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s & Scope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 Vol. 54 , No. 2

[ Special Contribution ]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 Vol. 54, No. 2, pp. 215-220
Abbreviation: J. Geol. Soc. Korea
ISSN: 0435-4036 (Print) 2288-737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18
Received 21 Dec 2017 Revised 03 Mar 2018 Accepted 23 Mar 2018
DOI: https://doi.org/10.14770/jgsk.2018.54.2.215

더 나은 “지질학회지”를 위하여
장순근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

For the improvement of the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Soon-Keun Chang
Scientist Emeritus, 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Incheon 21990, Republic of Korea
Correspondence to : +82-32-760-5468, E-mail: skchang1766@naver.com

Funding Information ▼

초록

지질학회지의 한글논문을 중심으로 논문을 잘 쓰고 한글을 잘 쓰려는 목적을 가지고 논문을 논의하였다. 논의한 대상은 논문의 내용과 그림과 표의 설명방식과 어휘들과 참고문헌의 표시방법이다. 논문에서 요약이 결론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논평은 내용과 그림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저자들이 한글을 올바로 이해하고 한글의 객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림과 표의 설명에서 한글설명을 추가하고 영어설명 앞에 놓아야 한다. 새로운 참고문헌 인용방식을 제안하고, 논문을 심사하는 방식과 심사에 대한 답변방식을 논의했다. 오해를 부를 어휘와 논문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한글 어휘 몇 개를 예시했다.

Abstract

Korean papers published in the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are discussed in terms of well written form and in good Korean. Paper itself as well as caption and references are mainly focused in discussing. It should be understood that abstract is different from conclusions. Balance in terms of wording and pictorial presentation are required in review papers. A good understanding and objective evaluation are necessary for our Korean language by us, Korean. Therefore, it is proposed that caption in Korean should be added to the English-only caption, and be followed by it. A new method of references is also proposed. Review of papers and response to the review are discussed. A couple of our Korean words of being liable to different understanding as well as few Korean ones undesirable for scientific papers are exemplified.


Keywords: conclusion, abstract, Korean language, caption, references, review
키워드: 결론, 요약, 한글, 그림설명, 참고문헌, 심사

1. 서 론

지질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지질학자라면 자신의 논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만큼 충분히 잘 썼고 성의 있게 썼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논문을 읽는 지질학자들이나 지질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그 논문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썼다고 믿을 것이다. 물론 전공이 다르거나 논문의 수준이 아주 높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아가 지질학회지 편집위원들과 회원들이 지질학회지의 투고규정이 이치에 상당히 맞고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컨대, 그림이나 표의 설명을 비롯하여 참고문헌을 정리하는 방식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잘 해왔으므로 그런 문제를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또는 내 생각과는 다르고 어느 정도의 불만이 있지만 참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지질학회지에 실리는 논문의 내용을 향상시키고 그림이나 표의 설명과 참고문헌을 좀 더 잘 표현하고자 하는데 있다. 논문의 내용을 향상시키는 것은 논문의 내용과 논문을 쓰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표와 참고문헌 정리는 한글과 영어에 대한 의식과 형식에 관한 내용이다.


2. 논문 형식과 내용
2.1 요약과 결론

잘 알다시피 논문의 결론(結論)과 요약(要約)은 다르다. 한글에서 가장 정확하고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요약은 “말이나 글의 요점을 잡아서 간추림”이다. 결론에는 몇 가지 정의가 있으나, “추론에서 일정한 명제를 전제로 하여 이끌어 낸 판단”이 이 글에 가장 적합한 결론의 정의이고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결론은 본문에서 쓰지 않은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요약이 결론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지질학회지에 실린 논문 가운데 결론에 요약을 쓴 논문이 적지 않다. 그런 논문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예를 들지는 않겠지만, 논문을 읽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요약과 결론을 착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상당수의 저자가 논문을 쓸 줄 모르고 요약과 결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 대부분이 논문을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논문은 고사하고 글짓기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또한 대학원에서도 보통 지도교수가 논문 쓰는 방법을 하나하나 지도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같은 연구실에 있는 가까운 선배나 친구가 쓴 논문을 비슷하게 따라 쓰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자신이 쓰던 방식으로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을 쓸 뿐이다. 그러면서 익숙해진 방식을 옳은 방법이라고 믿을 것이다. 아니면 논문의 형식을 특별히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논문의 심사과정에서 특별한 지적이 없으면, 저자 자신이 논문을 옳게 썼다고 믿을 것이다. 둘째, 논문의 심사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지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셋째, 심사위원이 지적했지만 어떤 이유로 고쳐지지 않고 게재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아래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2.2 논문의 제목과 내용

