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 Review ]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 Vol. 62, No. 3, pp.505-523
ISSN: 0435-4036 (Print) 2288-737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01 Sep 2026
Received 04 Aug 2026 Revised 24 Aug 2026 Accepted 24 Aug 2026
DOI: https://doi.org/10.14770/jgsk.2026.039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를 위한 지진원 특성화: 주요 쟁점과 향후 과제

강태섭
국립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Seismic source characterization for seismic hazard assessment in the Korean Peninsula: Key issues and future directions
Tae-Seob Kang
Division of Earth Environmental System Science, Pukyong National University, Busan 48513, Republic of Korea

Correspondence to: ‡+82-51-629-6632 / E-mail: tskang@pknu.ac.kr

초록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한 판 내부 지진 환경으로, 판 경계부보다 지진 발생 빈도는 낮지만 발생 기제와 재발 특성이 복잡하며 드물게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논평에서는 먼저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의 기본 방법론과 국내 평가의 전개를 간략히 검토한 뒤, 판 내부 지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지진원 특성화의 주요 쟁점과 향후 과제에 초점을 둔다. 주요 논의 대상은 미래 지진의 공간적 분포와 지진원 경계, 최대지진규모, 규모별 지진발생률과 재발 특성, 지진활동의 시간 및 공간적 군집성, 현생 응력장과 단층 재활성화 가능성, 지표 단층과 지하 지진발생단층의 불일치와 미소지진 자료의 활용, 그리고 인위적 활동으로 유발되거나 촉발된 지진을 장기 자연지진 재해도와 구분하여 다루는 문제이다. 한반도에서는 활성단층 식별의 한계, 짧은 계기지진 관측 기간, 역사지진 해석의 불확실성 때문에 단일한 지진원 모델을 확정하기 어렵다. 향후에는 고해상도 지진관측망, 미소지진 정밀 분석, 3차원 단층 및 지각구조 모델, 고지진학 및 지구물리학 자료, 구조화된 전문가 판단을 통합하여 과학적으로 타당한 복수의 대안 지진원 모델을 구성하고, 모델 간 차이와 각 모델의 불확실성이 최종 재해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Abstract

The Korean Peninsula lies in an intraplate setting within continental East Asia, where earthquakes occur less frequently than at plate boundaries, but their source processes and recurrence behavior are difficult to constrain, and rare large earthquakes remain possible. This review briefly outlines the basic methodologies and historical development of seismic hazard assessment in Korea as background and focuses on key issues and future directions in seismic source characterization that are particularly important in an intraplate setting. The main topics include the spatial distribution of future earthquakes and delineation of seismic source boundaries, maximum earthquake magnitude, magnitude-dependent earthquake occurrence rates and recurrence behavior, temporal and spatial clustering of seismicity, the present-day stress field and fault reactivation potential, discrepancies between mapped surface faults and seismogenic faults at depth, the use of microearthquake data, and the differentiation of human-induced or triggered earthquakes from long-term natural seismic hazards. In the Korean Peninsula, limitations in identifying active faults, the short instrumental record, and uncertainties in the interpretation of historical earthquakes make it difficult to define a single seismic source model. Future assessments should integrate high-resolution seismic networks, precise microearthquake analyses, three-dimensional fault and crustal structure models, paleoseismic and geophysical data, and structured expert judgment to develop multiple scientifically defensible alternative source models and systematically quantify how differences and uncertainties among these models propagate into final seismic hazard estimates.

Keywords:

Korean Peninsula, intraplate seismicity, probabilistic seismic hazard assessment, seismogenic fault, seismic source characterization

키워드:

한반도, 판 내부 지진,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 지진발생단층, 지진원 특성화

1. 서 론

한반도는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거대한 대륙 암권판인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여, 일반적으로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 환경의 특성을 갖는다. 판 내부 지진은 판 경계부 지진에 비해 발생 원인이 더욱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며, 한반도의 경우 지질학적, 구조적, 응력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판 내부 지진은 판의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드물게 큰 규모로 발생하여 피해가 클 수 있다. 실제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한 기록이 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질학적으로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신생대 제4기의 약 260만 년 이내에 활동한 지표 단층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어, 지진활동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지역이다(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22).

한반도에서 관측되는 판 내부 지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지진 활동이 국지적인 특정 구역에 집중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서는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과 같은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여, 과거 역사 기록과 함께 지진재해의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이들 지진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지진 활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들 지역에서 과거 조구조 운동의 결과로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각 변동의 지질 구조적인 유산이 현생 응력장과 상호작용하여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경주지진은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발생하였고, 지표에 드러난 단층의 흔적과 현생 지진 활동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발생했던 피해 역사지진의 경험이 현재에도 당면한 재해의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Kim, Y. et al., 2016). 특히 2017년 포항지진의 경우, 지열발전 관련 유체 주입이 기존 단층의 재활성화에 기여했을 가능성과, 유체 주입과 지진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여러 연구에서 제시되었다(Woo et al., 2019; Yeo et al., 2020). 이러한 연구는 지표에 드러나지 않은 지하 단층이 인위적인 작은 응력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임계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도 내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지진 발생이 적지 않다(Kang and Baag, 2004; Park et al., 2023).

한반도의 지진 활동을 설명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현재 응력장의 방향과 기존 단층의 배열이다. 한반도는 동북동-서남서 방향의 압축 응력이 우세하게 작용하는 지역으로, 이로 인해 특정 방향을 가진 단층들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모든 단층이 이러한 응력 조건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며, 단층 운동의 발생에는 단층의 구조적 특성, 강도, 지각의 열적 및 유체 상태 등 다양한 추가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한반도의 지진 활동 지역과 상대적으로 지진 활동이 드문 지역 사이의 지각 및 암권 특성에 주목하여,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지진 구역이 지각의 약화된 영역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의 양산단층대나 울산단층대와 같은 구조는 지진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러한 구조적 손상대가 현재의 응력 환경 하에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한반도 판 내부 지진의 장기적인 특성으로는 비교적 낮은 빈도와 가늠하기 어렵거나 불규칙한 재발 간격(recurrence interval)을 들 수 있다. 이는 판 내부 환경의 지진 발생 기제를 판구조 운동에 의한 응력과 관계된 변형에너지의 단순한 축적과 해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움을 시사하며, 구조적 불연속면과 지하의 유체 흐름, 국지적 응력 변화 등 추가적 요인들이 중요함을 나타낸다. 또한, 한반도는 주변에 태평양판 및 필리핀해판 등 여러 해양판과 인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지진이 한반도 내륙에 간접적인 응력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지표 조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하 단층 활동의 가능성과 주변 해역에서의 간접적 영향은 한반도의 지진재해 평가에 있어 중요한 과학적 쟁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 연구는 지하 단층 구조의 정밀 탐사 및 분석, 상시 지진관측망을 통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고도화하여 지진의 특성과 발생 환경에 대한 이해를 향상하도록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 논평에서는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의 기본 방법론과 국내 평가의 전개를 배경으로 간략히 검토하고, 판 내부 지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지진원 특성화의 쟁점에 초점을 둔다. 주요 논의 대상은 미래 지진의 공간적 분포와 지진원 경계, 최대지진규모, 규모별 지진발생률(seismicity rate)과 재발 특성, 지진 활동의 시간·공간적 군집성, 현생 응력장과 기존 단층의 재활성화, 지표 단층과 지하 지진발생단층(seismogenic fault)의 불일치 및 미소지진 자료의 활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가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지진원 모델을 개선하고 그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연구 방향을 제안한다.


2. 지진재해도 평가 방법과 한반도의 현황

지진재해도 평가는 특정 지역 또는 부지에서 설정된 지진동 수준이 초과할 가능성을 정량화하고, 이를 재해도 곡선 또는 지도로 표현하는 절차이다. 이 절에서는 지진재해도 평가의 두 기본 접근법인 결정론적 평가와 확률론적 평가를 간략히 정리하고, 이어서 국내에서 수행된 원전부지 지진안전성 평가와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 제작의 주요 흐름을 비교한다. 특히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는 지진원 설정, 최대지진규모, 지진활동률, 지반운동 모델의 선택이 최종 재해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각 요소의 불확실성을 명시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 논평에서는 이 가운데 지진원 특성화에 초점을 둔다.

