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질유산의 보전을 위한 지질학적 가치평가 방법 제안
초록
지질유산이란 다양한 지구역사와 생물의 진화를 보여주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질학적 현상을 나타내는 장소 또는 대상으로,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유산을 의미한다. 지질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할 수 없으므로, 보전을 위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에 분포하는 모든 지질유산을 보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지질학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지질유산을 평가하여, 우선적으로 보전할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시한 가치평가에서는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질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평가 대상 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분류체계를 제안하였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분류체계 내 각 항목에서 객관적 지표(대표성, 희소성, 완전성)를 고려하여 국가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국내 모든 지질유산은 가치평가 결과에 따라 우선 등급화된 후, 그 보전 등급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질유산을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로써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질유산의 가치평가와는 별도로 심미적 가치 및 관광·교육적 가치(안전성, 접근성, 교육성 등)를 고려한 지질명소 가치평가가 별도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bstract
Geoheritage sites can be defined as sites with geological values or significant on-going surface process, which should be conserved and inherited for future generations. Some selected invaluable geoheritage sites must be conserved by legal protection because they are their non-renewable. A new assessment method based on 'geological significance' is suggested here to recognize the geoheritage sites of national significance. For objective geological assessment, new classified geological contexts are proposed. Geoheritage sites of national significance within the framework must be evaluated through comparative analysis using criteria such as representativeness, rarity, and integrity. For the assessment of geosites in geoparks scenic, educational, and touristic values should be evaluated separately after this geological assessment alone.
Keywords:
geoheritage, geoconservation, geopark, geological significance키워드:
지질유산, 지질보전, 지질공원, 지질학적 가치1. 서 언
전 세계에는 과거 지구역사의 증거와 현재 지구표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지질·지형 지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역 중에서도 지질학 연구를 통해 중요한 지구의 역사가 밝혀짐으로써, 지질학적(과학적)으로 가치 있는 표식지, 화석 산지, 암석, 구조, 지형 등은 지질유산의 범주에 포함 된다(McBriar, 1995; Semeniuk, 1998; Semeniuk and Semeniuk, 2001; Anon, 2006; Brilha, 2016). 지질유산은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심미적, 교육적, 관광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최근 지질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지질교육과 지질관광의 관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질유산은 재현 불가능하므로, 자연현상과 인간의활동에 의해 한번 훼손되면 원상 복구할 수 없다. 따라서 지질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 그리고 국가적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Wimbledon et al., 2000; Brocx and Semeniuk, 2007; Brilha, 2016). 유네스코에서는 국제적으로 지질유산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채택하여 정식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프로그램으로, 일부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 프로그램의 보전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가치 있는 지질유산을 두 프로그램만을 통해서 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는 반드시 주변의 마을과 연계된 활용가치를 가져야 하므로, 지리적으로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유네스코의 프로그램은 절대적 한계를 가지므로, 지구 46억 년의 역사 중에서도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지질학적 특성이 나타나는 지질유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국가별로 국가적 가치가 있는 지질유산을 발굴하여 보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객관적이며 상대적인 가치평가를 통해 부여된 지질유산의 가치등급을 바탕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 지질유산을 모두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 그러므로 지질유산의 특징을 파악하고,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지질유산 중에서도 뛰어난 대표성을 가지는 지질유산을 일부 선정하여 보전하는 방법이 요구된다(Brilha, 2016). 최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질유산 및 지질보전에 대한 인식이 국내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등급을 구별하기위한 가치평가 방법이 국외는 물론이며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시된 대부분의 가치평가 방법은 대상 지역의 지질학적(과학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로서의 심미적·교육적·관광적 가치를 포함한 종합적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Lee et al., 2008, 2015, 2016; Kim et al., 2009; Park and Cheong, 2012). 이러한 방법은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의 활용성을 고려한 가치평가로는 사용될 수 있으나, 지질유산의 가치평가 방법으로는 부적절하다. 또한, 국가지질공원은 반드시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역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기존의 방법을 통해서는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수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모든 지질유산에 대한 지질학적인 가치는 우선 학술(과학적) 가치에 대한 등급 평가를 시행한 후, 활용적 가치를 별도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Brilha, 2016).
이에 따라 지질유산의 과학적 가치에 기초한 지질학적 가치평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가치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특성과 현상에 따라 분류체계를 새로이 제안하였으며, 분류한 항목 내에서는 지질유산의 특성을 등급화 할 수 있는 대표성과 희소성, 그리고 완전성의 의미를 제시하였다. 아울러 평가된 가치등급에 따른 지질유산의 보전과 활용 방법을 제시하였다.