논문의 제목이 내용을 압축하고 요약해서 간단하고 분명하게 나타내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제목을 보면 그 논문의 내용과 그 논문이 논하는 부분이 어렵지 않게 파악되어야 한다. 예컨대, “....에 관한 연구”가 제목이라면 그 논문에는 그 내용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나아가 어떤 주제에 대한 논평(review)이라면 제목 그대로 그 주제를 리뷰해야 한다. 그러나 논평을 쓰기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주제를 연구한 것을 모두 모아서 정리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가 빠뜨리는 것이 생긴다. 논평 작성 시에는 조심할 것이 여럿 있겠지만 우선 두 가지를 지적하겠다.

첫째, 무슨 이유로든지 논평에서 누락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누락되는 이유에는 저자가 몰라서라거나 관심이 없어서라거나 저자개인의 호-불호를 비롯한 감정의 개입 같은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들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고 논문을 제대로 잘 쓰려면 경계해야 할 내용이며, 저자가 빠져서는 안 될 유혹이고 함정이다.

둘째, 리뷰한 주제들을 표현하는 데에 균형이 맞아야 한다. 곧 내용전개와 글이나 표에서 어느 한 주제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예컨대, 주제 하나를 너무 자세하게 쓴다거나 그림과 표를 너무 많이 나열하면, 지면의 낭비이고 독자를 오도(誤導)시킬 수 있다. 심하면 독자가 저자의 전공에 대한 실력과 논평을 쓴 의도를 오해할 수 있다.

한 번 게재된 논문은 잘 알다시피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논문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자가운데는 논문이 전부를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시각으로 논문을 보지 않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지질학을 배우기 시작한 학생과 젊은 지질학자라면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할 수 있다. 반면 전반적인 내용을 아는 지질학자들은 저자를 불성실하다고 생각하거나 심사위원들을 비판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학회의 권위가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학회의 위신과 관련이 있다.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 지질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3 어휘선택
2.3.1 오해할 수 있는 어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어휘는 피해야 한다. 그런 어휘가 여럿 있겠지만, 그 가운데 “편재”와 “내지”가 있다.

“편재(偏在)”라고 쓰면 어느 한쪽에 편중되게 있어, 곧 “고르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편재(遍在)”는 “고르게 있다”는 뜻이다. 한글로는 같은 어휘지만 뜻은 정반대이다. 그러므로 이 어휘를 쓰려면 한자를 반드시 함께 써야 한다. 요사이가 한글전용시대라 한자가 거부감이 있겠지만 거부감의 문제가 아니다. 아니면 “편재(偏在)”는 한글로 “고르게 있지 않다”라고 쓰고, “편재(遍在)”는 “고르게 있다”고 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내지(乃至)”가 “내(乃)”와 “지(至)”의 합성어로,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첫째, (수량을 나타내는 말들 사이에 쓰여) “얼마에서 얼마까지”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둘째, “내지”에는 “또는”의 뜻이 있다.

그러므로 “내지”를 쓴 저자는 이해하겠지만 읽는 사람은 저자의 뜻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거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요약문에 “이 화강암의 절대연령이 2.5억 년 내지 2.8억 년”이라면, “2.5억 년부터 2.8억 년”의 사이인지 또는 “2.5억 년이나 2.8억 년”인지는 논문을 한참 읽은 뒤에야 분명히 알 수 있다. 대개의 경우는 전자이겠지만 후자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2.3.2 적절한 어휘선택

논문이나 초록에서는 저자의 뜻을 나타낼 가장 적합한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 곧 과학이나 논문의 내용과 큰 관련이 없이, 저자의 감정이나 인간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어휘, 예컨대, “선배(先輩)”, “인사(人事)”, “예의(禮義)”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어휘들을 사용하면 저자의 참뜻이 오해받을 수 있으며, 한 번 오해를 받으면 그 오해를 풀기 쉽지 않다. 또한 논문이나 요약문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이런 어휘가 쓰인 논문이나 초록이 자주 발견되지는 않지만 눈에 띈다.

2.4 투고규정
2.4.1 참고문헌과 그림이나 표의 설명

투고규정에서는 참고문헌과 그림이나 표에 관한 설명을 하겠다.

