방방재청 산하에 백두산 화산대응기술개발사업단이 출범하였다. 기상청은 2011년 이후 지진-화산 분야의 핵심 법률(소위 지진관측법)을 법제화하였고, 국내외 화산분화로 발생한 화산재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대비하여 화산재 확산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교과부가 추진한 화산연구는 사업추진이 보류되었다.
2018년에는 부산대학교에 화산특화연구센터가 설립되어 한-중 백두산 공동연구 등의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화산특화연구센터는 화산연구의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를 위해 조직된 전 세계의 화산관측소 네트워크인 WOVO (World Organization of Volcano Observatories)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유일한 화산연구 조직이다. 2024년에는 소수의 화산학자들이 대한지질학회 산하에 화산학분과위원회를 조직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화산연구의 길을 걷고 있다.
3. 제주도 화산연구사와 최신 성과
3.1. 제주도 화산지질 연구사
제주도의 지질연구는 일제강점기하에서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최초의 지질연구는 서귀포층의 화석에 대한 Yokoyama (1923)의 연구였다. Haraguchi (1931)는 처음으로 제주도 전역에 대한 지질조사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화산활동을 시기에 따라 분류하였다. 또한 서귀포 지역의 퇴적층을 서귀포층으로 명명하고 그 시대를 전기 플라이스토세로 해석하였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국내 지질학자들의 제주도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하지만 1960년에 들어 제주도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지질조사소(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하수 조사와 지질조사가 시작되었다. 1968년에는 10만분의 1 축적의 제주 지질도가 최초로 제작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일부 화산암에 대한 절대연대 측정 및 새로운 층서 제시가 있었다(Won, 1976). 1980년대에는 주목받을 만한 암석학적 연구(Lee, 1982)와 초보적인 수준의 지구물리학적 연구(Lee et al., 1983; Won, 1984)도 있었다. 수성화산에 대한 연구도 시작되었으며(Kim et al., 1986; Sohn and Chough, 1989), 서귀포층에 대한 고생물학적 연구도 지속되었다(Yoon, 1988).
1990년대에 들어 새롭게 제주도 지질도가 작성되기 시작하였다. 지질도는 성산도폭(Won et al., 1993), 표선도폭(Won et al., 1995), 제주-애월 도폭(Park et al., 1998), 모슬포-한림 도폭(Park et al., 2000a), 서귀포-하효리 도폭(Park et al., 2000b) 순으로 발간되었다. 이 기간에 수성화산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다(Hwang et al., 1991; Sohn and Chough, 1992, 1993; Sohn, 1996). Koh (1997)은 제주도 수문지질에 관한 연구자료를 집대성하여 서귀포층과 지하수 부존형태와의 관계를 해석함으로써 제주도의 지하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크게 증진시켰다. Park (1994)은 암석화학적 연구를 통해 제주도 화산활동을 일으킨 마그마의 진화과정과 마그마를 형성시킨 맨틀근원 물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00년대 이후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시기로서 지질유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고, 이와 관련한 연구들도 많아졌다(Sohn et al., 2009). Koh et al. (2013)은 시추공 및 노두 시료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도 화산활동을 서귀포층 퇴적시기(1.88~0.5 Ma)와 이후의 화산활동기(0.5 Ma 이후)로 구분하였다. Brenna et al. (2012a, 2015a)는 고지대 시추코어 시료에 대한 암석화학분석과 연대측정을 통해 제주도 화산활동을 3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특히 그는 각 단계별 마그마 생성 깊이, 맨틀 부분용융의 정도, 화산분출량의 변화를 시공간적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제주도 화산활동이 판내부의 열점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왔던 기존 관점(Lee, 1982; Park, 1994; Tatsumi et al., 2005)에서 벗어나 제주도 화산활동이 일본 섭입대 지역에서의 지구조 응력 변화에 영향받은 것으로 해석하였다.
최근에는 기존의 K-Ar, Ar-Ar 연대측정법을 벗어나 고토양이나 탄화목과 같은 화산암 주변 물질에 대해 광여기 발광(OSL) 연대측정,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등의 기법들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수만 년 이내의 매우 젊은 화산활동 연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Lee et al., 2014; Ahn et al., 2015; Lim et al., 2015; Kim et al., 2016).
3.2. 수성화산 연구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의 시작과 함께 역사시대까지 200만 년 가까이 지속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산섬으로 오래전부터 다양한 지질학적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제주도 곳곳에 분포한 수성화산(hydromagmatic volcano)이 세밀히 연구되어 수성화산의 분출과 퇴적작용 이해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Sohn and Chough, 1989; Chough and Sohn, 1990; Sohn, 1992; Sohn and Chough, 1992, 1993; Sohn, 1995a, 1996). 2000년도 이후부터는 수성화산활동이 지표의 수성화산 형성은 물론 제주도 지하의 서귀포층을 비롯한 여러 퇴적층의 형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수성화산활동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퇴적작용도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다(Sohn et al., 2002, 2008, 2023; Sohn and Park, 2004, 2005; Sohn and Yoon, 2010; Yoon et al., 2017; Sohn and Sohn, 2019a, 2019b; Jeon et al., 2022). 제주도의 지질과 수성화산이 국제학계에 널리 알려짐에 따라 제주도에 대한 외국 화산학자들의 관심이 급증하였고, 제주 화산의 화산학적-암석학적 연구에 초점을 맞춘 국제 공동연구도 이루어지게 되었다(Brenna et al., 2010, 2011, 2012a, 2012b; Murtagh et al., 2011; Sohn et al., 2012; Brenna et al., 2015a, 2015b). 제주도의 수성화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악산에서도 수증기-마그마성(phreatomagmatic) 또는 다이아트림(diatreme) 분화작용 연구(Go et al., 2017; Go and Sohn, 2021; Go et al., 2023)와 다양한 연대측정 연구(Ahn et al., 2015; Sohn et al., 2015)가 이루어졌다. 이 모든 지질학적 연구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지정되고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가 되었다(Woo et al., 2010, 2013). 이상의 연구 중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의 최근 연구 사례를 아래에 간략히 요약하였다.