2. 지질학적 가치의 의미
지질유산의 등급은 유산의 본질적 가치인 지질학적 가치에 따라 구분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Larwood et al. (2013)이 제시한 가치등급을 바탕으로 가치등급을 재분류하였다. Larwood et al. (2013)은 지질유산을 지질학적 가치에 따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는 유산, 국제적 가치를 가지는 유산(international sites), 대륙 범위에서 가치를 가지는 유산(regional sites), 국가 간의 경계에 나타나는 유산(sub-regional sites),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유산(national Sites) 등으로 구분하였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국제적으로 가장 뛰어난 가치(Representatives of the Best)’를 의미한다. 유네스코에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 지역을 선정하여 보전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시한 세계유산 협약 실행을 위한 운영지침(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의 10가지 기준 중 지질학적 가치 기준에 따라 신청지역을 평가하여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입증된 지역만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UNESCO, 2017). 10개의 기준은 6개의 문화유산기준과(i~vi) 4개의 자연유산 기준(vii∼x)으로 구성된다. 자연유산의 4가지 기준 중에서도 기준(vii)은 경관적 가치에 해당한다. 최근에 해당 기준만으로는 세계자연유산으로의 등재신청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준(vii)은 다른 기준의 추가적인 기준으로만 인정된다. 지질·지형학적인 가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기준(viii)로, 생명의 기록 및 진행 중인 지질학적 작용, 그리고 탁월한 지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지구의 역사에 중요한 단계를 대표할 수 있는 탁월한 사례를 보여주는 지역을 의미한다. 2018년 11월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전 세계 1092개의 세계유산(문화유산 845개, 자연유산 209개, 복합유산 38개) 중에서 기준(viii)을 포함하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질유산은 총91개이다(e.g., Laponian Area, Dorset and East Devon Coast, South China Karst). 그중 기준(viii)만을 바탕으로 등재된 자연유산은 19개뿐이며(표 1), 기준(viii)뿐만 아니라 경관·생태 등의 다른 가치를 함께 인정받은 자연유산은 62개이며, 기준(viii)을 포함하여 복합유산으로 등재된 경우는 10개이다. 즉 세계유산 중에서 지질유산적 가치만를 인정받아 등재된 곳의 비중은 8.3%로,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적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지질유산의 가치입증은 신청지와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진 다른 지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루어진다(UNESCO, 2017). 비교분석은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은 물론이며, 등재되지 않은 지질유산 지역도 포함하여 전 세계에 분포하는 유사한 지질학적 특징을 가지는 모든 지질유산을 대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Dingwall et al., 2005; UNESCO, 2017).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순상화산체와 한라산을 포함하여 수성화산분출 과정을 보여주는 성산일출봉, 탄산염 2차 생성물로 인한 독특한 지형 등이 보전되어 2007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Woo et al., 2013, 2018; Jeju Island Global Geopark, 2017).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는 지질유산이 국제적 범위에서 뛰어난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생물의 중요 진화단계를 보여주는 화석 산지, 과거 대륙분포의 증거를 보여주는 노두, 빙하·화산·카르스트·하천 등 현재 지구표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질학적 현상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형, 지표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암석 및 광물의 산지 그리고 지질시대의 대표적인 표식지 등을 의미한다. 국제적 가치를 가지는 표식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GSSPs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가 있다. GSSPs는 1977년 ICS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에 의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국제적으로 승인된 지질학적 시간층서의 하부 경계를 화석, 지화학 및 지자기 자료 등을 통해 규정하는 기준 지역(reference site)이다. 따라서 GSSPs로 지정된 지역은 층서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지역으로 간주 될 수 있다(Gray, 2011;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2017).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은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을 보전하면서 생태, 고고, 역사, 문화와 같은 비지질학적 요소와 결합하여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다(UNESCO, 2018). 따라서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 지역 중에서 교육, 관광 등의 활용적 가치를 가지거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룩할 수 있는 마을과 인접한 경우에만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지질공원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요건은 지질공원 내에 포함된 지역의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이며, 이는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UNESCO, 2018). 하지만 세계지질공원 내 포함된 모든 지질명소가 국제적 지질학적인 가치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지질공원 내 하나 이상의 지질명소 혹은 지질공원 전체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또한,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에 해당하는 지질유산은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가진 지역 또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국제적으로 중요한 학술 가치를 가진 지역을 의미한다(Larwood et al., 2013).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140개의 지질공원이 그 가치를 입증하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지질공원(2010년), 청송지질공원(2017년), 무등산지질공원(2018년)이 해당된다. 하지만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의 시작 초기에는 지질공원 내의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에 대한 사항은 강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일부 지질공원의 홈페이지 또는 유네스코 사이트에 내에서 이들의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Larwood et al. (2013)는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 하위에 regional sites와 sub-regional site를 제시하였다. Regional site는 지질학적 현상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의 대륙 범위에서 뛰어난 가치를 보여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륙 규모의 지구조적 운동의 증거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는 대륙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지리적 범위도 국제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에 포함하였다. 하지만 sub-regional sites는 대륙보다 좁은 범위에서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보이는 지질유산지역으로, 일반적으로 하나의 지질학적 현상이 국가 간의 행정 경계를 넘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행정경계와 지질학적 경계가 같지 않음에 따라 나타난 국경초월 유산지역(transboundary property)이다(Ju and Woo, 2016). sub-regional site는 지질학적 현상이 단순히 두 국가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이를 국제적인 가치를 가지는 지역이 아닌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에 포함하였다(그림 1).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는 한 국가 내에서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국내에서 높은 희소성이나 대표성을 보여주는 지질학적 사물 또는 장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지질유산이라도 그 등급은 각 국가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이는 특정 국가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가치가 높지 않은 지질유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탄산염 퇴적층은 대부분 심한 변성작용을 받았기 때문에, 원래의 퇴적구조 및 화석이 잘 보전된 지역이 적다. 이에 따라 해당 특징이 국내의 석회암 내에 잘 보전된 경우는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변성작용을 거의 받지 않은 국가에서 탄산염 내에 잘 보전된 조직이나 화석은 매우 일반적인 특성일 뿐이다. Woo (2014)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역으로 한반도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역, 한반도 지질 및 층서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지역, 시대별 암석의 표식지, 한반도 내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화석 등이 나타나는 지역, 특별한 고환경이나 지질구조를 보여주는 노두, 고기후의 가치가 증명된 지역, 주요한 지형발달을 보여주는 지역 그리고 기타 특별한 지질학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동굴, 광산 등의 지역을 제시한 바 있다.