2.1. 지진재해도 평가 방법

지진재해도 평가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동 초과확률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재해도 곡선 또는 지도 형태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지진 방재 대책 수립과 내진 설계 기준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지진재해도 평가는 크게 결정론적 평가(Deterministic Seismic Hazard Assessment, DSHA)와 확률론적 평가(Probabilistic Seismic Hazard Assessment, PSHA)로 나뉘며, 각 방법은 서로 다른 분석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다(Reiter, 1990; McGuire, 2004).

결정론적 평가 방식은 특정 단층 또는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을 가정하고, 그로 인해 예상되는 지진 지반운동 수준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즉,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지진 피해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가 과정은 먼저 연구 지역의 단층 지진원과 면적 지진원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해당 지진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Maximum Credible Earthquake, MCE)을 설정하고, 해당 지진 시나리오에 적합한 지진 지반운동 모델(Ground-Motion Model, GMM)을 적용하여 부지에서 예상되는 최대지반가속도(Peak Ground Acceleration, PGA) 또는 응답스펙트럼(response spectrum)을 산정한다.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는 연구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원의 위치와 기하, 최대지진규모 및 규모별 발생률을 설정하고, 각 지진 시나리오가 부지에서 주어진 지반운동 수준을 초과할 확률을 종합하여 재해도 곡선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먼저 연구 지역의 단층 지진원과 면적 지진원을 정의하고,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과 지질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각 지진원의 규모-빈도 관계와 연간 지진발생률을 평가한다.

여기서 재발 간격(recurrence interval)은 특정 단층 또는 지진원에서 일정 규모 범주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기까지의 사건 간 시간 또는 그 평균을 의미한다. 이는 지진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는 뜻은 아니며, 시간에 대해 정상상태인 포아송 발생을 가정할 경우에 한하여 평균 재발 간격을 해당 지진의 연간 발생률의 역수로 표현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각 지진원의 규모-거리 조합에 대하여 지진 지반운동 모델을 적용하고, 주어진 지반운동 수준이 초과될 조건부 확률을 모든 지진원과 가능한 지진 시나리오에 대해 적분하여 지반운동 수준별 연간 초과빈도를 산출한다. 이 관계를 재해도 곡선이라 하며, 지반운동은 최대지반가속도 또는 스펙트럼 가속도(Spectral Acceleration, SA)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재해도 곡선에서 특정 지반운동 수준의 연간 초과빈도에 대응하여 정의되는 평균 재현주기(mean return period)는 지진원에서 개별 지진이 반복되는 재발 간격과 구별된다. 포아송 가정하에서 평균 재현주기는 연간 초과빈도의 역수이며, 일정 기간의 초과확률과 상호 환산할 수 있다. 따라서 재현주기는 지진원 특성을 나타내는 입력변수가 아니라, 계산된 지반운동 초과수준을 기간의 개념으로 표현한 공학적 지표이다.

대상 영역을 격자로 나누고 각 격자점의 재해도 곡선에서 설정된 초과확률 또는 평균 재현주기에 대응하는 지반운동 값을 추출하면 지진재해도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이상의 절차는 지진원의 정의와 특성화, 지반운동 초과확률 평가, 재해도 곡선 산출 및 지도화로 요약할 수 있다(그림 1).

Fig. 1.

Elements of probabilistic seismic hazard assessment and its workflow.

결정론적 평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며, 특정 지진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MCE)을 고려한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원자력 발전소, 댐, 대형 교량 등 극한 지진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주요 시설물의 내진 설계 기준 수립에 적합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확률을 고려하지 않으며, 단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결정론적 평가는 다양한 가능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확률론적 평가는 다양한 지진 시나리오와 발생 확률을 고려하여, 보다 현실적인 재해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일반 건축물의 내진 설계, 도시 계획, 재해보험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계산 과정이 복잡하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며, 지진원별 최대 규모를 입력변수로 포함하지만, 특정 최대지진 시나리오의 단일 지반운동 값을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가능한 규모와 거리 및 발생률의 조합을 통합하여 초과확률 형태의 재해도를 산출한다. 따라서 극한 시나리오의 직관적 검토에서는 확률론적 평가에 더하여 결정론적 평가가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진 지반운동 모델은 지진원 모델과 함께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며, 규모, 지진원-부지 거리, 지반조건 등에 따른 지반운동의 중앙값과 변동성을 기술한다. 국내 지진 지반운동 모델은 1980-1990년대 국내 관측 자료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한 국외 경험식 차용, 2000년대 국내 강진 기록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추계학적 모사법 중심의 연구를 거쳐,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계기지진 자료를 이용한 경험적 지진 지반운동 모델의 개발이 시도되고, 이 과정에서 경주지진 및 포항지진 등의 중규모 지진관측 기록에 기반한 지진 지반운동 모델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관측자료는 규모와 거리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큰 규모 및 근거리 지진동에 대한 외삽에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국가 지진재해도 평가에서는 국내 자료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을 거친 복수의 지진 지반운동 모델을 논리수목으로 구성하고, 모델 사이의 차이와 사건 간 변동성과 사건 내부 변동성, 기준 지반조건 및 부지증폭의 불확실성을 지진원 모델의 불확실성과 구분하여 최종 재해도에 전파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진 지반운동 모델의 개발, 선정 및 부지응답 평가는 지진파 전파와 공학 지진학에 관한 별도의 연구 영역이므로, 본 논평에서는 국내 지진재해도 평가의 전개와 지진원 모델의 영향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만 다룬다.

2.2. 지진재해도 평가에서의 지진원 특성화

지진학적 및 지질학적 자료를 공학적 목적의 지진재해도 평가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요 지진원 특성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특성으로는 미래 지진의 발생 위치, 최대지진규모, 지진 재발 간격 등이 포함된다. 특히 지진재해도 평가는 지진학적, 지질학적 및 지진공학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특정 시설 부지에서의 지진 피해 가능성을 정량화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Senior Seismic Hazard Analysis Committee, 1997).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 지진원 특성을 규명하는 작업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판 내부 지역의 지진 발생 메커니즘이 명확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Zoback, 1992). 구체적으로 지각 내 응력 상태의 정확한 특성, 응력을 발생시키는 구체적인 지구물리학적 메커니즘,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이나 지질구조의 명확한 규명 여부, 과거 지진 기록의 예측 신뢰성 및 진원지에서 특정 시설 부지까지 지진파의 에너지 감쇠 특성 등에 대해 여전히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첫 단계는 지진 발생 가능 지역을 정의하는 것이며, 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면적 지진원’은 특정 지역을 면적 형태로 정의하여 지진 활동 가능성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둘째, 활성단층을 직접적으로 특정하여, 단층의 위치와 기하학적 특성을 정확히 제시하는 방식이다(Reiter, 1990). 연구 지역에서 확보된 지진학적 및 지질학적 자료의 질적 수준에 따라 선택할 방식이 결정되며, 자료의 수준이 충분히 높은 경우에는 활성단층의 3차원 모델을 활용하여 실제 지진 발생 현상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Wells and Coppersmith, 1994).

지진 재발 간격은 과거 관측된 지진 활동과 지질학적 조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한다. 이 과정은 주로 과거 지진 발생 기록, 고지진 연구, 단층의 이동률 자료 등을 이용하여 수행된다(McCalpin, 2009). 특히, 큰 규모의 지진일수록 드물게 발생하는 특성상 역사지진 자료만으로 최대지진규모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다양한 지질학적 및 지구물리학적 가정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각 지반운동 수준에 대한 연간 초과빈도를 산정하여 재해도 곡선으로 표현한다. 포아송 발생(Poisson process)을 가정할 경우 연간 초과빈도는 일정 기간의 초과확률 및 평균재현주기와 상호 변환할 수 있다(Cornell, 1968). 이는 다양한 규모의 지진이 서로 다른 거리와 재발 간격을 가지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종합한 결과이다.