제주도 동쪽 해안의 성산일출봉은 전형적인 응회구(tuff cone)로서, 해수면이 현재와 거의 동일했던 현세 중기에 얕은 수심의 해저에서 섯치형(Surtseyan) 수성화산분화로 생성되었다. 이 응회구는 물에 젖은 화산재가 낙하하거나 화쇄난류(pyroclastic surge)에 의해 일차퇴적된 후, 쇄설류(debris flow), 입자류(grain flow), 사태(slide/slump) 등의 작용을 통해 재퇴적(resedimentation) 작용이 간간이 발생하여 형성되었음이 알려져 있었다(Sohn and Chough, 1992).
2000년대에 들어 뉴질랜드의 화산학자들과 함께 일출봉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일출봉 응회구가 화산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침식면 또는 불연속면에 의해 나뉜 세 개(하부, 중부 및 상부)의 응회구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그림 1). 현재의 일출봉은 대부분 중부 및 상부 응회구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부 응회구층은 일출봉 동쪽 해안절벽을 따라 배사형 층리(quaquaversal bedding)를 보이며 중부 및 상부 응회구층 하부에 쐐기 모양으로 나타난다(그림 1). 하부 응회구층의 구조와 지층형태 그리고 단층의 특성 등을 종합하여 해석해 보면, 하부 응회구의 분출 중심지 즉 화구(vent)는 현재 분화구의 중심으로부터 약 600 m 동쪽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그림 2). 하부 응회구는 현재 남아 있는 응회구와 그 크기가 거의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 Northeastern cliff section of Ilchulbong showing three overlapping tuff-cone sequences with different fault development patterns and onlapping stratal relations. Section is c. 140 m high. (b) Enlarged view of the boxed area in (a). The boundaries between the tuff cone sequences are generally smooth and diffuse. (c) Eastern cliff section of Ilchulbong, 180 m high at highest point, and c. 500 m wide. A truncating relation is evident between the lower-cone and the middle-cone strata (modified after Sohn et al., 2012).
Digital elevation model of Ilchulbong obtained by 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 airborne terrain mapping. Ilchulbong consists of three overlapping tuff-cone sequences. Probable locations of the source vent and the crater rim of the lower-to-middle cone are indicated. The crater rim and the crater floor of the upper cone are 180 m and 90 m high, respectively (modified after Sohn et al., 2012).
이상의 관찰을 토대로 일출봉의 형성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그림 3). 일출봉의 분출은 현 분화구에서 600 m 동쪽에 떨어진 해저에서 시작하였다(그림 3a). 현재의 응회구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응회구가 만들어진 후(그림 3b) 화산활동이 잠시 멈추었다. 이 기간 중 응회구가 부분적으로 붕괴되거나 침식되었다(그림 3c). 이후 분출이 재개되어 중부 응회구층이 쌓였고(그림 3d) 일시적으로 마그마성 분화도 일어나 분화구 내부에 분석층과 용암연(lava pond)이 만들어졌다(그림 3e). 이후에 마그마는 기존의 화도를 이용하지 않고 약 600 m 서쪽에 위치한 새로운 지점에서 분출하여 상부 응회구층을 만들었다(그림 3f).
Illustration of the evolution of Ilchulbong tuff cone. (a) Onset of the eruption of Ilchulbong in a shallow sea. (b) Construction of the early (lower) tuff cone by a Surtseyan eruption. (c) Temporary break in eruption followed by erosion/collapse of the early tuff cone. (d) Resumption of a Surtseyan eruption and the construction of the middle tuff cone. (e) Temporary magmatic eruption, resulting in scoria deposition and lava ponding inside the tuff cone crater. (f) Resumption of a Surseyan eruption, ~600 m west of the previous crater, producing the later (upper) tuff cone. (g) Erosion of the tuff cone and the formation of the present topography.
이상의 해석은 일출봉의 화산쇄설물에 대한 지화학 분석 결과와도 잘 맞아떨어진다(Sohn et al., 2012). 지화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출봉에서는 세 종류의 알칼리 마그마가 분출하였으며, 이 마그마 분출의 세 차례 파동(pulse)은 응회구층의 퇴적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진 세 차례의 분출주기(eruption phase)와 잘 일치한다. 이상의 연구결과는 단성화산 분출의 단절 또는 휴지기가 맨틀에서 일어나는 마그마 작용과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화산체에 대한 퇴적학적 관찰, 특히 대규모 침식면의 인지가 화산의 성장과정(예: 화구이동) 해석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3. 제주도 화산진화
과거 오랫동안 제주도의 형성과정은 다음과 같은 4단계 모델로 설명됐다. 1단계는 기저현무암과 서귀포층이 형성되는 단계, 2단계는 용암대지가 형성되는 단계, 3단계는 섬 중앙에 한라산체가 형성되는 단계, 그리고 4단계는 제주도 도처에 소화산체들이 형성되는 분석구 형성단계로 구분하였다(Lee, 1982).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뉴질랜드의 화산학자들과 이루어진 국제협력연구를 통해 제주도 형성 과정의 새로운 모델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Brenna et al., 2012a, 2012b).