3. 지질유산의 개념과 가치평가
지질유산의 가치등급은 유산의 과학적 가치에 의해 정의되므로(Semeniuk, 1998; Brocx, 2008; Brilha, 2016; IUCN, 2017), 지질유산이 가지는 가치의 경중은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가치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국내에는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부터 천연기념물 및 시·도 지정 기념물, 문화재자료 등과 같이 다양한 지질학적 가치등급을 가지는 지질유산이 존재한다. 지질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질유산의 과학적 가치에 근거한 가치평가 방법이 요구된다. 최근 국내에서 제시된 지질유산의 가치평가에서도 과학적 가치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질유산의 가치등급 평가에서 학술 및 교육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를 강조되고 있다(Lee et al., 2016). 하지만 이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지질유산 가치평가에서는 지질학적 가치와 문화, 경관, 교육, 관광 등을 함께 평가하고 있다(Lee et al., 2008, 2015, 2016; Kim et al., 2009; Park and Cheong, 2012). 이는 지질유산이 아닌,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의 가치평가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2000년대 초반 국제지질학연맹(IUGS)에서 지질명소(geosites)는 ‘지질학적으로만 가치가 있는 지역’을 의미하였으며, 국제적인 지질명소(global geosites)는 국제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학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용어였다(e.g., Wimbledon, 2011). 하지만 2004년 세계지질공원망이 형성되고, 2015년 지질공원 프로그램이 유네스코의 정식 프로그램으로 결정됨에 따라 지질공원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었고, 최근 지질명소의 개념은 주로 학문적 가치 이외의 다른 가치를 함께 가지는 장소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Choi, 2012; Youn et al., 2013; Kim et al., 2014; Suh and Sung, 2016).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는 크게 지질학적 가치와 활용적 가치(교육적, 관광적 가치)를 가진다. 이에 따라 지질명소는 지질학적 가치는 있으나 활용적 가치(교육적, 관광적 가치)는 없는 지질명소(e.g., 미화석 산지), 지질학적 가치와 활용적 가치를 모두 가지는 지질명소, 지질학적 가치는 없으나 활용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명소로 구분된다(그림 2). 지질공원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질명소가 가지는 지질학적 가치와 활용적 가치에 따라 보전 및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지질명소의 ‘지질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지질명소’에 대한 평가가 구분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제안된 지질유산의 가치평가 방법을 살펴보면, 지질유산의 본질적 가치 외의 심미적 가치 및 경관적 가치, 관광적 가치, 교육적 가치 등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Lee et al. (2008)은 인간의 가치평가와 무관한 무생물적 자연을 의미하는 ‘본질적 가치’와 과학적 발전, 지구역사, 연구 이력, 환경 감시, 교육·훈련의 항목이 포함된 ‘교육적 가치’, 전승 혹은 민속적 가치, 고고·역사, 영적 가치, 상징적 장소를 포함하는 ‘문화적 가치’, 지역경관, 지구관광, 여가 활동지역, 원격 현지감상, 자발적 활동, 미적 영감지를 평가하는 ‘심미적 가치’, 에너지, 산업광물, 금속광물, 건설광물, 보석, 화석, 토양을 평가하는 ‘경제적 가치’ 및 대지, 저장과 순환, 건강, 매장, 오염통제, 수 화학, 토양 기능, 순환작용, 생태기능의 항목으로 구성된 ‘기능적 가치’를 바탕으로 지질유산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Kim et al. (2009)은 지질·지형학적 가치 및 미적가치, 보호상태, 비지질요소와의 관계, 접근성의 4개의 항목으로 지질유산의 가치평가 항목을 구성하여 제시하였다. Park and Cheong (2012)은 출판물, 연대 측정 현황, 지질학적 특성, 희귀성, 대표성, 보존상태라는 항목을 구분하여 ‘과학적 가치’를 평가하였으며, 접근성, 교육적 잠재성, 설명 표지판, 기반시설, 주변 자연유산, 주변 문화유산, 연평균 방문자 수를 통해 ‘사회·관광적 가치’를 평가하고, 법적 보호제도, 물리적 보호시설 및 훼손 가능성을 통해 ‘보호적 가치’를 별도로 평가하였다. 또한, 가시성, 관찰지점, 규모, 색 대비, 형상화, 전설 혹은 민담을 통해 ‘심미적 가치’를 평가하여 총 22개의 세부항목을 제시하였다. Lee et al. (2015)의 가치평가방법은 전국 지질유산 발굴 및 가치평가 사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Cho et al., 2016; Shin et al., 2018), 지질유산을 가치 분야와 보전 및 관리 분야로 나누어 평가한다. 지질유산의 가치를 다루는 분야 대표성, 희소성, 다양성, 전형성으로 구성된 ‘학술 및 교육적 가치’, 특이성, 재현 불가능성, 자연성, 심미성의 ‘지형 및 경관적 가치’, 역사성, 민속성, 상징성의 ‘역사 및 문화적 가치’, 규모, 온전성을 평가하는 ‘본질적 가치’, 토양기능, 생태기능의 ‘기능적 가치’ 및 관광자원 지질자원을 포함하는 ‘경제적 가치’의 평가로 구성된다. 보전 및 관리 분야의 항목으로는 지질유산에 대한 접근성 및 편의 및 방호시설과 관리현황에 대한 평가가 제시되었다. 이후 최근 Lee et al. (2016)은 기존의 Lee et al. (2015)의 가치평가 방법을 바탕으로, 가치평가의 항목을 명료화 및 구체화하고 점수 부여 기준의 객관화 및 정량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해당 연구에서는 지질유산의 등급이 학술적 가치에 맞게 산출되기 위하여 학술 및 교육적 가치, 지형 및 경관적 가치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기타 항목들의 병기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등급분류표를 제시하였다. 국내 지질유산의 가치평가에서 학술적 가치의 비중은 점차 증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경관적 가치 등의 활용적 가치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가치평가 대상의 분류와 기준
4.1 대표성, 희소성, 완전성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가치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각각의 지질유산이 가지는 지질학적 대표성(representative), 희소성(rarity) 그리고 지질유산의 보전과 관련된 완전성(integrity)과 같은 지표(criterion)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성은 지질유산이 속한 층서, 화석, 구조, 암석, 지형 등의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기준이 되는 사례(the Best Standard Example, BSE)’로서 지질학 개념, 특징, 생성과정 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질학적 정보가 포함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South China Karst는 다습한 열대성 기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전형적인 카르스트지형과 그 형성과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르스트지형으로서의 대표성을 인정받아 200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질학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두 번째 지표는 희소성으로, 희소성은 다음의 두 가지로 정의된다. 