2.3.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 현황

우리나라의 지진재해도 평가 연구는 1971년 이후 원자력발전소 부지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각 부지에서 수행한 것이 계기이다(Korea Institute of Energy and Resources, 1983). 이후, 국내 지진재해도 평가는 크게 원전부지 지진재해도 평가와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 제작의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각의 목적과 평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원전부지 지진재해도 평가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부지를 대상으로 수행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내진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Kang and Yoo, 2018). 반면,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는 전국 단위의 지진동 초과확률을 평가하여 방재 대책 및 건축 내진 기준을 마련하는 데 활용된다. 두 평가 방식 모두 국내 지진재해 가능성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보다 신뢰성 높은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2.3.1. 원전부지 지진안전성 평가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시설이므로, 극한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내진 기준을 철저히 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전부지 지진재해도 평가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의 지침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의 기준을 참고하여 제정된 규정(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및 경수로형 원전 규제 기준, 경수로형 원전 규제 지침 등)에 따라 수행되고 있으며, 주요 목적은 원전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을 평가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다. 원전부지 지진재해도 평가는 결정론적 및 확률론적 방법론을 모두 적용하며,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설계기준지진(Safe Shutdown Earthquake, SSE)을 산정하기 위하여 부지 중심의 일정 거리에 대한 조사범위를 설정하여 지진 활동과 활동성 단층에 대하여 평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지진재해도를 평가하는 것은 사용하는 자료와 이에 대한 평가 및 분석 과정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수학적 모델링만으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NRC는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진 입력자료의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절차와 방법론을 제공하기 위하여 SSHAC (Senior Seismic Hazard Analysis Committee) 보고서를 발표하였다(Senior Seismic Hazard Analysis Committee, 1997). SSHAC 절차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단일한 최적 해석으로 수렴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용 가능한 자료와 해석으로부터 기술적으로 방어 가능한 대안의 범위와 상대적 가중치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절차는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지진원 모델을 비롯한 인식론적 불확실성을 논리수목으로 구조화하는 데 활용된다. SSHAC 보고서에 명시된 절차는 크게 4단계(Level 1~4)로 구성된다. 지진재해도 분석의 심도에 따라 단계가 높아질수록 절차의 복잡성과 엄격성이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2011년 규모(Mw) 9.1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성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원전부지에 대한 최대지진 조사 연구를 수행하였다(Korea Hydro and Nuclear Power Company, 2015). 지진 발생 기록, 지진원 특성, 지진파 전파특성 등을 분석하여 2015년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총 4개 원전부지(한울, 월성, 고리 및 한빛)의 지진재해도를 분석하였다. 지진재해도 분석을 위한 입력 자료는 지진, 지구물리, 구조지질 분야의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산출되었으며, 연구결과의 객관성 및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SSHAC 단계 2-3을 도입하여 절차를 준용하였다.

2.3.2.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 제작

우리나라는 지진재해 대책을 위하여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령에서는 내진 설계의 기초가 되는 지진구역을 설정하기 위하여 과거의 지진기록과 지질 및 지반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산정한 지진의 위험정도인 ‘지진위험도’를 정의하고 있으며(제2조), 국가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책무(제3조)와 함께 지진위험도를 나타내는 ‘지진위험지도’의 제작과 활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제12조 국가지진위험지도의 제작·활용 등). 이 법에 따르면, 국가지진위험지도를 이전 공표일로부터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에 갱신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으로 인한 영향의 정도를 이야기할 때, ‘재해도(hazard)’와 ‘위험도(risk)’의 두 가지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지진재해도는 특정 위치에서 지진동이 주어진 수준을 초과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진위험도는 이러한 재해도에 노출도(exposure), 취약도(vulnerability) 및 예상 결과를 결합한 개념이다. 다만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노출도와 취약도를 포함하지 않은 재해도 결과를 ‘지진위험도’ 및 ‘지진위험지도’로 명명한다. 이 논평에서는 과학적 개념을 서술할 때 ‘지진재해도’를 사용하고, 법령과 공식 사업명을 인용할 때만 법정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는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신인 한국동력자원연구소(Korea Institute of Energy and Resources, 1983)가 발표한 것이 처음이다. 1995년 일본 고베지진과 1996년 영월지진을 겪으면서 1997년 건설교통부는 국가 내진 설계 기준 마련을 위하여 한국지진공학회에 연구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를 통하여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가 제시되었다(Ministry of Construction and Transportation, 1997). 이후 1997년 지도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2012)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진재해대책법에 따라 2013년 소방방재청은 처음으로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를 공표하였으며(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 2017년에는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국가지진위험지도 작성방법 표준화방안 마련을 위한 과업을 통하여 2019년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를 포함하는 최종보고서가 공개되었다(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19). 한편, 개별 연구로 수행된 광역 지진재해도 평가로는 Lee and Noh (1988) 및 Lee and Jin (1989)가 있으며, 이후 앞에서 열거한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 작성을 위하여 수행된 일련의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Kyung et al. (2016)와 Park et al. (2021) 등이 있다. 다음에서 각 시기별로 수행된 주요 국가 지진재해도 평가의 특징에 대하여 설명한다(표 1).

Comparison of national seismic hazard assessments in Korea.†

한국동력자원연구소(1983): 원자력발전소 부지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수행된 여러 연구자들의 한반도 지진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역사 지진에 대한 큰 차이가 있었다. 반면,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역사 지진의 피해 기록이 대체로 정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지진재해도 평가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에 따라 역사 문헌에서 직접 발췌한 지진 기록을 수정 메르칼리 진도(Modified Mercalli Intensity, MMI)로 재평가하였으며, 서기 27년부터 1904년까지 최대 진도 MMI VIII에 해당하는 지진은 총 17회였다. 또한,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 시 개별 단층과의 연관성보다는 지체구조구(tectonic province)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일정 기간 동안에 발생 가능한 지진동 초과확률의 분포를 통계적 이론에 기반하여 산정하는 통계적 방법에 따라 500년 재현주기의 최대 지진가속도를 분석한 결과, 계기지진만 사용할 경우 0.25 g 이하, 계기지진과 역사지진을 모두 고려하면 약 0.12 g로 나타났으며, 특히 경상 지역과 서해안 지역의 지진재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그림 2a). 한편, 보고서가 ‘보수적 방법’이라 부른 결정론적 접근에서는 각 지체구조구에서 관측된 최대진도를 선정하고 이를 진도-가속도 관계를 이용하여 최대수평지반가속도로 환산하였다. 그 결과 최대수평지반가속도는 계기지진만 이용 시 0.20 g 이하, 역사지진까지 포함할 경우 0.26 g로 산정되었고, 0.26 g의 재현주기는 경상지역에서 240년으로 가장 짧고 그 외 지역에서는 더 긴 것으로 분석되었다(그림 2b). 아울러, 이 보고서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적용하여 지진재해도를 평가하고 있으나, 통계적 방법의 결과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지진동 가속도에는 결정론적 방법의 결과를 채택할 것을 권고하였다.

Fig. 2.

Seismic hazard assessment results of the Korea Institute of Energy and Resources (1983): (a) distribution of maximum horizontal ground acceleration for a 500-year return period based on recurrence rates of instrumental and historical earthquakes (unit: Gal); (b) maximum seismic acceleration and return period of each tectonic province determined by the deterministic method (unit: g). Note that 1 g = 980.665 Gal, 1%g = 0.01 g = 9.80665 Gal, 1 Gal ≈ 0.10197%g.

한편, 그림 2a는 Gal, 그림 2b는 g 단위를 사용한다. 이후에 제시될 지진재해도 지도의 PGA는 %g 단위를 사용한다. 여기서 Gal은 1 cm/s2를 의미하며, g는 표준중력가속도이다. 단위 변환 관계는 1 g = 980.665 Gal, 1%g = 0.01 g = 9.80665 Gal, 1 Gal ≈ 0.10197%g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기의 지진재해도 지도에 제시된 PGA 값을 비교할 때에는 이 단위 변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건설교통부(1997): 기존 건설부(Ministry of Construction, 1987)는 우리나라를 지진구역 0, 1, 2의 세 구역으로 나누어 지진재해에 파급효과가 큰 공공건물과 인구밀집 건물, 고층 건물에 적용할 내진설계기준을 작성, 제안하였다. 건설교통부(Ministry of Construction and Transportation, 1997)는 이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을 위하여 한국지진공학회에 시설물별 내진설계기준 보완 연구를 의뢰하였고, 그 일환으로 지진구역 제정을 목적으로 정밀 지진재해도 지도를 작성하였다. 이를 위하여 당시 국내 지진학자 8인이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통합하는 방식의 공동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재작성된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 자료목록,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수집 및 재평가한 목록,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된 역사지진목록, 그리고 기상청 계기지진목록 등이 연구자별로 활용되었다. 지진재해도 계산을 위해서 Frankel (1995)의 지진 활동 공간 평활화 기법 또는 Gumbel (1958)의 최대치 이론 또는 Cornell (1968)의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분석 방법이 사용되었다. 참여 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또는 유사한 계산법을 이용하고, 서로 다른 지진 목록이나 같은 목록에 대해서도 자료 해석에 따른 신뢰성을 서로 다른 가중치로 반영하였고, 다양한 감쇠공식이 활용되었다. 이에 따라 각 연구자들이 제시한 연구자별 계산 결과를 통합하기 위해 가속도 값을 평균하여 최종 지진재해도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5, 10, 20, 50, 100, 250, 500년 동안 10%의 초과확률에 대응하는 PGA 값을 등고선으로 나타낸 지진재해도 지도가 제시되었다. 포아송 발생 과정을 가정하면 이들 초과확률은 각각 약 50, 100, 200, 500, 1000, 2400, 4800년의 평균 재현주기에 해당하는 값으로 관용적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평균 재현주기 TR는 TR = -t/In(1 - P)로 환산되며, t = 50년, P = 0.10, 즉 50년 10% 초과확률은 엄밀히 TR ≈ 474.6년이다. 그러나, 국내 내진설계 및 지진재해도 문헌에서는 이를 관용적으로 약 500년 평균 재현주기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 3은 50년 10% 초과확률, 즉 관용적으로 약 500년 평균 재현주기에 해당하는 건설교통부(Ministry of Construction and Transportation, 1997)의 PGA 분포를 보여준다.