제주도 형성 초기(전기 플라이스토세)에는 상부 맨틀 얕은 곳에서 맨틀 일부가 부분용융되어 고-알루미늄 알칼리 마그마(high-Al alkali magma)가 생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마그마는 한반도 남해의 대륙붕 환경에서 분출하여 응회구나 응회환과 같은 수성화산체들을 형성하였는데, 이것이 제주도 지하에 분포하는 서귀포층이다. 이 시기에는 맨틀에서 적은 양의 마그마가 형성되어 100만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마그마를 분출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 지표로 상승하던 마그마 일부는 하부 지각에서 집적되고 분별결정작용을 거치면서 분화하여 조면암질 마그마를 만들었으며, 이것이 약 75만 년 전 지표로 분출하여 제주도 남서부에 위치하는 산방산 조면암체를 형성하였다.
이후 중기 플라이스토세에는 더욱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생성되기 시작하였으며, 후기 플라이스토세에는 더욱 마그마 생성심도가 깊어지면서 맨틀의 더 많은 부분이 부분용융되어 저-알루미늄 알칼리 마그마(low-Al alkali magma)가 생성되었다. 이 시기에는 전기에 비해 많은 양의 마그마가 짧은 시간에 지표로 분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 화산체는 후기 플라이스토세, 특히 45만 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였다. 이 시기에도 저-알루미늄 알칼리 마그마는 지표로 상승하면서 지각 하부에 집적되고 분화되어 조면암질 마그마를 형성하였으며 약 2만 5천 년 전 분출하여 한라산 조면암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후 홀로세에도 간헐적인 화산활동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는 보다 깊은 곳에서 형성된 저-알루미늄 알칼리 마그마와 보다 얕은 곳에서 형성된 서브-알칼리(subalkali) 마그마가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는 보다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는 저-알루미늄 알칼리 마그마가 마그마 이동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렇게 확보된 통로를 따라 보다 얕은 곳에 형성된 상대적으로 폭발력이 약한 서브알칼리 마그마가 지표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Brenna et al. (2015a)는 시추코어 연대자료와 지화학 자료를 위 모델에 추가하여 제주도 화산 성장의 시간-부피 모델(temporal and volumetric model)을 제시하였다(그림 4). 이 모델에 따르면 제주도 화산활동은 약 170만 년 전에 시작되었고 초기 120만 년 동안은 후기 50만 년보다 마그마 유출량이 매우 적은 상태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 서귀포층의 퇴적이 이루어졌다. 이후의 마그마 유출량 증가는 일본 화산호 및 배호지역의 확장속도, 특히 필리핀해판의 후퇴에 따른 맨틀의 해구쪽 흐름(trenchward mantle flow)의 증가 그리고 이에 수반된 맨틀 용승과 감압용융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 해석은 제주도가 섭입대에서 650 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음에도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지구조 운동에 따라 화산활동이 조절 받은 특이한 유형의 화산임을 지시한다.
Temporal and volumetric volcano growth model of Jeju Island, summarizing the volcano-tectonic events in the Kyushu region that affected Jeju Island volcanism (modified after Brenna et al., 2015a). (a) Comparison of the cumulative erupted magma volume from Jeju and Abu (Kiyosugi et al. 2010) volcanic fields. (b) Main regional tectonic events affecting stress in the region (Kodama et al., 1995; Sibuet et al., 1995; Itoh et al., 1998, 1999; Hoshizumi et al., 1999).
4. 백두산 화산연구와 최신 성과
4.1. 우리나라의 연구동향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 직후 백두산의 재분화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대통령 직속기구였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백두산 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동북아 정세 격변 가능성을 우려하여 ‘대형화산기획대응 소위원회’를 결성하고, 정부 부처별 역할과 대응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결과 교과부는 “마그마 거동 및 다주기 분화예측연구”를, 기상청은 “화산분화 예보와 감시”를, 소방방재청은 “화산재해 대응기술개발”을 하기로 역할 분담을 하였다. 그러나 교과부의 화산연구 과제는 당시 북한 또는 중국과의 공동연구가 불가한 상황이어서 사업추진이 보류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국책연구로 지원하는 백두산 연구는 성사되지 못하였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위치하며, 한-중 공동연구의 경우 중국 관계당국의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관계가 항상 원만하지는 않았으며, 대한민국 지질학자들의 백두산 방문 연구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내학자들의 백두산 연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몇몇 대학에서 개인 연구자들의 노력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본격적인 지질조사와 연구가 불가하였다. 이 때문에 주로 위성자료를 이용한 원격탐사 연구나 문헌연구를 중심으로 백두산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2007년 11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환경분야 실무자회의에서 북한은 남한에 백두산 남북공동연구를 제안하였는데, 2008년 초 남북관계 경색으로 결렬되었다. 2011년 3월 북한은 다시 남북공동연구를 제안하여, 2차례의 남북 전문가 회의가 추진되었으나, 2011년 4월 남북간 연구방법의 입장차이로 중단되었다. 이후 백두산 남북공동연구를 위한 남북 관계자들의 만남이 있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4년부터 3년여에 걸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중국과학원 사이에 협력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때 중국 쪽 백두산 일대에서 대량의 화산암 시료가 채취되었다. 이 시료는 현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에 보관 중이며 백두산 연구에 관심이 있는 국내학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어 시료분석에 기반한 백두산 연구는 가능한 상태이다.