첫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분포하고 있는 지질유산의 장소나 지질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거의 관찰되지 않는 아주 특별한 지질학적 특성이나 화석군을 보여주는 지역(예를 들면 캐나다의 Burgess Shale, 나이아가라 폭포, 슬로베니아의 스코치안 동굴 등)이 있다. 희소성의 또 다른 개념은 지하에 일반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현상이나 사물이지만, 지표상에서 잘 관찰되지 않고 있던 지질학적 특성이 노두에 잘 노출된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습곡은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지층이 힘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지하에 흔히 내재 되어 있는 지질구조이다. 하지만 일부 습곡구조는 국제적 또는 대륙 규모 지구조운동과 같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학 자료를 제공하며, 이러한 지질학적 특성이 지표에 나타나는 경우는 높은 희소성을 가진 지질유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Tectonic Arena Sardona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에서 관찰되는 습곡은 노두 상에서 대규모의 습곡을 3차원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드문 지역으로, 이는 높은 희소성을 가지는 국제적 가치의 지질유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층서 기록이 탁월하게 나타나는 지역에도 희소성이 적용될 수 있다. 특정 지질시대의 층서 기록이 관찰되는 퇴적층은 전 세계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나, 전 지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고생물적 혹은 지화학적 자료가 한 지역에서 연속적이고 완전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해당 지역이 국제적 표식지가 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대표성뿐만 아니라 희소성까지도 높은 지질유산으로 판단될 수 있다.
완전성(integrity)은 대표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평가된 지질유산 지역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지표이다. 완전성은 특정 지역의 지질현상을 설명하고 보여주기 위한 기원부터 산물까지의 모든 지질학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wholeness)와 지질유산의 보전상태(intactness)를 모두 의미한다. 모든 지질학적 요소를 포함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화산지형에서 용암이 분출한 분화구부터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모든 화산지형, 화산쇄설물 등의 모든 지질 지형학적 요소가 한 지역 내에 포함된 것을 의미한다. 완전성의 또 다른 개념은 지질유산이 잘 보전되어 본래의 상태 그대로 나타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온전성(degradation risk potential)에 관한 개념(Brilha, 2016)이다. 이 연구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질유산 평가를 위한 완전성은 후자의 개념을 의미한다.
완전성은 지질유산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지표에 다양한 지형과 층의 경계, 지질구조 등이 노출되어 있는 지질유산은 노두의 훼손을 통해 지질학적 현상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귀한 광물, 희소성 높은 화석 등이 나타나는 지질유산은 앞서 언급한 지질학적 특성이 지표에 노출되어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지역에 분포한다는 의미만으로도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 이 경우, 노두에서 관찰되는 특징을 유지해야 하는 조치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지질유산이 포함된 전반적인 지역에 대한 보호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4.2 분류체계와 기준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특성은 매우 다양하므로, 지질유산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다른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는 화석 산지는 화석 산지에 대한 기준, 사막지형은 사막지형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서로 독립적인 가치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지질유산을 분류한 분류체계(framework or context)는 객관적 지질학적 가치평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분류체계를 설정하고, 이를 가치평가에서 활용하는 것은 이미 다양한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바 있다(JNCC, 1977; Hayward, 1989; Wimbledon et al., 2000; Dingwall et al., 2005; Brocx and Semeiuk, 2007; Wimbledon, 2011; Brilha, 2016; GSI, 2017).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분류체계는 세계자연유산의 가치평가를 돕기 위해 2005년 IUCN에서 제시한 것이다. IUCN의 연구에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정확한 의미를 분석하고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질유산과 잠재목록을 바탕으로 지질구조(tectonic and structural features), 화산과 화산계(volcanos/volcanic systems), 산악지형(mountain systems), 층서를 보여주는 지역, 화석 산지, 하천, 호수, 삼각주 시스템, 동굴과 카르스트시스템, 해안시스템, 암초, 환초 및 대양 도서(reefs, atolls and oceanic islands), 빙하와 빙산지형(glaciers and ice caps), 빙하기(ice ages), 건조 및 아건조 시스템(arid and semi-arid desert systems), 운석충돌 지형의 13개로 구성된 분류체계를 제시하였다(Dingwall et al., 2005). 하지만 해당 분류체계는 지질학의 기본적인 속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 주로 지형적 속성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된 것이기 때문에 지질유산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지질유산의 가치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지질학적 현상을 기초로 기존에 제시되었던 분류체계 항목을 참조하고(JNCC, 1977; Hayward, 1989; Wimbledon et al., 2000; Dingwall et al., 2005; Brocx and Semeiuk, 2007; Wimbledon, 2011; Brilha, 2016; GSI, 2017), 이미 가치 발굴된 지질유산인 세계유산, 세계지질공원, 천연기념물 등의 지질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류체계를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분류체계는 층서(stratigraphy), 고생물(palaeontology), 고환경(paleoenronment), 지질구조(tectonics and structure), 광물과 암석(mineral and petrology), 해양지질(marine geology), 지형(geomorphology or ongoing geological processes), 그리고 기타의 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지형 항목은 지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다양한 지질학적 현상(ongoing surface processes)과 그에 대한 산물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지형 분야는 카르스트 지형과 동굴(karst and caves), 사막지형(aeolian landforms), 빙하지형(glacial and periglacial landforms), 화산지형(volcanic landforms), 암석 제어지형(rock-controlled landforms), 하천/해안/호수지형(fluvial/coastal/lacustrine landforms), 운석 충돌 지형(astrobleme) 및 기타 항목으로 세분화하였다.