첫째, 한글논문의 참고문헌인 경우, 현재 투고규정은 영어를 우선한다. 곧 한글문헌이라도 영어논문처럼 인용한다. 물론 끝에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라는 구가 있어, 논문의 본문은 한글이지만 영어요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한글논문을 영어논문처럼 표기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백보 양보해서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한글논문은 한글논문답게 표기하면 된다. 꼭 외국인에게 한글논문임을 알리려면 한글제목 다음에 영어제목을 병기하면 된다. 그러면 지면은 더 차지하겠지만, 외국인이 참고문헌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 것이다.

현재 지질학회지 편집규정을 따르면 우리나라사람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표기한다. 곧 장순근(Soon-Keun Chang)의 이름 두 자, 순근(Soon-Keun)을 S.-K.처럼 첫 자만 쓰고 성(Chang)은 모두 쓴다. 그러나 장순국(Soon-Kook Chang)이나 장성국(Sung-Kook Chang)이나 장상권(Sang-Kwon Chang)인 경우도 S.-K. Chang으로 쓸 것이다. 사람이 다르고 이름이 다른데 같은 이름으로 표기되는 것이 좋은 방식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아,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착각하지 않도록 하겠지만, 이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그런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그림과 표의 설명이 지금처럼 영어로만 되어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림과 표의 설명에도 한글과 영어설명이 병기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영어일색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

2.4.2 눈에 띄는 어휘

지질학회지의 한글논문에서 눈에 거슬리는 어휘 두 개를 지적하겠다.

첫째 어휘가 최근 “감사의 말”로 바뀐 “사사”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표준국어대사전(2017)에 따르면 “사사”에는 30 가지의 뜻이 있으며 모두 한자로 쓸 수 있다. 그 중 “사사(謝辭)”에는 “고마운 뜻을 나타내는 말”과 “사죄하는 말”과 “예를 갖추어 사양함. 또는 그런 뜻을 나타내는 말”의 세 가지 뜻이 있다. 물론 지질학회지 편집위원회에서는 첫째 설명을 뜻한다고 썼겠지만, 한글로 “사사”라고 쓴 것은 (한자를 함께 써도 마찬가지지만) 그 동안 큰 실수이며 이제라도 바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왕 더 낫게 하려면 이 어휘는 “감사의 말”보다는 “감사하는 말”이 더 정확하고 더 자연스럽다. “만남의 광장”이 아니라 “만나는 광장”이 더 자연스럽고, “이별의 순간”이 아니라 “이별하는 순간”이 더 정확하고 더 자연스럽고, “탄생의 순간”보다는 “탄생하는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감사의 말“은 이제는 세상을 떠난 한글학자 이오덕 선생의 주장으로는 “....의”를 쓰는 일본말 표현법이다(이오덕, 1991a). 이 말고도 이오덕 선생의 책은 우리말을 바르게 쓰려면 꼭 보아야 할 책들이다(이오덕, 1991b, 1995). 이 책들에 있는 내용 전부가 맞지는 않을지 몰라도 대부분 일리가 있다고 믿는다.

두 번째 어휘는 현재 지질학회지의 한글논문에서 참고문헌을 뜻하는 영어 “REFERENCES”이다. 이도 바람직하지 않아, “참고문헌”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글논문에 참고문헌만이 “REFERENCES”로 쓰이는 게 보기에도 좋지 않고, 그렇게 쓰일 특별한 이유도 없다.


3. 논 의
3.1 한글에 대한 의식

참고문헌과 그림설명을 영어로만 하는 것은 옛날 40-50 년 전의 영어에 대한 사대(事大)와 열등의식(劣等意識)의 흔적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6.25사변 직후 혼란한 시절의 바람직하지 않은 유산(遺産)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부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안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선민의식을 선민의식이라고 하지 않고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을 위한다”는 근사한 명분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이제는 그런 의식을 정리하고 벗어나야 할 때라고 믿는다.