4.2. 북한의 연구동향
북한은 중국산 구형 지진계에 의존하는 등 현대적인 연구장비와 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7개의 백두산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은 백두산 일원의 화성활동, 지구조활동, 광물/광상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 왔으며, 이를 종합하여 백두산총서(Science and Technology Publishing House, 1998)로 발간한 바 있다. 북한의 백두산 연구는, 현대적 탐사장비와 분석장비가 부족하지만, 야외 지질조사, 화산층서, 지화학분석, 암석 분류 등의 분야에서는 상세한 연구 결과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에 백두산 화산에 대한 총체적인 지질조사를 실시하였고, 독일 화산학 전문가 H.U. Schmincke 교수의 연구그룹에 단기 연구를 허용한 바 있다(Horn and Schmincke, 2000). 김욱(중국 길림대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2006년 2월, 북한은 일본(동북대와 일본화산학회) 및 중국(길림대+지진국) 연구그룹과 함께 공동연구를 협의하여 연구를 진행했었으나, 2006년 10월의 1차 북핵실험 여파로 일본 정부가 반대함에 따라, 2007년 1월 공동연구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어 북한은 전술한 바와 같이 2007년과 2011년에 남북한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각각 남북관계 경색과 연구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남북공동연구가 무산된 직후, 북한은 10세기 백두산 천년분화(Millennium Eruption)의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의 화산징후를 파악할 목적으로 영국 캠브리지 대학과 임페리얼대학 연구팀과 북한-영국 공동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가 유력한 국제학술지에 발간되기도 하였다(Iacovino et al., 2016; Ri et al., 2016). 이탈리아 INGV(Istituto Nazionale di Geofisica e Vulcanologia; 이탈리아 지구물리화산연구소)의 P. Papale 박사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이탈리아 INGV 연구팀을 백두산 북한-이탈리아 공동연구에 초청을 타진한 바 있으며, 2015년경 북한-이탈리아 공동연구를 수행하고자 시도하였다. 이처럼 북한의 국제공동연구는 서구권 국가의 학자들과 함께 소규모, 단편적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주로 화산분화 특성 조사에서 화산지진 관측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4.3. 중국의 연구동향
중국 국가지진국은 1995년부터 백두산 화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천지화산관측소(TVO: Tianchi Volcanic Observatory)를 개소하여 1999년 7월부터 백두산 주변에 일련의 지진계를 설치하고 지진활동을 체계적으로 감시해왔다. 그 결과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천지 아래에서 월 100회 이상의 지진이 11개월에 걸쳐 관측되었고, 2003년 6월과 11월, 그리고 2005년 7월에는 월 250회 가까운 지진 발생이 관측되었다. 2006-2007년 전반에 화산지진 빈도가 조금 줄어들다가 2007년 후반에 들어 다시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관측되었다. 화산 지진의 심도도 지표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천지화산관측소의 지질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암석학 및 암석화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의 국제학술지 논문 발간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진관측 이외에 물리탐사 및 원격탐사 분야에서도 다양한 관측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전반적인 화산연구의 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화산재해의 중-장기 재해평가에 필요한 기초연구(분화 층서 및 분출과정에 대한 정밀한 기재와 해석, 재해지역 매핑, 다양한 유형의 화산재해 모델링 등)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연구사례가 많지 않았다.
중국은 현재 백두산 연구를 외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백두산에 대한 국제공동연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백두산 국제공동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학자들과의 공동연구는 동북공정 등의 정치적 영향으로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례로, 외국인에게는 휴대용 GPS 수신기조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일부 학자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중국 측과 간헐적인 백두산 연구를 수행해 왔다. 1990년대에는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일부 학자들이 중국 국가지진국과 공동연구를 하였으며, 일부 학자는 일본 동북대 및 중국 국가지진국 지질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기처 예산 지원이 중단되어 공동연구에 참여하지 못했다. 2000년대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및 몇몇 대학의 학자들이 중국 국가지진국과 화산지진에 대해 공동연구를 수행하였고, 백두산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인공위성 영상분석 연구가 일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대한민국 학자들과의 백두산 공동연구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어 백두산 한-중공동연구의 미래는 밝지 않다.
4.4. 최신 연구사례: 백두산의 천년분화 과정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중국과학원 사이에 백두산 한-중공동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때 확보된 백두산 부석 시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백두산의 천년분화(Millennium Eruption)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다(Kim et al., 2023).