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지질학적 특성에 맞는 분류체계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막지형과 빙하지형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분류체계를 활용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각의 항목에 앞서 제시한 지표(대표성, 희소성, 완전성)를 적용하여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의 특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지질학적 분류체계 기준에 평가 대상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포함된다고 하여, 그 지역을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으로 분류할 수는 없으며, 이는 단순히 국가적 가치에 대한 잠재성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내 혹은 전 세계의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지역과의 비교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교분석은 객관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치평가 방법으로, 이미 유네스코 프로그램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프로그램에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으며(UNESCO, 2017), 세계지질공원을 위한 가치평가에서도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UNESCO, 2015). 비교분석은 반드시 같은 분류체계 내에서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진 지역과 수행되어야 한다(Dingwall et al., 2005; Wimbledon, 2011; UNESCO, 2017).
국가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지질유산 지역 중에서도 대표성 또는 희소성이 매우 뛰어난 지역의 의미와 사례만을 아래에 설명하였다. 따라서 아래에 열거하지 않은 지역이라도, 높은 지질학적 대표성과 희소성을 가진다면 지질유산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분류체계 내의 각 항목에 대한 규모, 수 등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국내 지질학 전문가들에 의한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층서: 층서는 고유의 특성을 갖고 배열된 지층의 순서를 의미하며, 시간·공간에 따른 층의 분포, 층간의 관계, 지질역사 해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ICS, 2017).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한반도 내에서 뛰어난 대표성과 희소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와 같은 특정 시대의 대표적인 표식지가 관찰되는 노두(e.g., 천연기념물 제417호 태백 구문소 전기고생대 지층; 석개재 지역, Lee, 2017) 등은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갖는다. 이는 암석의 종류와 색, 화석의 유무 및 종류, 퇴적구조 등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암층서는 물론이며, 다양한 화석의 분류군을 기준으로 하는 생층서를 포함한다. 특히 다수의 지층에서 많은 미화석이 산출되는데, 미화석은 생층서적으로 뛰어난 지질학적 정보를 제공하므로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으므로, 가치 있는 지질유산으로 평가되어 보호조치를 통해 보전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추후 미화석 산지에 대한 가치 발굴을 통해, 가치 있는 지질유산 지역으로 평가된 지역은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것이다.
화석(고생물): 화석은 지질시대를 지시하는 생층서 이외에도, 과거 생물의 진화, 고생태, 그리고 고환경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화석은 보전해야 할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으로 판단되며, 전 세계에 분포하는 많은 화석 산지는 이미 그 가치가 입증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나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Wells (1996)는 화석의 지질학적 가치평가를 통한 세계유산의 지표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어떠한 화석의 기준이 국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가치평가 방법은 부족하며, 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아직도 많다.
국내에는 영월의 스트로마톨라이트(천연기념물 제413호), 해남의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천연기념물 제394호), 서귀포의 패류화석 산지(천연기념물 제195호) 등 고생대에서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화석이 존재하고 있으며, 다수의 화석 산지가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화석 분야에서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1) 한 지역에서 많은 화석이 집중적으로 산출되는 화석산지(e.g., 천연기념물 제416호 태백 장성 전기고생대 화석산지), 2) 생물의 진화단계를 보여줄 수 있는 화석산지, 3) 고생물의 고생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화석산지(e.g., 천연기념물 제535호 신안 압해도 수각류 공룡알 둥지 화석, 천연기념물 제394호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발자국화석 산지), 그리고 4) 과거 고생물의 서식처를 통한 고환경을 지시하는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13호 영월 문곡리 건열구조 및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다.
고환경: 지구의 환경은 지구가 형성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변해왔다. 현재까지 고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빙하, 해양퇴적물, 호수퇴적물, 동굴생성물 등 다양한 지시자(proxy)에 포함된 자료를 바탕으로 고기후 및 고해양의 복원이 이루어져 왔다(Jo and Woo, 2008; Ryu et al., 2008; Cheong and Kim, 2010; Hur and Ahn, 2017). 이러한 연구는 과거 지구의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 지역은 국내 고기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연구되어 학계에 알려진 지역(동굴, 호수, 늪지, 하성환경, 분화구 등)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과거 조간대 퇴적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하는 막골층 석회암이 있다(e.g., 천연기념물 제417호 태백 구문소 전기고생대 지층 및 하식지형).