Fig. 3.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Ministry of Construction and Transportation (1997) (unit: %g).

소방방재청(2013): 소방방재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5년 동안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을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였다(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2012). 이 사업을 통하여 이전까지 사용되고 있던 1997년 건설교통부의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를 갱신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1997년 지진재해도 지도가 작성된 이후, 지속적인 역사지진 자료의 정밀 재평가와 계기지진 자료의 축적이 이루어졌고, 지진에너지의 전달 특성을 수학 공식으로 표현하는 지진 지반운동 모델(GMM)의 발전과 지진지체구조구, 활성단층 조사 등 지진학 및 지질학 분야에서 진전된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 자료와 정보를 이용하여 기존 1997년의 국가 지진재해도 평가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지도 갱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에 대한 재평가와 갱신을 통하여 새로운 지진목록을 작성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지진 지반운동 모델을 활용하였으며,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 대한 지진원 구역 설정을 통한 면적 지진원에 기반을 둔 지진재해도 계산 방법을 적용하여 지진재해도가 계산되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1997년에 비하여 짧은 재현주기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작은 최대지반가속도를 보였으나, 재현주기가 길어질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어 유사한 최대지반가속도를 보였다. 2012년 평가에서는 갱신된 지진목록, 면적지진원 모델 및 국내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반운동모델을 적용하였다. 원 보고서는 1997년 결과와의 차이가 주로 적용된 지반운동모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였으나, 이 논평에서는 지반운동모델 자체의 적합성은 별도로 평가하지 않는다.

소방방재청(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은 한반도 지진재해도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 자세 유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2012)의 새로운 연구 결과 반영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하기 위하여 1997년 결과와 2012년 결과의 결합을 통하여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를 갱신하고 공표하였다. 그림 4는 50년 10% 초과확률, 즉 관용적으로 약 500년 평균 재현주기에 해당하는 소방방재청(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의 PGA 분포를 보여준다.

Fig. 4.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 (unit: %g).

행정안전부(2019): 행정안전부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연세대학교를 주관기관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지진위험지도 작성방법 표준화방안 마련’ 과업을 추진하였다(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19). 이 연구의 목적은 국가 지진재해도 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통한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 작성에 있다. 세부적으로, 여러 기관의 연구 방법론을 비교, 분석하여 적합한 분석 절차를 마련하고, 한반도의 지질 및 지진학적 자료 수집과 취합, 분석을 통한 지진학적 특성 규명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지진동 초과확률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한반도 지진재해도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외국 국가기관의 지진재해도 평가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 처리, 입력변수 설정, 지진재해도 분석 등을 포함하는 지진재해도 지도 작성의 주요 절차를 한반도 특성에 맞게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한반도 기상청 지진목록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재평가하고, 일본과 중국의 지진자료를 추가로 취합하여 계기지진 목록을 작성하였다. 또한, 기상청 계기지진 목록의 수록 시기 이전 자료 및 역사문헌에서 발췌한 역사지진 목록을 수집하여 목록의 완전성 평가와 여진 제거 분석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한반도의 활성단층 자료를 수집하여 지진재해도 평가에 적합하도록 분석 및 가공하였고, 지진의 지역적 및 규모별 발생 특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수집된 지진자료를 기반으로 배경지진의 지역별 규모-빈도 관계를 산정하였으며, 한반도에 적합한 지진 지반운동 모델을 취합·정리하였다. 이렇게 결정된 입력 인자들을 활용하여 확률론적 방법을 적용하여 잠재적인 지진재해 수준을 정량적으로 산정하였다. 또한, 입력 인자에 대한 민감도 분석을 통해 결과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논리수목을 적용하여 최종적인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를 산출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기존에 공표된 소방방재청(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의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국가지진위험지도)와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1,000년 이하의 상대적으로 짧은 재현주기에서는 낮은 값을, 2,400년 이상의 긴 재현주기에서는 높은 값을 보였다. 당시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12조의 ‘5년 마다 국가지진위험지도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필요시 변경’한다는 법령에 따라 지진 관련 학회가 국가 지진재해도 지도(안)의 작성 과정과 가속도 값의 타당성 및 개정 필요성을 검토한 결과, 이미 공표된 소방방재청(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의 지도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림 5는 50년 10% 초과확률, 즉 관용적으로 약 500년 평균 재현주기에 해당하는 행정안전부(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19)의 PGA 분포를 보여준다.

Fig. 5.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19) (unit: %g).

그림 2~5에 나타난 지진재해도 차이는 한반도 지진원에 대한 이해의 변화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각 평가에서는 지진목록의 기간과 규모 균질화, 지진원 구획, 최대지진규모와 규모별 지진발생률, 지진 지반운동 모델, 기준 지반조건, 공간 평활화, 계산 방법 및 여러 전문가 결과의 통합 방식이 동시에 변화하였다. 특히 1997년과 2012년 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원 보고서에서 적용된 지진 지반운동 모델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이들 그림은 국내 지진재해도 평가 체계와 결과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는 자료이며, 지진원 모델 변화만의 효과를 분리한 통제된 비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각 요소의 상대적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려면 동일한 지진목록, 지진 지반운동 모델, 기준 지반 조건 및 계산 절차를 고정한 상태에서 지진원 모델만을 교체하거나, 각 입력 요소를 체계적으로 조합한 재계산이 필요하다.


3. 한반도 지진원 특성화의 주요 쟁점과 과제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는 한반도의 경우, 지진 다발 지역이며 판 경계부 지역에 인접한 미국 서부나 일본 열도 지역 등과는 지진원 특성화 방법과 연구의 초점이 서로 다르다. 이들 지역은 주로 명확히 드러난 활성단층이 많아 단층의 특성과 행동 양식을 중심으로 지진원의 특성을 분석한다(Schwartz and Coppersmith, 1986). 즉, 단층의 최근 활동 시점, 단층의 구조적 특성(3차원 형상), 단층의 분절화, 단층의 운동 감각 등을 분석하여 지진 발생 위치와 최대 규모를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재발 간격도 단층의 이동률이나 특정 단층 특성을 바탕으로 한 모델로 평가된다. 반면, 한반도는 미국 중동부 지역과 같이 판 경계부에서 멀리 떨어진 판 내부에 위치하여, 활성단층이 명확하지 않고, 지진 발생의 메커니즘이나 응력의 근원조차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뤄야 한다. 예컨대 지각 내 응력의 원인이 무엇인지, 특정 지진이 과거 단층의 재활성화 때문인지, 아니면 응력 증폭이나 변형의 집중 현상 때문인지 등과 같은 기초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의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기존 단층의 재활성화는 광역 응력장에 대해 운동학적으로 유리한 방향을 가지거나 마찰강도가 낮은 기존 약면이 다시 미끄러지는 과정이다. 반면 응력 증폭은 지각의 탄성계수, 두께, 구조 경계 또는 단층 교차부와 같은 물성 및 기하학적 불균질로 인해 광역 응력이 국지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이며, 변형 집중은 열적 및 역학적으로 약한 영역에 변형률이 선택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들 과정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국지적인 응력 증폭이나 하부 지각의 변형 집중이 기존 단층을 파괴조건에 이르게 하여 재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진 자료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반면, 역사지진 평가 자체에 내재된 위치와 규모 추정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고 대형 지진의 빈도가 낮기 때문에 과거 자료만으로 미래 지진의 위치, 최대 규모 및 재발 간격을 신뢰성 있게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필연적으로 포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진학적 연구에서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한반도의 문제점은 미국 중동부와 같은 다른 판 내부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므로, 미국 동부의 사례 연구는 우리나라의 지진 재해도 평가 방법론 개발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3.1. 지진원 위치와 공간 구획 설정의 쟁점