마그마가 상승하게 되면 마그마 내부에서 휘발성분은 기포를 생성시키며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키는데, 휘발성분의 일부는 결정 내부에 용융액 포유물(melt inclusion)로 잡혀 있다가 마지막 화산분화 순간에 터져버리며 폭발의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정 내 포유물이 얼마나 폭발 강도를 증가시키는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Kim et al. (2023)은 서기 946년 백두산의 천년분화로 분출한 부석의 조직과 조성 분석을 통해 “기공 주머니(bubble pocket)”라고 새로이 명명된 구조를 발견하여 보고하고, 이것이 화산의 폭발강도 증가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평가하였다.
백두산 천년분화 부석 시료에 대해 Computerized X-ray tomography (CT)를 이용해 3차원 내부 조직을 분석하고 (그림 5a-c) 연마편에 대해 후방산란전자(BSE: Back-scattered electron) 영상을 얻어 부석의 미세조직을 관찰하였다(그림 5d-f). 분석 결과, 백두산 부석에서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구조[기공 주머니(bubble pocket)로 명명]가 발견되었다. 기공 주머니는 수 mm에서 1 cm의 직경을 지닌 기공의 집합체이다. 거의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지니며 내부에는 파쇄된 알칼리장석 결정을 지니고 있다(그림 5d). 기공 주머니의 부피비는 20%가량이며, 기공도는 82.8~90.6%에 달한다. 외부 기질의 신장된 기공 구조와 대비되는 구형에 가까운 기공 주머니의 형태적 특성 및 기공 주머니 인접 기질부의 압축 변형 구조(그림 5e)는 기공 주머니 내부가 마그마 상승에 의한 전단변형이 없었음을 지시한다. 기공 주머니 내부에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 유리질 필름의 복잡한 그물구조는 이 구조가 밀레니엄 분화 당시 마그마 상승 최후기, 마그마 파쇄 직전에 생성되었음을 의미하며, 기공 주머니가 생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추가적인 마그마 변형이 없었음을 지시한다. 화학조성 분석 결과, 기공 주머니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Type-A는 조면암질(65~70% SiO2) 조성을 지니며 내부에 sanidine 결정을 포함한다. Type-B는 유문암질(73~75% SiO2) 조성을 지니며 내부에 anorthoclase 결정을 포함한다. 기공 주머니 바깥의 바탕 물질은 중간 조성을 지닌다.
Cross-sectional images of the Millennium gray pumice from Baekdusan volcano (modified after Kim et al., 2023). (a) Photograph of a pumice hand specimen. (b, c) Computerized tomographic sections normal and parallel to the elongation directions of vesicles, showing the 3D shape and population of bubble pockets and host foam in the Millennium gray pumice. (d) Merged SEM-BSE image showing details of bubbles, bubble walls and crystal fragments in- and outside of a bubble pocket. (e) SEM-BSE images showing textural details of gas bubbles near the boundary of the bubble pocket, and (f) vesiculated melt inclusions bursting out from cavities in fragmented K-feldspar phenocryst.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천년분화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서기 946년의 백두산 분화는 두 가지 조성을 지닌 마그마의 혼합에 의해 일어났으며, 그 결과 두 유형(Type-A와 Type-B)의 기공 주머니가 만들어졌다(그림 6). 분화 당시 결정 내 용융액 포유물이 동시에 폭발하여 마그마의 부피를 6~24% 증가시켰으며, 이러한 마그마의 부피 증가는 백두산 천년분화의 폭발강도를 매우 증가시켰을 것으로 해석된다. 백두산 기원의 B-Tm 테프라의 유리조성이 매우 불균질한데, 이것 역시 마그마 혼합에 의해 천년분화가 야기되었음을 지시한다.
Schematics of the volcanic plumbing system during the 946 CE Millennium Eruption at Baekdusan (after Kim et al., 2023). The model conceptualizes the cryptic magma mixing and formative process of bubble pockets during the Millennium Eruption. MGP Millennium gray pumice, BP bubble pocket, M melt inclusion, MFL magma fragmentation level.
5. 울릉도와 독도 화산연구 동향과 최신 성과
5.1. 층서와 연대측정 연구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의 흔치 않은 섬이자 제주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화산섬이기도 하다. 특히 독도는 우리 영토의 상징으로 여겨져 오며 땅의 크기에 비해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온 섬이다. 최근 10여 년간 울릉도와 독도 관광이 활성화되며 많은 사람이 울릉도와 독도를 찾고 있지만 아직은 울릉도와 독도 방문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울릉도와 독도의 지질과 형성과정, 그리고 이 두 화산섬이 지닌 학술 가치에 대해서도 여러 학자가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실제 이 두 화산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00년도 이후로서 연구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독도에 대한 최초의 지질도 작성(mapping) 및 층서 분류는 Sohn and Park (1994)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 연구는 독도의 화산암을 여덟 개의 암석단위와 암맥으로 구분하였다. 1994년에 출간된 이 연구는 독도에서 이후에 이루어진 여러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2010년경, 독도의 암석균열과 붕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일이 발생하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주도로 독도의 균열과 지반안정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 조사의 일환으로 독도에 대한 도폭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12년에 1:2,500 축적의 상세한 독도 지질도가 발간되었다(Kee et al., 2012). 이 지질조사 보고서는 Sohn and Park (1994)이 제시한 층서를 일부 수정하여 새로운 층서를 제시하였다(표 1). 울릉도의 경우, 개인 학자들의 논문에 울릉도의 개략적인 지질도가 포함된 경우가 있었으나, 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울릉도 도폭 지질조사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울릉도의 세밀한 지질도와 층서가 최초로 제시되었다(Hwang et al., 2012)(그림 7).