적어도 연구지역과 내용이 우리나라라면 한글제목이나 한글로 된 내용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한민국”이니 “한국”이니 하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질학의 예가 아니지만 예컨대, “6.25 사변”을 “한국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다.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이므로 “Korean War”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한국”이 외국이 아니고 엄연히 우리나라이고 우리의 표현이 있다(이는 외국인이 “Korean War”라고 한 것을 영어를 좀 아는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 없이 “한국전쟁”으로 번역했고 무분별하게 전파된 경우라 생각된다). 지질학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영어요약문 또는 영어제목에서는 “Korean Geology”라고 영어로 쓰더라도 한글로는 “한국의 지질”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지질”이라고 써야 한다. 외국인에게 보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한글을 써서 나쁠 게 없다. “우리나라의 지질 (Korean Geology)”이라고 쓰면, 한글을 아는 사람은 누구라도 예외 없이 “아! 우리나라사람이 쓴 우리나라의 지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한국의 지질 (Korean Geology)”이라고 쓸 필요가 없거니와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말에 관한 한, 그 정도의 자존심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잘 알다시피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수십 가지의 문자 가운데 한글만이 만든 사람을 아는 유일한 문자이다. 그만큼 한글이 특이하고 좋은 문자이다. 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한글이 우수하다. 그러므로 유네스코가 한글상을 만들 정도이다. 나아가 우리보다 외국인들이 한글이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인터넷에서 “유네스코 한글상”으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로스앤젤레스 시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교수는 한글이 아주 우수한 문자라고 말했다(다이아몬드, 1998, p. 8-9). 나아가 “다이아몬드, 1998, p. 8-9”에서 쪽수를 나타내는 영문자 “p”보다는 한글 “쪽”이 낫다. 그 때는 “다이아몬드, 1998, 8-9쪽”으로 써야 할 것이다.

한글은 위에서 보다시피 아주 우수한 글자이고 쉽고 아름다운 언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중국의 오랜 관계로 인하여 한글 어휘의 70% 정도를 한자(漢字)로 바꾸어서 쓸 수 있고 한자를 알아야 뜻을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일제 식민지 시대, 곧 강점기에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한자를 몰랐다. 그러므로 관청에서는 어려운 한자로 권위를 세우고 무식한 일반백성들을 억눌렀다(그런 후유증이 지금도 우리사회의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아름다운 한글의 장점을 알고 잘 써야 할 시대이다.

한자를 많이 쓴다고 유식하지도 않고 권위도 서지 않지만, 어려운 한자를 많이 쓰는 것은 식민지시대의 바람직하지 않은 유산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자는 뜻글자로 장점이 있는 바, 너무 한글만 고집하면, 위에서 본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오해를 피할 정도의 한자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본(本)”이나 “사료(思料)된다”처럼 쉽거나 흔한 말로 쓸 수 있는데도 굳이 한자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장순근, 2000). 나아가 소리글자인 한글만 쓰는 경우, 사고력(思考力)이 떨어지고 쉽게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 선동(煽動)에 쉽게 넘어간다는 주장이 있는바,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언어란 정확함-부정확함과 적합함-부적합함을 넘어서 많이 쓰이고 입에 익으면 친근해지고 저항감이 적어진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전제는 정확하고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나아가 친근하고 살가우면 더 바랄 게 없다. 또한 한글논문에서 굳이 외국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간간이 영어가 쓰이는 것이 영어에 대한 사대가 아니면 좋겠다.

덧붙이면 한국연구재단의 학회지평가방식을 따라서 상기 참고문헌을 참고문헌에 놓지 않고 아래에 정리한다.

다이아몬드, 재레드, 1998, 총, 균, 쇠,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687 쪽
이오덕, 1991a, 우리글 바로 쓰기, 1권 개정판 제 20쇄, 한길사, 432쪽.
이오덕, 1991b, 우리글 바로 쓰기, 3권 제1판 제 4쇄, 한길사, 497쪽.
이오덕, 1995, 우리글 바로 쓰기, 2권 제 1판, 제 11쇄, 한길사, 475쪽.
표준국어대사전, 2017, 국립국어원, 인터넷, stdweb2.korean.go.kr

3.2 논문 심사에 관한 의견

지질학회지에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한글논문이 게재된 것을 보면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이다. 현재 제도로는 두 명 또는 아주 드물게 두 명이 넘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사위원 대부분이 교수들인지라 연구와 강의에 바쁠 것이다. 또는 심사할 논문의 내용이 너무 쉽다든지 아니면 논문심사가 교수 본연의 임무가 아니어서 혹시 심사위원에 따라서 심사할 논문을 너무 쉽게 일별하면서 심사를 소홀하게 하는 교수가 없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또는 적어도 두 사람이 심사하므로 자신이 좀 소홀해도 다른 위원이 잘 하리라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제대로 심사해서 지적했지만, 지적한 부분을 저자가 어떤 이유로 고치지 않은 경우이다. 고치지 않은 이유는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지적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믿을 경우이다. 물론 저자 측에서는 고치기에는 시간이 없고 대단한 게 아니어서 고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는 심사자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셋째, 심사위원 자신이 요약과 결론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를 포함하여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의 경우라면 어떤 이유로든지 심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둘째의 경우라면 편집위원회의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논문은 저자가 마지막 책임을 지는 바, 굳이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저자가 책임을 진다고 해도 대한지질학회가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논문을 인쇄해서는 안 된다.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지적이나 과도한 요구도 반갑지 않겠지만, 저자도 자기의 의견을 너무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단지 제3자의 처지에서 기대한다면 심사위원과 저자간의 자존심이나 감정의 싸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심사위원과 저자가 마지막순간까지 타협이 되지 않아 곧, 심사위원은 정정을 주장하고 저자가 그 정정을 거부한다면, 나는 저자를 편들고 싶다. 저자가 발표하고 독자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 논문의 모든 책임은 저자가 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명백한 실수, 예컨대 논평에서 지질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아도 중대한 사항이 빠졌다면 그런 논평을 지질학회지에 게재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지층을 리뷰하는 논문에서 포항의 “제3기층”이 빠졌다면 그런 논문은 가치가 없다. 지질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제3기층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아가 논문을 통해서 주제에 관한 저자의 실력이 나타나며, 심사를 통해서 비록 익명이기는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논문과 심사에 관한 관심과 성의가 나타난다. 논문심사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심사자 자신과 학회의 명예가 달려있다. 저자도 심사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될 수 있으므로 지질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위의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 결 론