3.1.1. 공간적 항상성

판 내부 지역에서 미래 지진 발생 위치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과거 지진 발생 기록을 바탕으로 한 공간적 항상성(stationarity)을 전제로 한다. 이 방법은 과거 지진 발생이 관측된 지역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이 한반도에 적용될 수 있는 주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 기록의 공간적 분포가 대체로 일정한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둘째, 1905년부터 현재까지 약 120년에 걸친 계기지진 시기의 지진관측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한반도의 최근 중소규모 지진 활동에 대한 공간적 분포를 제약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관측망의 시기별 변화와 지진 탐지 완전성의 공간적 차이를 보정해야 한다. 셋째, 역사지진 시기의 지진 활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지진활동도 추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계기지진 발생 분포 및 활동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은 공간적 항상성 자체에 대한 입증을 의미하기보다, 제한된 자료에 대하여 현재의 지진 분포를 미래 공간 모형의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무적 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지진 재발 간격이 긴 판 내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과 100여 년의 관측 기간은 큰 규모의 미래 지진의 공간분포를 모델링하기에는 불충분할 가능성이 있다(Bollinger et al., 1991).

3.1.2. 조구조적 특성

현재까지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고려하는 거의 대부분의 지진원은 면적 지진원이다. 면적 지진원 영역을 설정할 때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정보는 지질도에 표현되어 있는 암상의 경계와 지체구조도에 제시되어 있는 선구조 분포 및 광역 지체구조구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활성단층을 기반으로 지진원을 평가하는 일본이나 미국 서부와 같은 판 경계부 지역과 큰 차이가 없는 지진원 설정 접근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 판 내부 환경 지역에서는 명확한 지질학적 구조와 지진 활동 사이의 직접적 상관관계가 드물다는 문제점이 있다. 광역적 관점에서는 일부 조구조적 특징과 지진 활동 사이의 관련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해 연안과 울릉분지 서부 경계에서는 2004년 울진 해역지진과 2006년 지진군이 대륙지각-열개 대륙지각 전이부 및 울릉단층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되었으며(Kang and Baag, 2004; Kang and Shin, 2006), 동해안 해역의 역단층성 지진활동 역시 울릉단층과 후포단층의 역재활성화 가능성과 관련지어 해석된 바 있다(Kang and Baag, 2004; Choi et al., 2012).

한반도와 유사한 판 내부 지역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릴풋 열곡(Reelfoot Rift)과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열곡(St. Lawrence Rift) 지역에서도 역사적으로 빈번한 지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반도의 추가령 구조곡이나 북미 중부대륙 열곡대(Midcontinent Rift System) 등과 같이 조구조적 특성이 명확한 많은 지역에서 뚜렷하게 우세한 현생 지진 활동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 지역의 드문 지진 활동이 지금까지의 관측 기간이 현저하게 부족하여 긴 지질시대를 통한 지진 활동을 온전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Johnston, 1996). 이와는 반대로 명확한 조구조 특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큰 지진이 발생하거나 확인된 여러 조구조가 존재하지만, 큰 지진 발생과의 연결이 불확실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은 조구조적 특성 정보를 이용하여 지진원을 설정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지진재해도 평가 요소로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3.1.3. 지각 응력 상태

한반도 지각의 현생 응력 상태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동북동-서남서 방향으로 압축이 작용하는 최대 수평 주응력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Soh et al., 2018). 이러한 응력의 균질성은 한반도 내의 서로 다른 조구조 영역과 단층면해 및 현장 응력 등과 같은 다양한 응력 측정 방법에서도 대체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는 한반도 지각 응력의 주요 원인이 주로 광역적인 조구조 힘에 의하여 지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간척이나 자연적인 분지 퇴적물 축적 등과 같은 다른 응력 교란 메커니즘은 부차적이다. 또한 한반도 영역에서 빙하의 융해나 분지 형성 등과 같이 수직 응력에 변화를 일으킬 만한 다른 요인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 또한 응력의 균질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평남분지 지역에서의 지속적이고 뚜렷한 지진 활동은 다소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인다(Lee and Kang, 2019). 이러한 압축 응력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으로 두 가지 모델이 제안되어 있다: 첫 번째는 현재 응력장에 순응하는 방향의 기존 지질학적 약한 구조의 재활성화 메커니즘이다(Stein et al., 2009). 이 경우에는 광역 응력장에 대하여 운동에 유리하게 배치된 단층과 지질구조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국지적으로 응력이 증폭되어 지진이 발생하는 방식이다(Zoback et al., 1980). 이 경우에는 응력 증폭이 예상되는 지질학적 경계부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서는 기존 구조의 재활성화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방식은 서로 배타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3.1.4. 하부 지각에서의 국지적 변형 집중 가능성

Zoback et al. (1985)은 상부 지각의 지진 활동이 하부 지각의 소성 변형(plastic deformation)과 관련하여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지진 발생 메커니즘은 ‘하부 지각에서의 국지적 변형 집중(lower crustal strain localization)’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일 하부 지각에서의 국지적 변형 집중 지역을 식별할 수 있다면 미래 지진 발생 지역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Ellis and Stöckhert, 2004; Tacchetto et al., 2022). 정밀하게 결정된 지진분포의 하한은 취성 변형이 가능한 깊이 범위와 취성-연성 전이대의 공간적 변화를 추정하는 일차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는 대체로 5-20 km 범위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상시 지진관측망의 확충과 더불어 지진 발생 시 전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한 임시 지진관측망 구축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예: Kim, K.-H. et al., 2016). 이러한 고밀도 지진관측망으로 획득한 지진 기록은 지진 발생 위치와 규모 모두의 측면에서 고분해능의 지진원 정보를 제공한다(Heo et al., 2024a, 2024b). 이를 통해 군집 지진의 최대 진원 깊이에서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소성 영역의 상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고밀도 지진관측망은 지진분포와 지각구조의 공간분해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관측 기반을 제공한다. 지각 내 지진 활동의 공간적 분포와 결부한 3차원 지각구조 모델의 개발은 하부 지각에서의 국지적 변형 집중 지역을 규명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편, 단일한 최심도 지진은 진원오차, 속도 모델 및 관측망의 검출 능력에 민감하므로 이를 곧바로 취성-연성 전이대의 깊이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완전성 규모 이상의 지진 중 90% 또는 95%가 포함되는 깊이인 D90 또는 D95, 즉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체 지진의 90% 또는 95%가 위치하는 한계 심도를 산정하고, 그 공간적 변화가 열류량, 3차원 지진파 속도구조, 감쇠구조, 전기비저항과 암석 유변학으로 추정되는 열구조와 일관되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에서는 지진이 주로 상부 지각에 분포하며, 동남부 주요 단층 하부의 하부 지각과 최상부 맨틀에서 열적 또는 역학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해석되는 저속도 구조와 그 경계부의 지진 집중이 보고되었다(Lee et al., 2023). 이러한 결과는 하부 지각의 약화와 상부 지각 지진활동의 연계 가능성을 지지하는 간접 증거이지만, 하부 지각의 국지적 변형 집중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가설이 타당하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열류량과 저속도 및 저비저항 또는 고감쇠 구조가 나타나는 지역에서 D90 또는 D95가 체계적으로 얕아지고, 지진이 약화대의 상부 경계 또는 물성 전이부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반대로 진원 오차와 완전성 규모를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관계가 서로 다른 지진목록과 속도 모델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면, 하부 지각 변형 집중 가설의 설명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3.2. 지진원 최대지진규모 평가 문제점과 접근 방법

특정 지진원이 유발할 수 있는 최대지진규모의 평가 작업은 지진재해도 분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이다. 한반도는 일본이나 미국 서부 지역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진학적 및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독특한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3.2.1. 판 내부 지역 평가의 어려움