지질구조: 국내에는 지구조적 힘에 의해 형성된 습곡, 단층 등의 지질구조들과 이와 연관된 산악지형이 분포한다. 지구조운동의 결과로 남아있는 지질구조들은 한반도가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하게 된 다양한 지구조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며, 현재 형성되고 있는 지형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갖는다.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의 지체구조는 오랜 지질 시간에 걸쳐 작은 지괴들이 아시아대륙에 충돌하면서 수반된 조산작용의 영향으로 매우 복잡하다. 그 결과 한반도에는 중생대 이래 거듭된 지각변동으로 수많은 지질구조선이 형성되어 있다. 즉 1) 한반도의 형성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표식지는 중요한 국가적 가치를 가진다. 이는 한반도의 형성에 기인한 북중국지괴와 남중국지괴의 충돌지, 활발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중생대의 송림조산운동, 대보조산운동, 불국사 운동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노두 등을 포함한다. 또한, 2) 국내에서 층서의 중요한 경계가 되는 단층(e.g., 영월과 태백의 층서 경계를 지시하는 각동쓰러스트), 3) 노두상에서 습곡, 단층이 뛰어나게 관찰되는 지역(e.g., 천연기념물 제501호 군산 말도 습곡구조)도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
암석·광물: 암석·광물·광상은 지구 내부 물질의 성분과 한반도 지역의 형성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지질유산 가치를 가진다.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암석·광물 분야의 지질유산은1) 희소성 높은 암석·광물의 산지(e.g., 천연기념물 제69호 상주 운평리 구상화강암, 천연기념물 제505호 진도 동거차도 구상 페페라이트, 천연기념물 제542호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 2) 국내에서 탁월한 크기와 규모로 산출되는 광물의 산지, 3) 국내에서 대표적인 광상의 성인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사례 등이 있다. 광상의 경우, 광산 전체의 보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광상의 형성과정을 잘 나타내는 노두나 광산 내의 일부 지점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지질과 지형: 전 세계 해저에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산호초를 비롯하여 해저의 다양한 퇴적체와 지형, 열수가 방출되는 다양한 형태의 열수구 등이 분포한다. 삼면이 해양환경으로 되어 있는 한반도 지역은 평균 50 m 이내의 수심을 가지는 서해와 100 m 정도의 수심을 가진 남해, 그리고 2,000 m 정도의 심해환경을 가지는 동해를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해저 환경이 관찰된다. 이곳에서는 육지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지형과 다양한 해양지질 현상들이 나타나지만, 보전이 어려우며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질유산의 보전적 측면에서는 많이 경시되어왔다. 하지만 특이한 현상이나 지형이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의 결과로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해양지질 분야에서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으로는 서해 해저에 나타나는 사퇴, 잔류퇴적물, 흑산머드벨트, 남해의 사퇴와 잔류퇴적물,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와 관련돼 해저지형 등이 있다. 해당 항목은 추후 해양지질 및 해저지형에 대한 지질유산적 가치평가는 좀 더 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형: 지구의 표면은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기후와 위치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해 온 다양한 지형으로 구성된다. 이 항목은 현재 지표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지질학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과거 다른 기후나 환경에서 형성된 지형, 지속해서 한 지역에서 형성되어 현재 지표에서 관찰되는 지형도 포함한다. 지형 항목은 특징에 따라 카르스트지형, 사막지형, 빙하지형, 화산지형, 암석제어지형(rock-controlled landforms), 하천, 해안과 호수지형, 운석충돌지형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빙하지형과 사막지형이 관찰되지 않으므로, 이번 연구에서는 두 지형을 제외하고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형을 제시하였다.
카르스트지형은 빗물이나 지하수가 석회암, 돌로마이트, 대리암과 같은 탄산염암을 침식 및 용식시켜 형성된 독특한 지형으로 석회동굴, 돌리네, 싱크홀, 우발라, 폴리에, 카렌 등을 포함한다. 특히 카르스트지형 내 석회동굴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한 용식작용을 통해 생성되어 지하수면의 하강으로 점차 확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굴 내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곡석 등의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형성되어 지질유산 가치가 매우 높은 동굴환경이 만들어진다. 동굴 내에는 고기후·고환경을 지시하는 동굴생성물과 동굴퇴적물, 동굴 내 발달하는 미지형, 다양한 광물의 침전(석고, 인산염광물) 및 동굴동물의 서식지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인산염광물은 동굴 내 박쥐의 배설물에서 발견되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30년간 동굴과 카르스트지형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 국내 지질유산으로서의 카르스트지형과 동굴에 관한 연구 및 가치평가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Williams, 2008;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1; Woo and Kim, 2018). 카르스트 지형 중에서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다음과 같다. 1) 카르스트지형의 대표적인 특성(돌리네, 우발라, 카렌 등)이 뛰어나게 관찰되는 지역(e.g., 천연기념물 제440호 정선 백봉령 카르스트지대), 2) 희소성이 높은 카르스트지형(e.g., 대규모 습지가 발달한 문경 굴봉산 카르스트), 3) 동굴의 길이가 매우 길면서 동굴의 생성과정을 잘 나타내주는 동굴(e.g., 천연기념물 제178호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의 환선굴), 4) 동굴생성물과 동굴 내 미지형의 종류와 분포가 매우 뛰어난 석회동굴(e.g., 삼척의 관음굴, 초당굴, 평창 백룡동굴, 익산 천호동굴, 영월 고씨굴, 단양 고수동굴, 정선 산호동굴 등), 5) 동굴 내 특이한 광물이 발견되는 동굴, 그리고 6) 수중동굴(e.g., 천연기념물 제549호 정선 용소동굴) 등이다.