독도의 화산암에 대한 연대측정 연구는 제한된 접근성에 의해 드물게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비교적 오래된 화산암의 연대측정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K-Ar 연대측정법을 이용한 연구들만이 이루어졌다(Sohn and Park, 1994; Kim, 2000; Lee et al., 2002; Song et al., 2006; Kee et al., 2012). 표 1은 기존에 보고된 독도 화산암의 K-Ar 연대측정 자료를 종합하여 정리한 것이다.
울릉도의 연대측정 연구는 독도에 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됐다. 독도와 같이 화산암에 대한 K-Ar 또는 Ar-Ar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울릉도의 화산활동 시기를 밝히고자 한 논문들이 여럿 있으며(Min et al., 1988; Xu et al., 1998; Kim et al., 1999, 2008; Song et al., 2006; Smith et al., 2011; Hwang et al., 2012), 이외에도 울릉도 화산쇄설층 내에서 발견된 탄화목을 이용한 탄소연대 측정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Machida et al., 1984; Okuno et al., 2010; Im et al., 2011, 2012; Kim et al., 2014; Im and Choo, 2015). 드물게, 울릉도 화산암에 포함된 몬조나이트를 대상으로 Rb-Sr법을 이용한 연대측정도 시도되었다(Kim et al., 2008).
5.2. 울릉도의 최후기 분화작용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지역으로서 제주도에 비하면 연구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화산섬이다. 최근 백두산의 재분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출 잠재성이 높은 산성질 화산연구의 필요성이 급증하였는데, 이런 점에서 울릉도에 대한 두 연구논문(Kim et al., 2014; Brenna et al., 2014)은 매우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두 논문은 울릉도는 물론 백두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조면암질 화산활동의 성격을 규명하고, 특히 최근 2만 년 동안 일어난 울릉도의 화산활동사를 새로이 규명함으로써 울릉도 화산지질 연구의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울릉도에 대한 이 두 연구결과는 향후 울릉도 연구는 물론 백두산 화산지질 연구 및 화산재해 평가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Kim et al. (2014)은 울릉도 나리분지 남부의 칼데라 내벽을 따라 수행된 야외지질조사를 통해 울릉도의 최후기 폭발성 분화로 생성된 부석질 테프라층에 대한 면밀한 퇴적·층서학적 연구를 수행하였다(그림 8). 이 테프라층은 지난 19,000년간의 울릉도 화산분출사에 대한 고해상도의 기록을 보존하고 있으며, 화산분출 및 화산쇄설물 운반·퇴적 기작 그리고 칼데라 지형의 형성과정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울릉도의 주 분화구에 해당하는 나리분지에서 지난 19,000년 간 총 5회의 강력한 폭발성 분출이 있었으며, 이로부터 기원한 다량의 화산재는 울릉도뿐만 아니라 동해 남부, 심지어 일본열도에까지 편서풍을 타고 운반되어, 뚜렷한 화산재층을 형성하였다. 5회의 분출로부터 형성된 층원(Member)들은 각각 오래된 순으로 N-5에서 N-1까지 지층명이 부여되었다. 각 분출 이벤트의 연대는 화산폭발과정에서 화쇄류에 운반·퇴적된 후 탄화과정을 거친 탄화목 및 화산재층 사이에 협재하는 고토양층의 방사성 탄소연대측정(14C AMS dating)을 통해 정의되었다. 연대 값은 하부 4개의 층에서 각각 19 ka BP, 11 ka BP, 9 ka BP, 5.6 ka BP로서 약 2,000 내지 8,000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분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부층의 연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에 상당히 근접한 연대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5.3. 독도의 분화작용
독도의 분화작용은 Sohn and Park (1994)와 Sohn (1995b)에 의해 최초로 해석되었다. 이 연구는 독도가 해저 성장단계에서 베개용암과 유리쇄설암이 쌓여 만들어지다가, 해수면 근처의 전이단계(轉移段階)에서는 섯치형과 수증기-마그마성 분화를 일으켰고, 해수면 위로 섬이 성장한 이후에는 육성 용암분출과 마그마성 분화를 일으켜 화산체가 완성되었다고 해석하였다. 하지만 2022년에 새로이 발표된 논문에서는 아래처럼 새로운 분화모델이 제시되었다(Park et al., 2022).
독도 화산암의 연대측정 결과(표 1)는 독도의 수면 하(下) 화산체가 플라이오세 기간 중에 대부분 완성되었고, 수면 위의 독도는 제4기 초(약 250만 년 전후)에 대부분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동도응회암 내에는 다양한 현무암질 이질암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동도응회암의 퇴적 이전에 독도가 해수면 위로 드러난 현무암질 화산이었음을 지시한다(그림 9a). 동도응회암은 이 화산의 현무암질 암편이 풍화, 침식, 운반되어 섬 주변 해저의 화산쇄설성 선상지(volcaniclastic apron)에서 퇴적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퇴적작용은 플리니형의(Plinian) 폭발적인 조면암질 화산분화가 일어났을 때 절정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그림 9b). 이 분화에 의해 엄청난 양의 부석질 화산쇄설물이 방출되었고 기존의 화산체가 심하게 파괴되며 부석을 포함하는 현무암질 각력암, 즉 동도응회암이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 퇴적은 주로 해저에서 쇄설류 작용을 통해 일어났으며, 파도의 재동작용도 함께 일어나 쇄설류 퇴적층 사이에는 층상 또는 사층리상의 지층들이 협재되어 있다.