판 경계부 지역에서는 활성단층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단층의 길이, 파열 면적, 파열 길이, 지진동시성 단층 변위량과 같은 명확한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최대지진규모를 비교적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판 내부 지역은 활성단층의 명확한 식별이 어려워 이러한 접근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를 위하여 고려하는 지진원은 지체구조구, 지진 활동 지역, 특정 지질구조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활성단층의 식별이 극히 어렵기 때문에 판 경계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물리적 특성 기반 접근법의 적용이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는 주로 역사지진, 지체구조 등 제한된 자료에 의존하여 최대지진규모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관측 기간이 짧아 지질시대에 걸쳐 실제 가능한 최대 규모의 지진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3.2.2. 평가 방법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의 최대지진규모 평가 방법은 크게 대상 지역의 역사 및 계기지진 자료에 의존하는 방법과 전 지구적 지진자료에 의존하는 방법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 및 계기지진 자료 기반 방법: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은 역사 기록의 지진에 대한 서술을 바탕으로 평가한 최대 진도와 이에 상응하는 지진 규모를 계기지진 목록과 연계하여 최대 규모 지진을 추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역사지진 시기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발생한 최대지진규모가 앞으로 발생할 최대지진규모의 하한값이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따라서 지진 목록의 최대지진규모에 일정 값을 더하여 미래의 최대지진규모를 산출한다. 이 경우, 실제 관측 기간을 연장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추가하는 규모의 타당성과 제한적인 실제 지진 목록의 기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지진의 빈도와 규모 사이의 경험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구텐베르크-리히터 관계식(Gutenberg-Richter relationship)을 활용하여 장기적인 재발 간격을 가진 큰 지진의 빈도를 외삽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관측된 자료의 범위를 넘어서는 장기적이고 드물게 발생하는 지진의 빈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통계적 접근법으로는 Gumbel의 최대치 이론을 이용하여 최대지진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Gumbel, 1958). 이 방법은 자료의 품질과 표본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각변형률과 지진 모멘트 방출량을 이용하여 최대지진규모를 평가하는 방법 역시 고려될 수 있지만, 한반도의 경우 지각변형률과 관련된 자료가 매우 부족하고, 관련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명확하게 규명된 활성단층의 크기와 파열 면적을 바탕으로 최대지진규모를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활성단층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지역이 매우 제한적이며, 단층 정보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이 방법의 적용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전 지구적 지진 자료 기반 방법: 전 지구적 지진자료를 활용한 최대지진규모(Mmax) 평가 방법은, 특히 활성단층 정보가 부족한 미국 중동부(Central and Eastern United States, CEUS)와 같은 안정 대륙 지역(Stable Continental Region, SCR)에서 지진재해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Wheeler, 2014). 이러한 방법론은 미국 전력연구소(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EPRI)가 주도하여 개발하였으며, 전 세계 안정 대륙 지역의 지진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미국 중동부의 최대지진규모를 추정하는 데 활용되었다(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1995). 미국 전력연구소의 연구는 미국 중동부와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진 지역의 지진 기록을 기반으로, 직접적인 관측 자료가 부족한 미국 중동부의 지진재해도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짧은 역사지진 기록 기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신뢰성 있는 최대지진규모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미국 전력연구소는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적용하여, 다양한 지역의 지진자료를 통합하고, 미국 중동부의 최대지진규모를 추정하는 데 활용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은 향후 한반도 지진재해도 분석에 있어서 최대지진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유용한 보완 접근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반도와 전 지구 안정대륙지역 사이에는 지각 열구조, 조구조 진화 및 변형률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 지역의 선정과 한반도와의 조구조적 유사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대지진규모 분포 또는 대안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

한반도와 비교할 안정 대륙 지역은 지리적 인접성만으로 선정하기보다, 지각 유형과 조구조 및 열적 진화가 서로 다른 복수의 후보군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초기 비교 후보로는 미국 중동부의 릴풋-뉴마드리드(Reelfoot-New Madrid) 고대 열곡, 찰스턴(Charleston)과 대서양 비활성 대륙주변부, 비열개 대륙내부, 호주 안정대륙의 강괴 및 열개 대륙주변부, 남부 아프리카와 남미 동부의 안정대륙 영역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북중강괴는 한반도와 인접한 재활성화 대륙내부의 유사체로 유용할 수 있으나, 중생대 이후 조구조 및 열적 변형의 영향이 크므로 엄격한 안정 대륙 지역 모집단과는 별도의 대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비교 타당성은 지각의 형성 연대와 마지막 주요 조구조 사건, 열곡 또는 비활성 대륙주변부 여부, 열류량과 암권 두께, 지진발생층 두께,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 변형률, 현생 응력체계, 계승 구조의 유형 및 지진목록 완전성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Schulte and Mooney, 2005; Vanneste et al., 2016). 이들 변수의 표준화된 유사도와 자료품질에 따라 각 지역의 최대지진규모 분포에 차등 가중치를 부여하고, 그 차이를 대안 모델 또는 논리수목의 분기로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3.3. 지진활동률과 재발 특성의 평가 및 쟁점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분석을 위해서는 각 지진원에서 규모별 지진이 발생하는 연간 빈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재발 간격은 특정 단층 또는 지진원에서 일정 규모 범주의 지진이 반복되는 사건 간 시간이나 그 평균을 나타내며, 정상상태 포아송 발생을 가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규모 지진의 연간 발생률과 역수 관계로 표현할 수 있다.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는 활성단층과 고지진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규모별 발생률과 재발 특성의 평가는 주로 역사지진 및 계기지진 기록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역사지진 기록 기간은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위치 및 빈도의 장기적인 경향을 신뢰성 있게 평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명목상으로 한반도의 역사지진은 2000년이 넘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기간 동안 유지된 기록에 속한다. 하지만, 사건의 발생 시간 및 위치와 크기 등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서술이 유지되고 있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조선시대 이후 현재까지 약 600년이다. 역사지진 기록을 통틀어 한반도의 동일한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피해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사건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의 큰 이견 없이 넓은 범위에서 경주 지역을 진앙으로 평가하는 지진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단일 지진만을 경험한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들의 장기적인 지진 활동 빈도를 추정하는 데 있어 역사지진 자료가 제공하는 기간은 절대적으로 짧으며, 이는 판 내부 지역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지진 재발 간격 평가의 어려운 점에 속한다. 한반도에서는 활성단층의 명확한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판 경계부 지역에서 주로 고지진학을 이용하여 단층의 이동 속도(slip rate)를 측정하거나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통해 지진 발생 시기를 규명하여 재발 간격을 평가하는 접근법(Anderson, 1979; Schwartz and Coppersmith, 1986)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둘째,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 역사지진 자료를 기반으로 한 지진 재발 간격 평가 방법은 시간 및 공간적 항상성(stationarity)을 가정해야 한다. 이는 과거 지진 발생 위치와 빈도가 미래에도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이다. 그러나 실제 지진 활동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동부의 찰스턴(Charleston) 지역의 경우 1886년 대지진 이전의 지진 활동은 매우 드물었으나, 이후 지진 활동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Seeber and Armbruster, 1987; Chapman et al., 2016). 이는 지진 발생 빈도가 역사적으로 일정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적어도 역사지진의 기간 범위에 대해서는 지진 발생의 시간 및 공간적 항상성의 가정이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진 활동은 종종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군집성(clustering)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군집성으로 인해 역사지진 관측 기간이 짧다면 지진의 장기적 빈도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규모별 지진발생률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지진목록의 규모척도를 균질화하고 시기 및 지역별 완전성 규모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여진 제거 방법, 분석 최소규모, 공간 평활화 길이 및 규모-빈도 관계의 추정 방식에 따라 지진원별 발생률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 선택 역시 대안 지진원 모델 또는 논리수목 분기로 다루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지진 재발 간격 평가는 역사지진 자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 및 공간적 항상성 가정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반도 지진재해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역사지진 자료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여 최종 지진재해도 분석 결과에 반영된 역사지진 자료 기반 입력 요소의 불확실성 전파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3.4. 시간 및 공간적 지진 군집의 평가와 중요성