화산지형은 화산분출로 형성된 화산체, 마그마나 용암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 용암동굴, 화산쇄설물 퇴적층 등을 포함한다. 화산지형에 대한 세계자연유산의 가치평가를 돕기 위해 Wood (2009)는 세계자연유산, 잠재목록 내의 화산암 지형을 분류하고 현재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의 잠재적 등재 가능성에 대한 IUCN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하지만 2013년 프놈펜에서 열린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좀 더 객관적 지표를 요구하여 현재 IUCN에 의해 재작성 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Wood (2009)가 제시한 가치평가 및 이미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발굴된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화산지형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국내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화산지형은 1) 한반도에서 발생한 화산활동의 대표적인 특징을 관찰할 수 있거나 중요한 지질학적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화산지형(e.g., 한반도 신생대 제4기 화산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천연기념물 제436호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협곡), 2) 국내에서 희소성이 높게 평가되는 화산지형 또는 화산활동의 특성이 나타나는 지역(e.g., 천연기념물 제513호 제주 수월봉 화산쇄설층), 3) 규모, 크기 및 형태 등에 있어서 높은 희소성을 보이는 화산지형(e.g., 천연기념물 제465호 무등산주상절리대, 천연기념물 제536호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4) 응회암층의 침식지형(e.g., 청송지질공원 내 주왕산국립공원) 등이 있다.
암석제어지형은 암석의 종류가 지형 형성에 영향을 끼친 지형으로, 주로 화강암지형 및 사암(규암)지형이 이 항목에 해당한다.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암석제어지형은 1) 암석의 풍화속도의 차이에 의해 나타나는 희소성 높은 차별침식지형(e.g., 설악산, 방태산과 양구의 편치볼), 2) 높은 지질다양성을 보이는 암석제어지형(e.g., 화강암 암반, 돔, 토르, 포트홀 등이 관찰되는 설악산의 화강암지형), 3) 특별한 침식현상을 보여주는 동굴(e.g., 포천의 옹장굴) 등이 제시될 수 있다.
하천·해안·호수 지역은 강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물에 의한 침식 및 퇴적작용으로 형성된 다양한 지형과 지질현상으로 망상하천, 사행하천, 선상지, 삼각주, 호수, 염습지, 해빈, 갯벌, 해안단구 등의 다양한 지형을 포함한다. 하천, 해안, 호수지형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매우 일반적인 지형이므로, 희소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 국가적 가치를 보여주는 이들의 지형은 1) 특정 수계에서 형성되어 높은 희소성을 보이는 하천·해안·호수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현상을 보여주는 지역(e.g., 천연기념물 제419호 강화갯벌 및 저어새번식지, 천연기념물 제391호 옹진 백령도 사곶 사빈, 천연기념물 제392호 옹진 백령도 남포리 콩돌해안), 2) 규모, 위치, 지형학적 특징이 매우 특이한 지질유산 가치를 보여주는 지형과 지질현상(e.g., 천연기념물 제543호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 천연기념물 제437호 강릉 정동진 해안단구), 3) 과거 건조기후의 호수 내에서 자란 퇴적물이나 퇴적구조(e.g., 천연기념물 제512호 경산대구가톨릭대학교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해당된다.
운석충돌지형은 지표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지질학적 현상이 아닌, 운석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특이한 지형이다. 운석충돌지형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으며, 지표에 발달한 충돌 지형은 침식과 퇴적으로 계속해서 변형되고 있으므로 반드시 보호조치를 통한 보전해야 한다. 국내에서 가치를 가지는 운석 충돌 지형으로는 1) 운석의 충돌지형, 2) 운석 충돌 시 형성된 충격 석영 등과 같은 광물이 관찰되는 지역 등이 제시될 수 있다.
기타: 앞서 제시한 분야 이외에 해당하는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갖는 지질 및 지형학적 현상이나 대상을 의미한다. 토양은 기타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지질유산으로서의 가치 발굴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성 환경을 지시하는 대표적인 토양단면이나 과거 토양을 나타내는 고토양의 단면은 중요한 지질유산 가치를 가지며, 이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5. 지질학적 가치등급에 따른 보전 및 활용
지질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원래의 상태로 영원히 복구할 수 없다. 지질유산이 자연현상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인위적인 현상이 아닌 자연현상의 결과로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훼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을 통해 중요한 지질유산이 훼손되는 것은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치 있는 지질유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제도적 보호조치가 요구된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등급을 가지는 지질유산을 동일한 법적보호조치를 통해 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과 시·도 단위의 가치등급을 가지는 지질유산을 동일한 수준의 법을 통해 보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효과적으로 지질유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지질유산을 평가한 후, 가치평가의 결과로서 제시된 가치등급에 맞추어 지질유산을 보전 및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림 1).