우리나라 지질학자라면 누구나 다 잘 쓴다고 생각하는 한글 지질학논문을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보았다. 이제 몇 가지를 결론으로 이야기하겠다.

첫째, 우리 지질학자들이 한글로 말하고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고, 영어논문 아니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한글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글의 장점을 잘 알고 한글을 사랑해야 한다. 나아가 지질학 한글논문은 형식을 포함하여 한글논문답게 써야 한다.

둘째, 논문이나 요약문의 1차 책임자는 저자이므로 저자가 성의를 가지고 써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내용을 제목과 어울리게 써야 한다는 점이다. 내용과 제목이 크게 달라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 제목과 내용이 크게 다르면 저자와 심사자 모두의 책임이다. 나아가 그림과 표가 원고와 균형이 맞아야 한다.

셋째, 논문을 쓰고 심사를 받을 때, 심사자는 정확하게 심사하고 저자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한다. 두 사람 모두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아 자존심(自尊心)이 강해서 배타(排他)나 독선(獨善)이 되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지도교수가 논문의 내용도 지도하지만 논문쓰기도 지도하면 좋겠다. 이유는 한참 배울 때 선생님한테 배운 것은 뇌리(腦裏)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줄 모르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 또 나이가 좀 들면 몸에 익은 버릇과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고치기 아주 힘들어 진다.

다섯째, 이 글에서 인용한 한글논문은 현재의 방식, 곧 이 글의 끝에 있는, 현재 지질학회지에서 쓰는 방식보다는 아래의 방식이 더 분명하고 저자를 분명히 표시하고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외국인도 불편하지 않아 더 낫다. 나아가 한글 참고문헌을 외국어 참고문헌보다 앞에 놓아야 한다.

『장순근, 2000, 올바른 한글 지질과학 요약문 작성을 위한 제안, 지질학회지, 제36권, 제3호, 341-354쪽. (Soon-Keun Chang, 2000, Suggestions for good writing of abstracts on Geological Sciences.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36, 341-354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

그림과 표의 설명은 한글설명을 먼저 놓고 영어설명을 뒤에 놓으면 된다.

여섯째, 이 글은 현재 지질학회지에서 쓰이는 형식을 따랐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장한 “그림과 표의 설명”과 “감사의 말”과 “REFERENCES”와 “한글참고문헌을 정리하는 방식”과 “참고문헌을 나열하는 방식”과 “쪽”을 편집위원회에서 빨리 검토해서 받아들이기를 주장한다.

일곱째, 이 글에서 인용한 한글문헌에 영어로 된 제목과 저자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때 그 제목과 이름을 억지로 영어로 바꾸면서 실제의 참뜻이 바뀌거나 빠질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나아가 정확한 참고문헌을 찾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이 글에서 인용한 한글로 된 문헌들이 그런 예이다. 이 결론도 다섯째 결론과 여섯째 결론과 마찬가지로, 한국연구재단의 권유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현재 제도로는 한국연구재단의 권유를 수용해야겠지만 그러하므로 그 권유를 수용해야겠지만, 권유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에는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발전한다. 그러므로 우리학회는 한국연구재단에 불합리한 규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여덟째, 이 글의 상당부분이 외국어논문에도 적용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부설된 극지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나아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사람이 이 논문을 심사했다. 극지연구소와 이 논문을 심사한 심사위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References
1. Chang, S.-K., (2000), Suggestions for good writing of abstracts on Geological Sciences,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36, p341-354, (in Korean with English abstract).