지진 재발 간격 평가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지진 활동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집중되어 나타나는 군집성이다. 이는 특히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 지역의 지진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 찰스턴 지역에서는 파괴적 판 내부 지진의 최대 재발간격이 약 1,500-1,800년으로 초기 추정되었다(Talwani and Cox, 1985). 반면 뉴마드리드 지진대에서는 1811-1812년 지진군과 유사한 대규모 지진 활동이 지난 약 2,000년 동안 적어도 세 차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1,000년 미만에서 약 500년에 이르는 겉보기 재발간격이 제시되었다(Van Arsdale and Ellis, 2004). 이는 연간 수 밀리미터(mm/yr)의 평균 단층 이동 속도에 이르는 값이고 단순한 수치 계산으로 장기적으로 수 킬로미터 규모의 누적 변위를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 제4기 동안 큰 규모의 지질학적 누적 변위가 발견된 적은 없다(Obermeier et al., 1985). 이처럼 제한된 고지진 기록의 시간창에서 산정한 재발률을 장기 정상상태의 단층이동률로 단순 환산하면 지질학적 누적변위와 불일치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일치는 지진활동의 시간적 군집성이나 변형 위치의 이동 가능성을 검토하게 한다(Talebi et al., 2024; Montiel-López et al., 2025). 즉, 짧은 기간 동안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후 지진 활동이 잠잠해지는 긴 휴지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 내부 지역에서의 지진 활동 시간과 공간의 군집 특성은 지진의 재발 간격을 비롯하여 모든 지진 활동의 특성화에 큰 불확실성이 필연적임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단일 사건에 대한 높은 가중치는 지진재해도의 과대평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군집성의 공간적 규모는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중요하다. 튀르키예(Türkiye) 아나톨리아 반도(Anatolian Peninsula)의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약 900 km 길이의 북아나톨리아 단층(North Anatolian Fault)은 1939년부터 1967년까지 단층 전역에서 연속적인 지진 군집성이 나타난 극단적 사례이다. 미국 베이슨앤레인지(Basin and Range) 지역에서는 수 km에서 수십 km 길이의 구간에서 군집성이 관찰되었다. 미국 찰스턴 지역에서는 지진 활동이 중심부에서 벗어나면 급격히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미국 뉴마드리드 지역 역시 1811-1812년의 지진 활동 구역과 일치하는 공간적 군집성을 보인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진 군집성이 비교적 제한된 공간에서 집중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연구는 판 경계부와 판 내부 단층의 지진 발생 패턴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판 경계부 지역인 미국의 샌안드레아스(San Andreas) 단층의 파크필드(Parkfield) 구간(Bakun and McEvilly, 1984; Bakun et al., 2005)이나 중국 셴수이허(Xianshuihe) 단층(Allen et al., 1991; Wen et al., 2008)은 규칙적인 지진 주기를 보이는 반면, 알제리의 웨드포다(Oued Fodda) 단층(Meghraoui et al., 1988; Swan, 1988)이나 미국 베이슨앤레인지(Basin and Range) 지역의 단층(Wallace, 1987; Kenner and Simons, 2005)들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집중적 활동 후 긴 휴지기가 나타나는 군집성을 보인다. 이들 지역에 대한 연구는 여러 차례 큰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을 보여준다(Crone and Luza, 1990). 이러한 증거는 군집 기간이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지진을 포함하며 최소 수천 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지진의 군집성은 최근 지진관측망의 확충과 더불어 과거보다 더 작은 규모의 미소지진들을 더욱 상세하게 감지함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령연속지진(Son et al., 2015), 해남연속지진(Hong et al., 2020; Lee et al., 2021; Sheen, 2021; Son et al., 2021) 등은 전진, 본진, 여진과 같이 큰 규모의 지진 전과 후의 일반적인 지진 시계열과 다르게, 특정 지진을 대표로 선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규모의 지진들이 제한된 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되었다. 특히, 한반도에서 이러한 군집성 지진 활동이 대표적인 지역은 평양 주변이다. 이 지역에서는 역사지진 기록에서도 8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지속된 유감지진의 기록이 있으며(Kyung, 2021), 계기지진 시기에도 한반도에서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가장 뚜렷한 지역적인 지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Lee and Kang, 2019). 이렇게 판 내부에서의 지진 군집성 현상은, 판 경계부 지역과 달리 응력과 변형이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Talwani, 2014). 즉, 판 경계에서는 두 판이 직접적인 충돌이나 상대적인 운동을 통해 응력이 집중되어 지진이 발생하지만, 판 내부에서는 응력이 넓게 분산되어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단일 지점으로 집중되지 않고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국가 장기 지진재해도에서 포아송 모형을 곧바로 전면적인 비포아송 모형으로 대체하기에는 한반도의 단층별 재발주기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포아송 모형을 기준 모형으로 유지하되, 군집성 및 시간적 비정상성을 나타내는 대안 발생 모형을 논리수목 또는 민감도 분석으로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시간의존 갱신 모형은 단층별 평균 재발 간격, 가장 최근 지진의 발생 시점, 재발 간격의 변동성 및 가능한 파열 기하가 독립적인 자료로 제약되는 지진원에 한하여 적용할 수 있다(Field et al., 2015). 한편 여진, 지진군집 및 유발지진과 같이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 척도로 변화하는 지진발생률은 국가 장기 설계지도보다 지진 활동에 대한 통계적 확률 모델(Epidemic-Type Aftershock Sequence, ETAS) 또는 시간가변 발생률에 기반한 운영적 단기 예측으로 분리하여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향후 국가 모델에 비포아송 과정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복수 사건을 포함하는 고지진 연대자료, 단층별 이동률과 3차원 기하, 지진 목록 완전성과 여진 제거 방법의 불확실성 평가, 독립기간을 이용한 전향적 검증 및 재해도 분해를 통한 영향도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3.5. 미소지진 활동과 지진발생단층

국가 지진재해도 모델 구축의 출발점은 기존에 확인된 단층 위치와 과거 지진의 기록이다. 단층의 위치는 주로 지표면에 나타난 지형적 변화와 단층 운동으로 인해 변형된 지층의 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진은 지도에 표시된 단층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진재해도 모델에는 기존에 파악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들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수행되고 있는 단층조사 사업에서는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층의 형태와 과거 지진 활동의 흔적을 기반으로 제4기 단층을 분류하고 지도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22). 그러나 이러한 지표 단층 조사의 결과와 실제 현생 지진 활동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하며,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Woo et al., 2020; Heo et al., 2024a). 미소지진 활동의 관측을 통해 얻은 결과는 기존의 지표 단층 조사 결과나 지질도에 기재된 주요 단층 및 선구조와 비교적 큰 틀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이지만, 개별 지진의 발생 양상이나 지하 단층의 기하학적 특징(예: 지진 활동의 방향, 경사, 전단 형태 등)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Kim et al., 2010; Kim and Park, 2010; Heo et al., 2024b). 이는 지표 단층 조사에서 확인된 지표상의 단층과 실제 지하에서 지진발생단층의 운동 방식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기존의 지표 단층 조사 결과만으로는 지진재해도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표에서 확인되는 단층은 과거 수천~수만 년 이상의 변형이 축적된 결과로 나타나며, 현생 지진 활동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지표 단층이 과거에는 활발히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비활성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과거에는 명확한 변형이 없던 지역에서도 작용하는 응력에 의한 탄성변형에너지의 축적과 방출 과정에 따라 이전에 비활성적이었던 단층이 재활성화될 수도 있다. 미소지진 활동은 지하에서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단층 미끄러짐을 관측함으로써 잠재적인 지진 발생 구조, 응력 상태 및 활성 단층 구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소지진 관측 결과는 기존 지질 조사에서 확인된 단층의 연장 방향이나 운동 특성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하에서의 응력 분포가 균질하지 않으며, 단층의 깊이에 따라 운동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단층이라도 얕은 부분과 깊은 부분에서 전단 방향이나 활동성이 다를 수 있다.

지표 단층선과 정밀 재결정된 심부 지진 분포로 추정한 지진 발생면이 서로 다를 경우, 양자를 하나의 연속적인 단층면으로 강제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질구조, 단층면해, 지진파 탐사 및 지진 분포가 양자의 연결을 지지하는 경우에는 지표에서 심부로 이어지는 곡면 또는 분절형의 연결 단층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반면 심부의 지진 발생면이 명확하지만 지표 흔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별도의 맹단층원(blind-fault source)으로 설정해야 한다. 양자의 연결성이 불확실하거나 심부 지진이 하나의 면으로 수렴하지 않는 경우에는 심도와 단층 방향의 확률 분포를 갖는 면적 또는 3차원 격자 지진원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연결 단층원, 맹단층원 및 분산 지진원은 서로 다른 대안 지진원 모델 또는 논리수목 분기로 구성하고, 각 분기에서 가능한 파열면적, 최대지진규모와 규모별 발생률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동시에 알려진 단층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진을 수용하기 위한 잔여 배경지진원을 유지하되, 단층원에 배분된 지진발생률을 배경지진원에서 차감하거나 발생률을 공동 추정하여 동일 지진활동이 중복 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보다 정밀한 지진재해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기존의 지표 단층 조사 결과와 미소지진 관측 자료를 통합하여 보다 정밀한 단층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소지진 자료의 공간적 분포, 발생 메커니즘, 응력에 따른 변형에너지의 축적 패턴 등을 분석하여 기존 단층 모델과 비교하고, 불일치하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단층 구조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미소지진 자료는 지하 단층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층의 깊이별 운동 특성을 고려한 3차원 단층 모델을 구축하면 지진재해도 평가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기존의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 방식은 주로 대규모 역사적 지진을 기반으로 수행되었다. 미소지진 활동은 지하 지진발생단층의 기하, 응력 상태, 활성 영역 및 지진원 분절 특성을 제약하는 핵심 관측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미소지진 자료를 지진원 특성화와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의 입력 정보로 통합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넷째, 미소지진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해상도 지진관측망을 확충하여 미소지진 활동의 시공간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지진 발생 단층의 기하와 활동 구간을 정밀하게 제약할 필요가 있다.