Eruption and deposition model of Dokdo. (a) Dokdo was an emergent volcano by the time of deposition of the Dongdo and Seodo tuffs, covered by basaltic lava flows and volcanic cones. Trachyandesite I formed a ridge between the locations where the east and west islets of Dokdo would form later. (b) Part of the volcano was destroyed and destabilized by an explosive pumice-forming eruption of trachytic magma. Abundant basaltic volcaniclasts on the surface and in the subsurface were remobilized into the sea together with pumiceous materials to form a volcaniclastic apron composed of basalt clasts and pumiceous matrix. (c) The explosive eruption was immediately followed by a lava dome intrusion and explosion, which generated a series of block-and-ash flows. These flows were strongly controlled by the topography. The block-rich basal part of the flows was concentrated on the west side of the Trachyandesite I ridge, whereas the finer-grained and turbulent upper part of the flows could surmount the ridge and deposit materials on the east side of the ridge (after Park et al., 2022).
조면암질 마그마의 플리니형 분화와 동도응회암의 퇴적 직후 분화구 내부에 조면암질 은닉용암돔(cryptodome)의 관입이 일어났다. 서도응회암의 입자 조직/조성 분석 결과, 이 은닉용암돔은 폭발 이전에 충분히 냉각되고 탈가스화 및 결정화 과정을 겪었으며 스스로 폭발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용암돔의 폭발은 외부수(external water)의 급격한 유입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은닉용암돔의 폭발에 의해 일련의 암괴와 화산회류(block-and-ash flow)가 발생하였다(그림 9c). 이때 이 폭발은 측방으로 향하였으며(laterally directed) 포물선 모양의 탄도를 그리며 운반된 화산암괴는 매우 드물었다. 암괴와 화산회류는 북서쪽에서 남서쪽으로 지형의 영향을 받으며 흘러내렸다. 암괴를 많이 포함한 암괴와 화산회류의 하부는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장벽과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던 조면안산암 I에 의해 가로막혀 조면안산암 I의 서쪽(현재의 서도)에 주로 퇴적된 반면 화산회를 많이 포함한 암괴와 화산회류의 상부는 조면안산암 I의 장벽을 넘어 동도 지역까지 운반되어 화산쇄설물을 쌓을 수 있었다.
5.4. 독도의 침강과 침식
동도 및 서도응회암의 퇴적 이후 용암분출과 폭발성 분화 그리고 조면암질 마그마의 관입이 일어났다. 현재 발표된 연대자료(표 1)에 따르면 독도의 화산활동은 약 200만 년 전에 끝난 듯하나, 독도 해저에서 채취된 암석의 미발표 연대측정 자료에 따르면 독도의 마지막 화산활동은 제4기 중기(수십만 년 전)까지도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도 화산체의 완성은 그 이전에 대부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후 독도는 끊임없이 침강과 침식작용을 받아오며 섬으로서의 수명을 다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독도 화산체의 수면 윗부분은 대부분 침식되어 사라지고 평정해산(guyot)과 그 위에 작은 섬이 첨탑처럼 놓여있는 지형을 지니고 있다(그림 10).
Bathymetry of the flat-topped summit of Dokdo Seamount, which has the shape of a table mount or guyot (modified after Kim et al., 2024). The seamount has a basal diameter of 30 km and stands 2100 m above the seafloor. The flat top of the seamount, about 10 km in width and sloping at less than 2°, occurs above 200 m water depth and displays terrace-like steps, indicative of wave planation associated with sea-level fluctuations and subsidence of the volcano (Kim et al., 2013a, 2013b). The emergent portion of Dokdo (white areas) is located 7 km from the northern slope break and 3 km from the southern slope break. Dashed white lines indicate dune field areas.
최근의 해양지질조사(Kim et al., 2024)를 통해 독도 평정해산 정상부 남쪽 가장자리 수심 120~170 m 지역에 풍성사구가 발달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그림 11). 이 사구에 대한 형태분석과 퇴적물 조성 분석을 통해 이 사구들이 해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평정해산 정상부가 해수면 위로 노출되었을 때 북풍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되었다. 제4기 동안의 해수면 변동 곡선을 고려하여 이 사구의 형성시기를 추정한 결과, 이 사구들은 약 45만 년 전(MIS 12)에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Kim et al., 2024). 약 45만 년 전 독도 평정해산의 정상부가 해수면 위에 노출되었다가 현재와 같은 수심으로 침강되었다고 가정하면 독도는 1백만 년 당 130 m의 속도로 침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Bathymetry of submerged dune fields of Dokdo (modified after Kim et al., 2024). See Figure 10 for the locations of the dune fields A (a) and B (b). The bathymetric data were acquired using EM3001 and EM710 multi-beam echosounders (Kongsberg) by KIOST (Korea Insitute of Ocean Science and Technology) (Kim et al., 2013a).