지질유산은 과학적 가치에 따라 탁월한 보편적 가치,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 시·도 단위의 가치 등의 등급을 가지는 지질유산으로 구분될 수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으로 신청하여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질유산 지역이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유네스코 프로그램을 통해 보전되기는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교육관광에 기반을 둔 지질관광을 수행하기 때문에,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 선정에 있어서 반드시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역이라고 해서, 모두 관광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미화석 산지는 그 지질학적 특성이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지질관광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며, 활용도와 관람객의 흥미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또한, 지질학적 가치는 높으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험준한 산 중턱, 일반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동굴 등)에 위치한 지질유산도 안전성과 접근성이 낮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가 현저히 낮게 평가된다. 이러한 경우 유네스코 프로그램을 통해 보전되기는 어렵다.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은 각국의 보호조치를 통해 보호된다. 국내에서는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다. 국가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1) 지각의 형성과 관련되거나 한반도 지질계통을 대표하는 암석과 지질구조의 주요 분포지와 지질 경계선, 2) 지질시대와 생물의 역사 해석에 관련된 주요 화석과 그 산지, 3) 한반도 지질현상을 해석하는데 주요한 지질구조·퇴적구조와 암석, 4) 구조운동, 화산활동, 침식 및 퇴적작용 등에 의하여 형성된 학술 가치가 큰 자연지형으로 제시되어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8a).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83개의 지질유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8b). 지질유산은 천연기념물의 세부항목 중에서도 지구과학기념물에 해당하며, 이는 고생물, 생물, 자연현상, 지질지형, 천연동굴로 구분된다. 생물을 제외하면 고생물 22개, 자연현상 1개, 지질지형 41개, 천연동굴 19개로 현재 보전되고 있는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특성이 고생물과 천연동굴에 편중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질학적 분류체계와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전체 지질·지형학적 현상을 고루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1) 특별한 지구과학적 중요성, 희귀한 자연적 특성 및 우수한 경관적 가치를 가진 지역, 2) 지질과 관련된 고고학적·생태적·문화적 요인이 우수하여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 3) 지질유산의 보호와 활용을 통하여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 4)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여 환경부 장관이 인증한 지역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가지질공원으로 보전 및 활용될 수 있다. 2011년 자연공원법의 개정으로 국가지질공원이 도입된 이후, 2019년 1월 현재 총 10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인증되었다.
아울러 국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지역 이외에도 많은 지역이 국가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보호법 이외에도 지질학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국내의 법이 존재하나, 아직 문화재청을 제외한 다른 부서에서는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Cho and Woo, 2018). 이는 아직 국내의 다수의 정부 부처가 지질유산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추후 국가지질공원을 관장하는 환경부에서는 자연환경보전법을 충분히 활용하여, 가치 있는 지질유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6.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의 가치평가
지질공원은 국가적, 국제적 지질학적인 가치가 입증된 지역을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지질유산을 자연, 문화 등의 비지질학적 가치와 연계 및 활용함으로써 지질공원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UNESCO, 2017). 이는 세계지질공원 혹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기 위해서는 지질공원이 가지는 국제적 혹은 국가적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계지질공원 혹은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되는 모든 지질명소가 국제적 혹은 국가적 가치를 가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질공원 내에서 가장 중요한 지질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명소 또는 전체 지질공원 지역이 국제적 혹은 국가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Ju and Woo, 2016). 결과적으로 세계지질공원 또는 국가지질공원으로의 신정 및 인증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신청 지질공원에 대한 국제적·국가적 가치의 입증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앞서 제시한 분류체계, 지표,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질유산이 가지는 지질학적 가치를 평가한 후, 추가적으로 교육적/관광적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그림 3). 지질공원 내의 지질명소는 Brilha (2016)에서 제안된 지질다양성 사이트(geodiversity sites)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에 대한 평가는 교육적 가치와 관광적 가치평가 항목을 바탕으로 수행된다. 교육적 가치의 평가 항목은 교훈성, 지질다양성, 접근성 안정성으로 구성되며, 관광적 가치의 평가 항목은 경관, 이해도(interpretative potential), 접근성, 안정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국가지질공원이나 세계지질공원은 신청하는 지역의 국가적 혹은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지역에 대하여 지질명소의 활용성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수행해야 한다. 물론 지질학적이 평가가 매우 낮더라도 활용성에 대한 평가가 높은 지역은 지질공원 내 훌륭한 지질명소가 될 수 있다.
7. 결 론
국내에는 선캄브리아시대부터 현재까지 형성된 가치 있는 지질유산이 분포하며, 가치 있는 지질유산은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적 조치만으로 국내에 분포하는 가치 있는 지질유산을 모두 보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높은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의 선정은 가치평가를 통해 수행되어야 하며, 가치평가는 대상 지역의 지질학적인 가치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적으로 지질유산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질유산의 지질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제시된 분류체계를 선정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제안하는 지질유산의 분류체계는 층서, 고생물, 고환경, 광물과 암석, 해양지질, 지구조 및 지질구조, 지형, 기타의 8개의 항목이다. 각각의 분류체계 내에서는 지질유산이 가지는 지표(지질학적 대표성, 희소성, 지질보전을 위한 완전성)를 고려하여 국가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가치평가 대상지역은 반드시 지질학적 특성을 판단하여 제시한 분류체계를 선택하고, 해당 논문에 제시된 국가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의 특성과의 부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가치의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동일한 분류체계 내에 해당하는 국내의 다른 지역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대표성, 희소성을 규명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 국가지질공원이나 세계지질공원은 신청하는 지역은 국가적 혹은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가 우선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이를 인정받은 곳들에 대해 각 지질공원 내 지질명소의 활용성에 대한 평가가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년도 경기도청에서 발주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 학술연구용역’의 연구과제에 의해 일부 지원되었으며, 2015년도 강원대학교 회계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이다. 이 논문의 내용은 2017년도 강원대학교 지질학과 대학원 지질다양성론 수업을 통해 작성되었으며, 국가지질공원사무국과 대한지질학회에서 주최한 2017년도 제3회 국가지질공원 논문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다. 논문의 심사과정에서 세심한 검토와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박정웅 박사님과 조형성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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