미소지진 활동은 대규모 지진의 직접적인 예측 지표가 아니며, 미소지진이 활발하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 큰 지진의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수 없다. 관측된 미소지진 활동도는 지진관측망의 검출 능력과 관측 기간, 지진목록의 완전성, 여진 및 군집성, 유체의 영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작은 규모에서 추정된 규모-빈도 관계를 큰 지진의 장기 발생률까지 직접 외삽하는 데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따라서 미소지진 자료는 지하 지진발생단층의 기하, 응력상태, 활성 구간 및 지진원 분절을 제약하는 관측 자료로 활용하되, 제4기 지표 단층조사, 고지진학적 연대와 변위, 지구물리 탐사 및 현생 응력자료 등과 교차 검증해야 한다. 자료 사이의 연결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단일한 해석으로 통합하기보다, 서로 연결된 단층 모델과 독립적인 심부 단층 모델을 대안 지진원 모델로 구성하여 최종 재해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3.6. 자연지진과 인위적 유발·촉발지진의 구분 및 재해도 반영

2017년 ML 5.4의 포항지진 사례는 인위적 활동에 의한 응력 또는 간극수압 변화가 임계상태에 있던 기존 지하 단층의 파열 시점과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Woo et al., 2019; Yeo et al., 2020). 이러한 경우 자연지진과 인위적 유발지진 및 촉발지진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유체 주입이 지진 발생의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더라도, 파열은 기존 단층의 기하, 마찰 특성 및 광역 조구조 응력에 저장된 탄성변형에너지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이다.

국가 규모의 장기 자연지진 재해도 평가에서는 특정 인위적 활동과 높은 인과성이 확인된 사건 또는 활동기간의 증가된 지진발생률을 정상상태 자연지진 발생률에 그대로 포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Baker and Gupta, 2016; Petersen et al., 2016). 반면 지열개발, 유체 주입, 채굴 또는 대규모 저수지 운영과 같이 운영조건에 따라 지진발생률이 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주입 및 생산 이력과 최근 지진활동을 조건으로 하는 단기 또는 시간 의존적 유발지진 재해도를 별도의 모듈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자연지진과 인위적 지진의 구분이 불확실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연지진으로 포함하는 모델, 인위적 사건으로 제외하는 모델 및 시간 가변 발생률을 적용하는 모델을 대안 분기로 구성할 수 있다. 이때 유발지진을 통해 확인된 심부 단층의 존재와 기하는 독립적인 지질학적 및 지진학적 증거와 함께 자연 지진원 모델의 대안 구성에 활용할 수 있으나, 동일 사건 또는 동일 단층의 발생률이 자연지진원과 유발지진원에서 중복 산정되지 않도록 발생률을 구분하여 배분해야 한다.


4. 요약과 결론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여 판 경계부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는 낮지만, 지진 발생 원인이 복합적이고 불확실성이 크며, 드물게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판 내부 지진 환경의 특성이 있다. 최근 제4기 동안의 지질학적 단층 활동 흔적과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 등은 한반도의 지진학적 불안정성과 지진재해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포항지진은 유체 주입과 임계상태에 있던 지하 단층이 상호작용할 경우 인위적 활동이 유의한 지진재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장기 자연지진 재해도와 운영조건에 의존하는 유발지진 재해도를 목적과 시간 척도에 따라 구분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지진재해도 평가는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방법론을 통해 완성된다. 결정론적 평가는 특정 지진원에서 설정된 극한 지진 시나리오의 지반운동을 직접 검토하는 데 유용하다. 확률론적 평가는 가능한 지진원, 규모, 거리 및 발생률의 조합을 통합하여 지반운동 초과빈도를 산정한다. 두 방법은 평가 목적과 시설물의 중요도에 따라 독립적으로 또는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 방재 계획의 수립과 원전 등 핵심 국가 기반 시설의 내진 설계 표준을 마련하는 데 공고한 학술적, 실무적 토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반도 지진재해도 평가는 여러 구조적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첫째, 지진 발생 위치 예측은 과거 기록에 의존하며 공간적 항상성의 가정을 필요로 하지만, 장기적인 지진 발생 경향을 반영하기에는 관측 기간이 짧다. 둘째, 지체구조와 지진 활동 사이의 상관관계가 불명확하며, 거의 균질한 응력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지진 활동 양상이 다르다. 셋째, 하부 지각의 약화 또는 변형 집중이 상부 지각 지진활동의 공간적 분포를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있으나, 현재 한반도에서 확보된 증거는 주로 지진 분포와 지각 물성 구조 사이의 공간적 대응에 근거한 간접적인 수준이다. 향후 정밀 진원 깊이와 열 및 유변학적 구조 사이의 검증 가능한 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진원 최대 규모 평가는 판 내부 지역에서는 활성 단층 정보 부족으로 인해 어렵고, 역사 및 계기지진 자료 또는 전 지구적 안정대륙 자료 기반의 외삽 방식이 활용된다. 그러나 각 방식은 짧은 관측 기간, 희귀 대형지진에 대한 과소평가 가능성, 통계적 불확실성 등의 한계를 지닌다. 또한, 지진 활동의 재발 간격 평가는 군집성, 시간 및 공간적 비항상성, 역사 자료의 신뢰성 문제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다. 이는 판 경계부와 달리 지진이 집중된 시기와 장기간 휴지기를 반복하는 판 내부의 군집성 특성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소지진의 공간 분포는 기존에 파악된 지표 단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활동을 반영한 3차원 단층 모델 구축, 미소지진 자료를 활용한 지진원 특성화 및 지진 재해도 입력 모델 개선, 고해상도 지진관측망 구축 등이 향후 과제로 제시된다.

판 내부 지진 환경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향후 지진재해도 평가의 우선 과제는 지진원 특성화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있다. 지진원 위치와 경계, 최대지진규모, 규모별 지진발생률, 지진 활동의 시간·공간적 군집성 및 지표 단층과 지하 지진발생단층의 관계를 하나의 최적 모델로 고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자료와 가정을 반영한 복수의 과학적으로 타당한 대안 모델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각 대안의 근거와 적용 한계 및 논리수목 가중치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지진원 모델의 차이가 최종 재해도 곡선과 지도에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밀도 지진 관측망에서 획득한 미소지진 자료, 정밀 진원 재결정과 초점기구, 3차원 지각 및 단층 구조, 고지진학 자료와 현생 응력 정보를 지속적으로 통합하는 연구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판 내부 지진 환경에서는 단일 최적 모델을 선택하기보다 대안 모델의 과학적 타당성과 민감도를 명시적으로 비교하고, 그 결과를 재해도 곡선과 지도에 전파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25년 대한민국학술원 ‘학문연구의 동향과 쟁점’ 발간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이 논평은 한국연구재단의 정책연구과제(정책연구 202606)의 수행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두 분의 익명 심사위원의 의견이 원고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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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Elements of probabilistic seismic hazard assessment and its workflow.

Fig. 2.

Fig. 2.
Seismic hazard assessment results of the Korea Institute of Energy and Resources (1983): (a) distribution of maximum horizontal ground acceleration for a 500-year return period based on recurrence rates of instrumental and historical earthquakes (unit: Gal); (b) maximum seismic acceleration and return period of each tectonic province determined by the deterministic method (unit: g). Note that 1 g = 980.665 Gal, 1%g = 0.01 g = 9.80665 Gal, 1 Gal ≈ 0.10197%g.

Fig. 3.

Fig. 3.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Ministry of Construction and Transportation (1997) (unit: %g).

Fig. 4.

Fig. 4.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2013) (unit: %g).

Fig. 5.

Fig. 5.
PGA distribution for a 10% probability of exceedance in 50 years, conventionally expressed as an approximately 500-year mean return period, by the 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2019) (unit: %g).

Table 1.

Comparison of national seismic hazard assessments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