독도 해안에 소규모로 나타나는 파식대지의 생성시기를 밝혀 독도의 침식속도를 밝히고자 하는 연구가 있었으나(Choi and Seong, 2021) 아직 독도의 침식속도를 신뢰성 있게 해석한 연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동해안의 절벽후퇴(cliff retreat) 속도를 측정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어(Jeong et al., 2024) 이를 통해 독도의 침식속도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동해안(영덕군)의 화강암질 파식대지 암석에 대한 우주선 노출연대 분석 결과, 절벽후퇴 속도가 과거(7.4 kyr BP)에는 1.4 mm/yr였다가 현재에는 7 mm/yr로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독도의 평정해산 정상부는 직경이 약 10 km인데, 현재와 같은 위치에 독도가 남겨지기 위해서는 독도 화산체가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7 km, 남쪽에서 북쪽으로 약 3 km의 침식이 이루어져야 한다(그림 10). 독도 화산체가 완성된 후 대략 100만 년에 걸쳐 이러한 침식이 일어났다고 가정한다면, 북쪽 방향에서의 침식속도는 7 mm/yr, 남쪽 방향에서는 3 mm/yr로 계산된다. 남쪽에 비해 북쪽 방향에서 더 빠른 속도로 침식이 일어난 이유는 강한 북풍의 영향으로 차별적인 침식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침식속도는 Jeong et al. (2024)이 제시한 동해안의 절벽후퇴 속도(1.4~7 mm/yr)와 비슷한 값으로 독도의 장기적인 침식속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로 보인다.
동도와 서도로 이루어진 독도는 복잡한 해안선을 지니고 있으며, 각 섬의 장축 방향 길이가 500 m가 되지 않으며, 현 해안선에서 각 섬의 중심부까지의 거리가 채 200 m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연안침식 또는 절벽후퇴가 200 m 더 진행된다면 독도는 모두 침식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7 mm/yr의 속도로 200 m의 연안침식이 이루어지려면 약 28,600년의 시간이 필요하나 실제로는 그 이전에 독도가 완전히 침식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200 m”라는 수치가 최대치이며, 더 짧은 거리의 절벽후퇴로도 섬이 대부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질에 따른 침식속도의 차이가 큰데, 동해안의 화강암질암에 비해 독도와 같은 화산암/화산쇄설암은 훨씬 빠른 속도로 침식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Premaillon et al., 2018) 독도는 수만 년 이내에 완전히 침식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6. 결 론
과거 우리나라는 국내에 활화산이 없으며 화산재해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정부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도 화산연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화산연구의 후발주자로 남아 있으며 화산연구 전문인력의 양성도 매우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와 울릉도 그리고 백두산 등지에서 이루어진 소수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 화산들이 과거 1만 년 이내의 분화 이력을 지니며 향후 재분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활화산임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는 일본 섭입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판내부(intra-plate) 화산이지만 섭입대 지역의 판운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또한 대륙붕 환경에서 제4기 해수면 변동을 받으며 수성화산활동이 장기간 일어남에 따라 외국의 해양성 화산도(예: 하와이, 아이슬란드 등)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층서와 지질구조를 지니고 있다. 제주도는 1960년대부터 지하수 개발을 위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제외한 섬 전역에서 시추가 이루어져 지하지질 정보도 상세히 알려져 있으며, 국제화산학계에서 수성화산의 세계적 전시장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다양한 수성화산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판내부 화산활동과 수성화산활동 분야에서 선도적인 화산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백두산은 동아시아 최대의 화산 중 하나이며 역사시대에도 여러 차례 분화를 일으킨 화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백두산의 재분화 여부는 동아시아는 물론 서구권의 학자들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에 대한 한-중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남북 공동연구의 길도 트고자 노력하였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몇 학자들은 한-중 공동연구를 통해 얻어진 백두산의 천년분화 부석에 대한 조직-성분 분석을 통해 '기공 주머니(bubble pocket)'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천년분화의 화산학적 과정을 해석하였다.
울릉도와 독도는 접근이 쉽지 않은 해양성 화산도로서 제주도에 비해 연구가 매우 늦게 시작되었다. 2012년도에야 지질도가 완성되었으며, 두 섬 모두 현무암질 해저화산활동 이후 폭발적인 조면암질 화산활동을 일으켰다. 울릉도의 경우 지난 19,000년간 총 5회의 강력한 조면암질 폭발성 분출이 있었음이 탄소연대 측정으로 확인되었다. 독도의 경우 폭발적인 조면암질 분화로 부석을 포함하는 현무암질 각력암(동도응회암)이 해저에서 퇴적된 후 분화구 내부로 관입한 은닉용암돔(cryptodome)의 폭발로 서도응회암이 퇴적되었다. 이후 육성 용암분출과 폭발성 분화가 몇 차례 더 일어났고 마지막 분화는 제4기 중기(수십만 년 전)에 일어났다. 이후 독도는 끊임없이 침강과 침식작용을 받아오며 섬으로서의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산과 화산섬들(백두산, 제주도, 울릉도, 독도)은 모두 우리 영토의 변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종종 주변 국가들로부터 영유권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화산연구는 미래의 영토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독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화산들이 현세 또는 역사시대까지 활발히 활동한 활화산임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어 이 화산들의 향후 분화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화산연구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25년도 경상국립대학교 연구년제 연구교수 연구지원비에 의하여 수행되었음(GNU-SGRP-0010). 건설적인 심사의견을 주신 두 분의 심사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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